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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트렌드를 거부한다…역(逆)트렌드도 있다!!

- 기존 트렌드 흐름 거부하는 역트렌드
- 주류 경향에 대한 일종의 반발
- 밀레니얼 세대 중심 LP 구매·시티팝 열풍이 예
- 트렌드 유형에 따라 비즈니스 기회 포착 가능

 

[M이코노미 문장원 기자] 트렌드는 흐름이다. 한 사회에서 어떤 사상이나 행동이 일정한 방향성을 나타내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트렌드는 어느 순간 소멸하고 다른 트렌드가 나타난다. 트렌드가 바뀌는 배경에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기존 트렌드에 염증을 느껴 이에 역행하는 모습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이른바 ‘역트렌드’다.

 

다양한 트렌드 유형
 

트렌드의 사전적 의미를 살펴보자. 트렌드는 “어떠한 방향으로 쏠리는 현상, 경향, 동향, 추세”다. 일시적인 현상이 아닌 일정한 방향성을 가지고 지속되는 소비자의 생각이나 가치관 혹은 취향의 변화를 뜻한다. 일반적으로 ‘유행’과 유사한 의미로 사용되지만, 개개인의 단편적 모습이나 변화와는 상관없이 전반적으로 사회가 움직이는 방향을 뜻한다는 점에서 유행과는 구별된다.
 

트렌드의 성립 요건으로는 ‘일정 이상의 사회적 동조범위와 지속기간’이 있다. 이를 기준으로 각의 정도에 따라 패드, 마이크로트렌드, 트렌드, 메가트렌드로 분류된다.

 

패드(FAD)는 ‘For A Day’의 약자로 1~2년 혹은 한 계절 이내 비교적 짧게 존속하는 변화를 의미한다. 트렌드의 전 단계로 지속기간이 길어지면 트렌드로 발전한다. 트렌드는 이런 패드가 1~5년 정도 지속되며 사회 전반으로 동조 움직임을 나타내는 현상이다. 마이크로트렌드(Micro-trend)는 트렌드와 동일하게 1~5년 정도 지속되지만 동조범위가 좁아 사회 전반이 아닌 일부 사람들에게만 나타나는 현상이다. 메가트렌드(Mega-trend)는 현상에 대해 대다수의 사람이 동조하며 10년 이상 지속되는 트렌드로 전 세계에 걸쳐 변화가 일어는 것으로 의미한다.
 

트렌드에 대한 반발심에서 출발
 

지난 6월 출간된 책 ‘트렌드 읽는 습관’(김선주, 안현정)에서 역트렌드(Counter-trend)를 “어떤 트렌드의 반작용으로 만들어진 트렌드”라고 정의하고 있다. 변화의 과정에서 한쪽으로의 쏠림이 심해지자 동시에 이를 거부하는 반작용이다. 이는 주류적 경향에 대한 일종의 반발로, 신선한 느낌을 주기 때문에 순간적인 여러 사람이 호응하며 다른 트렌드를 만들지만 큰 흐름에 올라타기 어려워, 일반적으로 트렌드가 되지못하고 1~2년 혹은 한 계절 이내 비교적 짧게 존속하는 변화하는 ‘패드’(FAD) 수준에 머물다 소멸하는 특징을 보인다. 그러나 역트렌드의 지속기간이 길어지는 경우 기존 트렌드를 대체하거나, 공존하며 변증법적인 방식으로 제3의 새로운 종합트렌드를 형성하기도 한다. 역트렌드가 발생하는 이유는 다른 사람과 차별화를 두고 다른 선택을 하고 싶은 역심리의 본성, 반복적인 마케팅 노출로 인한 피로도의 누적, 그리고 환경적 변화로 인한 트리거 혹은 배리어의 발동으로 볼 수 있다. 대부분 심리적인 이유다.


이때 역심리는 사람은 설득당하는 것에 대한 부정적인 반응을 보인다는 심리학적 현상에 바탕을 두고, 남이 제안한 것과 반대로 행동하려는 경향이다. 역심리는 역방향으로 갔을 때 어떤 일이 발생할지 궁금해하는 호기심과 사람들이 몰리는 특정 방향을 벗어나 자신만의 선택을 하고 싶어 하는 마음 때문에 발생한다. 특히 자기표현 욕구와 자존감이 강한 밀레니얼 세대의 특징으로 꼽힌다. 대부분의 역트렌드가 밀레니얼 세대에서 발생하는 이유다.
 

피로도는 패션의 유행과 마찬가지로 한 트렌드에 대한 반복적인 마케팅, 캠페인, 키워드 노출로 인해 발생하는 피로도를 의미하고, 트리거는 어떤 반응・현상을 유발한 계기로 트렌드를 폭발적으로 성장시키는 환경 요인이다. 몇 년 전부터 유행처럼 번진 ‘워라밸’은 필요성은 훨씬 전부터 존재했지만 ‘주52시간 근무제 시행’을 트리거로 삼고 나서야 트렌드로 성장하기 시작했다. 마지막으로 배리어는 어떤 반응·현상의 발생을 막는 것으로 트렌드를 지연시키는 환경 요인을 뜻한다.

 

전문가들은 개인의 다양성과 개성이 중시되는 사회적 분위기의 조성과 소통 수단의 다양화로 인해 역트렌드의 발생 요인이 증가하면서 역트렌드는 더 빈번하게 발생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밀레니얼 세대가 주도하는 역트렌드 최근 몇 년 사이 트렌드의 추세는 역트렌드(Counter-trend)라고 할 수 있다. 그 핵심은 디지털에 대한 반작용으로 아날로그 감수성이다. 스마트폰을 활용한 일상과 소통, 미디어의 향유를 위시한 디지털 문화의 확산은 스마트폰의 보급 시기부터 현재까지 이어지는 글로벌 메가트렌드라고 할 수 있다. 스마트폰 등으로 대표되는 디지털 문화를 밀레니얼 세대가 주도하며 디지털 문화의 확산으로 빠르고 편리한 삶이 가능해졌지만, 소비자들은 스마트폰을 통해 간접적으로 경험하는 미디어의 한계와 정보의 범람으로 인한 디지털 피로도에 빠지기 시작했다. 이에 대한 반작용으로 디지털보다 느리지만 따듯하고, 불편하지만 인간적인 아날로그의 속성에서 디지털의 공허함을 보완하기 시작한 것이다.
 

 

특히 아날로그 감수성을 쉽게 체험할 수 있는 미디어인 사진에서 소비자들은 필름카메라 등을 통해 찍은 사진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공유하며 아날로그 트렌드를 견인하고 있다. 필름카메라가 재유행하자 코닥, 롤라이, 로모 등 아날로그 필름 제조사들은 단종시켰던 컬러 필름을 2017년부터 재생산하기 시작했고, 마니아층은 촬영 및 인화과정의 불편함에도 불구하고 마이크로트렌드를 형성하며현재까지 그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스마트폰 사진 어플리케이션으로 필름카메라 감성을 체험하는 경우도 있다. 구닥은 스마트폰으로 필름카메라의 감성을 느낄 수 있는 앱으로, 24장의 사진을 찍기 위해 앱을 유료로 구매해야 한다는 점과 3일이 지나야만 결과물을 확인할 수 있는 불편함에도 불구하고 2017년 중반 전 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얻었다.
 

 

 

음악을 듣는 방식에서도 역트렌드가 점점 확장되고 있다. 아날로그 트렌드는 밀레니얼 세대의 바이닐(LP판) 구매 흐름을 만들었다. 지난해 11월 문화역서울284(구서울역사)에서 열린 서울레코드페어에서 LP판을 구매하려는 사람들의 대다수가 20대와 30대였다는 사실은 아날로그 역트렌드의 대표적인 사례다.
 

몇 년 전부터 조성된 새로운 복고의 흐름. 이른바 ‘뉴트로’(New+Retro) 트렌드가 확산된 가운데 부피가 커 보관하기 어렵고 반드시 턴테이블로 재생해야 한다는 불편함에도 불구하고 LP판은 현재 음악시장의 마이크로트렌드로 마니아층을 형성하기 시작했다.
 

 

LP판에 대한 2030의 흐름은 음악 장르 트렌드에도 변화를 가져왔다. 1980년대 유행한 일본 시티팝이 ‘힙한’ 음악으로 주목받기 시작하면서 이와 함께 한국 ‘시티팝’으로 분류되는 80~90년대 가수들의 LP를 찾는 젊은 층이 늘어났다. 지난 서울레코드페어에서 가장 인기가 있었던 음반 중 하나가 시티팝의 대표 밴드인 ‘빛과 소금’의 전집이었다. 2시간이 넘게 줄을 서서 기다리고도 빈손으로 돌아가야 하는 20대와 30대가 많았다.
 

시티팝은 대표적인 역트렌드 음악이다. 시티팝은 80년대 초부터 90년대 초반까지 일본에서 성행한 세련된 대중음악이다. ‘시티’(city)라는 단어에서 알 수 있듯 도시인의 낭만을 신시사이저 키보드 위에 세련된 편곡과 연주로 그려내고 있다. 시대가 시대인 만큼 80~90년대의 풍요로움도 느낄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고도 성장기였던 80~90년대에 도시를 소재로 한 세련된 시티팝이 대중의 사랑을 받은 이유이기도 하
다.

 

 

식생활에서도 역트렌드 흐름
 

식생활에서의 역트렌드도 찾아볼 수 있다. 식생활의 역트렌드는 돌고 도는 경향이 강한데 건강에 관한 관심이 커지며 웰빙푸드가 유행하다가 이에 역행한 칼로리 폭탄 음식들이 트렌드로 등장하고, 다시 건강한 집밥으로 변하고 있다. 2000년대 초 등장해 지금까지 글로벌 메가트렌드로 이어지는 웰빙(Well-being)은 “질병이 없는 건강 생활”을 추구하는 개념이다. 웰빙은 슬로우푸드, 유기농식단 등 식생활에 큰 영향을 미쳤다. 하지만 스트리밍 플랫폼이나 유튜브로 먹는 영상을 보는 ‘먹방’이 유행하면서, BJ나 스트리머가 먹는 자극적인 음식, 패스트푸드, 배달음식이 같이 유행하기 시작했다.
 

또 TV 예능으로도 먹방이 콘텐츠로 등장하면서, 많이 잘 먹는 행위가 부정적인 이미지에서 긍정적인 이미지로 바뀌기 시작했다. 먹방의 유행과 배달 앱의 발전은 칼로리폭탄, 자극적인 배달음식이 웰빙에 대한 역트렌드로 자리잡기 시작했다.
 

그러나 올해에는 코로나19가 유행하면서 건강에 대한 중요성이 부각됐고 집에서 신선한 재료로 요리하는 홈쿡, 집밥이 식생활의 트렌드로 다시 바뀌고 있다.
 

소비 심리에서도 다양한 역트렌드가 등장했다. 가성비는 고착화된 불황과 저성장으로 인해 소비자심리지수가 100 정도에서 등락을 반복하던 2016년 초 등장한 소비 트렌드로, 소비와 만족의 비례공식을 깨고 돈은 적게 쓰지만 큰 만족을 얻으려는 소비 개념이다. 발생 초기에는 경제 상황으로 인한 일시적 변화로 예상했지만, 가성비 트렌드는 현재까지 지속되고 있는데, ‘가격과 만족’ 어느 쪽에 비중을 더 두는가에 따라 여러 역트렌드가 등장했다.
 

 

만족에 큰 비중을 둔 소비 심리의 역트렌드는 ‘가심비’다. 가격대비 심리적 만족도를 의미하고, 흔히 가성비에 반하는 말로 사용하지만 구매 고려 요소에 ‘가격’이 포함돼 있다는 측면에서 최근엔 가성비와 동일한 범주로 분류한다. ‘나심비’는 나 자신이 중심이다. 2019년에 초에 등장한 ‘나’, ‘심리’, ‘가성비’의 합성어로 나의 심리적 만족을 위해서라면 가격에 상관없이 지갑을 열겠다는 소비 심리다. 고가의 명품 및 취미생활 용품 소비가 두드러지는 경향이 있는데, 이는 ‘플렉스’(FLEX)로 이어졌다. 플렉스는 “돈 자랑하다”, “비싼 물건을 사다”는 뜻으로, 비싼 물건을 구매하는 것이 더 이상 사치스럽거나 부정적인 행위로 인식되지 않는 경향을 알 수 있는신조어다. 여기에 샤(샤넬)테크, 롤(롤렉스)테크, 슈(신발)테크 등 가격 인상 전, 또는 희소가치가 있는 명품을 구매 후 중고거래를 통해 프리미엄을 붙여 되파는 소비 행위까지 등장했다.
 

역트렌드 마케팅…기회 포착을 잘해야
 

손광표 KB금융지주경영연구소 연구원은 이런 역트렌드 비롯해 다양한 트렌드 유형에 따라 비즈니스 차원에서 기회를 포착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손 연구원은 “역드렌드를 이용해 비즈니스적으로 효과를 거둘 수 있는 타이밍은 기존 트랜드가 어느 정도 진행되고, 거기에 많은 플레이어가 유입되면서 소비자들의 피로도가 누적된 시점”이라며 “역트렌드는 트렌드에 후행하여 발생하기 때문에 경쟁 플레이어가 시장에 진입하기 이전일 가능성이 높아 블루오션으로써 비즈니스 가치가 높다”라고 했다.
 

또 “역트렌드의 경우 발생 초기에는 동조범위가 넓어 트렌드로 착각할 가능성이 존재한다”라며 “역트렌드의 발생 원인을 파악해 지속기간에 대한 예측 후 비즈니스를 전개할 필요가 있다”라고 했다.
 

트렌드에 대해서도 “트렌드의 라이프사이클 단계, 즉 생성기→성장기→성숙기→쇠퇴기를 파악하고 성숙기 이후 트렌드에 진입하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며 “트렌드 관련 소셜 버즈량 분석, 연관 업종 매출 추이, 고객 니즈와 시장 관심도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라이프사이클을 파악해야 한다”라고 했다.

 

지속 기간이 짧은 패드의 경우에는 “동조범위는 넓지만, 지속기간이 매우 짧음으로, 적시 마케팅 활용을 위해서는 신속한 의사결정이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지난해 갑자기 유행하기 시작한 이른바 ‘곽철용’의 인기다. 2006년 개봉했던 영화 ‘타짜’의 곽철용이라는 캐릭터가 13년이 지나 ‘철용(鐵龍)’을 ‘아이언드래곤’ 등으로 읽으며 인기를 끌기 시작하더니 해당 배역을 연기한 배우 김응수 역시 화제의 인물로 급부상했다. 이때 버거킹은 적시에 마케팅을 전개해 큰 효과를 보았는데, 시기가 1개월만 늦었어도 패드가 소멸해 마케팅 효과를 볼 수 없었을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마케팅 준비 중 패드의 지속기간이 끝나버리는 경우도 많아 타이밍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는 게 손 연구원의 지적이다.


마이크로트렌드가 지속기간이 비교적 길고 동조범위가 좁아 타겟마케팅을 하기에 가장 적합한 트렌드다. 손 연구원은 “소비자의 트렌드 충성도가 높아 높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라면서도 “소비자가 해당 트렌드를 잘 아는 전문가라는특성으로 인해, 시장에 대한 깊은 이해 없이 진입할 경우 오히려 역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 이런 리스크 방지를 위해, 사전 소비자 서베이 진행 및 전문가의 자문 요청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라고 했다.

 

MeCONOMY magazine September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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