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와인의 주요 생산국들이 관심을 갖고 예의 주시하는 나라로 평가되고 있다. 수요와 수입량이 많지는 않지만 아시아 진출을 위한 교두보나 평가시장으로서의 중요성을 두고 있는 것이다. 한국의 와인 소비 트랜드는 빠르게 바뀌는 시장으로 주목받고 있다. 성장률은 매년 10%정도이며 소비 경향의 변화로 인해 중요성을 두고 있다.
또한 와인문화가 깊게 정착되어 있음도 알 수 있다. 주요 와인생산국 인사들이 한국을 방문해 레스토랑에서 한국인들이 와인을 시음할 때 와인잔을 스윌링(Swirling)하면서 진지하게 향을 맡고 시음하는 것을 보고 많이들 놀라워하는데, 그만큼 진지하게 와인에 접근하는 것을 보고 한국 와인시장의 미래를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와인수요에 있어서 와인을 일상화하고 있는 나라들에 비교해서는 1인당 소비가 매우 적다. 한국주류사업협회의 자료에 의하면 2009년 기준 소비량은 프랑스 57.2리터, 이탈리아 56.2리터, 스위스 48.1리터이다. 이에 반해 한국은 1리터 미만의 수준이다.
와인이 일상화되어 있는 나라에 비하면 극히 적은 소비량이다. 그러나 위키피디아 자료에 의하면 한국은 전체 알콜 소비량에 있어서는 바티칸, 룩셈부르크, 프랑스, 이탈리아 순으로 세계 13위에 위치하고 있다. 그럼에도 일반적으로 한국인이 즐기는 소주, 맥주를 중심으로 한 소비에 비해 와인에 대한 저변 확대는 아직도 부족한 현실이다.
국내 대형 할인마트의 와인 소비를 보면 한편으로는 놀라울 정도의 결과를 보게 된다. 특히 저렴한 와인을 중심으로 소비가 확산되는 상황이다. 물론 여기에는 대형할인점들이 수요를 기반으로 현지에서 직수입하여 거품을 뺀 수입가격으로 소비확대에 일조한 측면도 간과할 수는 없다.
국내 대표적인 E마트의 경우 이탈리아 ‘모스까토 다스티’ 품종이 상위 6개를 차지하며 최고의 판매와인으로 결과를 남기고 있다. 칠레산 ‘G7 카베르네 소비뇽’은 2위를 차지했다.
칠레산 산페트로사가 생산한 와인으로 골프에서 18홀에 65타수라는 스토리텔링으로 유명해진 ‘1865’와 ‘몬테스 알파’ 와인이 그 뒤를 이어 판매기록을 냈다. 판매 시작 후 5년이 지나 연 100만병 판매고를 올린 ‘G7(메를로, 샤르도네 품종 포함)’은 올해도 100만병 이상 판매를 전망하고 있다. 가격이 6,900원의 저렴한 레드와인의 경우 타닌 함량이 높고 향이 강한 맛으로 품질의 경쟁력을 지니고 있는 와인이다.
현재 국내 와인시장의 환경을 보면 와인을 모르면서도 남들이 즐기고 마시니까 이에 동조하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보다 와인에 대해 깊이 있는 이해와 즐거운 경험과 취미를 위해 와인을 시음하는 사람들도 늘어나고 있다. 또 깊이 있는 지식과 전문성을 갖고 접근하는 호텔관광 분야의 종사자들의 경우 풍부한 식견을 갖고 있다. 소위 ‘와인소믈리에’ 라는 직업으로 호텔과 외식 분야에 종사하는 전문직업인을 말할 수 있다.
한국시장은 유학을 통해서 또는 국내에서 관심을 지닌 마니아 등을 중심으로 한 동호회를 통해 와인에 대한 지식과 관심을 지닌 층이 형성된 것으로 분석된다. 또한 전국의 호텔 외식 관광 관련 전공자의 배출과 주요한 호텔과 외식업체 그리고 관련 산업에서 와인시장의 형성과 수요를 통해 와인관련 종사자들이 확대되어 가는 상황이다.
즉, 직업적으로 와인에 관심을 갖게 되거나 자발적으로 와인을 접하면서 마니아로서의 그룹에 형성된 층이 있다고 보면 될 것이다.
국내의 시장의 수요상황은 세계시장의 흐름과도 일정 부분 동일하게 진행되는 측면이 있다고 판단된다. 초창기의 고가시장이 이제는 ‘밸류와인(Value wine: 가격대비 품질이 우수한 와인)’을 선호하는 추세가 커지고 점차 일반화되어 가고 있다고 본다.
세계시장의 동향을 보더라도 소위 세계 최고의 와인을 말하는 프랑스 보르도 ‘그랑크뤼 클라세’ 와인에 관심이 집중되어 왔다.
해당 와인의 희소성과 명성, 그리고 숙성 가능한 품질력 등이 이러한 와인의 가치와 특성으로 주목받아 왔다. 헤밍웨이가 좋아했던 ‘샤토 마고(Chateau Margaux)’, 강건한 ‘샤토 라투르(Chateau Latour)’, 화가 피카소 등이 레이블을 디자인한 ‘샤토 무통로칠드(Chateau Mouton Rothschild)’, 품질자체가 훌륭한 ‘샤토 라피드로칠드(Chateau Lafite Rothschild)’, 미국 토마스 제퍼슨 대통령이 프랑스 공사시절 아꼈던 ‘샤토 오브리옹(Chteau Haut-Brion)’이 보르도의 특1등급 와인, 즉 최고의 ‘Grand Cru Classe’이다.
벌크와인시장의 확대
현대의 와인시장은 이러한 최고의 와인 외에도 저가의 ‘벌크와인’ 즉 병입되지 않은 대량생산되는 저가의 와인시장에도 관심과 수요가 커지고 있다. 세계의 각 와인평가대회에도 이러한 와인의 흐름이 반영되어 벌크와인에도 관심과 수요가 점증하고 있다.
최근에 이러한 와인대중화와 같은 맥락에서 주목받고 있는 것이 ‘컬트와인’이다. 희소성이 있는, 소량 생산하는 고품질 와인으로 1980년대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시작되어 1990년대 주목받게 된 와인으로 ‘블루칩와인’ 또는 ‘Garage(차고)와인’으로 명명된다. 2000년대 들어서 소규모의 작은 점포라는 의미의 ‘부티크 와이너리’에서 생산된 독특한 개성과 장인정신 그리고 도전정신으로 주목받는 와인이다.
최근에 중국 국가주석 시진핑 방한 때 국빈 만찬장에서 스페인의 ‘도미니오 드 핑구스 PSI 2011’ 레드와인이 서비스 되었다. 12만 원대의 와인으로 80년 이상 된 고목에서 생산된 컬트와인이었다. 또한 2013년 삼성그룹 신경영 20주년 만찬주였던 독일 ‘발타사 레스 모노플 리슬링’은 6만 원대의 화이트 와인으로 최고급 와인 애호가인 이건희 회장이 주관하는 만찬에서 등장한 것은 가격대비 품질이 우수한 밸류와인의 가치를 보여준 선택으로 평가된다. 세계최고의 고가 와인인 보르도 최고의 와인 ‘샤토 라투르’가 김대중 대통령의 방북 때 김정일 위원장과의 정상회담의 만찬주로 쓰였고, 이건희 회장의 전경련 회의에서 선물하여 유명해진 것을 고려하면 와인의 패러다임이 변한 것을 보게 된다.
이제 한국의 소비자들은 와인에 대해 잘 알고 현명한 선택으로 가격이 저렴하면서 품질이 좋은 와인, 숨은 진주를 찾고 있는 것이다.
이미 많은 와인이 국내에 수입되어 소개되고 있으며 많은 선택의 기회도 제공되고 있다. 이러한 환경에서 밸류와인을 고르는 일은 그렇게 어렵지 않은 상황이 되고 있다.
기포가 올라오는 것이 아름답고 모든 음식과 어울리며 식전주와 메인디쉬 그리고 디저트 와인으로도 손색이 없는 프랑스의 샹파뉴지방에서 생산되는 ‘샴페인’과 다른 나라의 스파클링 와인의 수요와 관심도 국내에서는 커지고 있다. 그만큼 와인의 수준도 상승된 상황이다.
한편 우리나라에서는 ‘모스까토 다스티(Moscato d'Asti: 이탈리아 피렌체 지방의 아스티 지역의 열대과일향이 풍부하고 단맛의 약발포성의 모스까토 품종의 와인)’ 같은 맛이 좋고 가격이 좋은 와인이 초보자를 중심으로 인기가 높다.
와인의 장점은 다양한 품종과 특성에 있다. 세상의 수많은 사람들이 성격이 다르고 개성이 다르듯이 와인의 성향도 그러하다. 단맛에서부터 진하고 타닌이 강하며 스파이시하며 피니쉬(프랑스어로는 Caudalie: 잔향을 의미)가 길고 바디감이 무거운 와인을 선호하는 사람들까지 와인의 범위와 폭은 넓고 깊다.
스페인 와인의 약진
최근에는 국내에 수입되는 와인 가운데 스페인 와인의 약진이 돋보인다. 스페인 와인은 가격대비 품질이 높은 구세계 와인으로서 전통적인 품질의 우수성과 강렬한 퍼포먼스를 느낄 수 있다. 현재까지는 미약한 유럽 FTA의 영향력이 향후에는 점차 크게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에 미국와인의 품질과 가격 경쟁력이 한미 FTA의 결과를 통해 반영되고 있다. 제2의 ‘파리의 심판’의 국가로 부각되고 있는 아르헨티나 와인도 밸류와인으로 추천되고 있다. 가격대비 품질의 균일성을 지닌 평균 수령 30년 이상의 고목 와인인 호주와인도 밸류와인으로 손색이 없다고 평가된다.
최근 TV광고를 통해 소개되는 칠레의 ‘디아블로(악마의 셀러)’와인은 중저가의 밸류와인으로 전세계 138개국에 수출되며 미국과 영국에서 칠레와인 판매 1위의 점유율을 보이고 있다.
와인소비의 주요국에서도 저렴하며 품질이 좋은 와인에 대한 선호도의 결과로 판단된다. 한편 국내의 와인산지를 보면 순수하게 우리나라의 포도로 와인을 생산하는 곳들이 있다.
경기도 대부도의 ‘그랑꼬토’ 와인, 충북 영동의 ‘와인코리아’ 그리고 경북 영천의 와인산지 등이 ‘캠밸어얼리’를 중심으로 포도주를 생산하고 있다. 장인정신과 포도산지 결합의 산물로 양조용 포도가 아닌 식용포도 재배의 환경에서 쉽지 않은 노력의 결과물로 이뤄낸 것들이다.
여름철의 집중적인 많은 비와 온대 및 아열대성 기후의 영향으로 포도재배가 적합하지 않은 우리나라에서 열정과 투철한 의지로 와인을 생산하고 있는 것이다. 이곳들을 방문하여 우리나라 와인의 현실과 성과물을 보는 것도 참으로 유익한 여행이 되지 않을까 생각되어 추천하고 싶다.
와인수요의 증가와 빠르게 변화하는 트랜드를 갖고 세계시장에서 주목받는 틈새시장으로서의 한국의 위상의 증가와 와인마니아의 증가, 그리고 성장하는 시장의 수요가 향후 지속적으로 이뤄지고, 와인의 대중화와 가격하락, 기회제공의 증가로 인한 와인소비의 일상화가 정착될 것으로 예측된다.
와인은 6천~7천년의 역사의 산물이다. 사계절이 지나며 자연환경의 변화 등 무수한 인고의 시간을 겪으며 사람들의 땀의 결실을 통해 생산된 와인의 가치를 인식하게 된다면, 너무도 소중하고 귀한 친구를 만난 것처럼 반갑고 즐거우며 감사하는 마음으로 와인을 접하게 될 것이다. 새로운 세상을 조우하는 것처럼 말이다.
고종원 연성대학교(구 안양과학대학) 호텔관광과 교수
MeCONOMY Magazine August 20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