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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치솟는 부동산 가격…토지거래허가제 먹힐까?

- ‘헨리 조지’의 토지공개념에서 출발한 토지거래허가제
- 용산정비창 부지·서울 강남구 삼성, 대치, 청담동 및 송파구 잠실동 지정

 

[M이코노미 문장원 기자] 지난 6월 치솟는 부동산 가격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정부가 꺼내든 카드 중 하나가 바로 토지거래허가제다. 정부는 지난 6월 23일 부동산 시장의 투기 세력 유입을 방지하기 위해 서울 용산정비창 부지 및 강남-송파구 일대를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했다. 여기에 이재명 경기도지사도 이 제도의 도입을 시사하면서 토지거래허가제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토지공개념에서 출발한 토지거래허가제

 

우선 토지거래허가제 개념에 대해 살펴보자. 토지거래허가제는 부동산 시장의 투기거래를 근절하고 합리적인 시장 가격 형성 등을 위해 거래행위를 규제하는 강력한 제도다. 일정 기간 토지거래 계약을 허가받도록 한 것으로, 미국의 정치경제학자 헨리 조지(Henry George)가 주장한 토지공개념에 그 뿌리를 박고 있다.


제도의 이론적 기초인 토지공개념은 헨리 조지가 1897년 저서 ‘진보와 빈곤(Progress and Poverty)’을 통해 토지의 공공성을 인정하고 토지의 사적 소유를 통해 얻은 이윤을 공공에 적절히 배분해야 한다면서 출현했다. 오늘날 그린벨트와 공공택지, 공공임대주택 등의 제도는 모두 이 개념에서 나온 것이다.


우리나라는 토지거래허가제로 부동산 시장을 안정시킨 경험이 있다. 1978년 12월 신도시나 도로를 조성할 때 부동산 시장에 투기 세력 유입을 차단하기 위해 당시 ‘국토이용법’을 개정해 토지거래허가제를 도입했다. 다만 거래행위를 규제하는 강력한 제도라는 이유로 도입 후 바로 시행하지는 않고 1980년대 중·후반 부동산 가격 폭등에 대응해 양도소득세 강화, 공공주택 및 임대주택 공급 등과 함께 토지거래허가제를 본격적으로 시행했다.

 

하지만 토지공개념과 관련한 ‘토지초과이득세법’이 헌법재판소로부터 위헌 결정을 받았고, ‘택지 소유 상한에 관한 법률’ 역시 헌법불합치 판정을 받으며 제도에 대한 논의가 축소됐다가 최근 11년 만에 서울 도심지에 허가구역을 지정하며 다시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주택·아파트 등 거래시 관할 구청 허가 받아야

 

정부는 최근 서울 용산정비창 부지 및 인근 지역, 강남·송파구 일대를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했다. 올해 5월 용산정비창 부지 및 인근 지역을 6월에는 서울 강남구 삼성, 대치, 청담동 및 송파구 잠실동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1년간 지정했다.

 

이에 따라 용산정비창 부지와 인근 13개 지역, 서울 강남구 삼성·대치·청담동과 송파구 잠실동에서 주택, 아파트 등을 거래하려면 관할 구청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또 신고한 실수요 목적대로 이용해야 하고, 주택을 사면 바로 입주해 2년 이상 실거주해야 한다. 만약 허가를 받지 않고 거래를 하다가 적발되면 2년 이하 징역 또는 토지 가격의 30%에 달하는 금액의 벌금형을 받게 된다.

 

용산정비창 부지는 ’수도권 주택공급 기반 강화 방안’으로 부지 내 공공주택 8,000가구 공급 계획이 발표되면서 인근 지역 집값 과열 현상이 일어났기 때문이다. 실제 용산구 한남동 A아파트 (전용 면적 233㎡) 8층 매물이 53억 원에 거래됐는데, 이는 같은 면적 7층 매물 직전 신고가인 50억8,000만원 보다 2억2,000만 원 높은 수준이다. 또 같은 시기 이촌동 B 아파트(전용면적 145㎡)도 직전 신고가보다 8,000만 원 높은 22억8,000만 원에 거래됐다.

 

서울 강남구와 송파구 일대는 현대차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 조성과 잠실 MICE 개발, 영동대로 복합개발 사업 등으로 투기 세력이 유입될 가능성이 있어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됐다.

 

 

인근 지역 부동산 가격 오르는 풍선효과 우려도

 

2달이 지난 지금 토지거래허가제는 일정 효과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한 뒤 매매 거래량이 크게 줄어들고 아파트 매맷값 상승 폭도 둔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토교통부 등에 따르면 대치·잠실·삼성·청담동에서 토지거래허가제가 시행된 후부터 8월23일까지 두 달 동안 거래가 허가된 주택은 총 89건이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이들 4개 동의 아파트 매매가 635건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86%(546건)가 급감한 것이다. 제도 시행 전인 6월 매매량 559건과 비교해도 큰 폭으로 감소했다.


이처럼 토지거래허가제는 해당 지역의 투기적 주택거래를 억제하는 것과 동시에 무주택·실수요자의 내 집 마련 기회를 늘리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주거용 토지는 거래허가를 받더라도 2년간 실거주 의무가 적용돼 전세보증금을 승계해 주택을 구입하는 이른바 ‘갭투자’가 불가능하다. 원칙적으로 임대차 계약이 남아 있을 경우 토지거래허가를 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다만 실제 소유권을 이전하기 전에 임대차계약이 끝날 경우, 이를 객관적으로 증빙하는 자료를 관할 구청에 제출하면 예외적으로 허가를 받을 수 있다.

 

또 유주택자들이 주택을 추가 구매 시 기존 주택을 처분해야 하는 조건 등이 있어, 무주택·실수요자가 신규주택을 분양받을 기회가 확대될 가능성도 커졌다. 하지만 이 경우에도 기존 주택 소유자는 토지거래허가구역 내 주택을 추가로 구매할 때 기존 주택을 처분한다는 내용의 증빙자료인 ‘주택처분계획서’를 제출해야 하거나, 해당 주택에 거주해야 할 사유와 추가로 구매해야 할 이유를 구체적으로 소명해야 한다.

 

하지만 토지거래허가제로 인해 해당 지역의 주택 매매 거래절벽이 나타나 전세 물건 품귀 현상과 송파구 신천동, 강남구 논현동 등 인근 지역의 주택가격이 상승하는 이른바 ‘풍선효과’가 발생할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제도적 허점으로 탈법행위 가능성 있어
 

다만 현행 제도상에 토지 경매 취득을 통한 탈법행위, 소규모 토지에 대한 허가 면제로 인한 불공평성 등의 문제는 여전히 남아있다.

 

유선영 한국주택금융공사 연구원은 “허가구역 토지를 경매로 취득할 경우 허가 의무가 면제돼 탈법 행위에 노출될 위험이 증가한다”라며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된 토지에 대한 소유권·지상권을 대가로 받고 이전 또는 설정하는 계약을 체결하거나 변경할 경우 관할구청장의 허가를 받는 것이 원칙이지만, 민사집행법에 따른 경매를 통한 거래는 면제된다”라고 설명했다.

 

특히 “임의경매는 담보권자 스스로가 자유롭게 근저당권설정 등이 가능하기 때문에 실제로 채권 채무 관계가 아님에도 허위로 근저당권을 성정해 거래허가를 면제되는 경매를 통해 허가구역의 토지를 거래하는 탈법행위가 발생할 수 있다”라고 했다.

 

용도지역별 소규모 토지에 대한 거래허가 면제로 인해 같은 지역 내 주민 간의 형평성 문제 등이 발생할 소지가 있다. 유 연구원은 “현재 토지거래허가제는 용도별 일정 이하 면적의 토지거래가 허가 없이 가능하다”라며 “이는 동일 구역 내 주민들에 대한 형평성 문제를 야기하고, 헌법상 평등의 원칙과도 상충 할 수 있다”라고 했다.

 

또 “현행법상 국토교통부 장관 또는 시도자사가 해당 기준면적에 대한 확장 권한을 0.1배에서 최대 3배까지 광범위하게 부여가 가능하다”라며 “동일 지역 내 주민들 간에서도 허가의무면제에 대한 특례를 차별적으로 받게 되는 문제가 발생할 소지가 있다”라고 했다.

 

유 연구원은 “토지거래허가제도가 탈법행위, 형평성 문제 등에 대한 논란 없이 취지에 따라 잘 운영되기 위해서는 관련 현행법령 개선 등이 필요하다”라며 “토지경매에 있어서 토지거래 허가구역 지정 전에 설정된 담보권에 대해서만 거래허가를 받지 않는 등의 방향으로 예외조항 개선이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유 연구원은 또 “토지거래 허가대상의 토지면적 기준의 형평성을 도모하기 위해 관련 법인 부동산 거래 신고 등에 관한 법률 제11조 제2항과 제9조 제1항부터 제3항 등에 대한 삭제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라고 했다.

 

MeCONOMY magazine September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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