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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선진국은 기술사회, 우리도 그 방향으로 가야

콤포지션 경제학 (32)

【M이코노미 이상용 수석논설주간】 코로나 영향으로 파탄난 자영업자들은 기술훈련교육을 받아 재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일부는 다시 창업 재도전을 할 수는 있지만 기술자로 변신하는 방법도 괜찮다. 요즘 인문사회과학계 대학을 나온 청년들도 4차혁명에 따른 산업재편의 영향이 확산됨에 따라 괜찮은 일자리를 잡기 어렵다. 그러다 보니, 공무원 시험 준비에 장기간 시간을 보내거나 택배 노동으로 빠지기도 한다. 공무원 시험도 경쟁이 매우 심하고, 자신의 적성에 맞는지도 따져봐야 한다. 택배 일은 체계적 지식과 기술이 축적되는 일은 아니다. 이런 이들도 기술교육에 눈을 돌려볼 것을 권한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일자리를 직장 취업으로만 바라보기 때문에 앞이 안 보인다. 그러지 말고 기본적인 기술과 기능을 배우면 일자리를 찾을 수 있다는 인식으로 바꾸면 일자리는 널려 있다. 기술자의 일은 외부에선 잘 안 보이고 ‘숲속’에 들어 가야 보인다. 어떤 업의 현장에 들어가야만 서서히 일이 보이기 시작한다.  또 본인이 기술자나 전문가가 아닌 중간 노동자들의 경우 기술과 전문성에 대한 개념상 오류를 가지기 쉽다.

 

그들은 어떤 전문 직업을 가지려면 자신이 그런 완성된 기술수준에 도달 해야만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자격증이 있으면 다 되는 줄로 아는 것도 같은 맥락의 오류다.  기초적인 기술과 기능을 익히면 그 일을 할 수 있으며 그보다 높은 수준은 업무는 실제로 일하면서 상당한 기간이 지나야 도달하게 된다는 사실을 알았으면 한다. 또한 전문성의 단계가 여러 층일 뿐만 아니라 전문성의 성격과 특징도 자연히 사 람에 따라 달라져 독자적인 특징을 갖게 된다. 그 특징이 제대로 모습을 갖추고 수요도 가질 때 그만의 독자적인 기술 및 전문 영역을 가지게 된다.

 

지인 중에 관세사 사무실에서 일하는 갓 50줄을 넘긴 분이 있다. 자격증 있는 사장이 있지만 사장이 모든 고객을 상대할 수는 없고, 관세업무라는 비즈니스를 수행하려면 필수적인 일들도 많기 때문에 사람들이 필요하다. 그 사무직은 관세사 자격증을 딴 사장의 일을 거의 똑같이 할 수 있다. 여기에다 그가 영업 능력이 뛰어나고 꼼꼼하게 일을 처리하면 사장보다 훨씬 더 많은 돈을 벌어오기도 한다. 전문성이란 이처럼 사람에 따라 성격도 효과도 달라지는 법이다. 

 

변호사 사무실에서 오랫동안 근무한 50대 후반 여성을 알고 있다. 작은 변호사 사무실에서 30년 이상 근무하면서 법률적인 제반 업무와 회계업무도 익히게 됐다. 요즘 변호사업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대표 변호사도 나이가 듦에 따라 사무실도 폐쇄됐다. 그러자 그 여성은 그간 쌓아온 법률 지식과 노하우, 회계업무의 전문성을 가지고 규모 있는 건설회사에 취업했다. 건설업이란 이런저런 송사가 많고 법률적 지식이 필요하다. 법률적 지식을 가진 직원이 있으면 송사까지 가지 않고 분쟁을 해결할 수도 있다. 그러면 회사에 큰 손해를 막을 수 있음은 물론이다. 

 

부득이 하게 송사를 한다고 해도 법률적 지식을 가지고 있을 경우 훨씬 수월하게 처리할 수 있다. 회계업무도 외부 회계사에게 맡긴다고 해도 회사 규모가 크다고 하면 사내에 그 업무를 아는 직원이 있어야 한다. 그 여성은 아무런 기술이 없어 일자리를 찾지 못하는 또래 친구들의 부러움을 사고 있다. 

 

모 대학 화학과를 졸업한 지인이 있다. 그가 대학 졸업 후 처음 입사한 회사는 당시 굴지의 재벌 그룹 화섬회사였다. 섬유업 불황과 경영 실패로 다른 기업에 인수됐다. 인수되면 으레 구조조정이 있기 마련이지만 이전 회사에 있을 때 전문성을 놓치지 않았기 때문에 일자리를 유지할 수 있었다. 그러나 나이가 들고 직급이 올라가자 나가라는 압박이 들어왔다. 그때부터 중소기업으로 눈을 돌려 자신의 기술을 살릴 수 있는 기업으로 전직했다. 지금은 세 번째 중소기업으로 옮겼는데, 자신의 전문성과 노하우를 꼭 필요로 하는 곳이어서 좋은 대우를 받고 일하고 있다.

 

그는 중소기업에 근무하면서 5년간 국가 연구개발 프로젝트 수행을 주도하는 경험도 쌓았다. 현재 50대 후반의 나이인 그는 ‘화학’이란 전문성을 끝까지 지켜냈기 때문에 앞으로도 일자리는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프랑스 공영방송 프로그램에서 한 중년 퇴직자가 증류기로 사과주를 만드는 기술을 가지고 전국을 다니는 모습을 소개했다. 그는 파리에서 사무직으로 있다가 중년 나이에 실직 했다. 무슨 일을 할까 수소문 하던 끝에 은퇴를 하고자 하는 고령의 사과 증류주 기술자로부터 기술을 배운 뒤에 커다란 증류기까지 인수했다.

 

 

그는 증류기를 트럭 뒤에 있는 트레일러에 싣고 전국의 사과 농장을 다녔다. 아름다운 프랑스 전원을 감상하며 하루에 한두 군데만 다녀도 해가 저물었다. 자신의 일에 만족하는 것 같았다. 오래 된 전통 방식인 탓인지 경쟁자도 별로 없다고 한다. 이런 게 기술이다. 한국인들은 ‘기술’이라고 하면 어엿한 4년제 공과대학을 다녀야 하는 식으로 너무 무겁게 생각한다. 우리나라 사람의 의식 속에 조선시대 문치의 관념이 여전히 강하게 남아 있는 때문이 아닌가 생각된다.

 

우리의 ‘기술 문화’ 인식은 아직은 매우 얕은 것 같다. 우리가 현대에 들어와 서양의 과학기술의 도입과 교육을 완제품 형태로 받아들인 까닭도 크다고 본다.

과학기술이란 장구한 세월에 걸쳐 무수히 가지가 벌어지는 가운데 체계가 잡히며 꾸준히 발전해왔으며 또 다른 변화를 맞이한다. ‘과학기술’은 과정일 뿐이며 ‘완제품’이 아니다.


중국이 미국 다음으로 AI 선도국이라고 하는데, 어떻게 단 기간에 그게 가능하게 됐는가. 응용 능력이 뛰어나고 거기에 집중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일자리는 응용 기술에서 90% 이상 나온다. 일본이 원천기술에 매달리는 사이에 중국은 거대한 시장을 바탕으로 응용기술의 활용에서 비즈니스를 창출한 결과 알리바바와 텐센트라는 기업이 나오고, 전기자동차와 배터리 산업에서 질주하고 있는 듯하다.  

 

‘기술훈련’은 단기 교육이 거의 전부다


기술훈련교육 기간은 6개월-1년, 길어야 2년이다. 사실 2년 간 다니면 4년제 대학교로 편입을 생각하는데, 그러면 애초의 기술자 목표를 달성하기보다는 오히려 기술자 진로에서 멀어질지도 모른다. 4년제 이공계 대학을 졸업하면 우수한 사람들은 대학원으로 가서 원천기술 개발연구 방향으로 가게 된다. 그곳은 또한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며 연구개발직 일자리는 한정돼 있다. 일자리 측면에서 보면 기술자가 훨씬 넓고 깊고 다양한 세상이라고 할 수 있다. 

 

최근 한창 청년들의 관심을 끌고 있는 삼성청년SW아카데미도 1년 코스다. 집중적이고 실무 위주 교육이어서 취업률도 높다. 서울, 부산, 대전, 광주, 구미 등 5군데 있다. 전국에 폴리텍 대학들도 있는데, 2년 코스도 있지만 1년이 주류다. 1년 집중해서 배우고 취업 현장에서 기술을 업그레이드 해가면 된다. 교육과 훈련은 기초가 ‘전부다’라고 보면 된다. 

 

신기술이 나온 뒤 생산과정 어떻게 되나


신기술은 공정화 되고 매뉴얼화 돼야 노동이 투입되어 생산이 가능해진다. 연구개발실에서 실험으로 증명된다고 해서 바로 생산되는 건 아니다. 시장 수요 타진도 있어야 한다. 적절한 수요가 있어야 생산할 수 있다. 노동자들은 배우고 훈련받고 보수 교육도 받고 또 쉬기도 해야 한다. 그리고 새로운 시장 조사도 해야 하고 새로운 마케팅, 홍보, 새로운 법적 규제도 대비해야 한다. 이런 업무에 필요한 사람들을 고용해야 한다. 이런 시스템이 갖춰지고 정착돼야 어엿한 ‘기술 비즈니스’가 된다.  

 

기술 개발의 목적은 새로운 경제적 가치 창조, 편의성 증가, 노동 비용 절감 등의 목적으로 시작되지만 언제나 기획자와 개발자의 의도를 넘어 새로운 것들이 나타난다. 그 중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은 해당 분야의 노동력은 일부라도 사라질지 몰라도 예기치 못한 분야에 일자리 창출이 일어난다는 사실이다. 바로 이 대목에서 ‘과도기적 현상’이 나타난다. 지도자들은 이런 ‘과도기적 현상’을 맞아 수세적으로 대응하지 말고 리스크를 감수하고 치고 나가야 한다. 

 

그러면 예상치 못한 비즈니스 기회를 잡을 수 있으며 이에 따라 생각지 못했던 일자리를 맨 처음 선점할 수 있게 된다. 한국은 혼란스러워 보이고, 위험해 보이는 ‘과도적 현상’을 지켜만 보지 말고 과감하게 ‘불확실성’ 속에 뛰어들어야 한다. 


기계와 노동, 컴퓨터 프로그램과 노동

 

기계는 복잡하고 거대할수록 노동자는 그 기계에 종속된다. 따라서 그 기계가 없는 공장에서는 해당 노동자는 무용지물이 된다. 예를 들어 자동차 조립공장, 철강 공장에서 쇠를 만드는 일관 공정 속에서 일하는 노동자도 같은 신세다. 이에 비해 간단한 도구들을 다루는 목공들은 도구의 주인이지 도구의 노예는 아니다. 극단적인 예를 들기는 했는데, 자신의 일이 어디쯤에 있는지 알 필요가 있다.

 

컴퓨터 프로그램이란 것도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사람이 있고 이미 개발된 프로그램을 가지고 활용하는 사람도 있다. 한국은 균일한 노동을 집단적으로 하던 노동사회가 저물고 AI로 송두리째 바뀌는 기술사회로 변신 중에 있다. 거대한 기계도 AI라는 두뇌를 장착해가고 있다. 그곳에 자신의 일은 무엇인가를 고민해야 할 때다. 

한국경제가 맞닥뜨린 두 가지 일자리 지형 조건


첫째 한국의 괜찮은 일자리가 줄어드는 상황이다. 대기업의 기술이 자동화됨에 따라 줄어드는 부분도 있지만 동시에 해외의 고급인력이 채용되는 부분이 커지는 이유도 있다. 요즘에 국내의 중소 기술기업에도 외국 기술인력들의 충원이 많아지고 있다. 그만큼 한국의 고급인력들이 해외 고급인력들 과의 경쟁에 밀리게 되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사실 다른 선진국들은 모두 이런 상황을 이미 경험했고 현재진행형이다. 그들은 해외취업으로 돌파구를 찾고 있다. 인도의 고급 인력들이 미국을 비롯해 영미권 국가들에서 널리 취업한지는 오래됐다. 영어 구사력에서 불리한 한국의 고급인력들은 국내에서 원하는 일자리를 얻지 못하면 제2선을 찾거나 또는 공무원 시험으로 빠지기도 한다. 

 

전문직과 기술직으로 취업을 하고자 하는 사람은 해외에서 제2선을 찾고 거기서 전문성을 심화하거나 외연을 넓혀 다시 국내로 들어오는 방식으로 경력관리를 하지 않으면 안 된다.

 

둘째, 대량생산 및 4차 산업혁명 이전 시대는 최상층에 경영진, 기술자 및 전문직이 있고 그 아래에 중간 노동자, 맨 아래 단순 노동자의 순으로 일자리가 많은 피라미드 형태였다.  4차 산업혁명 이후에는 기술자와 전문직 일자리가 가장 많고 그 아래는 축소되는 마름모 형태가 된다. 실리콘 밸리의 기술기업들은 일찍부터 마름모 형태였으며 단순 노동자들은 거의 없다. 직원 수십 만 명인 구글에 단순노동자란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전문직과 기술직이 한 기업의 대종을 이루면 고용 형태도 다양하게 된다. 중간 노동자와 단순 노동자들은 거의 균일한 성격을 띠고 대체 가능한 노동 수준이기 때문에 자신들을 집단적으로 보호할 필요가 있었다. 그러나 전문직과 기술직이 다수를 차지하게 되면 동일한 노동 형태란 존재하지 않는다. 예를 들면 대학의 교수들이나 연구소의 연구원들이 제 각각 다른 전공을 가지고 있듯이 각자 다른 전문성을 가지게 된다. 기술자들도 이와 같은 모습을 띠게 된다. 

 

그리고 전문직과 기술직은 신입사원 뽑듯이 대규모의 동일 직종의 일괄채용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같은 전문직과 기술직의 소개에 의해 스카우트하거나, 지원하는 루트를 통해 전업하게 된다. 따라서 균일한 중간 노동자와 단순 노동자들을 기반으로 한 노조와 정규직 고용 같은 제도는 한국 직장에서도 서서히 그 힘을 잃어갈 것으로 보인다. 


계약제 직장인들은 전업을 위해 전문성 향상에 주력하나 상당 기간 고용 보장된 정규직 직장인은 승진과 임금인상에 관심을 기울인다. 승진과 인금 인상은 자신의 전문성과 성과에도 영향을 받기도 하지만 사내 커뮤니케이션, 집단적 임금 협상 등 다른 변수도 적지 않다. 그럴 경우 사람들은 전문성과 성과보다는 다른 변수에 더 기대는 경향이 있다. 그러므로 직원들이 오로지 전문성과 성과에 노력을 다하도록 하는 것이 인력 및 인사 관리의 요체라고 할 수 있다.     

 

선진국은 기본적으로 기술사회


선진국이라고 함은 일하는 사람들은 대다수 기술자와 전문가들이다. 그렇기 때문에 근무 형태도 다양하고 근무자 연령대도 노년, 중년, 청년이 골고루 분포돼 있다. 기술자이고 전문가이면 정년이란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선 지금 정규직, 비정규직 격차를 따지고 불평등 문제가 부각되고 있는데, 이것만 보더라도 아직은 선진국의 기술사회로 진화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이런 퇴행적 모습도 머지않아 해소될 것으로 본다. 직원들의 전문성과 기여도를 객관적으로 평가하지 않고 정규직과 비정규직 여부를 기준으로 차별하는 기업들은 오래가지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코로나로 인한 재택 근무의 정착도 기술사회적 경향을 가속화시킬 것으로 보인다. 재택 근무자는 분명한 자신만의 업무와 그 업무의 전문성, 성과를 보여줘야 한다. 재택 근무자가 자신의 개별적 전문성을 확인받지 못하면 조직에 과연 필요한 인력인가를 의심받을 수밖에 없다. 한국은 싫든 좋든 노동 사회에서 기술사회로 진화하는 길목에 있는 것 같다.

 

MeCONOMY magazine January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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