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말과 휴일인 22∼23일 건조한 날씨 속에 전국 곳곳에서 대형 산불이 잇따르면서 해당 자치단체를 비롯한 산림 당국이 산불 진화 등 대응에 안간힘을 쏟고 있지만, 건조한 대기에 강한 바람까지 불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경남 산청과 경북 의성, 울산 울주 등 대형 산불의 진화율이 50∼70% 안팎에 그친 가운데 24일부터는 전국 대부분 지역에서 강풍이 불 것으로 예보되면서 진화에 나선 산림 당국이 긴장하고 있다.
산청 산불은 하동 일부까지, 대구 산불은 경북 경산으로 확산하는 등 이번 산불은 강한 바람을 타고 인근 시·군으로 번지고 있다.
지난 21일 산청군 시천면 한 야산에서 발생해 사흘째 이어지고 있는 산불의 진화율은 23일 오후 4시까지 70% 수준이었다.
산림청 중앙사고수습본부는 산불 확산 방지를 위해 진화헬기 28대, 진화인력 2천452명, 진화차량 244대를 투입해 진화 중이다.
대응 3단계가 발령된 이 산불로 마을 인근 주민 589명이 동의보감촌 등으로 대피했으나, 진화에 동원된 창녕군 소속 산불진화대원과 공무원 등 4명이 숨지고, 6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산림청 중앙사고수습본부 관계자는 "헬기와 인력 등 가용한 진화 자원을 총동원해 일몰 전까지 주불진화에 총력을 다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전날 경북 의성군 안평면과 안계면 2곳에서 연이어 발생한 산불도 이틀째 진화되지 않고 있다. 대응 3단계를 발령해 진화작업을 벌이고 있지만 이날 오후 5시 기준 두 산불 현장의 평균 진화율은 59%로, 산림피해구역은 4천650㏊에 이른다.
성묘객 실수로 난 것으로 보이는 안평면 괴산리 야산 산불은 헬기 52대와 인력 3천여명, 장비 440대가 투입됐지만 오후 5시 기준 53%의 진화율을 보이고 있다.
울산 울주군에서 발생한 산불도 발생 후 꼬박 하루가 지났지만 여전히 확산하고 있다. 거세지는 바람을 타고 불길이 번지는 데다가 산불 구역 내 송전탑이 있어 진화가 쉽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오후 들어 초속 5m 이상의 강한 바람이 불고 있고, 산기슭에선 더 강한 바람이 불면서 불길이 확산하고 있다. 불길 일부는 강풍을 타고 민가 쪽으로 방향을 틀면서 주민 5개 마을 주민 791명에게 추가 대피령이 내려졌다. 기존 대피 주민까지 합하면 총 867명이 대피하는 것이다.
산림 당국은 산불 대응 3단계를 발령하고 특수진화대·공무원·경찰·소방 등 2천331명과 헬기 12대를 동원해 진화 작업 중이다. 진화 작업 중 공무원 3명이 발목을 다치거나 얼굴, 머리 부위 열상을 입는 등 부상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오전 7시 경남 김해 한림면 일대에서 발생한 산불에는 '산불 2단계'가 발령됐다. 산불 2단계는 예상되는 피해 면적이 50∼100㏊이고 48시간 이내에 진화할 것으로 예상될 때 발령한다.
경북 경산 남천면 산전리 병풍산 일대에서도 이날 오전 산불이 나 산림당국이 진화작업을 벌이고 있다. 이 불은 전날 대구시 수성구 욱수동에서 난 산불이 옮겨붙은 것으로 추정된다.
오전 11시 53분께 충북 옥천군 청성면 조천리 야산에서 난 불도 바람을 타고 인근 영동군 용산면 부용리 야산으로 확산하며 5시간째 꺼지지 않고 있다.
산림 당국은 이날 오후 3시 55분께 산불 대응 2단계를 발령하고 헬기 9대와 인력 288명, 차량 31대를 동원해 진화 작업을 벌이고 있다. 현재 진화율은 50%이며, 소실 면적은 10㏊이다.
대기가 건조한 가운데 24일부터 대부분 지역에 순간풍속 시속 55㎞(15㎧) 안팎 강풍이 불 것으로 예보되면서 산림 당국이 긴장하고 있다. 기상청에 따르면 24일 전국에 가끔 구름이 많이 끼겠지만 비는 거의 내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기상청은 "산행 등 야외 활동을 할 때 화기 사용을 최대한 삼가고, 화목 보일러와 담배꽁초 등의 불씨를 철저히 관리해야 한다"며 "현수막 낙하물, 쓰러지거나 부러진 나무로 피해를 볼 수 있으니 안전에 각별히 유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