
서울 지하철 2호선 시청역 인근에서 역주행해 14명의 사상자를 낸 '시청역 참사'의 운전자가 2심에서 감형을 받았다.
8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5-1부(부장판사 소병진·김용중·김지선)는 교통사고 처리 특례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60대 남성 차모 씨에게 금고 7년 6개월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금고 5년을 선고했다.
차 씨는 지난해 7월 1일 서울시 2호선 시청역 7번 출구 인근에서 승용차를 운전하던 중 역주행해 인도로 돌진해 9명을 사망하게 하고, 5명을 다치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사고 원인으로 '차량 급발진'을 주장한 그는 1심 진술때에도 "사고 당시 브레이크를 밟았으나 딱딱했다"며 입장을 고수했다. 그러나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정밀 분석 결과, 사고 차량의 가속장치 및 제동장치에서 기계적 결함은 발견되지 않았고 사고 당시 차 씨가 착용했던 신발 밑창에서 가속 페달을 밟은 흔적도 발견됐다.
당시 1심 재판부는 "급발진에서 나타난 여러 특징적 신호가 발견되지 않았다. 피고인이 일반 차량 운전자에게 요구되는 의무를 다했다면 이와 같은 상황에서 인명피해를 줄일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한 차 씨는 2심에서도 계속 '급발진'을 주장했지만 2심 재판부 판단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이날 2심 재판부는 "이 사건 사고는 피고인이 가속페달을 제동페달로 착각해서 밟은 것"이라고 단호히 말했다.
단, 항소심 재판부는 차 씨의 형량에 1심 재판부가 적용한 '실체적 경합'이 아닌 '상상적 경합'을 적용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실체적 경합은 여러 개의 행위로 인해 여러 개의 죄가 성립한 경우, 각각의 죄에 대한 형량을 선고한 뒤 이를 합산해 처벌한다. 반면, 하나의 행위가 여러 개의 죄에 해당하는 '상상적 경합'은 죄목 중 가장 무거운 죄에 해당하는 형량으로 처벌한다.
이에 따라 2심 재판부는 차 씨의 혐의에 대해 '실체적 경합'을 적용, 그의 형량을 금고 7년 6개월에서 금고 5년으로 감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