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감퇴 공산주의(degrowth communism)를 통해 세계가 다시 창조되어야 한다는 일본의 철학 교수가 있다. ‘시골 빵집에서 자본주의를 굽는다’처럼 칼 마르크스의 이론을 원용해 지금의 경제 성장 구조를 탈피해야 지구의 기후위기를 막을 수 있다고 주 장하는 그를 만나보자. 필자 주: 뉴욕타임스 비즈니스 ‘Best seller makes case for a shrinking Japan’ 2023년 8월 24일 자를 참조하여 필자의 견해를 덧붙였음. 낭비 다름없는 소비 부추기는 정부의 경제 확장 정책 코헤이 사이토가 성장감퇴 공산주의에 관해 쓰기로 결정 했을 때 출판사의 편집자는 당연히 회의적이었다. 일본에 서 공산주의는 인기가 없고 경제 성장이 복음이니까 말이 다. 일본의 인구감소의 현상과 경제 침체는 위기가 아니라 마르크스주의적인 재창조로 보아야만 한다고 주장하는 어떤 책은 독자를 설득하기가 어려운 것처럼 들렸다. 그러나 책은 팔렸다. 이 책이 2020년에 발간되고 나서부터 사이토씨의 책인 『Capital in the Anthropocene, 人新世の「資 本論」,인류세의 자본론』이 50만부 이상이 팔렸기 때문이다. 도쿄대학 철학과 교수인 사이토씨는 일
자신의 정치적 신념과 문학적 재능이 술을 빚듯 멋진 연설문을 만들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모든 정치 지방생들은 하나같이 감동적인 정치연설문을 만들어 내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다한다. 하지만 그런다고 쉽게 나오지 않는 게 정치연설문이다. 참고하면 좋을 문장이나 표현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고대에서 현대에 이르는 수많은 정치인들의 연설문에서 그런 문장과 표현을 찾아보자. 이번 호에서는 1994년 멕시코 차이파스주(州)에서 봉기한 반자본주의 아나키즘 무장단체, 사파티스타 민 족해방군(EZLN)의 대변인이자 부사령관, 마르크스(가명)의 한 연설문에서 골라봤다. 필자 주; 아래에 인용한 문장은 그의 연설 모음집인 『우리의 말이 우리의 무기입니다, 해냄, 2002』에 실린 「멕시코의 새 대통령으로서 취임사를 마친 세디요 씨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발췌했다. 자신의 악덕이 진정한 미덕인 듯 색칠하는 더러운 운명, 역사가 심판하리라 《시간이 부족해 결론을 내려야 하지만 내가 관찰한 결과를 하나만 덧붙이겠습니다. 때로 인간은 타인의 권리를 공격하고 타인의 재산을 빼앗고, 자신의 국민성을 지키는 사람들의 생 명을 위협하고 가장 큰 미덕을 범죄처럼 만들고, 자신의 악덕 이 진
조회 수 6백억 회, 먹방 비디오가 전 세계 음식 영상시장을 지배하고 있다. 건강한 흙에서 키운 건강한 식재료를 통한 흙 맛, 불 맛, 손맛의 정통 음식 영상물이 아닌, 기상천외한 방식으로 시청자를 끌어들이고 있다. 날이 갈수록 흙의 생태계가 파괴되고 그로 인 해 식재료의 맛과 영양성분이 떨어져 인류의 건강이 위협받고 있는 상황에서 먹방 영상물이 뜨는 이유를 알아봤다. (The New York Times International Edition, 2023년 8월 23일. How cooking videos took over the world 참조) 틱톡’에서 정해지는 세 가지 스타일의 요리 영상 틱톡은 줄리아 차일드와 같은 TV 요리사들이 개척한 장르를 판매회사, 스타일리스트, 그리고 스타들이 반드시 고용하지 않으면 안 될 운전기사로 만들어 냈다. 몇 달 전, 전혀 먹음직스럽지 않아 보이는 1970년대 다이어트 음식이 슈퍼마켓 선반에서 날개 돋친 듯이 팔리기 시작했다. 거의 하룻밤 사이에 코티지치즈가 바비 핑크 같은 최신 유행상품이 되었다. 사람들은 그것을 사서 딥스와 파스타 소스에 넣었다. 심지어 아이스크림과 빵 속에서 변신하도록 만들 었다. 그렇게 코티지치즈
생물권의 암흑물질, 박테리오파지(bacteriophage)는 세균과 고균(古菌; 세포핵이 없는 원핵생물)에 다시 말해 박테리아에 기생하는 바이러스를 통칭하는 말이다. 간단히 파지(phage)라고 한다. 옛 소련과 서유럽에서 박테리오파지를 항생제 대용으로 쓰려는 연구가 60년 이상 진행되고 있으며 항생제에 내성을 가진 세균을 잡는 데 쓰일 가능성이 높다. 흙이나 동물의 창자처럼 숙주로 삼을 박테리아가 풍부한 곳이면 생물권 어디에서도 쉽게 발견되는 이 녀석들에게 생명공학이 주목받는 이유를 알아보자. 필자 주 : 뉴욕타임스 2023년 8월 21일 월요일자, Book review, ‘Reasons to cheer for cells and viruses’ 참조 매년 천만 명의 생명을 뺏는 항생물질 내성(耐性)균을 잡아라! 1910년대 페니실린이 발명이 되고 나서도 10년도 더 지난 당시에 자기 멋대로 사는 미생물학자 Felix d’Herelle는 설사를 유발하는 박테리아를 그의 연구소에서 배양하고 있었다. 자격증 같은 것은 없고 출생이 불확실한-아무도 그가 프랑스인인지, 벨기에 사람인지 혹은 캐나다 사람인지를 알지 못했다-d’Herelle은 급속히 확산되는 설사 유행
진짜 뉴스는 기자나 전문기고가들이 질문을 잘하는 사람이어야 만들어진다. 질문을 잘하기가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는 해 본 사람은 알 것이다. 질문을 잘하려면 해당 분야의 전문가여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철학적 사유를 해야 하다. 그래서 민주주의는 해당 분야의 전문지식과 철학을 가진 기자나 기고가가 많으면 많을수록 지켜지고, 가짜 뉴스는 발을 붙일 수가 없다. 좋은 질문이 어떻게 진짜 뉴스를 만들어 낼 수 있는 원리가 무엇인지 최근 문재인 정부의 통계조작 논란을 보면 알아볼 수 있다. 현 정부는 문재인 정부 때 아파트 값 통계를 조작했다고 발표했다. 민주당은 이에 맞서 감사원이 정치 감사 조작을 했다고 맞서고 있다. 어느 쪽 말이 맞는지 수사를 해 보면 나오겠지만 기자들이 질문을 잘했다면 굳이 수사까지 할 필요가 없는 일이다. 문재인 정부 5년간 서울 아파트 값 상승률을 한국부동산 원은 19%, KB국민은행은 61%로 발표했다. 무려 3배 차이가 난다. 이렇게 차이가 나는 이유를 한국부동산원은 실 거래가로 조사했고, KB국민은행은 호가(呼價)중심이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니까 KB국민은행 통계가 과도하게 해석될 소지가 있다는 말이다. 하지만 이유가 뭐가 됐든 아
사기꾼은 자신들의 사기 행각을 절대로 사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사기가 사기라고 할 때는 이미 사기가 아니라 범죄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기꾼은 진짜보다 더 진짜처럼 진지하고 진짜보다 더 그럴 듯한 행동을 한다. 얼굴색 하나 안변하고 “아, 당했구나!” 했을 때는-필자를 포함해서 그게 사기였음을 알게 되지만 이미 때는 늦으리. “당신이 어떻게 내게 사기를 쳐?” 사기꾼 멱살을 잡고 분노를 터뜨려 본들 그 놈의 사기꾼은 끝까지 우긴다. “내가 사기를 쳤다고? 난 절대 사기 치지 않았어, 왜 그게 사기냐?”고 반격한다. 눈곱만큼 시인한다고 해도 대부분 핑계다. 갑자기 상황이 안 좋아진 거라고 둘러대거나 다 른 사람이 자기를 배신했다는 식이다. 여하튼 그런 사기는 어떤 분야건 나름의 전문성이나 인맥을 가지고 있지 않으면 안 된다. 자 신이 전혀 모르는 분야나 모르는 사람에게 사기를 친다는 건 상대가 백치가 아닌 이상 불가 능하기에 동종업종이나 인간적으로 아주 친한 관계로부터 시작한다. 가짜뉴스도 그렇다. 생성형 인공지능으로 만든 가짜뉴스는 별개로 치더라도 요즘 회자되는 가짜뉴스들은 대개 글깨나 썼던 전문가들이 모여 서로 조작해 내지 않으면 사기 치기 어려 운 영역
이유 있는 업체의 입장, 소비자들이 나서서 업체의 가격 경쟁을 유도해야 한 번 올라간 물가는 다시 내려오지 않는다고 네이버에 질문을 해 보니 전문가라는 분들이 이런 답변을 했다. “안녕하세요. ***입니다. 기업 입장에선 한번 오른 가격은 낮 추기가 쉽지 않습니다. 영업이익이 높아졌는데 굳이 낮출 필요가 없는 것이죠. 특히 자원 등과 같은 가격은 변동 폭이 커서 안정적으로 운영하기 위해서는 높인 가격이 기업 입장에서는 필요하겠죠.” “안녕하세요. ***입니다. 서비스 가격은 원자재 외에도 인건비나 임대료 등이 종합되어 결정되기 때문에 한 번 오르고 나면 내려가기는 힘듭니다.” “안녕하세요. ***입니다. 물가 같은 경우에는 하방경직성이 있기 때문에 한 번 가격이 올라간 물가 같은 경우에는 잘 떨어지 지 않습니다.” “안녕하세요. ***입니다. 원자재나 원료 값이 떨어져도 상승한 물가가 내려가지 않는 이유는 다양한 요인에 의해 설명됩니다. 이는 기업들이 비용 절감을 소비자에게 전달하지 않거나 수요가 높거나 제한되는 경우, 경기 상황 등이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이러한 요인들이 물가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원자재나 원료 값의 하락이 바로 물가 하락으로 이어지지
로마제국으로 넘어가기 직전, 로마 공화정 말기에 브루투스라는 인물을 포함한 공화정 옹호파 의원들이 최고 집정관인 시저가 황제가 되려는 야심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해 그를 암살한 뒤 파멸하는 역사적 사실을 소재로 한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희곡 <줄리 어스 시저>는 대중 연설의 진수를 보여준다. 지난 호에 이어 안토니우스 연설을 소개하고, 그의 연설이 어떤 점에서 대중적 설득 력을 가졌는지 알아본다. 로마군중은 시저를 살해할 수밖에 없었다는 당위성 을 설파한 브루투스의 연설을 듣고 “브루투스 만세!”를 외치며 시저가 잘 죽었다고 떠들다가 브루투스의 양해를 얻어 곧바로 반대연설에 나선 시저의 오른팔인 안 토니우스의 연설을 듣고 순식간에 브루투스의 집을 불사 르며 상황은 급반전됐다. 다음은 [줄리어스 시저] 3막 2장, 마커스 브루투스의 연설 대목이다. 브루투스 끝까지 진정해 주시오, 로마인이여, 동포여, 사랑하는 친구들이여. 나의 이야기를 들어주시오. 그리고 내 말이 들리도록 조용히 해 주시오. 내 명예를 걸고 나를 믿어주시오. 그리고 내 말을 믿을 수 있도록 내 명예를 존중해 주시오. 여러분의 지혜로써 나를 판단해 주시오. 그리고 더 좋은 판단 을 할 수
한번 올라간 물가는 떨어지지 않는다. 생산비용이나 원가가 낮아지면 그만큼 소비자가격도 따라서 낮아져야 상식인데도 요지부동이다. 최근 커피 원두 가격이 떨어지고 세금까지 줄었지만 시중 커피값은 올린대로 받는다. 한때 경제부총리가 국제밀 가격이 떨어졌으니 라면값을 내리라고 업체를 직격하자 찔끔 내리는 시늉을 했다. 핑계없는 무덤이 없다더니 온갖 변명을 늘어놓으며 올린 가격을 지키려는 업체의 속내를 들여다본다. “김치공장을 아무나 하나”... 대기업이 아니면 김치공장 해서는 안 되는 이유 아주 오래전-수십 년 전에 필자는 대형 김치 제조업체 공장의 배추 저장고에 들어가 본 적이 있었다. 웬만한 공장 건물 크기의 저장고에는 수를 헤아릴 수 없는-당시 공장 책임자가 그 숫자를 알려줬지만 기억하지 못하고 있다-아마 수십만 포기는 될 엄청난 배추가 꽉 차 있었다. 공장 담당자의 설명에 의하면 저장된 배추들은 죽은 게 아니라 적절한 온도와 습도를 맞춰져 살아 숨 쉬고 있다고 했다. “저렇게 많은 배추를 사서 왜 저장하시는 거죠?” 내가 물었다. 공장 책임자의 대답은 간단했다. “산지 배추가격이 해마다 들쭉날쭉하니까 대량으로 사서 저장해 놓지 않으면 생산가를 맞출 수가 없어
집이 주인을 닮듯 잼버리 장소는 주최자의 얼굴 서울 강서구 외발산동, 예전에 도계장(屠鷄場)이었던 건물 1층이 최근 빵과 커피를 파는 분 위기 있는 베이커리 가게로 바뀌었다. 필자의 지인인 H사장은 이 집을 소개하고 싶다면서 필자를 데리고 갔다. 역시 가게든 집이든 주인을 닮는가 보다. 이곳 사장님을 보니 예사롭지 않은 분 같았는데 인테리어 디자인이나 천연 발효 빵과 딱 어울렸다. 당뇨가 있는 H 사장은 달지 않은 빵을 골라 쟁반에 담아 계산을 한 뒤 자리를 잡고 앉았다. “우아, 도계장이 이렇게 달라질 수 있나?” 내가 감탄하자, H 사장은 갑자기 화제를 새만금 잼버 리 대회로 돌렸다. “창피해 정말 부끄러운 일이야. 대회장 바닥에 물이 고여 플라스틱 팔레트를 깔고 텐트를 치라고 하다니, 그게 무슨 경우야” 하면서 목소리를 높이는 것이었다. “어느 나라 대원들인가 모르겠는데 플라스틱 팔레트를 리어카로 옮겨서 물이 흥건한 바닥에 까는 걸 사진으로 봤어요.... * 팔리는 일이더군요. 좀 심한 거지요?” 나도 은근히 동조했다. 플라스틱 팔레트를 깔고 야영한다는 사진은 벨기에 대표단이 올린 것이었다. 그들은 자기 야 영 대지로 리어카에 플라스틱 팔레트를 싣고 옮
초생재배를 설명하기 전에 농사와 관련한 우리말을 알아 보자. 농사짓는 방식이 달라지면서 농사에 딸린 말도 달라 지거나 사라졌다. 경운기, 이앙기, 트랙터, 콤바인이 나오고 우리말인 극젱이(훌칭이), 쟁기, 써레, 고무래(곰배), 홀케, 도리깨가 꼬리를 감췄고 따비와 보습은 쓰지 않는 말이 되 었다. 그렇지만 ‘이랑’과 ‘고랑’은 끝까지 살아남을 말이다. 웬만해서 흙을 뒤엎는 일을 하지 않는 게 정석이지만, 유기 밭농사를 하더라도 보통 고랑과 이랑을 만든다. 밭의 흙을 갈아엎어 흙덩이를 잘게 부수고 고른 다음, 괭이로 비가와 도 흙이 잠기지 않도록 흙을 파 올려 길게 높이 만들어 놓은 곳을 ‘이랑’이라고 한다. 종자를 뿌리거나 모종을 옮겨 심어 남새(채소)나 곡식을 키우는 곳이다. 이랑과 반대로 흙바닥이 낮아진 공간을 ‘고랑’이라고 한다. 농부들은 고랑을 발로 밟고 가면서 이랑에서 자라는 작물을 돌본다. 그러나 “이랑이 고랑 되고, 고랑이 이랑된다”는 속담처럼 이랑과 고랑은 하루아침에 신세가 뒤바뀐다. 한편 흙을 끌어올려 논밭의 가장자리를 둑처럼 쌓아 놓은 곳을 ‘두둑’이라 하여 논밭의 경계선으로 삼고 사람이나 마소가 걸어 다니는 길로 이용한다. 초생재배는 이
지난 봄, 필자의 흙 살리기 강의를 들은 분들은 ‘흙 살리기를 하려면 어떻게 하느냐?’는 현실적인 질문을 많이 던졌다. 강사의 답변이 마뜩잖다는 표정을 지으신 분들이 많아 지난호부터 ‘흙 살리기를 위한 구체적인 계획’을 쓰고 있다. 지난 호에서는 ‘흙 가꾸기의 첫 번째 계획은 풀을 활용하는 것’이라는 주제로 썼다. 이번 호에서는 풀을 바닥에 깔고 흙을 갈아엎지 않는 게 왜 좋은지, 이상적인 흙의 조건을 갖추려면 풀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 등 ‘흙 가꾸기의 두 번째 계획’에 대해 말씀드리고자 한다. (필자 주; 이 글은 교토대학의 니시무라 카즈오(西村和雄) 교수가 쓴 『유기농법 비결의 과학, 배상면 옮김』 을 참고했다) 땅을 갈아엎어서는 안 된다 일단 무슨 풀이 됐건 낫 등으로 베어서 바닥에 까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만약 땅을 갈아엎어 흙과 바닥에 깐 풀이 흙과 섞어 지면 흙속의 미생물이 일제히 분해를 시작한다. 그래서 자칫 잘못하면 흙속에 있던 산소가 그들이 풀 을 분해하는데 쓰여 흙은 산소결핍이 되기 쉽고, 분해과정에서 흙속의 영양분을 뺏길 우려가 많다. 이렇게 되면 모처럼 심은 작물이 잘 자라지 않게 된다. 특히 목초(牧草)는 축산 퇴비물이 흙에 들어가
의약물질로 판명된 균류, 이 세상의 모든 존재물의 탄생과 죽음을 관장한다. 셸드레이크의 책은 ‘기상천외한 균류’의 홀씨가 확실하게 떨어진 옛날식 학교와 버섯 광(狂)들이 모인 야영지에서 꼭 필요한 것이 되었다. 셸드레이크는 “균사체(菌絲體)는 생 태적으로 연결된 조직(組織)이며, (두 조각이나, 물질을 함께 꿰매놓은 선)인 솔기처럼 세계의 많은 곳을 기워놓고 있다”고 했다. 지구가 붕괴될 것처럼 지각 변동이 활발했을 때 우리들의 눈에 전혀 보이지 않는 균류들이 실오라기처럼 하나로 엮여져 있다는 상상은 거의 이가 시릴 만큼 아름다운 광경이다. 고급 여성복 디자이너 이리스밴 펄펜는 코로나 봉쇄기간에 이 책을 읽은 후 균류에 영감을 받은 신상품들을 만들게 되었다. 꾀꼬리 버섯처럼 주름이 잡힌 드레스로였다. 균류가 세상을 탐험하기 위해 사용하는 가느다란 균사(菌 絲)가 쉽고 빠르게 이동하는 것을 모델로 삼아 뱀이 꿈틀 거리듯 보디스(드레스의 상체)를 비단 덩굴손처럼 만들었다. 고유한 문화를 지닌 수많은 공동체와 토착집단들도 버섯에 대한 자기들만의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다. SPUN이 만든 한 영상물을 보면, 버섯에게 노래를 하는 칠레의 마푸체 노인 이야기로 시작한다
(필자 주 : 이 기사는 뉴욕타임스,The miracles beneath your foot라는 기사를 토대로 필자의 의견을 첨부한 것임) 우리의 발밑이라 흔히 간과되는 흙은 생명의 원천이요. 그 속에 살아가는 무수한 미생물 유기체가 생명활동을 하는 곳이다. 그 속에서 혹은 바깥에서 살고 있는 균류(곰팡이류) 또한, 우리들은 힐끔 못 본 척하고 넘어간다. 하지만 버섯처럼 거대한 균사(菌絲, 균류의 본체를 이루는 실 모양의 세포)는 지구의 생명체를 하나로 연결하고 있다. 균류학자인 메를린 셸드레이크는 우리들이 그런 사실을 알 수 있도록 하는데 도움을 주고 싶어 한다. 난치병을 치유하는 물질이나 우리의 식량을 공급하는 생명 줄을 쥐고 있는 우리의 발밑 세계에서는 과연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을까? 흙속의 균류세계가 보낸 인간 특명대사(特命大使) 지난겨울 어느날 저녁. 균류학자이며 베스트셀러인 ‘얼기 설기 얽힌 생명(Entangled Life)’의 저자인 멜를린 셸드레 이크는 외국인들이 경영하는 식당가인 런던 옥스퍼드 스트리트 소호 지역에서 열린 한 행사에 주인공으로 나왔다. 그날 모임은 ‘작가와 예술가들을 포함한 사교 살롱’이라고 해야 좋을 듯 했다. 소설가 에드워
하나 예를 들어보자. 건강검진을 하라는 전화와 우편물이 수시로 오고 있다. 필자는 75살이 되려면 멀었지만 그 나이가 되면 건강검진을 받지 않고 살아가야 한다는 소리를 여러 번 듣고 있다. 왜 그래야 하는지 여기에서는 이 설이 분분해서 굳이 설명하지 않겠다. 아무튼 건강검진을 하라고 전화하고 우편물을 보낸다고 큰 효과가 있을성 싶지 않다. 그러한 통지는 깜박 잊어버렸던 기억을 일깨워주는 효과가 있을지 모르지만 그걸 받아보고 감동할 사람은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같은 건강검진 촉구도 이런 식으 로 바꿔 보면 어떨까? 생명보험 계산표에 따른 여러분의 예상 기대 수명이 얼마나 되는지 알고 계십니까? 보험 통계학자들에 따르면 앞으로 남은 여러분의 기대수명은 80에서 현재 나이를 뺀 수의 3분의 2라고 합니다. (기대수명은 특정 연도의 출생자가 향후 생존 할 것으로 기대되는 평균 생존연수를 의미합니다. 정확하게는 '0세의 기대여명'을 나타내지요. 한국 사람의 기대수명은 1970년 62.3세에서 2021년 83.6세로 약 21년이 늘어났다) 그러니까 지금 여러분이 35세일 경우 80에서 35를 빼면 45세가 되지요. 곧 여러분은 이 수치의 3분의 2인 30년을 더 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