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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08월 12일 화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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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엄하게 늙을 권리, 우리 사회가 지켜야 할 약속

 

일찍이 시인 예이츠가 ‘Sailing to Byzantium’에서 “That is no country for old man”이라고 젊음과 쾌락이 지배하는 ‘세상에서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고 선언했듯이 지난 5년간 우리나라의 65세 이상 노인 자살자는 1만 8천 명에 달했다. 하루 평균 10.5명꼴이었다.

 

이 같은 사실은 강북삼성병원 기업정신건강연구소의 오대종 박사가 최근 대한의사협회지에 게재한 '노인 자살의 이해와 예방'에서 통계청 사망원인 통계를 인용하면서 알려졌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9년부터 2023년까지 5년간 고의적 자해(자살)로 숨진 65세 이상 인구는 1만8천44명이었다. 이는 해마다 3천여 명이 자살한 것인데, 2023년 한 해 자살한 노인 수(3천838명)를 365일로 나눠 산술평균을 내면 하루 10.5명에 이른다.

 

오 박사는 "노인 인구는 전체 인구에 비해 자살률이 월등히 높다"며 "노인 자살에는 우울증과 같은 정신과 질환뿐만 아니라 만성 신체질환, 통증, 경제적 어려움, 사회적 고립, 대인관계에서의 갈등 등 다양한 위험 요인이 복합적으로 관여한다"고 분석했다.

 

예이츠가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고 선언한 딱 100년 뒤 미국의 소설가인 코맥 맥카시(Cormac MaCarthy,1933~2023)는 이 구절을 소설 제목으로 가져와 폭력과 탐욕이 지배하는 도덕이 무너진 세상을 묘사했다.

 

우리나라의 노인은 전후 재건과 산업화를 몸으로 겪으며 나라를 일으켰지만 정작 은퇴 이후의 삶에서는 사회로부터 멀어져 간다. 기초연금과 복지제도가 존재하지만, 생활비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경제적 빈곤도 그렇지만 관계의 빈곤은 더 큰 문제가 된다. 가족의 해체, 이웃과의 단절, 세대 간의 무관심은 노인의 마음을 더 황폐하게 만든다.

 

오 박사도 지적했듯이 노인들은 신체적 질병으로 인해 자살을 시도하는 비율이 젊은 층보다 높고 진단받은 지 얼마 안 된 시기일수록 자살 위험성이 높다. 그리고 상호 작용의 결여, 고립, 외로움 등도 중요한 자살 위험 요인으로 작용한다.

 

이 밖에도 배우자를 비롯한 중요한 관계의 상실, 인간관계에서의 갈등, 어딘가에 소속되려는 욕구가 충족되지 않았을 때 느끼는 좌절감, 자신이 짐스러운 존재라는 인식 등도 위험 요인이라, 고 오 박사는 설명했다.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는 여전히 표면에 드러내지 않으면서 노인 비하성 발언을 하거나 음산한 모략을 궁리한다. 노인들도 귀가 열린 이상 그런 눈치를 모를 리가 없을 터. 대화 상대를 잃은 노인들은 농약, 목맴 등 치명적인 수단으로 자살을 시도해 회복하는 사례도 비교적 드물다.

 

노인 자살의 해결책은 경제적 안전망의 확충과 사람 사이의 연결이다. 지역사회의 작은 모임이나 마을 카페 같은 커뮤니티를 만들어 참여하게 하고 이와 동시에 봉사단체의 방문은 자살 충동을 느끼는 노인의 생명을 살리는 힘이 있을 것이다. 아이가 재롱을 떤다던가, 이웃이 안부를 물어준다던가, 친구가 전화 걸어주는 등의 사소한 행위라도 죽음과 삶을 가른다.

 

스웨덴의 소설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은 주인공인 엘런이 100세가 되는 생일에 죽음을 기다리는 대신 모험을 떠나는 것으로 시작한다. 그가 향한 곳은 정해진 목적지가 아닌 단지 ‘여기 아닌 어딘가’였다. 이 단순하고 기발한 설정은 독자들에게 묘한 전율을 안겨주며 이 소설을 세계적인 베스트셀러로 만들었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노인들이 ‘창문을 넘는 근육’이 아니라 ‘창문을 넘을 이유’다. 퇴직 후에도 배우고, 관계를 만들고, 주말 텃밭, 마을 라디오, 시니어 창업, 평생 교육 등 노인들이 창을 넘어갈 동기가 필요하다. 덧붙여 기후 위기 또한 첨단과학이 노인들의 경험과 지혜를 빌릴 때 극복할 수 있다.

 

창문 너머로 모험을 향하는 노년-그 자유를 지켜주는 것이 오늘날 우리가 지켜야 할 전통 가치인 충과 효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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