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샐러드볼 사회 우리의 이웃 다문화 가정


<M이코노미 이홍빈 기자> 2006년 시작된 다문화 정책이 올해로 벌써 10년이 지났다. 국내 다문화가정은 2015년 말 기준 278천여 가구로 대한민국 전체 가구의 1.3%에 달한다. 국내에 체류하는 외국인도 지난 6월 말 기준 200만 명을 넘어서면서 전체 인구의 3.9%로 수준으로 뛰어올랐다. 이제 길을 걷다 마주치는 사람 100명 가운데 4명은 외국인이 되었다. 강산도 변한다는 10, 대한민국의 다문화 정책을 진단해 본다.


샐러드볼 사회(Salad Bowl Society)란 다문화 사회를 뜻하는 말로써 다양한 문화가 샐러드의 여러 재료처럼 각각의 독특한 특징을 잃지 않 은 채 조화되어있는 사회를 의미한다. 샐러드볼 사회 이전에는 멜팅 팟(Melting Pot) , ‘인종의 용광 로라는 단어를 사용했다. 멜팅 팟은 소수가 다수에 녹아 자연스레 흡수되는 사회를 말한다. 하지만 이 제는 개인이 가진 고유의 특성을 버리지 않고 함께 어울려 살아가는 조금 더 진보한 시대에 우리는 존재하고 있다.


뼛속까지 한국인

가수 방대한


방송인 겸 가수로 활동 중인 방대한 씨는 올해로 한국에 온지 20년이 된다. 한국인들이 열심히 살아가는 모습에 반해 자신도 한국인처럼 살고 싶은 마음에 무턱대고 비행기에 몸을 실은 그는 뼛속 깊이 한국인이다. 1996년 처음 한국 땅을 밟은 방대한 씨는 한국이라는 사회에 커다란 동경을 가지고 있었다고 했다. 한국말도 모르고 한국의 문화도 몰랐지만 그는 한국행 비행기 티켓을 끊었다. 하지만 동남아 출신의 피부가 검은 외국인에게 1996년 당시 한국인들 은 호의적이지 않았다. 오히려 싸늘한 시선과 냉대 로 그를 대했다. 방대한 씨는 예전에 비하면 지금은 굉장히 좋아졌습니다라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지금은 너무나 자연스럽고 당연한 한국어 교육, 문 화 체험 등 외국인을 위한 교육이 과거에는 거의 전무하다시피 했다. 그리고 사람들의 차가운 시선과 냉대 속에서 방대한 씨는 많이 아파야 했다. 하지만 이런 그가 용기를 잃지 않고 지금까지 버틸 수 있었던 데는 한 명의 한국인이 있었기 때문이다. 바로 박천응 목사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박 목사는 이주 민사업 1세대로서 안산 지역에서 외국인을 위한 복지정책과 봉사활동을 해온 인물이다. 방대한씨는 박천응 목사님이 있어서 지금의 내가 존재한다며 박 목사에 대한 깊은 존경을 표했다.


일부 한국인의 싸늘한 시선 속에서도 박 목사의 따뜻한 도움을 받으며 한국사회에서 살아온 방대한 씨는 마침내 2010년 한국 국적을 취득했다. 그리고 그의 부모형제·친구들이 살고 있는 모국의 국적은 포기했다. 그러나 방대한 씨는 가끔 가족과 친구를 만나기 위해 방글라데시를 찾아가는데 가족을 만나 기쁘면서도 금새 한국이 그리워져서 돌아오는 비행기만 애타게 기다리기도 한다며 머쓱해했다. 그는 한국에서 20년 동안 살아오면서 강산이 두 번이나 변하는 걸 봤습니다라며 피부색만 조금 다를 뿐이지 속은 토종 한국산입니다라면서 웃어 보였다. 힘들고 어려운 시절을 견뎌 내야했지만 그는 한국 사회에 항상 고마운 마음뿐이다. “지치고 힘들 때도 있었지만 한국에는 박천응 목사님을 비롯해 마음씨 좋은 한국인들이 많아서 버틸 수 있었다고 전했다.


하지만 이런 그에게도 최근 들어 하나 둘 걱정이 생기기 시작했다. 바로 자신의 아내와 아이 때문이다. 한국 국적을 취득한 이후 자신의 모국인 방글라데시 여성과 결혼하게 된 방대한 씨는 졸지에 국제결혼을 하는 신세가 되어 버렸다. 하지만 국제결혼의 복잡한 절차보다 그는 자신의 사랑스런 아이가 걱정이다.


얼마 전 아내와 아이가 잠시 한국에 머물다 갔습니다. 가족들과 행복한 시간을 보내며 즐거웠습니다. 하지만 기쁘기 보다는 아이에 대한 걱정이 앞섭니다.”


방대한 씨는 여느 가족처럼 마트에서 장을 보고 있었다고 한다. 그 때 자신의 아이 또래인 한국인 아 이들이 자신의 아이를 향해 보이는 상반된 반응을 본 뒤 마음이 무거워졌다. 자신의 아이를 보고 한 아이가 우리 친구다라며 다가오자, 옆에 있던 다른 아이가 가지 마 외국인이야라며 자신의 아이에게 다가오던 아이를 막았다는 것이다. 마트에서 있었던 일 이후로 방대한 씨는 한국 국적을 가졌지만 피부색이 다르다는 이유로 우리 아 이가 받을 상처들에 대해 벌써부터 걱정이 됩니다라며 무거운 마음을 털어놨다.


방대한 씨는 한국인으로서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한 나날을 살아가고 있지만 한 가지 바라는 점이 있습니다. 우리 대한민국에는 다양한 유색인종이 함께 살아가고 있습니다. 피부색이 조금 다르고 말이 서툴지 몰라도 모두가 대한민국을 사랑하는 사람들 입니다라며 모두가 함께 공감하고 소통하면서 마음을 열고 공감하면 대한민국이 더욱 따뜻한 나라가 될 수 있지 않겠냐고 말했다.




다문화 정책 10년의 역사, 다누리(Danuri)


지난 5월 서울 도심 한가운데에서 아름다운 화합의 선율이 흘러나왔다. 여성가족부가 주최한 다문화 가족과 함께하는 봄·만남·어울림 음악회에서 아름다운 피아노 연주와 합창 등 갖가지 퍼포먼스가 펼쳐졌기 때문이다. 어울림 음악회에는 한국·몽골·중국·필리핀 출신 단원으로 구성된 문화예술단 몽땅 (Montant)’의 합창이 울려 퍼졌고, 결혼이주여성으로 구성된 공연단의 난타 무대도 펼쳐졌다. 이날 행사에는 다문화 가족 외에도 점심시간을 이용해 행사장을 방문한 직장인들과 아름다운 선율에 이끌려 발걸음을 옮긴 관광객도 많았다. 이제 이 같은 다문화 가족과 함께 하고 즐기는 행사는 전국 각지에서 손쉽게 볼 수 있다.


여성가족부가 운영하는 다문화가족지원센터는 전국 217개 지점이 있다. 다문화가족지원센터에서는 한국어 회화 수업과 한국 생활 가이드북을 통해 한국 적응지원을 하고 있다. 또한 결혼이민자를 위한 취업지원사업도 하고 있으며, 여성새로일하기센터에서는 육아와 가사 등으로 경력이 단절된 여성의 직업상담과 직업교육훈련, 인턴십 등을 통해 도움을 주고 있다. 생활과 의료 지원도 하고 있다. 생활이 힘든 다문화 가정에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로 도움을 주고, 주택이 없는 경우 특별 공동주택을 공급하는 등 생활지원을 하고 있다. 또한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받을 수 있는 건강보험제도를 활용할 수 있고, 자녀 양육을 위한 서비스도 받을 수 있다.


여성가족부 다문화가족정책과 관계자는 “2006년 에 다문화 가족 사업이 시작한 이후 다양한 사업 이 진행되고 있으며, 총리와 12개 부처 장관이 참여 하고 전문가들과 실제 다문화가정도 민간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는 다문화가정 정책 위원회1년에 2회 가량 열려 다문화 가정에 도움을 주기 위한 정책 을 만들고 검토하고 있다고 알렸다. 이어 그동안 여성가족부가 진행해 온 다문화 가족 서비스가 정착지원 서비스에 대부분 초점이 맞춰져 있었으나, 10년이 지난 지금은 자녀교육이라는 측면에 포커스를 맞춰 지원하려 한다고 말했다.

 

여성가족부 다문화가족지원과 관계자도 상담전화 채널을 통해 긴급 상담이나 문화적 차이에서 발생하는 각종 문제들에 대해서도 상담을 진행하고 있다. 또 그들이 힘들어 하는 문제에 대해 같이 고민 하고 구체적인 도움이 필요할 경우 이에 전문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기관과 연계도 해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문화인들과 너무 먼 정책

 

하지만 지난 825일 김종민 의원이 주최한 다문화가족과 이민정책 : 결혼이민자 가족 취업지원방 안 모색토론회에 참석한 실제 다문화 가정은 현재 정책이 불합리 하고 제대로 실행되고 있지 못하다고 이야기 했다.

    

전국다문화협동조합 조직운영위원장이자 실제 다 문화 가정의 가장인 김영섭 씨는 현재 다문화 가 정에 펼쳐지는 다문화 정책은 탁상공론이라며 강력하게 비판했다. 그는 다문화 가정에 정부가 다양한 지원을 하고 있는 것이 사실 이지만 언제까지 대한민국이 모든 다문화 가정을 뒷바라지 하면서 먹여 살릴 수 있을지 의문이다. 어려운 가정을 돕던 10년 전 상황에서 한 발자국도 못나갔다. 이제는 물고기를 잡아 줄 때가 아니라 물고기를 잡는 방법을 알려줄 때다며 이들이 스스로 일어설 수 있는 정책으로의 수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이제는 여가부가 아니라 이민청이나 다문 화청 같은 컨트롤타워를 만들어 실제 다문화가정의 목소리를 듣는 일이 필요하다. 그리고 다문화가 정과 지역적 특수성을 고려한 맞춤형 교육과 실제 현장에서 도움을 줄 수 있는 제도가 뒷받침 돼야 한다10년 뒤를 바라보는 미래지향적 정책으로 글로벌시대 세계인을 양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충남다문화가정협회 보령시지회 최미자 지회장도 목소리를 냈다. 최 지회장은 한국에 온지 16년이 지났다. 그 동안 많은 활동을 하며 실제 다문화 가정을 위한 정책을 같이 하자고 지자체에 협조를 구했지만 지자체는 들은 둥 마는 둥 해왔다. 지자체는 문제없이 정책이 잘 시행되고 있는지 정책이 얼마만큼 진행됐는지에만 관심 있을 뿐, 실제 다문화 가정 주민들이 생각하고 느끼는 바는 신경도 쓰지 않는다며 다문화 가정 정책을 시행하는데 있어 지자체 의식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부는 갖가지 일자리 창출을 이야기 하는데 당사자들에게는 전혀 와 닿지 않는다. 과거에는 한국인의 시선에서 정책이 만들어졌다면 이제는 당사자들인 우리의 목소리를 담은 정책이 만들어져야 한다. 그리고 다문화 가정에 대한 올바른 개념을 알리는데 많은 투자를 해줬으면 한다. 다문화 가정 사람들이 그저 못사는 사람 배려 받아야 할 사람이 아니라 함께 살아갈 이웃, 친구로 봐줬으면 한다고 토로했다.

 

충남다문화가정협회 논산시지회 백화현 회장도 다문화 가정에 대한 제도적 문제가 많다다문화 가족의 외가 친척들이 왜 한국을 자유로이 오갈 수 없는지 궁금하다. 말로만 다문화 가정 아이들이 제대로 된 교육을 받기 원한다고 하지 말고, 우리 아이들도 다른 한국 아이들처럼 사회적 인성을 기를 수 있도록 제도구축을 촉구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토론회를 주최한 김종민 의원은 오늘 토론회를 통해 앞으로 우리 다문화 가정이 처해있는 실제 상황을 제대로 알 수 있는 좋은 자리였다. 다문화 가정을 이웃이 아니라 외국인 노동자로 바라보는 시각이 계속된다면 감정의 골이 깊어져 심각한 갈등을 일으킬 수도 있겠다여러 관점에서 문제를 바라보고 정말로 다문화 가정이 원하는 바가 무엇인지 경청해, 사회통합을 이뤄 모두가 함께 머리를 맞대고 고민하면서 우리 사회의 과제들을 하나씩  풀어나갔으면 한다고 전했다.

 

따뜻한 한마음 교육봉사단


실제 다문화 가정들은 정부의 다문화 정책이 여전히 미흡하다고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다문 화 가족 대부분이 아이들과 결혼이주민 여성들의 교육에 대한 열망이 매우 컸다. 김영섭 조직운영위 원장은 다문화 가정의 교육은 기존 패러다임을 깨는 정책이 필요하다현재 대전·충남 지역에서는 다문화 가정 아이들과 어머니들을 직접 가르치며 꼭 필요한 교육을 해주고 있는 한마음 교육봉사단이 있다고 전했다.

 

한마음 교육봉사단은 전국의 모든 소외계층 자녀를 위한 교육을 하고 있는 곳으로 2014년 카이스트 최병규 명예교수가 설립한 교육봉사단체다.

 

최병규 명예교수는 대부분의 다문화자녀들은 맞벌이를 하는 가정의 특성상 초등학교 시절 엄마의 가정학습지도를 제대로 받지 못하고, 지속적인 보충학습과 입시지도를 받을 기회도 없으며, 그들의 고민을 토로하고 조언을 구할 형제도 없다특히, 엄마의 가정학습 지도력 부재가 해소되지 않는 한 다문화 가정 자녀교육의 미래는 불투명하다 는 것이 교육자들의 일관된 의견이라며 한마음 교육봉사단의 설립 취지를 설명했다. 이어 우리 교육봉사단은 엄마들의 초등학생자녀 가정학습지도 및 교육 역량을 높여주기 위한 다문화엄마학교 사업을 우선 추진하고, 아울러 중·고교 다문화학생의 수학능력과 자립의지 제고를 위해 다문화자녀학교 사업 그리고 우수 대학생들이 친형제처럼 고민을 들어주고 조언을 제공하는 의형제 멘토사업, 검정고시학교 사업 등을 추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최병규 명예교수가 이렇게 다문화 가정을 위한 교육에 매진하는데도 이유가 있었다. 그도 어린 시절 어려운 가정형편 속에서 힘들게 공부했고 어렵게 떠난 미국 유학생활에서도 이방인으로서 힘들었던 경험이 있었기에 한국사회에서 자신과 비슷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정을 그저 지나칠 수 없었던 것이 다. 현재 100% 후원으로 운영되는 한마음 교육봉사단은 최병규 명예교수 외에도 교육부장관을 지 낸 김도연 교수, 서울대 김장주 교수, 카이스트 김정회 교수, 김애영 대전외고 교장, 이랜드서비스의 이인석 대표, 미담장학회의 장능인 대표 등이 함께 하 고 있다.

 

최병규 명예교수는 세계 최고의 경영학자이자 미래학자인 Peter Drucker도 그의 저서 미래경영에 서 이러한 사회적 문제는 국가가 해결해 준적이 없고 해결할 수도 없다고 말하고 있다전국의 모든 소외계층 자녀를 위한 교육봉사로 확대될 수 있도록 많은 관심과 격려를 바란다고 전했다. 게다가 지난 719일 여성가족부 다문화가족정책과에서 담당자가 찾아와 많은 이야기를 나누며 한마음 교육봉사단의 취지와 긍정적 효과를 높이 샀다며, 앞으로 정부의 지원이 생기면 더욱 많은 소외가정에 도움을 줄 수 있겠다고 기뻐했다.

 


함께 어울려 사는 삶

 

외국인과 함께 살아가는 사회를 상상해 본적이 있는가? 과거에는 상상도 하기 힘들었던 미래다. 예전 에는 길을 걷다가 금발의 외국인이나 피부가 검은 외국인을 보면 마치 처음 보는 동물을 보듯 신기해 하며 흘끔흘끔 쳐다보면서도, 혹여나 말을 걸면 어쩌나 라는 걱정을 하며 혼자 마음 졸였던 기억이 있다. 하지만 이제는 출근 길 사람들로 빼곡한 지하철 플랫폼에서도, 점심시간 자주 가는 백반 집에서도, 그리고 하루를 마치며 소주 한잔을 걸치러 들어간 술집에서도 손쉽게 외국인을 만날 수 있다.

 

대한민국에서 다문화 정책이 시행 된지 벌써 10년 이 지났다. 다문화 가정을 위한 교육의 기회가 늘어나고 과거와는 달리 이들을 바라보는 시선도 많이 개선됐다. 하지만 몇몇 지자체의 비협조적인 태도 와 조금은 구태의연한 여성가족부의 다문화 정책 은 빠른 시일 내 개선이 필요해 보인다. 다문화 정책의 궁극적 실현은 정부의 완벽한 정책에서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최병규 교수와 박천응 목사와 같이 마음을 열고 행동으로 실천하는 사람들이 우리 사회에 늘어날 때가 바로 완성이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MeCONOMY magazine September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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