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는 처음으로 스스로 탈북해 조국을 찾아온 생환(生還) 국군포로(혹은 國軍勇士)와 탈북어린이를 소재로 한 동화책이 출간됐다. 도서출판 물망초가 펴낸 「할아버지에게 아빠가 생겼어요」와 「설마군과 진짜양의 거짓말 같은 참말」이 바로 그 화제의 동화책이다.
방송드라마로도 방영이 돼 큰 화제를 모았던 ‘변명’의 작가 정길연 소설가가 국군포로와 탈북어린이들의 아픈 사연을 듣고, 가슴앓이를 하며 신들린 듯이 50일 만에 써 낸 두 권의 동화책은 남녀노소 누구나 다 읽을 수 있도록 ‘가족동화’라는 타이틀을 달고 출간됐다.
<할아버지에게 아빠가 생겼어요>는 6·25 이후 유복자로 태어난 할아버지에게 어느 날 갑자기 북한에서 탈출해 돌아오신 아빠(증조부)가 생김으로 인해 일어나는 복잡한 집안이야기가 9살, 천진난만한 증손녀 ‘후영’이의 눈을 통해 수채화처럼 묘사되면서, 읽는 이들의 가슴을 촉촉하게 적셔주는 비타민같은 동화책이다.
<설마군과 진짜양의 거짓말 같은 참말>은 탈북 후 한국에 정착하는 과정에서 좌충우돌, 희로애락 속에 정착해 가는 탈북 꼬맹이들의 일상을 다룬 동화책이다.
약초를 담은 마대자루 속에 숨어 두만강을 넘은 경호와, 벌목공을 아빠로 둔 송화는 매 맞고 배고프던 고통스런 북한땅이지만, 그곳에 두고 온 동생, 형, 할머니 생각에 맛있는 음식만 보면 옷장 속에 감추어 두고, 가끔씩 혼자 몰래 사라져 아무도 없는 곳에 들어가 간절히 기도한다. “하느님, 내 동생이랑 우리 형, 보고 싶은 할머니도 빨리 한국에 와서 저처럼 맛있는 음식 많이 먹게 해 주세요”라고.
또한 이 두 권의 동화책 삽화는 바닷속 풍경을 환상적으로 표현해 내는 화가 채현교 선생님(서울미대 졸)과 그의 그림친구들 45명이 국내외에서 보내준 그림들로 꾸며졌다. 8살부터 18살까지 미국과 캐나다, 한국에 사는 초중고 학생들이 동화원고를 읽어 보고 각자 감동받은 장면을 이미지로 살려낸 그림들이다. 그래서 더 순수함과 진솔함이 묻어나는 독특한 색채와 구성이 눈길을 끈다.
도서출판 물망초는 북한인권과 탈북자, 국군포로 등 역사의 조난자들을 위해 노력하는 사단법인 물망초에서 설립한 출판사로 18대 국회의원을 지내고, 현재 동국대 교수로 재직하고 있는 박선영 (사)물망초 이사장이 도서출판 물망초의 대표를 맡고 있다.
박선영 이사장은 “무궁무진한 소재, 놀라운 상상력을 발휘할 수 있는 보물창고 같은 탈북자나 국군포로 소재 동화책을 내려고 해도 다들 꺼리며 출판해 주겠다는 곳이 없어 출판사를 아예 등록하게 됐다”며, “앞으로 영어와 일본어로도 이 두 동화책을 번역해 해외에서도 출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출판기념회는 오는 4월 21일 오후 5시, 광화문에 있는 KT빌딩 1층 드림홀에서 열릴 예정. 출판기념회에는 작가인 소설가 정길연씨가 ‘작가와의 대화’를, 삽화를 직접 그린 초중고 학생들은 퍼포먼스도 펼칠 예정이고, 주한 외국인들은 음악으로 탈북어린이들과 生還 국군포로들에게 위로와 용기를 전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