잼버리 대회가 K팝으로 잘 마무리가 됐지만 국제적으로 망신을 당한 대참사라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우리 국민들은 지금으로 부터 35년 전 88서울올림픽대회를 성공적으로 치러냈다. 이어서 1993년 개도국으로서는 처음으로 대전에서 세계박람회를 8 월 7일~ 11월 7일까지 장기간 큰 사고 없이 잘 진행했다. 또 2002년에는 올림픽보다 더 국제적 관심이 뜨거웠던 월드컵축구대회를 개최해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세계잼버리 대회는 1991년에 성공적으로 개최한 경험 을 살리지 못했다는 점이 뼈아프다. 강원도 고성군 신평벌에서 열린 제17회 세계잼버리는 1991년 8월 8일부터 16일까지 당시로서는 최대 규모인 총1백35개국 1만9천 92명의 인원이 참가했다. 단 한 건의 사고도 없이 8박 9일의 일정을 마쳤다. 이런 나라에서 잼버리 대회의 국제적 망 신을 당한 것을 지금 국민들은 도저히 납득하지 못하고 있다.
여야는 잼버리 대회를 객관적이고 심층적인 조사가 이뤄질 수 있도록 협력해야 한다. 정부도 현재 감사원 차원에서 조사가 이뤄지고 있는데, 민간 전문가들이 대거 참여하여 독립적인 조사 활동이 이뤄질 수 있도록 별도의 조사 위원회를 구성해봄직하다.
대전세계박람회를 총괄적으로 주관한 전직 공무원을 최근 만나 취재했다. 그를 통해 이번 잼버리 조사와 관련해 유념할 사안을 소개하고자 한다. 첫째로 이번 잼버리 대회는 그 전에 올림픽과 월드컵, 엑스포와 전혀 다른 성격이 다르고, 이전 고성 대회보다 참여 인원도 2배 이상 많은 4만3천여 명의 청소년들이 참여했다는 점에서 특별한 준비와 관심이 필요한 대회였다는 점을 주목했어야 했다고 전직 공무원은 지적했다.
올림픽 대회는 참가인원이 보통 1만 명 남짓이고 많아야 1만5천명 내외이다. 또 경기장과 숙소는 여러 곳에서 분산 돼 있는데, 잼버리 대회는 성격상 한 곳에서 열리므로 준비를 굉장히 많이 해야 하는 행사임에도 전혀 그러지를 못 했다는 것이다. 이토록 철저히 준비해도 모자랄 판에 대회를 왜 소홀하게 준비했는지, 아니면 철저히 준비하려고 했으나 지원이 안 됐다면 그 원인과 경위가 어떤 것인지 낱낱이 밝혀져야 한다.
지금까지 한국은 국제대회라면 혼신을 다해 준비를 다하고 결국 성공적으로 행사를 마무리해온 자랑스러운 역사를 가지고 있다. 그런데 왜 이번에는 이게 되지 않았는지 정말 알다가도 모를 지경이다.
둘째, 개최 장소가 주변에 나무 그늘 하나 없는 새만금이 었다는 데에 근본적으로 잘못됐다는 것이다. 더욱이 갯벌 메우기가 완전하지 않아 배수가 되지 않은 곳에다 장소가 선정된 점을 철저히 따져야 한다.
대전 엑스포 전직 공무원은 올림픽 대화와 엑스포는 호텔 에서 자도록 돼 있는데, 잼버리는 야영을 하게 돼 있으므로 장소 선정이 결정적으로 중요하다고 말했다. 4만 명이 넘는 인력이 야영하는 행사지를 물이 잘 빠지지 않고 나무도 없는 새만금에서 한다는 것 자체가 있을 수 없는 결정 이었다고 말했다. 그런 장소는 아무리 준비를 잘 한다고 해도 성공할 수는 없었을 것이라고까지 말했다.
갯벌은 메운다고 해도 안정화되는 데는 수십 년이 걸린다고 한다. 더욱이 비라도 오면 땅 밑이 물이기 때문에 물이 빠지지 않고 고이는 건 당연하다. 어떤 국제행사를 치를 때는 그 행사에 집중해야지, 그걸 이용해서 딴 속셈을 가진다는 것은 안 된다. 새만금을 개발하고자 하는 지역 민심을 이해 못할 바는 아니다. 그렇다고 해도 국제행사를 성공적으로 개최해야 지역 개발에 도움이 될 것인데, 참으로 안타깝다.
셋째, 잼버리 대회를 준비하는 조직위의 최고 책임자가 없었다는 점이다. 조직위원장이 5명이라는 것도 이해하기 어려운데, 집행위 원장은 현직 전북지사가 겸직하는 것도 문제였다는 것이다. 이런 대회의 준비는 한 사람의 리더십 아래 올인하는 체제가 아니면 성공할 수 없다.
조직위원장은 협조할 곳도 많고 해서 여러 명을 둔다고 치더라도 지자체장에게 집행 위원장을 맡길 수는 없었다. 강력한 추진력과 카리스마가 있는 집행위원장을 선임하여 그에게 힘을 실어주는 체제였어야 했다고 전직 공무원이 말했다.
넷째, 잼버리 대회에 대한 인수인계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 았다는 점, 그리고 설사 문재인 정부의 애초 계획에 문제 가 많았을지라도 새 정부가 행사를 잘 마무리해야 하는 최종적인 책임을 진다는 점을 지적했다. 4만 여 명이나 참가하는 거대 국제행사를 챙긴 사람이 대통령실과 총리실 에 없었다는 것인지 지극히 의문이다.
잼버리 대회와 같은 큰 행사는 중앙정부가 주도해야 한다. 지자체에서는 불가능에 가깝다. 더욱이 잼버리 행사의 안정적이고 성공적인 개최와 새만금 개발과는 상치될 여지가 충분히 예상되기 때문에 전북도지사가 단독으로 집행 위원장을 맡는다는 발상이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했다.
서울올림픽과 대전세계엑스포가 성공하게 된 데에는 박세직 조직위원장과 오명 조직위원장이라는 강력한 리더십 때문이라는 평가다. 대전엑스포 전직 관계자는 모든 시설과 운영요원들이 행사 개막 3개월 전에 완벽히 준비된 가운데 마지막 D데이까지 매일 리사이틀을 했다고 전한다. (이어서http://www.m-economynews.com/news/article.html?no=4009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