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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북한군 파병설...신빙성 논란 이유는?

왕선택 칼럼

지난 18일 북한이 군병력 12,000명을 러시아로 파견한다는 정보를 국가정보원이 보도자료를 통해 확인한 것은 큰 충격을 안겨줬다. 북한군의 러시아 파견이라는 제목 자체가 주는 엄중함도 있지만 보도가 나온 이후 혼란한 요소가 다발적으로 나타나면서 신빙성 논란으로 이어진 것이 놀라움을 더한 부분이다.

 

일부에서는 파병설을 기정사실로 간주하고 한국도 우크라이나에 파병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또 다른 쪽에서는 가짜뉴스 시각에서 이 문제를 다루고 있다. 전쟁에 관한 문제는 국가 운명을 좌우할 수도 있는 중대 사안인데도 냉철한 토론보다 감정적으로 흥분한 상태에서 고성이 오가는 형국이다. 불필요한 국력 낭비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라도 북한군 파병설과 관련한 혼란을 정리할 필요가 있다.

 

우선 다뤄야 할 주제는 정보의 신뢰성이다. 기본적으로 국가정보원이 확인하는 정보는 신뢰성이 최고 수준이고, 사실로 간주되는 것이 상식이다. 그러나 국정원이 특정 정보 사안에 대해 확인하거나 공개하는 것은 예외적인 상황에서만 허용된다. 해당 정보와 관련해 정보원이나 정보 수집 네트워크가 손상될 수 있고, 정보 수집 과정에서 불법적 요소가 노출되면서 외교 분쟁이 생길 가능성 때문이다.

 

또한 국정원 정보는 대통령이 외교 안보 현안에서 결단을 내릴 때 참고하는 자료인 만큼 외부에 노출되면 대통령 의사 결정에 악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문제는 이번 상황은 예외적으로 보기에 부족하다는 점이다. 무엇보다도 윤석열 대통령과 영부인 김건희 여사에 대한 부정적 뉴스가 넘치는 상황이어서 국민적 관심사를 바꾸려는 시도라는 의구심을 피할 수 없다. 신뢰성 논란이 발생한 근본적 이유다.

 

 

북한군 파병설과 관련해 정황 증거가 우크라이나 쪽에서 제시됐는데, 대부분 신뢰성이 떨어진다는 점도 문제다. 러시아 동부지역 훈련장에 도착한 북한군이 개인 보급품을 받는 장면이 담겼다는 동영상을 보자. 화면에 보이는 군인들은 외모나 군복으로 보면 북한 병사라기보다는 동남아 지역이나 시베리아 동부지역 출신으로 보인다.

 

국정원 자료에 의하면 북한군은 10월 8일 이후에 러시아에 도착했는데, 10여 일 만에 군대 시설물 내부 동영상이 나왔다는 점도 기획의 산물이라는 의심을 유발한다. 동영상 화질을 보면 수년 전에 촬영된 것으로 보인다. 동영상에서 한국말이 들린다는 설명도 있는데, 말하는 사람이 보이지 않아서 합성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CNN이 보도한 개인 보급품 설문지도 조작 냄새가 물씬 풍긴다. 문서 제목에 ‘문서를 작성해 주세요’라고 적혀 있는데, 군대식 표현이 아닌 만큼 북한군 통역의 도움이 없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특히 러시아를 지칭하면서 북한식 표기인 ‘로씨야’가 아니라 한국식인 ‘러시아’라고 적혀 있다. 북한군은 12월쯤에 전선에 투입된다고 하는데, 여름용 모자와 군복을 지급하는 것도 황당하다.

 

10월 들어서 우크라이나에서 나온 각종 보도 내용이 국정원 발표 내용과 모순적이라는 사실도 중요하다. 우크라이나 매체들이 10월 중순에 보도한 내용을 보면 북한군 1만 명이 이미 파견돼 있고, 북한군 3천 명으로 ‘특수 부랴트 대대’라는 이름의 별도의 부대가 조직됐고, 우크라이나 전선에 이미 배치됐다고 한다. 이런 보도 내용은 국정원 발표 내용을 참고하면 사실이 아니다. 러시아에 도착하지도 않은 북한군이 전선에 투입됐다는 보도가 나온 것이다.

 

그러나 전체 파견 인원이 만 명 정도고, 초기에 러시아에 도착한 병력이 3천 명이라는 내용에는 국정원 발표 내용과 일치하는 부분도 있다. 우크라이나 정보 당국이 10월 15일 이전에 북한군 파병설 정보를 알고 있었고, 선전 선동에 활용한 것으로 해석된다. 반대로 국정원이 우크라이나 정보 당국의 선전 선동에 넘어갔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 관련 당사국 동기 분석도 필요

 

러시아는 북한군 참전을 희망하는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1년 이상 전선이 교착된 상태에서 지리한 소모전을 거듭하고 있다. 러시아는 지난 8월 우크라이나 공격으로 쿠르스크 지역 일부를 상실했지만, 북한에 병력 파견을 요청할 정도로 긴박한 상황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여전히 우크라이나와의 교전을 전쟁이 아니라 특별군사작전 차원에서 다루고 있을 뿐이다.

 

북한은 어떤가? 북한군이 용병 역할을 하면서 돈을 벌 수 있다면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첨단 군사 기술을 받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북한 국내 정치적으로 주민들의 불만을 야기하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중국과의 관계가 악화되는 부작용도 계산하면 쉽게 판단하기 어려울 것이다. 북한군 파병설로 이익을 보는 쪽은 우크라이나다. 북한군 참전을 강조하면서 미국이나 나토, 한국 정부에 대해 추가적인 군사적, 경제적 지원을 요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크라이나에서 북한군 참전과 관련해 매우 거친 정보가 나오는 것도 이런 상황과 관련이 있을 것이다.

 

이번 파병설과 관련해 특이한 점도 점검해야 한다. 미국이 관련 정보 확인을 지연시킨 것이 두드러진다. 10월 4일 정도에 우크라이나에서 파병설이 나왔고, 18일에 국정원이 공식 확인을 했는데도 미국은 사실 확인을 회피했다. 미국은 23일이 돼서야 관련 정보가 있다는 점은 인정했지만, 구체적인 상황 판단에 대해서는 여전히 모호성을 유지하고 있다. 미 백악관 존 커비 전략소통조정관은 “북한군이 우크라이나 전선에 투입된다면 군사 공격의 표적이 될 것”이라고 말했는데, 이 말은 전선에 투입되지 않을 가능성을 열어둔 것이다.

 

국정원이 평소 민감한 정보에 대해 가급적 언급하지 않는 관행을 깨고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것도 특이한 점이다. 이런 점은 국내 정치 차원에서 국민적 관심사를 북한 문제로 돌리려는 ‘이슈 체인지’라는 의심을 유발한다. 이 점에 대해 국정원이나 정부가 납득할 만한 해명을 하지 않는다면 신뢰성 논란은 해소되지 않을 것이다.

 

◇분석 결과를 정리해 보면...

 

우선, 우크라이나 쪽에서 나온 동영상이나 설문지, 각종 보도 등은 가짜뉴스 또는 조작된 것으로 판단된다. 우크라이나가 서방 진영으로부터 추가 지원을 얻어내기 위해 북한군 파병설을 활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북한군 3천 명 정도가 10월 8일 이후 러시아 동부로 이동했다는 점은 사실로 보인다. 국정원 정보 공개나 미국 정보 신뢰도가 높기 때문이다.

 

다만 그들이 우크라이나 전선에 투입될지는 아직 불투명하다. 그러므로 지금은 러시아로 이동한 북한군 동태를 감시하면서 이번 상황의 특징과 의미를 분석하고 최적의 대응 시나리오를 만드는 것이 한국 정부 과제가 된다.

 

반대로 북한군의 우크라이나 전선 투입을 기정사실화하고, 우크라이나에 대한 살상 무기 지원이나 국군 파견 문제를 거론하는 것은 국가 존망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외교 안보 현안을 다루면서 바람직한 태도는 아니다. 한국이나 우크라이나보다 더 많은 정보를 갖고 있는 미국이 정보 확인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인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미 확보한 정보의 민감성에 유의하면서 불필요한 논란을 차단하고, 미국에 유리한 대응 방안을 찾기 위해 집중하는 모습이다.

 

외교 안보 문제, 특히 민감한 정보 사안을 다룰 때는 국가 이익을 위해 가장 좋은 선택지가 무엇인지 신중하게 고민하는 것이 우선이다. 북한군 파견이라는 제목에 무조건 놀라기보다는 냉철한 자세로 한반도 정세에 구체적으로 어떤 위협을 제기하는지 규명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 평소 활발한 소통을 통해 외교 안보 정책과 관련해 국민적 신뢰 수준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 초등학생도 알 수 있는 상식적인 지침인데도 이것이 존중되지 않는다는 점이 놀라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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