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곧 휴일이라 일자리가 더 없어...(연휴에는) 건설현장 청소하고 자재 정리하는 것만 시켜서 많이 안 뽑아”
설 명절을 하루 앞둔 20일 새벽 4시경 서울 남구로역 2번 출구 인근 인력사무소 밀집 지역에서 만난 건설 일용직 근로자 A씨는 근심 가득한 눈빛으로 이렇게 말했다. 바로 옆 자판기에서 커피를 뽑던 건설 일용직 근로자 B씨도 “근래 건설현장에서 인력을 많이 안 뽑는다”며 “(더군다나) 내일부터는 휴일이다 보니 많은 작업이 이뤄지지 않는다”고 힘없이 말했다.
이날 서울의 새벽 기온은 영하5도를 기록할 정도로 추웠지만, 일자리를 구하기 위해 온 사람은 어림잡아 70명 이상 돼 보였다. 그러나 이 가운데 3분의 1은 일자리를 찾지 못하고 발걸음을 돌렸다.
오전 5시부터 공구와 못이 든 가방을 들고 하염없이 천막 쉼터에서 기다리던 C씨는 “(집에) 가야겠다. 오늘은 안됐네”라며 남구로역으로 향했다.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다른 근로자들도 하나둘 자리를 떠났다. 그들의 눈빛에는 부양하는 가족에 대한 책임과 걱정이 한가득 묻어났다.
이처럼 건설 일용직 인력시장이 어려움을 겪는 이유는 고물가·고금리·고환율 등 3고(高) 악재에 따른 건설경기 악화와 무관하지 않다. 원자재 가격이 천정부지로 뛰며 공사비가 급증하는 가운데, 수요자들도 이전만큼 적극적으로 분양시장에 뛰어들지 않다 보니 건설업계 상황은 더욱 악화되는 모양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이 조사해 발표하는 건설기업 경기실사지수(CBSI)는 작년 11월 52.5를 기록했다. 이는 2010년 8월 50.1 이후 12년 3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치다. CBSI는 건설업에 대한 건설사업자들의 계획 변화추이를 관찰해 지수화한 것이다. 100 미만이면 현재의 건설경기 상황을 비관적으로 보는 기업이 낙관적으로 보는 기업보다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건설 근로자 공제와 무료 취업 지원 사업으로 (건설) 일용직 근로자에 대한 지원을 늘려가고 있다"며 "(도움이 될 수 있는) 정책들이 활성화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