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주식인 ‘쌀’은 다른 어떤 품목과 다르게 시장을 개방하는 문제가 국민 정서상 쉽지 않다. 정부가 최근 중국과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을 앞두고 쌀시장의 전면개방을 전격 단행한 것은 세계적인 흐름상 불가피한 선택이라 하더라도, 정책 추진의 선후로 볼 때 우려스러운 것은 확실하다.
농민들의 반발은 어찌 보면 당연할 것이다. 내년부터 당장 쌀 관세화 도입이 시행되면 수입 자유화로 외국산 쌀로 인해 국내 농업기반이 무너져 논농사 몰락이 불 보듯 뻔하다는 주장이 그것이다. 이에 대해 정부는 쌀시장을 지금처럼 계속 유지할 경우 오히려 의무수입물량이 늘어나 장기적으로 어려움이 점점 커지므로 국가적 불이익이 더 크다는 판단에서 개방의 길을 선택했다는 주장이다.
기습적인 발표가 능사가 되면 안 돼
그러나 정부의 기습적 발표는 바람직하지 못하다는데 이견이 없어 보인다. 물론 농식품부가 당초에는 6월말 쌀시장 전면개방 조치를 발표할 예정이었지만 새로 구성된 하반기 국회에서 관련 공청회 등을 거치기로 하고 여론 수렴을 한 점은 인정된다. 지난 7월 7일과 9일, 그리고 11일에 전국농민회총연맹,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등이 각각 국회에서 쌀 개방(관세화) 관련 공청회를 잇따라 열어 어느 정도 여론을 수용하기는 했으나 지난 7월18일 쌀시장 전면개방 발표는 마치 군사작전 하듯 기습적이어서 농업인 단체들의 반발을 자초하고 말았다.
쌀 시장을 개방하면서 자국의 쌀 산업을 방어하는 방법은 일본이나 대만처럼 높은 관세로 늘어나는 수입을 적절히 막아내는 사례에서 알고 있다. 우리 정부는 지난 20년 동안 쌀에 관세화를 유예하고 정부가 일정 물량을 의무적으로 수입해 왔었다. 그 결과 의무수입량이 꾸준히 늘어나 올해는 40만 9천 톤이나 되며 이는 국내 총 쌀 생산량의 10%에 이른다. 정부의 고민은 또 있다. 국내에서 생산된 쌀로 소비가 충분한데도 수입한 물량이 많다 보니 소비가 용이하지 않아 kg당 1100원 정도의 수입원가에 못 미치는 kg당 300원에 처분하기도 한다. 이렇게 정부는 심각한 재정 낭비를 줄이고 가공용 쌀 소비를 촉진시키는 정책으로 관세화를 택했다는 설명이다. 누구라도 정해진 관세를 부과하고 쌀을 수입할 수 있게 허용했다. 관세를 부과한 쌀은 누구라도 수입 할 수 있다는 의미다.
농민·국민이 정부의 생각을 받아들이도록 하는 것이 선결과제
‘논농사의 몰락을 가져온다’, ‘현재의 의무수입량 보다 적어 질 것’이라는 각각의 주장 중 누구의 말이 설득력 있고 맞는 말인가 이전에 정부의 정책 추진방식은 지적받아야 한다. ‘농자천하지대본(農者天下之大本)’을 뿌리 삼고 이 나라의 주식(主食)을 책임져 온 농민들에게 수학적 계산에서 나온 국가적 이익, 불이익을 설명하는 것에서 의미를 찾으면 되지 않을 것이다.
일부 농업인단체가 관세화 유예를 지속하면서 의무수입량을 늘리지 않는 협상을 해야 한다는 주장을 순진하게 받아들인다 하더라도, 더 큰 국익을 앞세운 정부의 관세화 정책을 꾸준히 설명한 이후 농민들로부터 그나마 다행이라는 인식을 확실하게 심어주고 나서 발표하는 기술적 설득이 정부에게 부족했음을 지적코자 한다.
필리핀의 경우 최근 5년 동안 관세화 유예 연장을 한 대가로 쌀 의무수입량을 2,3배 늘리고 기타 품목에 대해서도 관세 감축을 양보한 사례라든가, 이미 관세화를 시행한 일본과 대만은 10여년 이상 kg당 341엔(3450원)과 45 대만달러(1540원)의 높은 관세로 수입 장벽 역할을 통해 쌀 수입이 거의 없는 상황을 만들고 있는 사례를 국민들에 널리 알림으로써, 정부와 농업인 간의 생각의 차이를 좁히고 불안감을 해소시켜주는 노력을 강화해야 하는 책무가 정부에 있음을 이제부터라도 확실히 다짐해야 할 것이다.
MeCONOMY Magazine August 20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