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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갈등의 시대에 미국 사회복지학자가 건져낸 한국철학의 지혜

「The Way of Humanity(仁道): Confucian Wisdom for an Opening World/Teachings of the Korean Philosopher, Haengchon」: 캔다 교수 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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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캔자스주 로렌스 시에 위치한 캔자스 대학 도서관에서 올해 한국 철학사상을 명쾌한 통찰력으로 풀어낸 영문 저서가 출간됐다. 이 책에는 단군의 홍익인간 정신과 최치원의 풍류도, 조광조의 개혁사상, 퇴계와 율곡의 성리학 요체, 김일부의 정역 사상, 현대 사상가인 다석과 류승국 선생의 사상 등이 압축적으로 소개됐다.

 

「The Way of Humanity(仁道): Confucian Wisdom for an Opening World/Teachings of the Korean Philosopher, Haengchon」이란 다소 긴 제목의 책의 저자는 이 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로 있다가 작년 12월말에 은퇴한 에드워드 캔다 교수다. 캔다 교수는 책 부제에 나와 있듯이 자신에게 한국철학사상을 전해주며 우정을 나눈 행촌 이동준 교수의 가르침을 설명하면서 자신의 학문적 지향점을 밝혀 놓았다.

 

비록 139쪽의 책이지만 한 미국인 학자의 눈에 비친 한국철학사상의 일면을 볼 수 있으며, 나이와 국적을 초월한 두 사람의 사제 간의 정과 학문에의 애정을 느낄 수 있다. 그 깊은 인연을 더듬으려면 시간의 바늘을 1970년대 중반으로 되돌려 놓아야 한다.

 

 

1976년 3월 에드워드 캔다 미국 켄트 주립대학교 문화인류학과 졸업생이 성균관대학교 대학원 동양철학과의 문을 열고 들어왔다. 캔다 학생은 장차 학문의 길을 걸어가기로 결심하고 동양 철학과 사회복지학을 융합하는 쪽으로 연구 방향을 잡았다. 그는 본격적인 대학원 공부에 앞서 동양의 나라에 1년여 유학을 하기로 하고 켄트 주립대 스승인 제라드 케네디 교수에게 어느 나라로 가는 게 좋은지 물었다. 스승은 일본도, 중국도 아닌 한국의 성균관대학교를 주선해줬다. 켄트 주립대에서 Summa Cum Laude를 받았던 그는 풀브라이트 장학생으로 한국 땅을 밟았다.

 

성균관대학교는 한국어를 모르는 캔다 학생의 공부와 통역을 돕기 위해 당시 유학과 교수였던 이동준 박사를 붙여줬다. 이동준 교수는 마침 그 해에 성균관대에 부임하였었다.

 

이동준 교수가 서문에서 캔다 학생과의 첫 만남을 회고한 바에 따르면 캔다 학생은 한국의 전통철학과 유교 경전을 배우며 여주 신륵사 등 역사유적 답사에 빠지지 않고 다녔다. 뿐만 아니라 민물 매운탕을 마다하지 않을 정도로 한국음식을 좋아했고 민속춤과 괭과리를 배우는 데 열심이었으며 한국에 머무는 시간을 매우 즐거워했던 듯이 보였다고 전했다. 1년 2개월의 한국 유학생활은 캔다 교수와 이동준 교수 간의 40년이 넘는 사제 간 우정의 시발점이 되었다.

 

 

캔다 학생은 미국으로 돌아간 후에도 이동준 교수와 편지를 주고받는 인연을 이어가면서 덴버 대학교에서 한국의 호랑이와 신선에 관한 연구로 종교학 석사를 취득했고, 오하이오 주립대학에서 사회복지학 석사와 박사 학위를 받았다. 그리고 1986년 아이오아 대학 교수가 되고부터는 거의 매년 한국을 다녀갔고 1989년 캔자스 대학으로 옮겨가서도 한국 방문을 이어갔다. 연구년에는 성균관대 객원교수를 지냈으며 캔자스 대학 학생 7-8명을 인솔하여 성균관대와 한림대를 방문해 한국학 관련 강의를 듣게 하고 지방으로 답사여행을 한 적도 많았다고 이동준 교수는 전한다.

 

캔다 교수는 동양적 영성을 사회복지와 접목하는 연구를 주로 해왔는데 1990년 영성과 사회복지학회(The Society for Spirituality and Social Work)를 설립하기도 했다. 은퇴 전까지 약 200편의 논문을 발표했으며 240여회에 걸쳐 국내외 학술발표를 가졌으며 여러 편의 저서를 펴냈다. 그는 2013년 사회복지교육위원회로부터 평생공로상을 수상했다.

 

 

이동준 성균관대 명예교수는 은퇴한 후 한림대 태동고전연구소장을 지냈으며 대학 최초로 율곡학연구소를 세우기도 했다. 이동준 교수는 한국철학계의 제1세대인 도원 류승국 성균관대 교수의 제자이며, 그의 부친은 훈민정음과 정역 연구로 유명하며 13권에 달하는 「학산이정호전집」을 남긴 학산 이정호 선생이다. 열암학술상과 율곡대상을 수상한 이동준 교수는 1995년 설립한 한국철학연구소를 통해 후진양성과 한국철학 알리기에 진력하고 있다.

 

 

이 책은 1부와 2부로 나눠져 있는데, 1부는 이 책의 집필동기와 의미, 이동준 교수와의 만남을 회고하는 내용이 담겨있다. 메인 서술 부분인 2부는 행촌 이동준 교수가 한국철학의 진수를 직접 말하는 형식을 취했다. 2부 제목이 ‘행촌 이동준 교수의 가르침’이라고 붙였지만 일평생 동양적 영성과 사회복지학과의 접점을 찾아온 캔다 교수가 한국철학을 바라본 시선이 담겨있다고 할 수 있다. 캔다 교수는 성균관대뿐만 아니라 일본의 3개 대학에서 방문 교수를 지낸 바 있어 동양철학에 상당한 안목을 갖추고 있을 것이다.

 

 

이 책에서 이동준 교수는 한국철학의 통합 정신 전통을 강조했다. 고조선의 창업자인 단군의 탄생은 하늘과 땅의 조화를 의미한다고 말했다. 널리 사람들을 이롭게 하는 홍익인간 정신도 통합하고 생명을 존중하고, 평화롭게 지내라는 가르침이라고 해석했다. 이동준 교수는 고조선을 이어받은 신라에는 유불선 삼교의 진리를 모두 포함한 풍류도가 존재하고 있었으며 고구려의 연개소문이 삼교의 공존으로 나라가 안정하다는 말을 남긴 바 있다고 말했다. 불교도 우리 땅에 와서는 원효와 지눌 선사에 의해 통합됐다고 했다. 유교도 퇴계와 율곡에 의해 통합되는 사상으로 발전됐다고 하였다.

 

한국에는 기층 정신세계인 샤마니즘 위에 유불선이 전래되고 기독교가 들어왔으나 가장 중심적인 정신으로 자리 잡고 있는 사상은 유교라고 이동준 교수는 말했다. 그는 한국의 역사 속에 2천 년 간 면면히 발전해온 한국유학은 앞으로 다른 종교나 이념, 사상과 경쟁하기보다는 ‘지혜’로서 스며들기를 바란다고 하였다. 그리하여 한국 유학과 철학의 지혜가 오늘날 종교와 인종과 이념이 다르다는 이유로 서로 적대하고 반목하는 세상을 통합하는 데에 도움이 되기를 희망하였다.

 

이 책은 캔자스 대학 도서관에서 코로나 대유행의 와중에도 올해 발행했다. 한국철학에 관한 주제별 영문 논문은 있으나 한국철학 전반을 접할 수 있는 영문 저술은 거의 전무한 게 현실이다. 이런 가운데 한국철학의 연원과 흐름을 이해하고 최근 경향까지 캐치할 수 있는 영문저서의 출간은 외국 연구자들과 한국에 관심 있는 세계인들에게 무척 반가운 일이 되지 않을까 짐작된다.

 

MeCONOMY magazine December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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