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에서 스위스 다음으로 2번째 높은 우리나라 물가 우리나라 음식료품 물가 수준이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38개국 중 스위스에 이어 2위라고 한다. OECD의 '구매력 평가를 고려한 물가 수준 통계'를 보면, 우리나라의 식료품과 비주류 음료 가격은 2023년 기준 147로 OECD 평균보다 47% 높았다. 특히 김밥, 햄버거 등 국내 외식 39개 품목 중 30종은 지난 5년간 20% 넘게 올라 같은 기간의 소비자 물가 상승률(16.9%)을 앞질렀다. 이러한 물가 상승은 쌀을 제외한 거의 모든 식재료를 수입하는 우리나라에서 수입 원재료 가격이 올라가면 올라간 만큼의 충격을 가격에 반영시키는데 다 복잡한 유통구조를 가지고 있으며, 지닌 해 말부터 이어진 정치적 불확실성 탓이라는 분석을 하고 있다. 그러나 물가가 오르는데 그런 원인만 있겠는가? 정부는 비축 물량을 조기 방출하고, 라면 등 가공식품 가격 인상에서 불공정 행위가 있었는지 살핀다고 하지만 그런 일을 하지 않아서 가격이 크게 올라간 건 아닐 것이다. 필자가 개인적으로 계산해 본 짜장면 가격은 1985년 660원을 기준으로 할 때 1,415% 즉 16배가 올랐다. 지금 짜장면 한 그릇이 만원이라 치면
◇ 미니스커트를 입으면 된다고?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서? 우리 사회가 직면한 수많은 과제 가운데 가장 두렵고 해결하기 만만치 않은 숫자는 출산율 0.72다. 세계 최저, OECD 국가 중 반등 조짐이 없는 유일한 나라가 우리나라다. 출산율은 단순한 인구 문제가 아니다. 경제, 국방, 복지, 교육, 어느 것 하나 사람 없이 지속 가능한 게 없다. 더욱이 지방이 소멸하고 학교가 없어지고, 고향이 노인들이 지키는 유령마을로 바뀌어 가고 있다면 말이다. 출산은 개인의 선택이고 거주는 헌법이 보장한 자유다. 아이를 낳으라 말라, 도시로 오지 말라고 할 수 없다. 그러나 결혼하지 않고 결혼했더라도 자녀를 출산하지 않는, 그리고 농어산촌에 살겠다고 나서려 하지 않는 사회적 구조가 만들어진 데에는 정부의 정책적 책임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그 핵심은 국가철학의 부재다. 국가철학이란 한 국가가 정치적으로 추구하는 가치관과 존재 이유에 대한 신념 체계다. 이를테면 북유럽 국가들은 아이 키우는 게 개인 문제가 아니라 사회 전체의 책임이라는 철학 아래 복지와 노동정책이 설계된다고 한다. 우리나라 역시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 지금까지 수십 년간 수백조 원을 쏟아부었다. 아이를 낳으
집을 나와 전철을 타기 위해 매일 골목을 걷고 있는 내 눈에 최근 임대안내문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오른쪽 입가로 혀를 내민 익살스러운 고양이 캐리커처 브랜드의 작은 골목 카페. “어라? 며칠 새에 붙인 모양이네 대로변에서 몇 미터 떨어지지 않았는데....끝내 버티지 못한 모양이군” 그곳을 이용해 본 적이 없는 나는 왜 문을 닫게 되었는지 자세한 내막을 알 수 없지만 장사가 안되었기 때문이라는 건 불문가지다. 사실 그 작은 골목 카페는 약과다. 2년 전인가? 건자재 가격이 한창 오를 때 지하철역과 붙어있는 땅에 주상복합건물(10층) 공사가 시작되는 걸 지켜본 나는 분양이 제대로 될지 의심했는데 그게 현실이 된 듯했다. 지하철과 연결 통로는 문이 닫혔고 완공된 지 1년 가까이 되지만 공실률이 90%(?)다. 1층 상가 중 한 곳에서만 임시로 과일을 팔고 있는 게 전부니까. 서울의 마지막 신도시라는 마곡지구를 지나는 9호선 양천향교역 앞에 서 있어도 임대 현수막이나 안내문을 붙인 상가가 쉽게 눈에 들어온다. 서울 마곡 지구가 이 정도라면 다른 지역은 더 말해 무엇하랴.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지난 1분기 전국 상가 공실률은 ▲중대형13.2% ▲소규모 7.3% ▲집
70~80년대 만들어진 우리나라 산업은 성장의 한계에 들어섰다. 이미 중국이 우리를 추월했고 후발 주자들이 우리를 뒤쫓고 있다. 그래서 미래의 먹거리 산업이 만들어지지 않는다면 길게 보면 10년, 짧으면 5년 안에 경제가 주저앉을 상황이다. 어떻게 해야 이 위기를 돌파할 수 있을까? 미래 먹거리 산업을 만들 방안을 두 편에 걸쳐 제시해 보고자 한다. [제2편] 변화 주저하면 추락뿐, 핵심 기술 중위권의 경고 지난 5일, 미국 하버드대 케네디스쿨(공공정책 대학원)의 과학국제문제연구소 벨퍼센터가 전 세계 핵심 신흥 기술국 순위를 발표했다. 이 발표에 의하면 우리나라는 바이오, 양자, 우주 등 핵심 신흥 기술 분야의 경쟁력에서 중위권 수준을 면치 못했다. 평가 가중치가 높은 반도체(5위) 덕에 종합 순위는 25개국 중 5위였으나 총점은 1위와 2위인 미국과 중국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분야별 순위에서도 AI 9위, 바이오는 10위, 양자 12위, 우주 13위 등으로 최상위 국가들과 차이가 컸다. 최근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는 AI 분야에서 보면 우리나라는 총점 100점 만점에 14.1점으로 1위 미국(90.8점), 2위 중국(58점)과 차이가 컸고 독일, 영국,
세계는 냉전이 무너진 뒤 거의 30여 이상 평화를 누렸다. 세계가 하나의 거대 시장이 되었고 국경의 관문도 낮았다. 우리가 만든 제품은 잘 팔렸다. 덕분에 우리나라 1인당 국민소득은 1960년 160달러에서 지난 3월 현재 3만 6194달러로 65년 만에 226배 이상 올랐다. 인구 5천만 명 이상인 나라 가운데 6위였다. 그것은 기적이었다. 그러나 기적은 반복되지 않는다. 더구나 성장의 과실을 누구나 누릴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그것도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등장과 함께 세계 평화 공영과 무역의 시대는 막을 내리고 있다. 앞으로는 지금까지와 같은 재료, 같은 방식으로 이룩해 온 성장을 지속적으로 가져갈 수 없다. 누구를 원망하랴. 세상에 변하지 않는 게 없으니. 변하지 않는 게 있다면 ‘변하지 않는 게 없다’는 진리뿐이다. 그렇다면 경제도 변해야 한다. 그것도 양적 변화가 아닌 질적 변화여야 한다. 우선 경제 숫자나 통계를 가지고 경제성장을 판단하고 가늠하지 말자. 왜냐하면 성장에는 반드시 새로운 처방전, 즉 전략이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숫자를 가지고 성장을 운운하지만 그게 무슨 의미인가? 모두 사후 약방문일 뿐이다. 무역수지가 이렇고 저렇고 떠들어봐야 이
지난 70~80년대 만들어진 우리나라 산업은 성장의 한계에 들어섰다. 이미 중국이 우리를 추월했고 후발 주자들이 우리를 뒤쫓고 있다. 그래서 미래의 먹거리 산업이 만들어지지 않는다면 길게 보면 10년, 짧으면 5년 안에 경제가 주저앉을 상황이다. 어떻게 해야 이 위기를 돌파할 수 있을까? 미래 먹거리 산업을 만들 방안을 두 편에 걸쳐 제시해 보고자 한다. ◇ [제1편] 길어야 10년, 짧으면 5년, 한계상황의 우리나라 산업 지금의 우리나라 산업은 박정희 정부 때인 1973년부터 시작해서 1980년 초까지 만들어진 것이다. 그 이후 제대로 된 산업이 나온 게 없다. 기껏해야 네이버, 카카오, K-팝 이런 게 전부다. 새로 생겨난 사업이 있는가? 몇 손가락 꼽고 나면 더 이상 셀 게 없다. 그래서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없었더라면 우리나라 산업은 망해도 벌써 망했을 것이고, 마이너스 성장률을 보인다고 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다. 지금까지 성장률 1%~0%대 사이로 그나마 잘 버텨 줬지만 머지않아 간들거리던 성장의 촛불마저 꺼지면 암흑의 마이너스로 돌아설 것이다. 새 정부가 출범했는데 너무 비관적이지 않냐고? 천만의 말씀이다. 미래의 먹거리인 새로운 산업을 전혀 만들
함께 점심을 먹고 카페에서 나와 마주 앉은 70대 초로의 선배가 먼저 입을 열었다. “아무래도 내 정신연령이 낮았던 것 같아. 일찍 철이 들었더라면 지금 큰 일을 하고 있을 텐데 말이야...” 나는 그 선배가 젊은 시절을 후회하는 듯해서 “나이 들면 대개 그런 거 아닌가요?”라고 위로했다. 그렇지만 돌이켜 생각해 보니 정작 답답해야 할 사람은 나였다. 다른 선배나 후배, 그리고 동료들과 비교해 일찍 철이 들지 못하고 이일 저일 이곳저곳 기웃거리다가 진짜 내가 해야 할 일에 집중하지 못했으니까 말이다. “아뿔싸! 저도 그렇네요.” 나는 재빨리 눈치를 채고 선배 말에 맞장구를 치며 많은 대화를 했다. 돌이켜 보면 정치학 공부를 계속해 학자가 되고 싶었던 나는 먹고살아야 한다는 핑계를 대면서 공부를 미뤄왔었다. 아니 할 수가 없었다. 겨우 나이가 들어 ‘이제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조금씩이라도 해보자’-아마 철이 든 모양이다-며 50년 전 대학 시절에 사두고 읽지 못한 원서를 몇 장씩 읽기 시작했다. 요즘은 ‘권력을 추구하는 사람들이 어떻게 개인적 좌절을 권력으로 승화시키는가?’ 하는 문제를 다룬 미국의 정치학자, 해럴드 라스웰(Harold D. Lasswell,
4명의 대선후보 첫 TV 토론을 끝날 때까지 지켜봤다. 솔직히 기대도 좀 있었다. 누가 실수할까, 누가 시원한 한 방을 날릴까. 유권자를 흔들 수 있는 말이 나올까. 그런데 2시간의 토론을 지켜본 나는 무덤덤했다. 가슴이 뛰지 않았고 답답한 속은 그대로였다. 실망스럽지도 않았고 화도 나지도 않았다. 왜 그랬을까? 수십 번이 넘는 크고 작은 선거를 치러 본 내 나이 탓일 수도 있다. 아니면 정해진 틀과 시간 속에서 그렇고 그런 정책을 토론하는데 거기에서 뭘 기대할 수 있겠는가 싶은 선입관 탓일 수도 있었다. 그렇다고 해서 후보들의 토론 내용이 무익했다는 말은 아니다. 나름 각 후보의 생각이나 정책 방향을 알 듯했다. 아니나 다를까, 국민의 이번 토론에 관한 관심도는 아주 낮았다. 시청 시청률 조사기관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지상파 3사의 누적 시청률은 14.9%(295만명 시청)으로 지난 대선후보 첫 토론회 시청률(39%)의 반토막이 났다. MBC가 7.2%로 가장 높았고 SBS(4.2%), KBS(3.5%) 순이었다. 종합편성채널의 경우 JTBC를 제외한 3사가 이를 생중계했다. TV조선의 시청률이 1.75%(38만여 명)으로 가장 높았고, MBN(1.68%),
◇기본 시나리오가 된 세계 기온 섭씨 3도 상승 데이비드 겔러스 뉴욕 타임스 기고자는 “기후 변화는 세계 경제 재앙이 될 수 있다”는 제목의 뉴욕타임스 기고 기사에서 최근 금융 회사와 보험사에서 새롭게 발표한 경고를 인용해 세계는 기후 위기에 따른 심각한 위험에 처할 미래를 각오하지 않으면 안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일으킨 관세 전쟁에 대한 반응으로 주식이 흔들리고 세계가 당연히 글로벌 경제에 영향을 미치는 즉각적인 혼란에 주목하고 있지만, 지난 몇 달 동안 관세보다 훨씬 더 심각한 혼란이 다가오고 있음을 알리는 여러 가지 신호가 나타났다며, 기후 변화로 인한 경제적 비용이 증가하고 있다는 사실이라고 밝혔다. 그에 따르면, 지구의 평균 기온 상승을 산업화 이전 수준보다 높은, 파리 협정에서 정한 한계점인 섭씨 2도 이하로 제한한다는 목표가 계획보다 앞서 달성될 게 확실하다. 아무 생각 없이 지켜본 모건 스탠리조차 에어컨 수요 증가에 대한 최근 보고서는 세계 기온이 섭씨 3도 상승하게 될 거라는 예측을 ‘기본 시나리오’로 하고 있다. 한때 극단적이라고 여겨졌던 이러한 예측은 이제 흔한 일이 되어 가고 있다. 유엔의 2024년 배출량 격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세계 자유무역에 일으킨 관세 전쟁의 승자는 누가 될까? 특히 미국 GDP의 70%까지 육박한 중국의 저항이 거세다. 30년 전 미국은 엄청난 대미 무역 흑자를 기록하며 경제적, 문화적으로 자신의 입지를 넘보던 일본을 (플라자 합의로) 달러당 엔화 환율을 250엔에서 120엔으로 대폭 조정하여 일본의 경쟁력을 눌렀다. 30년 전과 다른 세계 경제 공급망, 미국 주도의 질서가 붕괴되는 서막인가? 미국은 자국 GDP의 절반 가까이, 혹은 경계선을 넘었다고 생각하면 제압에 나서는 초강대국이다. 플라자합의 30년이 지난 지금 그러한 초강대국 미국의 목표는 중국이다. 미국 GDP의 절반을 훨씬 넘어섰으니까 말이다. 중국을 이대로 둬서는 안 된다고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지금의 중국은 미국이 생각하던 30년 전 일본이나 유럽과 매우 다르다. 중국의 위안화는 미국이 어찌할 수 있는 국제 통화가 아닐 뿐만 아니라 중국의 통화는 자체 첨단 기술 역량을 기르는 (이자를 갚지 않아도 5대 국책은행에서 상각할 수 있는) 천문학적인 국가 보조금이 되어 재생 에너지부터 반도체, AI 등의 첨단 기술 분야에 들어가고 있다. 이 때문에 어떤 식으로든 지금의 국
그 좋다는 S 전자에서 연구원을 하던 30대 후반의 그가 입사 11년 만에 사표를 던졌다. 전업주부인 아내와 자식이 있는 가장이었지만 그는 도서관에 박혀 딱 3년간 만권을 읽었다. 그동안 그의 집은 전세에서 월세로 내려와야 했고 김밥 사 먹을 돈마저 떨어질 때가 많았다. “어떻게 그럴 수 있느냐?” 한 지방 TV 대담 프로의 사회자가 묻자 “책에 빠지다 보니 배가 고픈 줄 몰랐다”고 한 그는 3년간 독서 기간이 끝나자 거의 한 달에 한 권꼴인 3년간 60여 권이 넘는 책을 썼고 유명한 글쓰기 강사가 되었다. 원래 그가 책을 읽었던 목적은 그런 일의 성공을 바라고 한 건 아니다. 그저 책을 읽는 게 좋아서 시작한 것뿐이었다. 그랬다가 졸지에 그는 “독서파만권讀書破萬卷, 하필여유신下筆如有神(만권의 책을 독파하면 글쓰기는 신의 경지에 이른다)”는 시인 두보의 말처럼 되었다. 일본 요식업계의 전설이자 ‘장사의 신’으로 불리는 우노 다카시라는 사람. 커피숍 매니저로 시작해, 200명이 넘는 직원들을 이자카야의 사장으로 만든 그는 장사의 성공 비법을 『장사의 신』이라는 자신의 책에 공개했다. 국내 번역서만 200쇄가 넘는 초 베스트셀러다. 이 책에서 그는 “가게를 만들
한때 전 세계를 호령했던 소니, 도시바, 파나소닉, 샤프 등 일본 가전회사들은 왜 그리도 급격하게 몰락의 길을 걸었을까? 가성비 좋은 우리나라 가전산업과 경쟁에서 이기지 못한 탓도 있으리라. 그런데 상황이 바뀌어 이제 우리나라가 과거 일본과 같은 처지가 됐다. 거의 모든 산업이 중국에 잡아먹힐 절박한 상황이 되었으니 말이다. 제21대 대선을 앞두고 각 당이 선관위에 제출한 대선후보들의 10대 공약은 관세 전쟁까지 겹친 데다 성장 동력이 떨어져 어려움을 겪는 우리나라 경제를 의식한 듯하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경제 강국‘, 국민의 힘 김문수 후보는 “기업 하기 좋은 나라”,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는 “일 잘하는 정부”를 각각 1호 공약으로 제시했다. 민주당은 인공지능(AI) 100조 원 투자, 전략산업 국민 펀드 조성 등을 통해 신산업을 육성하겠다는 계획이다. 국민의 힘 역시 인공지능(AI) 100조 원 투자, 20만 명 전문 인력 양성을 내세웠다. 개혁신당은 일 잘하는 정부에서 인공지능(AI)에 대한 언급은 보이지 않는다. 인공지능이든 뭐든 국가적 산업 프로젝트를 추진하려면 막대한 국민의 세금이 들어가야 한다. 그런 재원이 마련될지 공약에 그칠지 모르
정말이지 몇 년 만의 일이었다. TV, 유튜브 등으로 내 맘에 드는 단편적인 정보를 흡수해 왔던 내가 프랑스의 소설가, 기욤 뮈스의 『아가씨와 밤』을 완독했으니까. 읽기 시작하면 중단할 수 없게 만드는 소설이긴 했다. 그러나 매일 몇 장씩 찔끔찔끔 읽다가는 어느 세월에 400페이지를 읽어낼까 싶었다. 답답하면 유튜브를 보거나 AI에 물어보면 결과나 답을 금방 알 수 있겠지만 나는 모든 정보매체의 코드를 뽑아버리고 지난 주말 완독에 성공(?)했다. 완독 후 곧바로 성취감의 희열이 오긴 했는데, 읽는 중간중간 더 읽어야 할 페이지를 자꾸 들춰 보기도 하고, 결론부터 봐 버릴까? 하는 유혹도 느꼈다. 또 한편으로 디지털 영상 정보 시대에 책을 읽으면서 왜 시간을 허비하느냐, 단 몇 분이면 모든 정보를 알 수 있는데... 라는 디지털 악마의 종용도 있었다. 그럴 때마다 마음을 다잡아 이겨내긴 했지만, 책을 읽는 동안 짧은 콘텐츠에 익숙해져 있는 나 자신에 놀랐고, 긴 글을 소비하는 인내심이 상당히 줄어들어 있음을 깨닫지 않을 수가 없었다. 이런 느낌은 비록 나만은 아닐 것이다. 마음먹고 아무 책이나 읽어보시라. 소설이든 뭐든 책을 완독하는 힘은 단순히 독서 습관의
트럼프 미 대통령의 관세 전쟁으로 미국은 물론, 우리나라, 중국을 포함한 전 세계가 기존 경제 지표만으로는 앞날을 예측하기 어려운 복잡한 상황이다. 특히 주요 측정 경제 지표 만 가지고 관세와 불확실성이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감지하는 데 있어서 시간이 오래 걸리고 있다. 이 때문에 미국의 경제학자들은 수익통화(earnings calls, 화상회의 혹은 웹 캐스트로 기업의 실적을 논의하는 것, 혹은 기업의 실적 발표) 와 민간 부문의 데이터 소스(data sources, 접속이 가능한 데이터)를 샅샅이 뒤지고 있으며, 경제 현장에서 느끼는 단편적인 이야기나 비전통적인 지표에 의존하고 있다. 이를테면, 미국인이 맥도날드에서 소비를 덜하고 있다거나, 로스앤젤레스 항구에 정박하는 컨테이너선의 감소량이 얼마나 될지, 프록터앤갬블(Procter & Gamble, 비누, 샴푸, 칫솔, 기저귀 등 다양한 종류의 소비재를 제조 판매하는 미국의 다국적 기업. P&G)이 가격을 인상했고, 마텔(Mattel, 미국의 장난감 및 게임 제조업체)이 중국 외 다른 지역으로 생산 시설을 이전했다는 등의 이야기를 수집한다. 사실 트럼프 미 대통령의 무역 전쟁이 미국이
전국에 1만8000여 곳, 좁은 국토에도 불구하고 세계 7위의 댐과 저수지를 보유한 우리나라지만 지난해 기후 위기에 대비해 댐을 9곳이나 더 짓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중국에 이어 세계 2위의 댐 보유국인 미국은 우리나라와 반대로 기존의 댐을 제거하는 실험에 들어갔다. 댐이 제거되어 강이 복원되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댐 제거 과정을 보도해 온 사진기자의 글이 뉴욕타임스에 실렸는데, 이를 소개함으로써 우리나라가 기후 위기에 대비해 댐을 건설하는 게 과연 타당한 일인지 살펴보고자 한다. ◇거대한 댐을 제거하고 나니 벌어지는 일 세계 최대 규모의 댐 제거-캘리포니아-오리건주 경계 양쪽에 있는 클래머스 강의 수력 발전 댐 4개를 철거하는 프로젝트-의 완공을 엄청난 업적으로 기념하는 일은 아메리카 원주민 종족과 강 보호운동의 정치력이 부상하고 있다는 신호이다. 이는 분명한 사실이다. 이 프로젝트가 2022년에 승인되고, 작년 10월에 완료되어 환경에 적대적인 트럼프 행정부가 개입하기 전에 완료되었다는건 다행스러운 일이다. 가치 있는 환경 목표를 위한 헌신적이고 끈기 있는 운동은 때로는 가장 어려운 장애물조차 극복할 수 있음을 깨닫게 해준다. 부족 지도자, 상업적인 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