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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최길용 서양화가

세계의 무대를 향해 불혹의 열정을 불태우다!


구불구불한 도로를 타고 얼마나 달렸을까? 강화도의 갯냄새가 코끝을 자극한 지도 꽤나 오랜 시간이 흐른 다음에야 최길용 화가를 만날 수 있었다. 4년 전 강화도에 들어와 그 어디에도 얼굴 한 번 비치지 않고 작품 활동에만 전념한다는 그는 다양한 소재와 도구를 이용한 자유로운 표현으로 창작성을 평가받고 있다.
에디터/김상희


예술인들에게 인생에서 추구하고자 하는 것이 무어냐고 묻는 것은 어쩌면 바보 같은 질문일지도 모른다. 자신들이 추구하는 것들을 하나 둘 작품으로 토해내고 내면세계를 드러내고 있는 이들이 예술인들이기 때문이다. 오늘 만난 최길용 화가는 다양한 표현기법으로 각종 대회에서 여러 번의 상을 받았다. 그럼에도 그는 언론에 얼굴 한 번 비친 적이 없다. 그만큼 꽁꽁 숨어있어야 하는 이유가 있을까? 궁금증이 더해갈 때쯤 그의 작업실에 도착할 수 있었다.
“오시느라 고생했어요. 그래도 너무 좋지 않아요? 저는 4년 전에 여기에 들어왔는데 고향 같아서 참 좋아요. 그냥 마음이 편하다니까요.(웃음)”
너무 자연스러워서 어쩌면 야인 같은 모습의 그가 반가이 인사를 건넨다. 그러고 보니 그의 모습만이 아니라 주변의 환경도 자연그대로의 모습을 유지하고 있다. 따스한 햇살이며 지저귀는 새들의 울음소리가 아직은 이른 겨울과 늦가을의 정취를 동시에 담고 있는 곳이 그가 작품활동을 하는 곳이다. 최대한 자연의 숨결을 느껴 보고픈 마음에 뒤뜰의 잔디밭 가장자리에 자리를 잡고 인터뷰를 시작했다.
“제 작품의 주제는 격입니다. 사이 뜰‘격’이라는 뜻이죠. 집합과 확산을 의미하는데 우리가 알고 있듯이 집합은 모으는 것이잖아요. 반면에 확산은 퍼트리는 것이고요. 제 작품은 사물의 모든 것을 모아서 나누고, 쪼개서 분해시키는 겁니다. 다른 말로 표현하자면 사물이나 모든 것들은 모으고 흩뜨리는 통섭이라 할 수 있죠. 물론 모든 작업이 이렇게 나누고 쪼개서 분해시키는 것만은 아니에요. 사물 위에 사물을 올리고, 또 올리기도 하니까요. 어떤 방식이든 상당히 섬세하고 난이도를 요구해요. 그럼에도 작품 활동을 하다보면 그 세계에 빠져서 행복함을 느낄 때가 많죠. 결국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산다는 건 행복인가 봅니다.(웃음)”
최길용 화가도 젊은 30대에는 페인팅작업을 하면서 아주 강렬한 그림을 그렸다. 그러다가 지금의 스승을 만나고부터 격(隔)이라는 주제로 작품 활동을 하고 있다. 어쩌면 그에게 가장 힘든 시기인 지금, 그는 위대한 스승을 만난 것은 하늘이 준 천운이라고 믿기에 행복한 미소를 짓는다.


섬사람, 서양화가가 되기까지

최길용 화가의 고향은 진도이다. 그것도 우리나라 최남단에 위치한 조도면 명지리가 태어난 곳이다. 자연이 주는 최고의 선물들이 지천에 널려 있었으니 화가로서의 꿈을 키우는 것은 어쩌면 너무나 좋은 곳이었는지 모른다. 그림을 그리는 것이 배고픈 직업이라고 생각했던 때인데도 그의 아버지는 큰 아들과 막내아들인 최화가가 그림을 그리는 것을 허락했다. 그가 어릴 적부터 키우던 꿈을 더 확고하게 만들어준 곳은 고등학교 미술부였다. 그가 다녔던 문태고등학교(목포)는 화가 지망생들이 부푼 꿈을 키우던 곳이었다. 학생들의 열정만큼이나 가르치는 선생님들도 훌륭하신 분들이었다. 미래에 멋진 화가가 되고 싶다는 희망이 영글어 갈 때 첫 번째 좌절이 찾아왔다. 힘든 현실 때문에 대학을 포기해야 하는 거였다.

“결국은 여기까지구나 하는 생각에 견딜 수 없었죠. 하지만 현실이 그런 걸 어쩝니까? 시골생활에서 대학을 보낸다는 것이 어려운데 떼를 쓰면 뭐하고, 울면 뭐하겠어요. 일찌감치 꿈을 접든지 아니면 다른 방도를 찾아봐야 하는 것 밖에는요. 그래서 선택한 것이 독학이었어요. 기초는 어느 정도 배웠으니까 혼자서 하다보면 방법이 나오겠지, 솔직히 이런 맘이었어요. 그런데 쉽지 않더라고요. 더 이상의 그림을 그릴 수 없는 거에요. 이때는 정말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겪었던 좌절보다 더 힘든 좌절의 순간이 아니었나 싶어요. 그래서 일본유학을 결심했어요. 아는 재일교포분이 있었는데 처지를 말했더니 오라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막상 간다고 하니까 돈을 요구하는 겁니다. 제가 돈이 있으면 대학을 갔지 유학을 선택하겠어요. 그래서 이것도 저것도 다 포기하고 말았죠. 세상에 대한 원망도 그림에 대한 아쉬움도 모두 잊어야겠다고 생각한 거에요.”
평생의 직업으로 하고 싶었던 그림을 그만 두고 나서 선택한 그의 직업은 인테리어였다. 그림을 그릴 수 없다면 지금까지 배운 미적 감각을 적용할 수 있는 인테리어를 하면서 대리만족을 하고 싶다는 생각에서였다. 그렇게 8년을 인테리어분야에서 일했다. 그러던 어느 날 그에게 다시 그림을 그릴 기회를 잡을 수 있는 꿈만 같은 소식이 들렸다.
“제가 그림 그리는 것은 그만뒀지만 그림에 대한 열정을 그만둔 게 아니었거든요. 그런데 정말로 제가 존경하는 분이 집을 고친다는 거에요. 정말로 하늘이 준 기회다 싶더라고요. 그래서 수단과방법을 가리지 않고 그 분의 집수리는 내가 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수소문해서 찾아가 제가 집수리를 해드리고 싶다고 했더니 한참을 생각하시더니 그러라고 하더라고요. 그렇게 성심성의껏 집수리를 하면서 여러 번 얼굴을 뵙자 저를 제자로 받아달라고 간청했어요. 처음에는 어이가 없는지 관심조차도 갖지 않더라고요. 그러더니 1년쯤 지나니까 부르시더니 그림을 그릴 맘이 있으면 강화도로 짐 싸가지고 들어오라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그날로 가족들한테 말하고 바로 짐 싸서 여기로 온 거에요. 지금 제가 모시는 스승님이신데 정말로 위대하신 분입니다.”


숨겨진 진주라 극찬

노력하는 자에게 기회가 주어진다고 했던가. 최길용 화가에게 그림을 그릴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은 우연이 아니고 어쩌면 필연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런 과정 속에서 마음속의 응어리가 내면의 깊이가 되어 작품으로 투영되어 관객들의 마음에 흡수되는 것일 터. 아직은 세상 밖으로 나오는 것조차도 조심스러워 하는 그의 작품이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아 끄는 흡입력은 바로 이런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림을 보면서 자신도 모르게 빨려 들어갈 것만 같고 보는 이의 마음을 움직여 발길을 잡아끌게 하는 힘. 그것은 바로 그림 속에 담긴 화가의 마음에서 비롯되고 그가 표현하고자 하는 집합과 확산은 결국, 관객들의 마음을 집합하게 하여 확산시키는 힘이 되고 있었다. 그렇기에 그의 이름 석 자는 그림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과 그림을 그리는 사람들에게 회자되곤 한다. 여러 화가들과 함께 하는 합동전에서 여러 번 수상을 하고도 아직까지 개인전을 한 번도 열지 않은 그를, 언론에서는 숨겨진 진주라며 극찬을 하기도 했지만 정작 본인은 아직은 더 연마해야 한다고 말한다.

“스승님께서는 아직 제가 덜 영글었다고 생각하세요. 그래서 어디에든 노출하는 걸 싫어하시고요. ‘몇 번 상을 받았다고 우쭐되지 마라. 그 정도의 실력으로는 세계 훌륭한 화가들과 겨룰 수 없다.’그러시거든요. 제가 생각해도 아직 제 실력을 세상에 내 놓기에는 멀었어요. 상을 받아서 실력을 어느 정도는 인정받았을지 모르지만 제가 꿈꾸는 그런 실력은 한참이 부족하다고 생각하니까요.”
합동전 외에는 얼굴을 내밀지 않던 그지만 작년 11월 신사동 화인화랑에 동양화를 그리는 형과는 2인 합동전을 열었다. 형과 동생이 여는 동양화와 서양화의 어우러짐이고 할까. 화선지에 그린형의 동양화와 나무판에다 조각을 해서 칼라를 입힌 동생의 조각전은 관객들에게도, 두 형제에게도 의미 있는 전시회였다. 형제가 나란히 작품 활동을 하다보면 때론 동지 같지만 때론 선의의 경쟁자가 된다. 추구하는 작품의 세계는 다를지 모르지만 화가로서 큰 무대의 주인공이 되고픈 동생, 그 동생에게 멋진 형이 되고픈 마음에서라고.

사물 위에 사물을 다시 올리는 복합적인 작업

최길용 화가는 숯가루를 캔버스에 접합시켜서 나누고 쪼개어 칼라를 집어넣어서 작품을 완성한다. 얼마만큼 치밀하게 나누느냐에 따라 그 작품성은 평가된다. 섬세함을 요구하는 작업이다. 거기에 사물위에 사물을 다시 올려서 그 위에 섬세함을 더해 올리는 복합적인 작업은 이 길은 자신이 평생 추구하는 길이라고 생각한다는 그의 강한 마음까지도 흔들 때가 있다. 그만큼 어렵고 힘들다. 그림을 그리다 중단하고 다시 시작한 지 4년. 오직 같은 방식을 고집한다는 그는 난이도를 요구하는 방법이지만 독창성이 없다면 더 큰 무대로 나갈 수 없기 때문에 앞으로 더욱 연마하고 싶다고 말한다.
그의 작품세계는 독창성 있는 기법뿐만 아니라 도구와 소재의다양성도 함께 존재한다. 때론 캔퍼스에, 때론 나무 목판에다 뿌리고, 그리면서 조각하는 그의 작품은 그래서 더욱 깊이를 담고 있다. 모든 작품의 주제가‘격’이지만 다른 방식이 사용되고 있는 것이다. 단지 그림을 그리는 게 아니라 내면을 표현하고 있는 것이다. 그의 특이하고 복합적인 기법 때문에 작업실은 창고나 다를바 없다.

“이 도구들이 다 사용되는 것들이에요. 일반 화가들의 화실과는 다르죠? 나무가 소재가 될 때는 잘라야 하니까 톱도 있고요. 숯가루를 뿌려야 할 때는 이걸 사용해요. 제 손을 보세요. 손톱 밑이 까맣잖아요. 모르는 사람들이 보면 지저분하다고 하겠지만 어쩔 수 없어요. 여기에 있는 게 현재 작업을 하고 있는 작품인데 보기엔 어때요? 작품이라고 생각이 안 들죠? 아마도 붓으로 그림을 그리는 정도로만 생각하고 오신 것 같은데 그럴 때도 있지만 이렇게 한 작품을 여러 가지 복합적인 기법으로 완성시키는 경우도 있어요. 제 작품의 특징이 수만 가지의 표현방식과 큰 것과 작은 것을 하나 하나 맞춰가는 작업이거든요.”
화가에게 그림은 많은 인내를 필요로 한다. 한 때 포기했던 그가 하늘이 준 운을 얻어서 좋은 스승을 만나 다시금 화가의 길을 가게 됐지만 그래도 인내는 필수라고.
그럼에도 아직 이 분야는 배움을 먼저 내세울 정도로 편차가 심하다. 작품성보다 배움이 우선시 되다보니 못 배운 것이 콤플렉스가 되기도 한다는 그는 그래서 더욱 그림에 혼을 넣고 싶단다.

세계무대로 나가 큰 화가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파

최길용 화가의 나이는 올해 49세다. 보통 화가들처럼 정상적인 과정을 밟아왔다면 지금쯤 안정된 화가의 길을 걷는 데 만족하고 있을 나이. 그런 그가 미래를 꿈꾼다?
“저는 앞으로 더 큰 무대로 나가는 게 꿈이에요. 남들은 저보고 나이가 많다고 하는데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요. 배우는데 나이가 어디 있으며 꿈을 펼치는데 조금 늦으면 어때요. 조금 늦게 시작했다는 거 외에 다른 공식은 없는 거죠. 제가 더 큰 무대로 나가고 싶은 것은 서양화가니까 세계무대에 진출해서 큰 화가들과 어깨를 나란히 해보고 싶기 때문이에요. 서양화라는게 우리 동양 사람들이 보는 것과 서양 사람들이 보는 것이 다를지 모르지만 한 틀이거든요. 한류라고 해서 가수들이 외국에 진출하잖아요. 그들이 우리말로 노래를 불러도 관객들이 열광하는 것은 리듬을 공유하기 때문이거든요. 그림도 마찬가지에요. 화가가 그림을 그릴 때 남의 시선을 생각하고 그리는 것이 아니거든요. 마음으로 사물이나 세계를 보고 그리니까 결국은 음악이나 그림이나 같은 맥락이라는 거죠“.
한 때 독학으로 그림을 그리고 싶었던 화가지망생 최길용. 그가 불혹의 나이를 넘긴 지금 세계무대로의 큰 꿈을 꾼다. 이론을 제대로 배운 계산적인 화가들에 비해 자유로운 창작성은 위대한 스승의 표현기법을 그대로 흡수하는 스펀지가 되어 관객들의 마음을 빼앗고 있다. 이런 남편을 조용히 내조하는 아내와 두 아들과 딸은 그에게 있어 생활의 활력소다. 그렇기에 오늘도 그의 손은 하루 종일 쉴 줄은 모른다. 세상의 아무리 좋은 것도 노력하지 않으면 얻을 수 없다는 것을 알기에 늦깎이 화가의 도전은 계속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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