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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문화


돈이 아닌 사과 원하는 강제동원 피해자들

피해자 측 "제3자 대위변제는 법적으로 성립 불가"

 

전날(2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강제동원 해법 진단 토론회에서 전문가들은 피해자들이 원하는 것은 일본 정부의 진정성 있는 사과이지 배상금이 아니라고 입을 모았다. 피해자들이 동의하지 않는 이상 제3자 대위변제는 법률적으로 성립할 수 없다는 해석도 내놨다.

 

이국언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 이사장은 이날 강제동원 피해자인 양금덕·김성주 할머니를 거론하며 “(제3자 대위변제는) 피해국이 가해국 전범기업 배상금을 대신 갚는 심각한 역사적 퇴행 행보”라며 “가해자로부터 사죄와 배상을 받고 싶어하는 피해자들의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라고 역설했다.

 

양금덕·김성주 할머니는 그동안 언론과 시민단체에 공공연히 일본의 진정성 있는 사죄를 듣고 싶다고 말해왔다. 지난 20일 이정미 정의당 대표가 방문했을 때는 양금덕 할머니가 “죽기 전에 사죄 한 마디 듣는 것이 소원”이라며 격한 감정을 쏟아냈다.

 

이 이사장은 “한일관계 복원이라는 구실로 강제동원 피해자들을 한일관계 복원의 제물로 삼고 있는 반역사적 행태”라며 제3자 대위변제를 주장하는 현 정부를 강하게 비판했다.

 

제3자 대위변제에 절차적인 하자가 있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임재성 강제동원 소송 대리인단 변호사는 “외교부는 작년 7월부터 4차례에 걸쳐 민관협의회를 진행했으나 피해자측이 실질적으로 참여한 회차는 1회에 불과하다”며 “그 1회마저도 피해자 측이 비현실적인 주장을 하고 있고 원론적인 입장을 고집하면 도와주기 어렵다는 발언이 서슴없이 나왔다. 이후 피해자들은 협의회에 불참했다”고 밝혔다.

 

지난 12일 개최됐던 공개토론회에 대해서도 강한 불만을 쏟아냈다. 임 변호사는 “평가받고 검증돼야 할 정부 안 자체가 발제문에 포함되지 않았기에 토론자들은 모두 자신이 추측하는 정부안을 기준으로 입장을 밝혀야 했다”며 “(토론회) 시작도 전에 마지막 절차라는 표현이 나왔고, 발제자였던 서민정 (외교부) 국장은 정부안의 정당성을 강변하는 하나의 코미디였다”고 강하게 어필했다.

 

제3자 대위변제의 정당성에 대한 법률적 해석도 이어졌다. 박래형 대한변호사협회 일제피해자인권특위 부위원장은 “제3자 변제는 반대 의사표시에 의해 제한을 할 수 있게 돼 있다. 단, 제3자의 변제가 있기 전에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 사건에서 강제동원 원고들은 모두 제3자 변제를 허용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표시하고 있으므로 피고 기업들 이외 제3자는 변제를 할 수 없다”는 해석을 내놨다.

 

의원들도 제3자 대위변제에 반대하는 입장을 냈다. 토론회 주최자인 조정식 민주당 의원은 “외교부는 지난 12일 공개토론회를 통해 한국기업이 배상하는 제3자 대위변제를 공식화했다. 이는 과거사를 청산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피해자를 청산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것”이라며 “일본은 진심으로 사과하고 한국은 흔쾌히 화해한다는 김대중-오부치 선언처럼 일본의 진심어린 사과가 선행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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