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도급 업체의 기술을 유용한 뒤 거래를 끊은 현대중공업에 10억에 가까운 과징금 제재가 내려졌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6일 하도급 업체의 기술자료를 유용한 현대중공업(주)에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9억7,000만원을 부과했다고 밝혔다. 기술자료 유용행위에 대한 역대 최대 액수의 과징금이다.
해당 하도급 업체는 1975년 설립된 전통의 엔진 부품 전문기업으로, 지난해 일본수출규제에 대응해 중소기업벤처부에서 선정한 '소재·부품·장비 강소기업 100'에도 선정된 경쟁력 있는 기업이었다.
공정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은 지난 2000년 디젤엔진을 개발하면서, 엔진에 사용되는 피스톤을 A 하도급 업체와 협력해 국산화에 성공했다. 이후 현대중공업은 국내에서는 유일하게 A사로부터만 피스톤을 공급받아 왔다.
하지만 현대중공업은 비용 절감을 위해 제3업체인 B사에 피스톤 견적을 요청해 실사를 진행했으나 여전히 미비점이 발견됐다. 현대중공업은 이를 보완하기 위하여 A사의 기술자료를 B사에 제공했다.
현대중공업은 B사에 제공된 자료는 자신이 제공한 사양을 재배열한 것에 불과하며, 단순 양식 참조로 제공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공정위는 하도급 관계에서 원사업자가 사양을 제공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고, B사에 제공된 기술자료들에는 사양 이외에 A사의 기술이 포함돼 있다고 판단했다.
또 현대중공업은 A사에는 빈 양식을 보내면서 자료 작성을 요청한 반면 B사에는 A사가 관련 내용을 모두 기입한 기술자료를 보냈다. 더욱이 B사가 작성한 자료에서 A사가 작성한 것과 같은 오기가 같은 위치에서 발견됐다.
물론 현대중공업은 A사에 이런 이원화 진행 사실을 전혀 알리지 않았다. 그러면서 이원화 완료 이후 A사에 단가 인하의 압력을 가해 3개월 동안 단가를 약 11% 인하했고, 이원화 이후 1년 내에 A사와 거래를 끊고 거래선을 변경했다.
아울러 현대중공업은 이원화 진행 기간 제품에 불량 여부나 특정 목적을 언급하지 않으면서 A사에 제품 제작 시 작업 조건과 작업도, 작업 방법 등이 기재되어 있는 자료 작업표준서 등을 요구해 제공받았다.
현대중공업은 A사에 요구에 응하지 않을 경우 양산 승인이 취소될 수 있다고 압박하기도 했다.
현대중공업은 하자 발생에 따른 대책 수립 목적으로 자료들을 요구했다고 주장했지만 공정위는 하자가 발생하지 않은 제품에 대한 요구도 포함됐고, 하자 발생 제품에 대한 요구도 최소한의 범위를 넘어서 정당한 요구 사유로 인정하지 않았다.
이외 현대중공업은 제품 생산에 필요한 인력, 장비, 재료․부품, 공정 관련 보고서와 검사성적서, 관리계획서 등을 요구하면서 법정 서면을 교부하지 않았다.
공정위 관계자는 "이런 조치는 사업자들에게 경각심을 줘 기술자료 유용행위 근절에 상당한 기여를 할 것으로 기대된다"라며 "한국판 뉴딜 정책에 발맞춰 기술력을 갖춘 강소기업이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고 그에 대한 정당한 대가를 받음으로써 우리 사회의 새로운 성장 기반이 될 수 있도록 첨단 기술 분야에 대한 기술유용 행위 감시를 강화해 나갈 계획"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