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한미 동맹을 굳건히 하고, 일본과도 이전 정부와는 달리 원활한 관계로 회복시키려는 모습이 국민을 안심시키기에 충분하다고 본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사태와 미-중 관계경색 등으로 인해 한국 수출에 적신호가 켜져 있다. 이런 위기 국면에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1월 23일 제1차 수출젼략회의를 열었다. 당초 회의 예상 시간을 훌쩍 넘기며 2시간 동안 대통령실, 기획재정부, 산업통상자원부, 기업과 무역 단체, 코트라와 수출입은행 등 관계자 40여 명이 참석해 열띤 토론을 벌였다고 전한다.
윤석열 대통령은 위기를 기회로 삼아 세계 5위 수출대국으로 우뚝 서자고 말했다. 윤 대통령이 옛날 박정희 대통령처럼 직접 수출을 챙기겠다고 한 말이 인상 깊다. 윤 대통령은 그날 일론 머스크 테슬라 전기자동차와 스페이스X 최고경영자와 화상 면담을 가졌다. 윤 대통령은 머스크 최고경영자에게 아시아에 건설할 신규 전기차 생산 공장을 한국에 세워달라고 요청했고, 머스크 최고경영자는 이에 적극 검토하겠다는 뜻을 전했다.
현재 테슬라 자동차는 중국에서 현지 자동차 판매세에 밀려 수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테슬라 자동차가 상대적으로 시장이 좁은 한국에 공장을 건설하기는 어렵다 해도 전기 자동차 부품의 구입 확대와 부품사와의 협력 가능성은 커 보인다.
머스크 최고경영자는 2023년 부품 구매 액이 올해보다 두 배 정도 증가한 100억 달러에 이를 것이라고 화답했다. 윤 대통령은 우주산업의 협력도 요청했는데, 걸음마 단계인 한국의 민간 우주기업들이 스페이스X와 공동으로 기술협력과 글로벌 시장 개척 분야에서 윈-윈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 다음날 윤 대통령은 경남 사천으로 달려가 한국항공우주산업에서 방산수출전략회의를 주재했다. 방산수출전략회의는 민관군이 함께 참석하여 방위산업을 수출전략 산업으로 육성하고자 하는 목표를 설정했다는 점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겠다.
방산수출전략회의에는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장관, 신범철 국방부차관, 엄동환 방위사업청장 등 방위산업 관련 주무부처 장차관과 육·해·공군 참모총장, 해병대사령관, 60개 방위산업체 관계자들이 참석해 세계 4대 방산수출 강국으로의 도약을 다짐했다. 이날 회의에서 신범철 국방부 차관은 방산혁신기업 100개를 순차적으로 육성하는 프로젝트, 국방벤처기업 인큐베이팅 사업, 방산기술 혁신펀드 조성 등 수출지원 제도를 제시했다.
대통령직은 안보와 경제의 쌍두마차를 부리는 직책
윤석열 정부가 이태원 참사와 김건희 여사의 행보로 끌려가서는 되겠는가. 경제는 스포츠와 비슷하다. 경제 기초 여건이 튼튼해야 하지만 사기와 자신감이 중요하다. 카타르 월드컵에서 이변을 연출한 사우디팀과 일본팀을 보면 알 수 있다. 사우디팀은 파워와 투지에서 아르헨티나팀을 압도했고 일본팀은 독일팀에 주눅 들지 않고 차분하면서도 기회가 오자 정확한 슛을 날렸다.
올해 들어 가장 큰 경제협력 사례는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의 방한이 아니었나 생각된다. 빈 살만 왕세자는 여러 면에서 국제적 주목을 받고 있는 37세의 젊은 국가지도자다. 인권 문제를 야기하기도 하지만 몇 가지 개혁 조치를 과감하게 시도하기도 한다. 윤석열 대통령은 11월 17일 한-사우디 수교 60주년을 맞아 방한한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 겸 총리와 회담을 열고 양국 관계 발전 방안을 논의했다.
윤 대통령은 네옴 메가 프로젝트 참여, 방위산업 협력, 수소와 같은 미래 에너지 개발, 문화교류·관광 활성화 분야의 협력을 확대해나가자고 말했다. 이에 빈 살만 왕세자는 "수교 이래 한국 기업들이 사우디의 국가 인프라 발전에 크게 기여했다"며 이 과정에서 축적된 신뢰를 바탕으로 사우디 '비전 2030'의 실현을 위해 한국과 협력을 강화해 나가길 희망한다고 화답했다. 왕세자는 특히 에너지, 방위산업, 인프라·건설 등 3개 분야를 특정해 한국과 협력을 획기적으로 강화하고 싶다고 말했다.
대통령실은 에너지 분야에서는 수소에너지 개발, 탄소 포집 기술, 소형원자로(SMR) 개발과 원전 인력 양성과 관련한 협력을, 방산 분야에서는 사우디 국방역량 강화를 위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협력을, 인프라 분야에서 '비전 2030' 플랜에 한국 기업들이 적극 참여해줄 것을 요청했다고 전했다. 양국 정부는 지난 2017년부터 운영해온 한·사우디 비전 2030 위원회를 에너지와 농수산 분과를 추가해 총 7개 분과로 확대 개편하기로 합의했다. 왕세자가 한국의 농업기술이 중동과 아프리카에서 큰 성과를 얻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한 결과로 보인다.
대통령실은 이번에 사우디와 체결된 26건의 계약·양해각서 MOU는 내용이 구체적이고, 사우디의 실현 의지가 강해 실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평가했다. 최상목 경제수석은 향후 사우디의 네옴시티 계획이 구체화되면 추가적인 성과가 더해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최 경제수석은 "앞으로 26건의 MOU 추진 상황을 '한-사우디 비전 2030 위원회'에서 사우디와 공동 점검하는 한편, 관련 기관과 정부가 원팀으로 사우디 진출 예정 기업들의 애로 사항을 파악하고 즉각 조치해 나가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네옴 프로젝트의 실현 가능성
네옴 프로젝트 중 라인 시티는 길이 170킬로미터, 폭은 200 미터, 높이는 500미터의 일직선 모양의 단일 구조물 형태라고 한다. 도시 내 어느 곳에서든 5분 내 고속주행열차를 이용해 20분 이내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다는 계획이다. 이 도시에 9백만의 주민을 수용하고 100% 재생에너지를 공급받는다고 한다. 총 5천억 달러를 투입해 2030년에 완공한다는 완전 미래형 도시다.
너무 환상적인 계획이어서 과연 예정대로 진행될 수 있을까 의심하는 전문가들이 적지 않다. 의심의 눈초리는 과연 5000억 달러에 달하는 자금을 조달할 수 있겠는가, 또 기술적 난관을 극복할 수 있겠는가라는 점에 모아져 있다. 그러나 라인 시티와 같은 구상은 1956년 미국 건축가 마일스 그래브스와 피터 엔지먼이 보스턴과 워싱턴을 잇는 거대 도시 아이디어를 내놓은 바 있었고, 1970년대에도 역시 미국 건축가에 의해 유사한 구상이 발표됐다고 한다. 이런 오리지널 구상을 네옴 프로젝트에서 실제 구현해보려는 그야말로 담대한 도시 계획이라고 할 수 있다.
현재로서는 이 프로젝트가 정말 완성될 수 있을는지 아무도 모른다. 빈 살만 왕세자의 강력한 추진력과 사우디 국민들의 믿음에 이 프로젝트의 성패가 달려있다는 것만 알 뿐이다. 사우디의 오일은 가까운 미래에 고갈될 것이 틀림없다. 사우디로서는 네옴 프로젝트를 포함해 ‘사우디 비전 2030’에 사활을 걸고 있다.
공사 수주에서 거대 프로젝트와 신기술 참여 전략 필요
아리스토텔레스는 「정치학」에서 개인의 자급자족보다 가정은 더 높은 차원의 자급자족을 이룰 수 있는 것처럼 국가는 가정보다 차원 높은 자급자족을 달성하는 체제라고 정의 내렸다. 그러려면 국가의 구성원들은 단일한 성질보다는 다양한 성분들을 지니는 게 좋다고 그는 말했다.
어떤 국가가 단일성에 집착하는 만큼 안정성을 얻을 수 있는 반면에 성장과 발전을 희생하게 된다. 이와 대조적으로 한 사회가 다양한 성분들을 추구하려다 안정성을 잃어버리면 안 되겠지만 일단 다양한 사회는 성장과 발전의 가능성에 열려 있다.
이 논리를 글로벌 생태계로 확장해본다면, 우리가 사우디의 네옴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것은 우리 기업 이익을 증대하는 이상의 의미를 찾을 수 있다. 네옴 프로젝트는 일단 현재 지구상에서 그 어떤 선진국에서도 건설된 적이 없는 미래형 도시다. 사막을 낀 해안 지역에 도시 기반시설과 교통수단이 재생 에너지만으로 운행되고 중동 경제의 중심도시 역할과 관광지 기능도 담당한다는 계획이다. 하나에서 열까지 지금까지 적용된 적이 없는 신기술이 대거 활용돼야만 한다.
한때 우리 정부와 기업들이 미래성장 동력을 찾기 위해 노력한 적이 있었다. 지금도 여전히 유효한 목표임은 말할 필요가 없다. 미래 성장 동력이란 어디서 만들어진 완성품 형태가 하늘에서 뚝 떨어지듯 나타나는 것이 아니다. 누구도 해본 적이 없는 구상에 아직 검증되지 않은 신기술을 적용하는 사업과 프로젝트를 거듭되는 실패에 불구하고 계속해봐야 한다.
그렇게 하는 과정에서 시장성 있고 현실성 있는 검증된 신기술을 체득할 수 있다. ‘사우디 비전 2030’이 설사 그전에 실패했던 ‘사우디 비전 2020’처럼 용두사미로 끝날지 모르지만, 그래도 아예 시도조차 안 해보는 것보다는 낫다. 새로운 과학적 사실과 이론은 실험실에서 발견할 수 있으나 기술은 실제로 안 해보면 숙달되지도 않고 엔지니어링 능력도 쌓을 수 없다.
사막의 도시, 라스베이거스에서 알 수 있듯이 기존 도시나 농어촌에 도시를 건설하는 것보다 사막에 거대 도시를 건설하는 게 훨씬 용이하다. 토지수용 비용이 덜지 않아 비용도 크게 절감될 것이고 온갖 신기술을 적용할 수 있는 유리한 점도 있을 것이다. 사우디는 수소 에너지와 원전, 방산 기술의 협력을 원하는데, 우리나라의 신기술을 사우디 현지의 요구에 맞게 실제로 적용해봄으로써 경험도 쌓고 창의적 신기술도 개발할 수 있다. 사우디에서 얻은 경험과 기술은 다른 나라 프로젝트 수주로 이어질 수 있음은 물론이다. 1970년대 중동 붐은 우리의 노동력을 제공했다면 지금은 기술을 제공해야 한다.
한국과 같은 중간 규모의 국가들은 민간 기업만으로는 첨단 기술이 있다고 해도 프로젝트에 참여하기기 쉽지 않다. 국가가 보증을 서야 한다. 그런 점에서 대통령과 장차관들이 세일즈 통상외교에 나서는 것은 시의적절하다.
선진국이라고 하면 나눔과 협력 경제로 성장과 내실
영국이 자국 경제 형편이 어려운데도 우크라이나에 앞장서서 계속 해서 군사적, 물적 지원을 하고 있다. 후진국이나 개도국, 또는 어려운 나라를 지원하는 것은 여유가 있어야만 한다는 생각을 해서는 안 된다. 선진국들도 풍요로워 보여도 쓸 데도 많은 법이다. 여유가 넉넉할 때 돕는다고 생각하면 타국을 도울 수가 없다.
대한민국이란 나라는 유엔이 세운 나라다. 연합군의 일원으로 2차 대전에 참천할 기회를 놓치고 스스로 독립하지 못한 아픔이 있다. 미군정 후 유엔의 감시 아래 독립국임을 승인받았고 한국전쟁이 일어났을 때 16개국이 참전해 우리나라를 지켜주었다.
선진국이 되면 더 잘 살아보려고 욕심을 내기 쉽다. 대부분의 부자가 평범한 사람들보다 더 인색하고 더 큰 욕심을 내는 것과 같은 심리다. 눈앞의 경제적 이익에만 매몰된 수출전략은 이제 벗어나야 할 때다. 상품을 소나기처럼 수출하는 방식으로는 중동과 아시아, 아프리카, 중남미와의 경제관계를 심화시킬 수 없다고 본다. 우리보다 못한 나라들의 경제 발전을 돕고 함께 동반성장하는 수출 모델을 모색해볼 필요가 있다.
MeCONOMY magazine December 20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