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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문화


예견된 티메프 사태... ‘셀러 목숨 담보’ 폭탄 돌리기였다

이커머스 ‘상품권 돌려막기식’ 자금 운용이 사태 불러
금감원, PG사 관리·감독 부재... 배만 불린 은행도 문제

 

이번 ‘티몬·위메프 사태’는 큐텐의 문어발식 인수 확장과 전자지급결제업체(PG사, Payment Gateway)에 대한 정부 당국의 허술한 관리·감독, 파트너스론(대출상품 지정업체) 은행의 무책임한 운영 등이 겹쳐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우선 티메프 사태는 이커머스 플랫폼 업계 ‘신화 같은 인물’ 구영배 대표의 무리한 인수 합병과 사업 확장에서 근본적인 원인이 있었던 것으로 분석되고 있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티메파크(티몬, 위메프, 인터파크커머스)’라는 신조어를 만들며 싱가포르산 이커머스 플랫폼 큐텐을 만든 구영배 대표는 물류자회사인 ‘큐텐 익스프레스’의 나스닥 상장 준비를 하는 과정에서 ‘몸집 불리기’를 위해 헐값에 나와 있던 위메프, 티몬, 인터파크 도서, AK몰 등을 인수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적자 기업 인수와 더불어 올해 2월 글로벌 플랫폼 '위시(Wish)' 인수 과정에서 위메프·티몬 판매대금 400억원에 손을 댔다. 구 대표의 과욕은 결국 나스닥 상장 계획까지 틀어지고, 궁지에 몰린 그는 티몬에서 한 달 뒤 발송하는 선결제 상품권을 10~8% 할인판매해서 고객 돈을 앞당겨서 대금을 돌려 막았다.

 

결국엔 위메프와 티몬이 6월부터 현금 부족으로 입점 업체들에 대한 대금 지급 지연이 발생했고, 이후 대금 정산 못 받은 업체들이 물건 배송을 안 하거나 여행 상품을 취소시키면서 정산을 못 받은 피해업체들은 줄도산 위기에 처하게 됐다.

 

티메프(티몬·위메프)가 결국 회생법원으로 향하면서 판매자들의 2천억원 넘는 미정산금도 함께 묶이게 됐다. 판매자들은 피해가 더 불어나게 된 가장 큰 이유에 대해 티메프가 ‘시시에스(CCS: 상품의 하자나 가짜 상품 논란 등의 사유로 소비자의 환불 요구에 대비해 판매대금의 일정 비율을 정산 유보하는 정책) 제도’를 도입해 정산금의 20%를 추가로 묶어뒀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티몬 한 판매자 A씨는 “판매 대금이 1억원이라면 이 가운데 평균 2천만원 정도가 시시에스로 묶였다”며 “정부가 집계한 미정산금 총액에 반영됐는지 의문이다. 포함되지 않았다면 피해 액수는 더 불어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 금융 당국과 은행권도 책임 모면 어려울 듯

 

금융 당국의 전자지급결제업체(PG사)에 대한 허술한 관리·감독 체계도 한 몫 했다.

 

금감원은 엄청난 자금 결제가 이뤄지는 온라인플램폼 업체에 대한 현장점검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 결국 적자기업들을 차례로 인수한 지난 2년 동안 티메프의 재정상태는 인수 이전보다 점점 더 악화돼 갔고, 이후 6만명의 거래 자영업자와 수십만명으로 추정되는 소비자들이 수천억원대의 피해를 입게 됐다.

 

공정거래위원회 책임도 크다. 지난 2020년부터 플랫폼업체의 거래기업에 대한 ‘갑질’을 막기 위해 온라인플랫폼공정화법 법안(온플법안) 제정 논의가 무성했다. 온플법안은 시장지배적 플랫폼 사업자의 지위 남용을 규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온플법안’ 제정을 논의했으나 결국 법 제정은 백지화되고, 자율규제’로 방향을 틀었다.

 

다른 한편에서는 은행들이 이번 ‘티메프 사태’의 피해를 키웠다는 지적이다.

 

티몬·티몬월드·위메프의 파트너스론을 주도한 SC제일은행은 티몬·위메프 미정산 사태 직전, 셀러들에게 대출 한도를 높여 선정산 대출(판매자가 정산일을 기다리지 않고 미리 은행으로부터 판매 대금을 받는 방식)을 더 받으라고 적극 권유했고 이로 인해 피해가 커졌다는 것이다.

 

큐텐과 직구 상품 시너지를 더하기 위해 개설한 티몬월드는 지난 3월부터 SC제일은행을 통해 입점 셀러를 대상으로 선정산 대출의 최대한도를 ‘판매자 월 매출액 1.5배에서 3배’로 올렸고, 대출 대상도 ‘연 매출액 500억원 이하에서 1300억원 이하’로 확대했다.

 

위메프 사태가 터지자 금융권을 돌변했다. KB국민은행은 인터파크 오픈마켓과 AK몰에 대한 선정산 대출 취급을 잠정 중단했고, 신한은행도 AK몰 대상 선정산 대출 취급을 중단했다. SC제일은행 역시 인터파크쇼핑에 대한 선정산 대출의 신규 취급을 멈췄다.

 

강훈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SC제일은행은 올해 7월 말까지 티몬 판매자들에 총 2098억원, 티몬월드에 총 1052억원, 위메프엔 총 498억원을 대출해 줬다. 선정산대출을 취급하는 은행 3곳 중 SC제일은행의 대출 규모가 가장 컸다.

 

피해업체 대표들은 지난 1일 서왕진·신장식 조국혁신당 의원 주최 피해자 간담회에서 “4월에 티몬이 티몬월드를 만든 뒤 디지털·가전 업체들을 대거 입점시켰고, 5월부터 SC제일은행 측이 상인들에게 선정산 대출 한도를 올려준다며 권유해 피해 규모를 키웠다”고 말했다.

 

SC제일은행 관계자는 “기존 선정산 대출을 이용 중인 고객들의 지속적인 요청이 있어 매출액 규모를 감안해 한도를 확대한 것”이라며 “티몬, 티몬월드, 위메프 피해 기업에 선정산 대출 만기 연장 및 연장 이자 전액 지원 등 다양한 추가 지원 방안도 모색 중”이라고 밝혔다.

 

 

●이커머스 시장 이대로 괜찮을까... 중위권 플랫폼 업체들 불안

 

검찰은 티메프가 판매 대금을 지급하기 어렵다는 사실을 알고도 판매를 계속해 왔는지 여부를 중점적으로 볼 예정이다. 새롭게 들어온 판매 대금으로 기존에 밀린 판매 대금을 지급하는 ‘돌려막기’ 자체가 투자금으로 투자자들에게 수익을 지급하는 ‘폰지사기’와 비슷한 방식이라는 것이다.

 

검찰 관계자는 “소비자가 결제한 돈은 물품 판매 정산금이기 때문에 플랫폼은 수수료만 받고 그 돈은 쓰면 안 된다”며 “보관하다가 나중에 판매사에 줘야 하는데 이 돈이 빠지면 어떤 돈으로 갚겠나”라고 말했다.

 

티메프 5월 미정산 대금은 2134억 원이지만, 정산일이 남은 6·7월 판매 대금까지 합치면 피해 규모는 1조 원대에 달할 전망이다.

 

사태의 규모가 커지자, 국내 온라인 마켓시장에서 애매한 위치에 있는 중위권 플랫폼들이 타격을 입을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다른 이커머스 플랫폼을 이용하는 판매자들은 온라인 시장이 위축될 것을 우려했다. 최근 디지털·가전 업체들은 현장판매보다 온라인 판매를 주력으로 삼아 왔다.

 

 

● 피해자들 “국회가 나서 보호장치 마련해야”

 

‘티메프 사태’로 정산금을 받지 못한 판매자들은 지난 6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를 발족했다. 비대위는 “큐텐의 자금 흐름을 철저히 조사해 판매자 정산금의 유출 경로를 파악하고 원상 복구할 방안을 법리적 차원에서 마련해달라”며 “이번 사태의 최종책임자로 지목되는 구영배 대표와 그 일당들의 소환 조사 및 개인 재산의 현황 파악, 부정 축재 여부를 조사해달라”고 요구했다.

 

앞서 정부는 지난달 29일 5,600억 원 유동성 자금 지원에 더해, 6일 12개 광역지자체 재원 약 6,000억 원이 추가 마련했다. 또한 ‘제2 티메프 사태’를 방지하기 위한 제도개선안에는 이커머스도 대형유통업체처럼 정산기한을 적용하고, 대금을 별도 계좌에 관리하도록 하는 법 개정을 추진하기로 했다.

 

민주당 을지로위원회와 소상공인위원회는 6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티몬·위메프 사태로 온라인플랫폼 기업의 독과점, 불공정 행위를 규제하는 온플법 제정을 미룰 수 없게 됐다”라고 밝혔다.

 

박주민 민주당 의원은 이날 간담회에서 “정산주기를 앞당기는 유통업법, 에스크로 제도를 의무화하는 전자금융거래법, 플랫폼 기업의 무분별한 인수합병을 막고 정부의 관리감독 책임을 강화하는 온라인플랫폼 공정화법, 집단적인 소비자 피해를 구제하기 위한 소비자 집단소송법 등 재발방지 위해 대책을 논의하겠다”고 전했다.

 

이와 더불어, 여당 의원들은 큐텐 구영배 대표 재산 추적과 관련 청문회를 요구했다. 조국혁신당 신장식 의원은 “사태 해결을 위해서는 두 업체의 모기업인 큐텐 구영배 대표가 가지고 있는 재산을 찾아서 빨리 동결시키는 것이 시급하다”며 “이미 싱가포르나 미국 등 해외로 재산을 빼돌린 흔적들이 포착되고 있는 만큼 이를 추적해서 판매자들에게 미정산금을 돌려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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