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청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인구 10만 명당 31·7명이 자살로 생을 마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OECD 회원국 대부분에서 자살률이 감소하는 추세인 반면 우리나라는 1990년대 이후 계속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가운데 각계각층의 뜻이 있는 사람들이 모여 설립한 한국생명존중법연구회가 자살 및 취약계층보호와 삶과 죽음에 대한 연구를 본격적으로 해오고 있다. 지난 2월 14일 저녁 7시 한국프레스센터 19층에서는 한국생명존중법연구회 정기총회 및 토크콘서트가 개최됐다.
우리나라는 경제·문화·예술·과학 등 다방면에서 뛰어난 능력과 힘을 발휘하면서 선진국 대열에 합류했다. 그러나 고도의 빠른 성장과 발전의 그늘에는 아직도 해결하고 극복해야 할 난제들이 많다. 그 중에서도 가장 불명예스러운 것이 생명존중 경시 풍조이다.
김일수 회장은 개회사를 통해 한국생명존중법연구회(이하, 연구회)의 발족은 생명경시 문제를 개인적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국가적인 문제로 인식하고 제도적인 차원에서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여러 가지 전략이 필요하다고 생각해 비영리 재능기부단체로 설립되었다며‘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이 함께 뜻을 모르고 마음을 합한다면 관심과 배려로 사랑이 넘치는 행복한 사회를 만들어 갈 수 있을 것이라고 역설했다. 이어 이번 기회를 통해 생명존중의 의미를 생각해보고 한 단계 성숙한 걸음을 내딛도록 하자고 덧붙였다.
제정부 법제처장은 축사에 앞서 우리 조상들은 과일을 따거나 곡식을 거둬들일 때 모두 거두지 않고 짐승들이 먹을 만큼을 남겨두는 풍조가 있었다며, 이것이 생명존중의 정신이었나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이어 그러한 조상들의 DNA를 물려받은 우리의 현실은 그럼에도 너무나 안타깝고 부끄럽다고 소회를 밝혔다.
제 처장은 이와 같은 현실에서 생명존중법연구회가 자살과 사회적약자의 생명존중에 대해 논의하고 연구하는 것은 참으로 시기적절하고 좋은 일이라며, 앞으로 생명존중에 대해 제도적으로 개선이 필요하다고 한다면 팔을 걷어 부치고 열심히 돕겠다는 뜻을 전했다.
이날 행사에는 연구회 회원 및 관계자와 제정부 법제처장, 박선영 동국대 교수(前 국회의원), 조재성 M이코노미(前 MBC이코노미) 사장, 원재희 강원관광대학교 총장, 유상정 기업연금 대표 등 150여 명이 참석해 뜻을 같이 했다.
생명존중에 대한 의미 되짚어
토크콘서트로 진행된 이날 행사는 개회사, 축사, 정기총회가 끝난 후 특별공연(대금과 가야금, 판소리, 성악)으로 이어졌다. 또 고양시사회복지법인 신애원 시설보호아동 18명으로 구성된‘신애오케스트라단’이 첼로와 바이올린 등으로‘넬라판타지아’,‘캐논 변주곡’,‘즐거운 농부’ 등을 연주해 큰 박수를 받았다.
2부에서는 여류작가 장정우 씨가‘Change and Happiness’라는 주제 강연을 통해서 점점 늘어가는 스트레스와 우울증 등 현대인의 마음의 병을 치유하고 행복하게 살아가기 위해 진정한 사랑이 아닌 돈과 같은 껍데기에 집착하는 것을 그만두고 새로운 도약을 향해가자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장 씨는 지난 1992년부터 일본에서 남편과 살면서 문화적 차이, 한국인에 대한 차별, 종교 갈등 등으로 인해 심한 우울증을 앓다 어린 두 아들과 동반자살을 시도한 이후 지금껏 자살 방지와 생명의 존엄성을 책과 강연을 통해 알리고 있다.
두 번째로 강연에 나선 박선영 동국대(법대) 교수는‘탈북자, 다문화가정에 대한 인식전환을 위하여’라는 주제로 “인간은 그 자체로도 존엄하다”며 “아름다움과 행복, 인간의 존엄성 등은 그 이유를 과학적 논리적인 방법으로 설명할 수 없다”고 말한 뒤, 일 년 중 가장 먼저 꽃을 피운다는‘복수초 [福壽草] ’가 얼음 속에서 노랗고 아름다운 꽃을 피울 수 있는 것은, 딱딱한 얼음장이 생명에게 경의를 표하면서 길을 열어 주었기 때문이라며, 우리도 머릿속에 들어 있는 고정관념과 편견을 버리고 탈북자와 다문화인들을 가슴으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교수는 지난 2012년 4월 사단법인 물망초를 설립하여 북한이탈주민 가운데서도 가장 시급히 돌봐야 할 탈북아동, 탈북청소년을 위한 대안학교와 탈북노인들을 위한 요양원 건립 등을 통해 북한주민과 북한이탈주민의 인권을 증진하고 삶의 질 향상을 위한 정책연구 및 지원사업을 추진해 오고 있다.
강연이 끝난 후에는 토론으로 이어졌는데 저녁 10시가 넘어서야 끝이 났다. 이날 행사는 함께 한 모두가 생명의 소중함을 일깨우고 생명존중의식을 널리 확산시키기 위해 노력하자는 데 한 목소리를 냈다.
생명존중 캠페인을 연중 진행
지금까지 대부분의 단체들이 자살을 개인적인 문제로 접근하는 측면이 많았다면 이 연구회는 자살을 제도적으로 접근을 해보자는 취지하에 연구와 노력을 해오고 있다.
서울지부장을 맡고 있는 정규택(파이브지티 사장) 이사는 “연구회의 가장 주된 목적은 생명의 소중함을 일깨우고 생명을 존중하는 의식을 널리 확산시키는 것”이라며 “삶과 죽음, 자살에 관한 조사, 생명존중과 관련되거나 자살에 취약한 약자와 소수자를 보호하기 위한 법제도개선, 생명존중을 달성하기 위한 교육과 홍보사업을 추진해 국민행복과 희망의 새 시대를 열어 가도록 노력하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지난해 4월 5일 뜻이 맞는 4인이 모여 발족의사를 가진 뒤 같은 해 5월 2일 각계각층의 50인이 한데 모여 설립된 연구회는, 발기인대회와 창립총회를 가진 뒤 11월 22일 법제처, 소방방재청, 도시재생네트워크, 한국법제연구원, 한국생명존중법연구회 주관 하에 제1회 생명존중포럼을 개최한 바 있다.
올해도 연구회는 토크콘서트와 포럼을 각각 4회씩 열기로 하고 자살 예방교육 및 상담 등 생명존중 캠페인을 계속해 나갈 계획이다. (M이코노미 3월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