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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지방(FAT)을 먹으면 뚱뚱(FAT)해진다?! 포화지방과 콜레스테롤의 반격


<M이코노미 이홍빈 기자> 얼마 전 까지만 하더라도 ‘우리 몸을 망가뜨리는 영양소는 무엇일까요?’라는 질문에 사람들은 ‘지방입니다. 특히 포화지방산은 건강에 해롭습니다’라는 대답을 정답이라 생각했다. 이유인 즉, 포화지방을 과다 섭취할 시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아져 동맥경화나, 협심증, 뇌졸중 등 여러 가지 혈액순환기 장애가 올 수 있다고 배워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요즘 마트를 가면 포화지방의 대명사인 버터나 치즈는 구경하기 힘들 정도로 잘 팔리고, 삼겹살은 때 아닌 호황을 맞고 있다. 지방과 콜레스테롤이 심장병의 근원이라는 주장이 나온 지반세기만에 포화지방과 콜레스테롤의 반격이 시작된 것이다. 


지난 9월 MBC 스페셜에서 ‘지방의 누명’을 방영한 이후 우리 사회에서 통용되던 필수 영양소에 대한 기존 상식이 무너져 내렸다. 비만과 각종 질병의 주원인 이라고 알려져 있던 지방이 비만과 질병의 주원인이 아니었다는 주장과 이를 뒷받침하는 연구 결과들이 우후죽순 쏟아졌기 때문이다. MBC ‘지방의 누명’ 방송에서 고지방식단 실험 대상에 오른 사람들은 오히려 건강식이라 불리던 저지방식 대신 고지방식을 먹으며 건강하게 살을 뺐다고 말했다. 방송이 나가고 난 뒤 많은 사람들은 혼란에 빠졌고, 각종 매스컴을 통해 지방과 콜레스테롤이 재조명되기 시작했다.


LCHF(Low Carb High Fat)
저탄수화물 고지방 식이요법의 유행


MBC 다큐스페셜 ‘지방의 누명’이 방송된 후 대한민국은 저탄수화물 고지방 식이요법 이른바 LCHF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이 식단의 핵심은 간단하다. 전체 열량을 유지하되 탄수화물이 들어간 음식은 줄이고 지방이 들어간 음식은 늘리자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3대 영양소 중 하나인 지방에 대해서만 유달리 부정적 인식을 가지고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몸에 쌓이는 지방과 섭취하는 지방을 동일시하기 때문에 생겨난 일이다. 이 때문에 체지방을 줄이기 위해 지방을 섭취하지 않는 경우도 있는데, 지방을 전혀 섭취하지 않으면 체내 지방이 분해될 것이라는 생각에 근거한다. 하지만 다이어트를 할 때도 지방은 꾸준히 섭취해야 한다. 인체를 정상적으로 유지하기 위해 없어서는 안 될 필수 영양소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LCHF의 원리는 무엇일까.  LCHF는 기본적으로 인슐린과 인슐린 저항성에 초점을 맞춘 식이요법이다. 인슐린은 혈액 속 포도당의 양을 일정하게 유지시키는 역할을 한다. 혈당량이 높아지면 췌장에서 인슐린이 분비되어 혈액 내 포도당을 간과 근육에 글리코겐의 형태로 저장한다. 하지만 글리코겐으로 저장할 수 있는 양보다 포도당이 과하게 많을 시 우리 인체는 포도당을 글리코겐이 아닌 지방으로 저장을 한다. 바로 여기에서 비만화가 진행되는 것이다. 그리고 비만의 기전으로 여러 가지가 꼽히지만 인슐린 저항성 역시 비만의 주된 원인으로 거론된다.


인슐린 저항성이 높아 인슐린 농도가 높게 유지되면 섭취하는 대부분의 영양소가 체지방으로 누적되는 경향이 높아진다. 즉 조금만 먹어도 살이 찌는 체질이 되는 것이다. 한편 LCHF를 지지하는 학자들 가운데에는 이러한 인슐린 저항성의 근본적 원인을 상습적인 탄수화물 섭취와 그로 인한 상습적 혈당 증가로 보는 경우가 있다. 그리고 인슐린 저항성을 치료하기 위해서는 저탄수화물 식이요법을 써야한다는 입장이다.


건세바이오텍 정명일 대표도 LCHF를 지지하는 대표적인 학자 중 한명이다. 정명일 대표는 건강 균형식의 패러다임을 바꾸기 위해서는 저지방식에서 고지방식으로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그는 “미국이나 유럽의 경우 총 칼로리 섭취 대비 지방이 35% 수준이지만 한국을 비롯한 동양은 10~30% 수준밖에 되지 않는다”며 탄수화물이 주가 되는 현재 식단을 건강 균형식이라고 말하는 것부터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정 대표는 또 “2000년 초반부터 시작된 저지방식에 대한 역학 조사 결과 비만의 주범은 탄수화물로 나왔고, 임상연구결과도 고지방식이 저지방식에 비해 신체에 매우 유익하다는 결과가 확인됐다. 그리고 2008년 미국 뉴저지 의학저널은 건강식이라 불리는 지중해식 식사(탄수화물45%, 지방33%)보다 고지방식 식사(탄수화물40%, 지방40%)가 체중변화와 다이어트에 더욱 효과적이라고 기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인간의 적 포화지방과 콜레스테롤?


기존의 상식을 깨트리는 LCHF식이요법이 인기를 얻으며 마트에서 버터나 치즈를 구경하기 힘들 정도로 포화지방 제품은 인기 품목으로 자리 잡았고, 삼겹살도 때 아닌 호황을 누리고 있다. 그렇다면 포화지방과 콜레스테롤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자리잡기 시작한 것은 언제부터였을까?


포화지방과 콜레스테롤에 대한 오해가 굳어진 배경은 1910년 독일에서부터 시작된다. 독일의 화학자였던 아돌프 빈다우스(Adolph Windaus)는 사람의 대동맥에 있는 플레이크 속에 콜레스테롤이 매우 높은 농도로 축적되어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어 1913년 러시아의 니콜라이 아니츠코프(Nikolai Anichkov)가 토끼에게 혈청 콜레스테롤을 먹이는 실험을 통해 콜레스테롤이 토끼의 혈관을 막는다는 것을 관찰했다. 그리고 마침내 1953년, 미국의 생리학자 안셀 키스(Ancel Keys)박사가 콜레스테롤과 포화지방이 비만과 심혈관질환의 주범이 라는 ‘지질가설’을 발표하며 포화지방과 콜레스테롤에 대한 대중인식의 변화를 가져왔다.


그는 지질 가설을 통해 “포화지방을 많이 섭취하면 혈중 LDL 콜레스테롤이 증가하면서 동맥이 막히고 심혈관질환에 걸릴 확률이 높아진다”고 주장했다. 또 육류와 달걀 등 동물성 지방을 최소한으로 섭취하고 식물성 지방과 탄수화물로 대신 열량을 보충하는 것이 심장병을 예방하고 건강을 지킬 수 있는 식단이라고 강조했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안셀 키스는 그의 논문(Atherosclerosis: A problem in newer public health)을 통해 포화지방을 적게 섭취하는 일본에서는 심혈관질환에 의한 사망률이 낮고, 반대로 포화지방 섭취가 많은 미국에서는 심혈관질환 사망률이 높다는 7개국 연구 그래프를 발표하며 타임지의 표지도 장식했고, 콜레스테롤과 심혈관질환이 매우 높은 연관성을 가지고 있다고 증명해보였다.


안셀 키스의 7개국 연구 논문이 발표되자 콜레스테롤은 말 그대로 건강을 위협하는 악의 축으로 낙인찍혔다.


그리고 콜레스테롤에 대한 각종 오해가 생겨났다. 당시 많은 의사들과 영양학자들은 “콜레스테롤 레벨이 높으면 관상동맥질환과 같은 심장병이 발생해 일찍 사망하는 원인이 되며, 콜레스테롤은 심장발작을 일으키는 결정적 요인이 된다”고 입을 모았다.


또한 “포화지방을 섭취할수록 콜레스테롤 레벨이 올라가기 때문에 포화지방 섭취를 최대한 피해야하고, 고지혈증 약을 복용하면 심장병을 예방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반세기를 이어온 안셀 키스의 콜레스테롤 무용론은 21세기에 들어서면서 그 위용을 잃어갔다.


의료연구를 평가하는 국제단체인 코크레인 컬레버레이션(Cochrane Collaboration) 과학자들이 콜레스테롤을 낮춘 다이어트에 대한 과학적 문헌을 대대적으로 분석했고, 당시 1만8천여명의 과학자들의 선별 과정을 통과한 27개의 논문을 조사했다. 당시 논문들은 지방섭취량과 심장질환발생률이 정비례한다는 결론을 내리고 있었지만 코크레인 과학자들이 실제 논문에 공개된 데이터를 재분석한 결과 포화지방 섭취량과 심장질환 사이에는 연관성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후에도 논문 검토는 이어졌고, 식이 포화지방과 심장병, 뇌졸중 사이의 관련성을 관찰 연구한 21개 논문을 분석한 결과 에서도 포화지방 섭취를 많이 한 사람들에게서 심혈관질환의 발생은 없었으며, 심혈관질환과 포화 지방사이의 관련성도 찾아낼 수 없었다.


오히려 ‘포화지방과 뇌졸중은 반비례 관계’, ‘포화지방은 LDL 패턴을 유리하게 바꾼다’와 같은 연구 결과가 나오면서 포화지방에 대한 학계 분위기도 다른 기류를 보이기 시작했다.


콜레스테롤과 포화지방 두려워 말자


‘건강한 지방을 먹자’, ‘콜레스테롤과 포화지방에 대한 오해풀기’의 저자인 정윤섭 박사는 안셀 키스 박사의 논문은 조작됐다고 지적했다. 정윤섭 박사는 “안셀 키스가 발표한 논문의 7개국 그래프를 보면 심혈관질환과 콜레스테롤이 정비례 하는 것처럼 나타나지만, 실제 안셀 키스의 논문 기획은 22개국을 기준으로 조사했다. 22개국 사이에서 포화지방과 심혈관질환의 연관성을 찾지 못하자 그 중 7개 국가를 임의로 선정해 그럴듯해 보이는 논문일 뿐 이며 엄연한 연구 조작”이라고 비판했다.



정윤섭 박사는 “콜레스테롤과 심장병 사이에 인과관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심장발작을 일으킨 환자의 절반 정도에서 콜레스테롤 레벨이 정상 범위에 속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콜레스테롤 레벨이 정상이더라도 심혈관질환이 일어난다는 말이다. 또한 혈중 콜레스테롤 레벨이 높은 사람이라도 관상동맥조영술 상에서 절반 정도는 정상적인 혈관 소견을 보이고 있는 사실도 드러났다.


이런 그의 주장은 해외 연구 사례를 통해서도 확인됐다. 일명 이세하라 연구로 불리는 콜레스테롤과 사망률에 대한 일본 연구진들의 연구에서 LDL 콜레스테롤 레벨이 가장 낮은 그룹에서 사망률이 제일 높게 나타나며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을 때(240mg/dL)보다 낮을 때(160mg/dL) 더 위험한 것으로 결과가 나타났다. 아울러 노르웨이에서도 콜레스테롤 레벨이 270mg/dL 이상인 그룹에서 183mg/dL 이하인 그룹에 비해 28%가량 사망률이
더 낮게 나왔다.


이와 함께 정윤섭 박사는 “오히려 콜레스테롤은 혈관의 염증과 파열을 막기 위해 우리 몸에서 보내는 구조대 같은 역할인데, 단순히 관상동맥 속 플레이크에 콜레스테롤이 많다는 이유로 콜레스테롤이 심혈관질환의 원인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불을 끄기 위해 화마 속으로 뛰어들어 목숨을 내놓는 소방관들에게 ‘당신이 불을 낸 범인이야’라고 말하는 꼴이다”면서 “콜레스테롤은 특정 질환과 특별한 관계를 나타내는 특수성 인자가 아니라, 우리 몸속 환경의 변화를 대변하는 보편성 인자”라고 대변했다.


하지만 여전히 LDL콜레스테롤 수치가 심장병과 관련이 있자는 주장을 펼치는 의학계의 입장에 대해 정 박사는 “일부 연구에서 LDL 콜레스테롤 레벨이 높은 남성 그룹이 심장병으로 인한 사망률이 높게 나오긴 하지만, 여성의 경우에는 LDL 레벨이 높을수록 사망률이 더 낮고 레벨이 낮을수록 사망률이 높게 나온다.


그리고 LDL은 엄밀히 말해 지단백이지 콜레스테롤이 아니다”라며 기존 입장을 고수하는 의학계의 주장에 ‘지단백이 심장병과 관련이 있다’고 받아쳤다. 아울러 정 박사는 “이들이 콜레스테롤과 심장병 가설을 번복하지 않고 우기는 이유에는 고지혈증 약을 계속 처방할 근거를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면서 의학계와 제약회사와의 유착관계에 대한 의혹을 제기했다.


식(食) = 사람 인(人) + 좋을 량(良)


중앙대학교 식품공학부 하상도 교수는 고지방 저탄수화물 다이어트 신드롬을 두고 “사람들은 건강에 문제가 생기면 자신의 식습관과 생활습관은 생각지 않고 모든 원인을 죄다 음식에다 돌린다”며 음식은 죄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고기, 계란, 우유, 밀가루, 패스트푸드, 탄산음료, 설탕, 소금, 첨가물 등 누가 일부러 먹인 게 아니라 자신이 선택해서 먹은 것인데도 ‘음식이 나빠 그렇다’며 음식을 만들어 파는 사람에게 죄를 뒤집어 씌운다”며 유달리 식품에만 사람들이 화풀이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모든 음식은 양면적이다. 어떤 음식도 예외가 없다. 약점을 후벼 파 해코지를 하려 한다면 모든 음식을 악(惡)으로, 독(毒)으로 만들 수가 있다”며 고지방식이냐 저지방식이냐를 논한 것이 아니라 기본적인 식사량을 줄이고, 소모 칼로리를 늘여 체내 총 잉여 칼로리를 줄이는 방향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선을 그었다.


아울러 “음식이 건강을 해치는 원인은 복합적이다. 비만이나 건강을 잃은 원인을 식품 자체에만 돌릴 것이 아니라, 편식, 과식, 폭식, 야식, 운동부족 등 생활 속 나쁜 습관에 있는 것이 아닌지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고, 절제된 식습관과 생활습관을 지키도록 노력하기를 당부하고 싶다”라며 다시 한 번 음식은 죄가 없다고 강조했다.




연구는 다시 원점, 최종 목표는 국민 건강


포화지방과 콜레스테롤에 대한 최신 연구 결과가 발표되면서 포화지방과 콜레스테롤의 오해가 반세기만에 벗겨지고 있다. 3대 영양소임에도 불구하고 찬밥신세였던 지방은 이제야 그 권위를 되찾는 분위기다. 하지만 도리어 탄수화물에 사람들의 분노가 돌아가지 않을까 걱정된다. 서울대학교 농생명공학부 최윤재 교수는 “이제야 원점으로 돌아왔다”며 “이제는 국민 건강을 위한 연구가 필요한 때”라고 설명했다.


최윤재 교수는 “고지방식이나 저지방식에 대한 연구는 지속되고 있지만 실제로 우리가 어떤 비율로 얼마만큼 섭취해야 하는지에 대한 연구는 거의 안 되어 있다”며 “언론 보도 한 번으로 반짝 유행하고 말 것이 아니라, 구체적인 시스템 구축이 절실하다”면서 최종적으로는 소비자인 국민 건강을 위한 연구가 진행돼야 한다고 전했다. 모든 오해가 풀리면서 지방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하지만 무엇이든 과하거나 모자라면 문제가 생긴다. 비만을 예방하고 건강한 삶을 살기위해 고지방식을 선택하든 저지방식을 선택하든 온전히 개인의 자유이지만 이것 단 한 가지만큼은 분명하다. 우리는 너무 많은 칼로리를 먹고 있다는 점이다. 전체 칼로리를 줄이지 않는다면 비만과 각종 질병 앞에서 몸에 좋다는 건강식단은 무용지물이 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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