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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문화


제조사가 급발진 입증하는 시대가 올까

국회, ‘제조물 책임법’ 재추진
페달 블랙박스 설치 문의 급증

 

지난 1일 9명이 숨진 서울 시청역 역주행 사고에 이어 3일 국립중앙의료원 사고, 7일 용산구 이촌동 사고 등 연이은 차량 추돌사고로 급발진 의심 사고에 대한 운전자들의 관심이 어느 때보다 뜨겁다.

 

흔히 급발진 의심 사고의 원인은 크게 4가지로 나눌 수 있다. 연료분사 전자제어장치(ECU) 자체의 하드웨어 손상에 의한 명령 오류, 브레이크 제어 모듈(BCM)의 오작동, 운전자의 페달 혼동에 의한 운전미숙 등이 대표적이다. 또 전기차의 경우, 배터리 전압의 불안정으로 인해 전자제어장치(ECU)에 잘못된 전원이 공급될 수 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따르면, 급발진 의심 사고 감정 건수는 2021년 56건, 2022년 76건, 2023년 117건으로 해마다 늘어나고 있지만 국내에서 차량 결함이 인정된 적은 한 번도 없다.

 

사실 급발진 의심 사고의 대부분은 운전자의 오인으로 인한 사고로 밝혀지고 있다. 특히 고령 운전자가 많아지면서 사고 건수가 늘어나고 있다. 한국은 차량 사고시 소비자가 차량 결함을 스스로 입증해야 하는 구조라서, 어쩌면 피해자가 단편적으로 증명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페달 블랙박스’이다.

 

이를 반영하듯, 실제 페달 블랙박스 설치 문의가 급증하고 있다. 한 블랙박스 업체 관계자는 “페달 블랙박스가 지난달과 비교했을 때 약 30~40% 정도 매출이 늘었다”고 밝혔다. 또 다른 차량 블랙박스 업체 역시 “설치 방법, 가격, 제품 정보 등 문의하는 연락이 크게 늘고 있다”고 말했다.

 

◇국회가 나서 ‘제조물 책임법’ 발의…“우리도 EU처럼 법체계 뒷받침 돼야”

 

더불어민주당 허영 의원(춘천·철원·화천·양구갑)은 지난 16일 '제조물 책임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허 의원에 따르면, 이번에 발의한 개정안은 지난 21대 국회에서 논의됐던 법안들의 주요 내용을 종합적으로 모은 최종 보완 법안이다. 이번 개정안에는 입증 책임 전환 규정을 적용할 대상을 '자동차'뿐만 아니라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고도의 기술력을 요하는 제조물'로 확대하는 내용을 담았다.

 

또 제조사가 영업비밀 등을 이유로 사고 원인 규명을 위한 최소한의 요구에도 비협조적으로 대응하는 사례를 막기 위해 이미 공정거래법과 하도급법 등 여러 법률에서 도입된 '자료제출명령제도'를 이번 법안에 적용했다. 동시에 자료 제출을 통한 영업비밀 유출을 방지하고자 '비밀유지명령제도'도 포함된다.

 

허 의원은 "21대에서 개정 취지만큼은 정무위원회 심사 과정을 통해 여·야를 막론하고 폭넓은 공감대가 형성됐었다"며 "이번에 논의가 재개되면 신속하고도 긍정적인 심사가 이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자신했다.

 

이에 앞서 14일 ‘제조물 책임법’을 발의한 정준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일반 소비자인 피해자가 결함의 존재, 결함과 손해 사이의 인과관계 등을 입증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며 “운전자가 정상적이지 않은 자동차의 움직임을 녹화한 블랙박스 등을 제출할 경우, 제조사가 직접 제조물의 결함 때문에 발생한 사고가 아니라 다른 원인으로 인해서 발생했다는 사실을 입증하도록 하는 것이 골자”라고 법안 취지를 설명했다.

 

이와 관련 박진혁 서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이번에 발의된 ‘제조물 책임법’은 통과될 가능성이 있다”며 “이미 자동차 업계 측에선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을 것이다. 운전자들은 제조사와 별개로 확실한 증거 마련을 위해 페달 블랙박스를 반드시 설치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야당 측이 발의한 법안이 자료 제출명령제도에서 ‘자료 제출’ 범위가 너무 광범위해 제조사 입장에선 받아들이기 어려울 수 있다”며 “예를 들어, 운전자 블랙박스와 사고기록장치(EDR)이 상이할 경우 등 급발진 의심 사안을 특정해 적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지난 2022년 12월 강원 강릉에서 발생한 차량 급발진 의심 사고로 이도현(당시 12세) 군이 숨진 사고와 관련해 유족 측이 제조물 책임법 일부법률개정안(일명 도현이법)을 제정해 달라고 요구한 국회 국민동의 청원이 9만 명 이상 동의를 얻었다.

 

도현 군 아버지 이상훈 씨는 “지난 3월에 EU에서는 소비자가 제품의 결함과 인과관계를 입증하는 것이 과도하게 어려운 경우 ‘결함과 인과관계’를 추정해 입증책임을 소비자에서 제조사로 넘기는 법안을 신설했다”며 “우리도 EU의 제조물책임법지침을 반영한 제조물책임법 개정안이 통과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액셀을 브레이크로 착각... 급발진이 아닌 사고의 유형

 

한국교통안전공단에 따르면, 공단 산하 자동차안전연구원은 지난 2월 27일 자동차 국제기준제정기구 산하 페달 오·조작(ACPE) 전문가기술그룹 회의에서 지난해 11월 12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에서 발생한 택시 추돌 사고 사례에 대해 분석한 내용 발표했다.

 

당시 택시 운전기사 A(65)씨는 “우회전 중 급발진으로 브레이크을 수차례 밟았으나 작동하지 않았다”며 차량 급발진을 주장했다. 그러나 페달 블랙박스 영상을 판독한 결과, 브레이크가 작동하지 않았다는 운전자 A씨 주장과 달리 운전자가 밟은 건 가속페달로 확인됐다.

 

지난 2009년 8월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는 일가족 4명이 탄 일본 렉서스 차량이 시속 195km로 급발진하면서 탑승객 전원이 사망했다. 사고 원인은 자동차 매트가 액셀에 끼여 일어난 사고였다. 운전석 바닥에 깔린 매트 때문에 액셀이 밟힌 상태에서 회복이 되지 않아 사고가 났다.

 

비슷한 사고로, 브레이크 페달에 ‘이물질(보온병)이 끼여’ 브레이크가 작동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지난 2017년 미국 뉴욕 맨하탄 플러싱에서 관광버스가 시내버스를 들이받아 운전사와 시내버스 승객, 행인 등 3명이 사망하고 15명이 부상을 당했는데 보온병이 페달에 끼여 사고가 발생했다.

 

 

◇가해자 급발진 주장의 신빙성과 그 근거

 

‘시청역 참사’ 이후 원인을 놓고 전문가의 의견과 여론은 엇갈린다. 운전자 차모씨의 주장처럼 ‘차가 급발진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추측과 ‘페달을 오·조작했을 것’이란 주장으로 나뉜다.

 

경찰은 차 씨가 사고 당시 몰았던 제네시스 G80의 사고기록장치(EDR) 자료 등을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외부 전문기관에 보내 정밀 감식·감정을 의뢰했다. 국과수는 15일 “차씨가 가속페달(액셀)을 90% 이상 밟았다”는 분석 결과를 경찰에 전하며 운전자 과실에 무게를 뒀다.

 

김필수 교수는 “차량이 정상적일 때는 EDR(사고기록장치) 데이터가 의미가 있지만, 만약 급발진이 일어났다면 자동차의 ECU(전자제어장치) 소프트웨어 알고리즘이 ‘먹통’이 된다”며 “EDR은 ECU를 통해 나오는 기록인데 어떻게 맹신할 수 있겠나”라고 말했다.

 

박진혁 교수도 EDR 기록의 신뢰성에 의문을 제기하며 “EDR은 원래 참고용이라 급발진 여부를 규명할 수 없고, 자동차 제작사의 자기진단 장비 데이터 등을 함께 체계적으로 조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제도적으로 ‘페달 블랙박스 설치 의무화’가 책임 소재를 확실히 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제안했다.

 

김 교수는 “페달 오·조작 사고도 많은데 페달 블랙박스가 있다면 누구 책임인지 힘겹게 따져볼 필요가 없다. '빌트인'으로 설치하도록 의무화한다면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페달 블랙박스 설치를 의무화하면 제조사는 데이터 신뢰성 등을 확보하기 위해 좋은 부품이나 장치를 넣으려고 해, 소비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고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혹시 모를 사고가 발발한다면, 급발진 이렇게 대처하자

 

우선, 모든 페달에 발을 떼어 본다. 이유는 이게 차량 결함으로 정말 급발진 하고 있는 중인지, 혹은 나도 모르는 사이 브레이크라 생각했었는데 가속페달을 밟고 있는 건 아닌지 확인하기 위함이다. 반드시 브레이크를 세게 한번에 쭉 밟아야 한다.

 

그 다음, 기어를 N(중립)으로 바꿔놓고 브레이크를 세게 한번에 밟아야 한다. 기어를 중립으로 바꾸는 이유는 엔진의 힘을 끊어주기 위해서다. 고속주행 중 P(파킹)에 실수로 기어를 넣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변속을 무시하는 시스템이 탑재돼 있기 때문에, 굳이 P로 기어를 바꿀 필요는 없다.

 

그러나 사이드 브레이크를 고속주행중인 상태에서 올리게 되면 뒷바퀴가 잠기면서 후축 접지력을 잃게 돼 상황을 악화시킬 수 있다. 사이드 브레이크는 어딘가에 충돌해 속도가 줄었을 때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마지막으로 사고가 불가피하다면, 전봇대와 같은 수직 구조물은 피해야한다. 그나마 최악의 상황을 면하기 위해선 앞 차량의 트렁크를 들이받는 것이 가장 피해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이다.

 

◇어떻게 하면 사전에 사고를 막을 수 있을까

 

전문가들은 고령자 면허 제한과 같은 사후 제재 방식보다는 전방 차량이나 사람을 감지해 자동 제동하는 ‘비상자동제동장치(AEBS)’, 운전자가 가속페달을 잘못 밟았을 때 엔진 출력을 자동으로 줄여 급발진 막는 ‘페달 오조·작 급발진 억제 장치(PMPD)’를 의무화하는 방안을 제언한다.

 

한국의 경우, 자동차 규칙 개정에 따라 지난해 1월부터 초소형 자동차와 소형 승합차를 제외한 자동차에 AEBS 설치가 의무화됐지만 이전에 출시된 다수의 자동차에는 해당 장치가 없다.

 

김필수 교수는 “일본의 경우 ‘서포트카’라고 해서 AEBS, PMPD 등 설치가 잘 돼 있다”며 “우리도 신차에는 AEBS가 장착되고 있지만 고령자들은 노후한 차를 운전하는 경우가 많아 별도로 장착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호근 교수도 “긴급제동장치가 설치되지 않은 차들은 별도로 이를 장착할 수 있도록 하고 고령 운전자의 경우 정부가 일부 비용을 지원해 줄 필요가 있다”며 “AEBS를 달았을 때 고령 운전자의 보험료 할인은 물론 보험 갱신기간 연장 등의 조치도 고민해 볼 사안”이라고 부연했다.

 

현대자동차블루핸즈 엔지니어는 “차량 안전장치에 의지하기보단 전자제어장치(ECU) 오류, 브레이크의 결합 등이 평소에 발생하지 않도록 주기적으로 자동차 정비소를 방문해 점검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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