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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09월 23일 화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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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


흙이 살아야 밥상이 산다-구례에서 울려 퍼진 경고와 희망

-윤영무의 기후칼럼

 

우렁이, 메뚜기, 미꾸라지, 민물 게. 송사리가 살던 우리의 논은 이제 옛날이야기가 됐다. 지렁이와 두더지가 분주히 오가던 밭은 흔적조차 보기 어렵다. 농약과 인공 비료가 지배하는 단일작물의 논과 비닐하우스로 뒤덮인 밭이 끝없이 이어진다.

 

그 결과 흙은 생명을 잃고 작물은 식물 고유의 맛과 영혼이 사라진 모양과 색깔만 유지한 빛 좋은 개살구가 되었다. 생산비가 높아졌으나 맛과 영양은 형편없이 됐다는 것이다. 이것이 풍요 속의 빈곤이자 기후 위기와 맞물린 식량 위기를 맞은 우리의 민낯이다.

 

이의 근본 원인은 관행농업의 한계에 있다. 대량의 화학비료와 농약, 기계 집약적 방식으로 지탱해온 관행농업은 이제 더 이상 효율적이 않다.

 

흙은 황폐해지고 병해충은 내성을 키워 농약 사용량은 늘어난다. 비료값과 에너지 가격이 오르면 생산비는 치솟고 그 부담은 고스란히 소비자에게 전가된다. 그래서 우리나라 농산물 가격은 세계에서 1∽2위권이다.

 

하지만 희망은 있다. 흙을 다시 살리는 농업 즉 재생농업이 그것이다. 재생농업은 흙을 단순한 생산수단이 아닌 살아있는 유기체로 바라본다. 땅을 덜 갈아엎고, 다양한 작물을 돌려 짓고 풀과 가축의 분뇨를 완숙의 퇴비로 만들어 흙으로 환원한다.

 

그렇게 되살아난 흙은 스스로 영양분을 공급하고 물을 품는다. 재생농업은 무엇보다 화학비료와 농약 의존도를 낮춰 생산비를 절감시키면서도 건강한 품질의 농산물을 우리에게 공급하면서도 흙을 탄소를 저장하는 거대한 저장고가 되게 한다.

 

최근 국제 연구에 따르면 흙은 대기보다 2~3배 많은 탄소를 저장할 수 있는 지구 최대의 탄소 창고다. 그래서 흙이 살아야 기후 위기 대응도 가능하다는 과학적 증거가 쌓이고 있다.

 

더 놀라운 사실은 생산량이다. 지속 가능한 재생농업으로 키운 작물은 관행농업 못지 않은 수확량을 보이면서도 생산비는 줄어든다. 게다가 맛과 영양은 훨씬 뛰어나다. 이처럼 재생농업은 농민에게는 비용 절감과 소득 증대를 안겨주고 소비자에게는 건강한 먹거리, 지구 위기 완화라는 일석삼조의 효과가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런 흐름을 알리고 체험하는 자리가 전남 구례에서 열린 흙 살리기 박람회다. 지난 19일부터 21일까지 열린 이 박람회는 단순한 전시회가 아니다. 황폐해진 흙을 다시 살리는 일이 곧 우리의 미래를 살리는 일임을 일깨우는 현장이다.

 

구례군과 민간단체인 탄소중립흙살리기운동본부는 이번 박람회를 통해 농민과 시민, 전문가가 함께 흙의 가치를 재발견하고 기후 위기 시대 농업의 새로운 길을 모색한다.

 

구례에서 울려 퍼진 메시지는 분명하다. 지금처럼 흙을 소모품이나 이용 대상으로 보고 혹사하는 농업방식으로는 지속 가능한 미래가 없다는 것이다. 흙은 단지 작물을 키우는 그릇이 아니요, 생명의 터전이자 지구의 숨구멍이라는 사실을 보여주고 싷어한다. 그래서 과도한 농약과 인공 비료로 채워진 논밭이 아니라 우렁이와 지렁이가 되살아난 흙이야말로 우리의 건강한 밥상을 지켜주리라는 희망을 선물하고자 하는 것이리라.

 

구례의 이 작은 박람회는 거대한 질문을 던지고 있다. 우리는 앞으로 어떤 밥상을 원하고 어떤 농업을 선택할 것인가? 흙을 살리느냐 아니면 흙과 함께 우리 자신을 죽음으로 몰아갈 것이냐? 하는 것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는 것을 우리에게 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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