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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 산업혁명 시대’ 노동이란 무엇인가?

‘노동 4.0 - 독일이 구상하는 좋은노동’

 

<M이코노미 문장원 기자> 노동에 대한 질문으로 시작해보자. ‘이 시대의 노동’은 무엇인가. 그렇다면 지금은 ‘어떤 시대’인가. 더 들어가서 ‘노동’은 무엇인가. 국립국어원의 표준국어대사전에서 ‘노동’을 검색하면 “사람이 생활에 필요한 물자를 얻기 위하여 육체적 노력이나 정신적 노력을 들이는 행위”가 가장 먼저 나온다. 우리가 익히 알고있는 의미다. 하지만 여기에 ‘시대’라는 말을 덧붙이면 의미 설명은 복잡해지고, 언어의 영역에서 사회의 영역으로 넘어간다. 노동이 ‘경제 활동’이라면 지금은 어떤 경제 시대인지 부가 설명이 필요하다. 지금은 3차 산업시대와 그 다음 시대, 이른바 ‘4차 산업시대’의 과도기인 ‘4차 산업혁명 시대’다. 결과적으로 ‘이 시대의 노동’은 3차 산업의 막바지에서 4차 산업을 준비하는 시대의 노동이다. 4차 산업혁명을 설명할 수 있어야 ‘이 시대의 노동’을 정의하고 정책을 세울 수 있다. 이런 일련의 정책을 선도하고 있는 나라가 바로 독일이다. 독일은 4차 산업혁명의 성공을 위한 노동의 역할을 모색한 결고 2017년 ‘노동 4.0 백서 (Weissbuch Arbeiten 4.0)’를 발간했다.  

 

지난해 5월 출간된 이명호 (재)여시재 선임연구위원의 ‘노동4.0 – 독일이 구상하는 좋은노동’(스리체어스)은 우리나라가 독일의 ‘노동 4.0’에서 무엇을 배워야 하는지 잘 설명하고 있다. 이 선임연구위원은 프롤로그에서 “독일 노동 4.0위 논의 배경과 상황은 한국과 다르다”면서도 “오늘날 정상으로 간주하는 현상이 더는 정상이 아닐 미래에 대한 전망과 시나리오는 물론이고, 사회와 경제를 앞으로 나아가게 할 노동의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다는 점에서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밝히고 있다. 이 선임연구위원은 “우리도 4차 산업혁명을 대비하는 독일의 방식을 배울 필요가 있다”며 “4차 산업혁명에 대한 준비는 디지털 시대의 산업과 노동에 대한 사회적 컨센서스를 마련하는 노력에서부터 시작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하고 있다.

 

 

4차 산업혁명시대의 노동

 

4차 산업혁명이라는 개념은 독일에서 추진한 ‘인더스트리 4.0(Industrie 4.0)’에 기원을 두고 있다. 독일은 저출산과 고령화로 인한 노동력 감소와 제조 경쟁력을 위협하는 미국의 주도의 디지털화에 맞서 수년간의 논의와 준비를 걸쳐 나온 국가적 전략으로 인더스트리 4.0을 추진하고 있다. 전통적인 제조업에 IT, 소프트웨어, 서비스를 연결해 다른 산업과의 융합 및 복합적인 상승효과를 이끌어냄으로써 제조업의 수준을 획기적으로 변화시키려는 것이다. 독일은 양질의 노동, 디지털 시대의 전문인력, 새로운 일자리를 위한 교육 등 인더스트리4.0의 성공을 위한 한 축으로 노동의 역할을 새롭게 모색했고, 그 결과가 ‘노동 4.0’이다.

 

4차 산업은 ‘디지털화’가 핵심이다. 인더스트리 4.0의 궁극적인 목표는 IT를 접목한 국가의 스마트 공장화다. 이 선임연구위원은 디지털화가 세 가지 분야에서 급격하게 진화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첫째는 IT와 소프트웨어다. 프로세서의 정보처리 능력의 개선으로 모바일 어플리케이션의 활용이 넓어지고, 딥러닝 기술로 인공지능의 기술이 일상생활화 되고 있다. 두 번째는 로봇과 센서다. 소규모 사업장과 개별 제조 부문에 로봇과 센서가 도입되고 있다. 세 번째는 네트워크 시스템의 발전이다. 가상 물리적 연결이 원활해지면서 인더스트리 4.0이라고 하는 개념이 가능해졌다는 것이다. 가상 물리적 시스템 위에 공장과 기계, 사물 간의 정보들이 오가면서 물건의 생산과 적재, 운반, 운송 등 전 과정이 자동화되고 있다. 노동 4.0(Arbeiten 4.0)은 이런 변화에 맞춰 네트워크화 및 디지털화되고 유연화를 특징으로 하는 노동세계를 지칭하는 것이다.

 

어떻게 변할까?

 

디지털화, 글로벌화, 노동인구 구조변화, 문화와 가치관 변화는 직업세계와 노동 시장에 큰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디지털화에 따른 일자리 증감과 디지털 플랫폼 등장에 따른 경제와 산업의 변화, 빅데이터와 개인 정보 보호, 인간과 기계의 관계 변화. 근무 시간 및 장소의 유연성 등이 기회인 동시에 사회적 갈등으로 표출되고 있다.

 

우선 디지털화 현재까지는 일자리의 불안전성을 심화한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우리가 지금 쉽게 볼 수 있는 무인 키오스크의 등장은 소규모 업장 내 아르바이트 직원을 사라지게 하고 있다. 단순 반복 업무의 자동화되는 것이다. 다만 개별 업무의 자동화가 특정 직종 전체의 업무 자동화로 이어질 가능성은 높지 않다. 일자리 소멸 가능성과 동시에 자동화에 따른 고용 및 임금 양극화는 중산층의 감소와 불평등 심화를 초래할 수 있지만 독일에서는 아직 이런 현상이 두드러지지는 않고 있다. 향후 노동의 구조적 변화 속에서 노동자들에게 새로운 기회를 제공하고 적응력을 높이기 위한 노력이 요구되는 이유다.

 

디지털플랫폼의 등장은 새로운 사업 모델의 등장과 노동 형태를 가져왔다. 페이스북과 유튜브 등 소셜커뮤니케이션 플랫폼, 이베이와 같은 디지털 상거래 플랫폼, 우버와 에어비엔비 같은 중개 플랫폼을 거쳐 IT를 기반으로 개별 노동자들을 연결하는 중개 플랫폼인 크라우드 워킹 플랫폼이 등장하고 있다. 크라우드 워킹은 ‘플랫폼 노동자’라고도 불리는데 배달 대행업체(배달의민족·부릉·바로고 등) 배달원이 여기에 해당 된다. 자영업자로 분류되며 대부분 비정규직 혹은 실업자와 같은 불안정한 형태로 이뤄지는 고용 및 노동이다.

 

4차 산업시대는 빅데이터가 디지털 경제의 원료다. 여기에는 개인 정보도 포함된다. 문제는 이 정보로 노동자를 감시하고 사생활 및 자유를 침해하는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다. 로컬서버에 저장됐던 은행, 보험, 행정기관의 정보들이 크라우드 기반으로 관리된다. 당연히 해킹의 가능성도 커진다. 따라서 정보보호를 위한 법과 규율은 열린 과정을 통해 체계적으로 만들어져야 하며, 개인 정보에 대한 자기 결정권이 강화되는 방식으로 진행돼야 한다. 4차 산업혁명과 함께 보안성이 핵심인 ‘블록체인’ 기술이 각광을 받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인간과 기계의 관계에서는 두 가지 시나리오가 있다고 이 선임연구위원은 말한다. 먼저 많은 업무 공정에서 자동화가 이뤄진 고도의 기술 중심 시나리오다. 이는 자동화로 인한 노동 상실 현상이 폭넓게 발생하고, 노동 시장은 고도로 숙련된 기획자 집단으로 양분된다. 다른 시나리오는 인간 중심시나리오로 인간이 느슨한 네트워크 속에서 계속해서 관리 및 결정 권한을 갖고 경험을 바탕으로 기술을 활용해 업무공정에서 가치를 창출하는 역할을 한다.

 

광대역 인터넷과 네트워크 기술, 모바일 단말기 등 디지털 기술은 노동을 시간과 장소의 제약에서 벗어나게 만든다. 다르게 표현하면 유연화가 가능해진다. 개인의 상황에 맞게 근무시간과 일정을 조정하고, 재택근무와 원격 근무의 형태가 더욱 확산된다. 이런 근로 시간과 장소의 유연화는 노동에 대한 자기 결정권을 강화하는 기회를 제공하고, 일과 삶의 양립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하고 있다. 산업화 시대에 최적화된 ‘9 to 6’의 노동 주기가 붕괴될 전망이다. 하지만 최근 탄력근
로제 논란에서 보듯 노동 경직성이 높은 우리 사회에서는 실현되는 과정에서 큰 진통이 예상된다.

 

'한국의 노동 4.0'은 어떻게?

 

그럼 ‘한국형 노동 4.0’은 어떻게 도출할 수 있을까. 이 선임연구위원은 우선 “제도와 시스템 전체를 개조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생산 양식과 산업구조 일하는 방식을 변화시켜야 한다. 물론 우리와 독일은 다르다. 독일은 대기업부터 중소기업, 소비자에 이르기까지 이해관계자들과의 대화와 협력으로 인더스트리 4.0의 골격을 잡았다. 우리는 원청과 하청으로 표현되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불균형, 비대칭 협력 시스템이다. 이 선임연구위원은 “이를 개선하지 않으면 4차 산업혁명비는 커녕 현재의 산업 구조를 유지하기도 어렵다는 현실 직시해야 한다”고 꼬집는다. 한국 경제의 구조는 변화에 대응하는 유연성과 적응력이 낮다. 그동안 우리가 봐온 것처럼 노동의 유연성도 떨어지고, 노동력 재편에 대한 커다란 저항으로 많은 비용이 예상된다. 우리가 독일과 공통적으로 둘다 수출과 제조업 중심의 경제구조라는 점은 희망적이다. 우리도 제조와 산업을 혁신하고, 노동을 혁신해야 한다는 압력을 받고 있다. 이 선임연구위원은 “디지털의 특성을 재고하고 산업과 노동을 재창조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제안한다. 또 “업무와 기업에 대한 미래 지향적 접근”을 강조하며“ 기존 피라미드 구조의 네트워크 조직으로는 외부의 변화와 다양한 네트워크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어렵다”고 지적한 다. 디지털 시대에는 수평적, 자율적, 유연한 조직이 승리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노동 유연화는 우리에게 쉬운 문제가 아니다. 여러 국제기구에서 발표하는 국가 경쟁력 평가 항목에서 우리나라는 노동 유연성이 거의 꼴찌 수준이다. 정부에서는 국가 경쟁력 강화를 위해 노동 유연성을 높여야 한다고 하지만, 노동계는 노동 유연성을 지나치게 높이면 불안정한 생활의 원인이 된다고 반대한다. 비정규직 노동자 비중이 OECD 평균의 두 배인 안정적 고용의 문제, 대기업 임금의 60퍼센트 수준이 중소기업 노동자들의 저임금 문제, 임시직, 아르바이트, 취업준비 등 불안정한 고용과 저임금은 양극화의 원인이고 내수회복을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다. 특히 이 선임연구위원은 교사, 공무원, 금융·법률 전문직, 고임금 대기업 및 공기업의 진입 장벽과 기득권 유지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다. 노동 유연성은 중소기업, 영세 상공업의 저임금 노동자에 해당하는 문제가 아니라 대졸 이상 전문직 기득권층으로 자리 잡아 자신들의 고임금은 유지하면서 저임금 노동자를 양산하는 것이다. 이 선임연구위원은 “전문직이 자리를 틀어쥐고 앉아 있으니 혁신이 일어나지 않는다”며 “혁신의 주체가 돼야 하는 전문가들이 지대를 추구하면서 사회가 역동성을 읽고 국가가 쇠락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사실 전문직의 노동 경직성은 심각하다. 인공지능의 등장은 의사, 법률가, 회계사의 경험과 축적된 지식이 곧 경쟁력인 직업들을 대체할 가능성이 높다. 한국에서는 이들 직업군의 유연성은 높지 않다. 오히려 이들이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4차 산업혁명의 진행을 막는 저항 세력이 될 수 있다. 혁신의 주체가 돼야 할 전문가 집단이 기득원의 외곽 세력이 되는 것 이다.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이 책은 혁신에 대한 인센티브를 제시한다. 기득권에 안주하지 않고 혁신적인 시도를 하는 사람들에 대한 파격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근본적인혁신은 과학 기술을 기반으로 나오므로, 정부의 창업 정책은 연구 기반의 창업에 집중돼야 한다는 것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노사만이 아니라 전문가, 연구자, 소비자등 다양한 이해 관계자들이 한자리에 모여 4차 산업혁명과 노동 4.0을 논의하는 장을 만드는 것이다. 정책 결정의 권한을 정부에서 시민으로 옮기자는 것이다. 통치의 관점에서 협력 파트너의 관점으로의 전환이다. 일방적으로 이끄는 방식은 이제 끝났다. 인공지능 개발이 대세라고 해서 ‘무조건 개발하자’는 식의 접근은 이제 곤란하다. 과거에는 인공지능 기술로 무엇을 해결하고, 어떻게 사회를 발전시킬지에 대한 전략적 사고 없이 빨리 선진국의 기술을 따라잡아야 한다는 강박적 사고방식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제 정부와 관료가 “이것이 유망하다” 혹은 “저것을 개발하라”는 계몽의 시대는 끝났다. 모두 이해하고 협의하고 양보하고 합의 해야만 갈등을 변화의 동력으로 바꿀 수 있다. 기업의 공익
적 책임을 중시하고 기업경영에 노동자, 소비자단체 등 이해관계자 모두가 관여하는 ‘이해관계자 자본주의’가 정착된 독일에서도 ‘노동 4.0 백서’가 나오는 데 2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우리는 늦어도 한참 늦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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