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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선순환구조 만들어 내는 농식품모태펀드

농식품모태펀드가 새로운 변신을 꾀하고 있다. 좋은 아이디어나 기술력만 가지고도 투자를 받아 자립하도록 하고 있는 것인데 투자대상은 사업 준비 단계 및 창업 1년 미만의 농식품 경영체이다. 투자대상 업체는 농자단의 단계별(개발-상품화-시장진입) 보육시스템을 이수해야 한다.


농식품모태펀드는 보조·융자 위주의 단순·직접적 정부 지원을 대체하여 농식품산업의 성장 동력을 발굴하고 투자하는 선진적 농업금융방식으로의 패러다임 전환과 민간투자 확대를 통한 농식품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하여 2010년 출범했다.


또 농식품투자조합은 첨단기술과 기존 전통산업을 접목시킨 창조적 비즈니스모델, 농업 R&D, 농식품산업의 특수성이 반영된 투자모델 등을 발굴하여 투자하고 있다.


농식품모태펀드를 관리하고 있는 농업정책자금관리단은 그동안 전국 순회 투자로드쇼 개최 및 투자 상담 활성화 등을 통해 농식품경영체와 투자자간 정보비대칭을 해소해 오고 있다. 아울려 상담·컨설팅 및 인큐베이팅 프로그램 등 경영체 발굴과 지속적인 성장을 유도하기 위한 다양한 지원활동도 수행해오고 있다.
애초 특수한 목적으로 출발한 정부의 목적펀드는 관련 산업에 적용되는 과정에서 다양한 부작용이 나타났다.


농식품모태펀드 역시 예외는 아니어서 투자를 받아야 하는 대상과 투자를 해주는 운용사 간에 갈등이 야기되기도 해왔다. 게다가 농업·수산·식품이라는 분야로 나눠지는 과정에서 작은 규모의 업체들이 소외되다 보니 영세한 업체들보다는 어느 정도 자금력이 있는 업체에다 자금을 투자해 준다는 불만이 많았다.


투자를 받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지만 결국 받지 못했다는 H씨의 경우 프리젠테이션도 하고 운용사를 찾아도 다녀봤지만 관심조차 없었다고 아쉬워했다. H씨는 “운용사들이 자신들이 투자를 하려고 다니면서 자기의 입맛에 맞는 메뉴를 찾아다니는 것 같아 속이 상했다”며 “분명히 이 펀드는 국민이 낸 세금이라는 측면도 분명히 있는데 운용사들은 수익성만 찾는 것 같았다”며 씁쓸해했다.


농업박람회를 갔다가 농식품펀드를 알게 됐다는 B씨는 “해외 쪽에서는 관심을 가져주는데 오히려 국내에서 소외된 것 같다”며 “정부의 자금이 우리같이 중소업체들에게는 그림의 떡일 뿐이다”고 말했다. B씨의 회사는 국내 농산물을 이용해 다양한 식품개발을 해서 시장에 내놓고 있었는데 대량생산을 해내지 못하면서 수익구조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농업정책자금관리단(이하 농자단) 관계자는 “기존에 만들어진 농업펀드는 4개의 분야로 나눠지는 구조라 투자대상이 되는 업체가 상당히 한정적이었던 게 사실”이라며 “이번에 새로 출시된 펀드를 개발하는 과정에서는 투자가 활성화되도록 상당히 세분화시켰다”고 설명했다.


펀드가 시장경제논리 구조로 만들어진 것인데 그 이유는 초기 펀드가 수익률을 발생시켜야만 펀드의 본래 목적을 살릴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는 초기에 투입된 자금이 수익모델을 만들어서 다시 투입해 관련 분야의 경제를 견인하도록 만들어진 펀드의 성격 때문이다.


어찌되었든 속내를 들여다보면 설득력이 없는 건 아니지만 업체들의 입장에서는 속이 타들어 가는 건 어쩔 수 없는 현실이다.


올해 출자액 790억 원


올해 농식품모태펀드의 출자액은 총 790억 원이다. 이 중 농자단이 정부로부터 출자 받는 금액은 700억 원이고 나머지 90억 원은 1차 펀드를 투입해서 얻는 수익이다.


출자액은 일반분야인 농림축산식품분야와 수산업분야에 660억 원이 출자되고 특수목적분야에 400억 원이 출자되고 있다.


농자단 관계자는 “애초 정부가 투자한 돈이 이익을 낼 수 없는 곳에 투입됐다면 이번 펀드는 만드는데 어려움이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펀드의 성격상 정부가 최대한의 시장논리로 시장을 위해서 최대한 노력하라는 제도이기 때문에 새로운 모델을 만들어 가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수익을 창출해야 한다는 얘기다.


이번에 새로 만들어진 특수목적분야 펀드 중에서 영세업체들이 눈여겨봐야 할 상품은 애그로씨드(AgroSeed)이다. 이 펀드는 지난 7월 31일 투자조합에 대한 결성총회를 갖고 시행에 들어갔다. 결성총액은 100억 원이고 조합 만기는 7년이다.


주목적 투자대상은 R&D기술을 가지고 있거나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도입한 업체, 타산업과의 융 복합을 한 획기적인 기술력이나 사업의 기업화 등을 계획하여 새로운 가치창조를 모색하는 사업 준비단계에 있는 업체, 창업 후 1년 미만의 농식품 경영체들로 보육시스템을 이수한 업체들이다.


보육시스템은 경영체의 상품 또는 제품에 대한 시장 검증을 목적으로 진행되는데 3개월부터 12개월 과정으로 진행되며 한국능률협회가 맡는다.


아이디어나 기술력만으로 투자 유지 가능


애그로씨드는 개발단계부터 되도록 소외되는 업체가 많이 발생되지 않도록 맞춤형으로 개발된 소형펀드이다.


농자단 관계자는 “이 펀드는 만드는 과정에서 농업·축산업·수산업을 통합시킨 후 다시 분리하고 나누는 등 최대한 세분화시키며 투자대상이 소외되지 않도록 노력했다”고 밝혔다.


그만큼 탁월한 아이디어와 기술력을 가진 업체들에게 좋은 기회가 될 전망이다.


재작년 투자를 받기 위해 서류를 제출했지만 결과물도 없고 실적도 없어 상담자체도 받아보지 못했다는 K씨는 애드로씨드가 만들어졌다는 소식을 듣고 상담을 받아보기 위해 자료를 준비 중에 있다고 했다. 그가 재배하고자 하는 작물은 항암효과를 갖고 있으면서 베타글루칸, 미네랄, 아미노산 등의 성분이 다량 함유되어 있는 꽃송이버섯으로 자금이 없어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 펀드는 아이디어나 기술력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자금이 없어서 제품을 만들지 못하거나 작물재배를 하지 못했던 업체들에게 새로운 돌파구가 될 것으로 보인다. 아울려 6차 산업과 국가소유의 연구결과물이 농촌현장에 뿌려지는데 있어 정부의 재정이 투입된다면 농업의 성장을 유도하는 역할까지 겸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도 갖게 한다.


우선 손실 충당하는 시스템


이 펀드는 투자대상이 정해지면 기술과 아이디어가 시제품으로 생산되는 최소한의 기간(3~5년)동안 프로젝트 투자방식으로 투자된다.


투자는 직접 자금을 투입되기 보다는 공장설비나 라인을 갖추고 있는 업체를 선정하여 함께 제품화하도록 도와주고 시제품이 나온 후에는 두 회사가 협력하거나 다른 방안을 모색할 수 있도록 한다.
기존 펀드와 달리 우선 손실을 충당하는 개념인데 손실이 날 경우 운용사가 먼저 8%를 채워 넣고 그런 다음에 정부가 8%를 채워 넣는다. 그런데도 손실분이 있다면 지분율에 따라 충당하도록 한다.


이는 자신의 이익만을 추구하여 사회에 피해를 주는 모럴해저드를 방지하고 최소한의 노력을 해야 한다는 반시장적인 제도를 표방하고 있는 것이다. 다만 손실이 나는 부분에 대해서는 운용사에게 책임을 묻지 않는다.


운용사의 기준 수익률은 내부수익률(IRR) 0%이고 GP 우선손실충당비율 역시 0%로 GP의 손실 부담이 줄었다. 아울러 관리보수는 약정 총액의 2.5%(투자기간 중)이지만 투자 기간 이후 매년 0.5%씩이다. 반면 이익이 발생하였다고 해도 원금은 투자업체에 그대로 남겨 둔 채 수익분에 대해서만 가져온다.


가령 A업체가 3억 원을 투자받았는데 5억 원의 수익이 발생했다고 하면 운용사는 원금 3억 원은 그대로 A사에 두고 2억 원만 빼내서 자금을 투자한 정부와 운용사가 지분만큼 나눠 갖는다. 이러한 시스템은 운용사에게 고스란히 손실을 떠안겨야 하는 상황이다. 더군다나 영세업체가 시제품을 만든다고 해서 대박상품으로 이어질 확률은 현저히 낮다. 이런 운용사의 억울한 상황은 농자단이 새로운 펀드를 만들어서 떠안는다.


쉽게 말해 정부의 자금이 영세업체에게 수혈이 되면서 새로운 직업군을 만들어 내고 농촌경제를 활성화시키는 순기능으로 시장을 견인하는 것이다.


투자 받는 업체는 손실이 난다고 해도 투자받은 돈을 돌려줄 의무가 없고 수익이 나도 운용사가 수익금만 회수해 가기 때문에 애초 투자받은 자금으로 계속 사업을 이어갈 수 있게 된다.
선진국 성공모델을 담아


짧은 시행착오를 거치고 농식품모태펀드가 새로운 변신을 꾀할 수 있었던 데는 다양한 각도로 시장을 분석하고 노력해온 결과이다. 농자단은 2010년 펀드를 출시한 다음에 최대한 시행착오를 줄이기 위해 다른 분야의 펀드들을 다각도로 검토하고 연구했다. 그런 다음에 애그로씨드와 같은 맞춤형 소형펀드를 기획하게 됐다.


이후 보다 더 세세하게 들여다보고 맞춰가기 위해 정부와 운용사 관련자들이 함께 미국을 방문해 그들의 교과서와도 같은 디테일을 아이디어에 녹여 넣었다. 제도적인 세팅이 완료된 시점이라 다음 버전을 준비하는 과정은 의외로 순조로웠다. 이렇게 완성된 펀드는 맞춤형 새옷으로 갈아입고 주인을 찾아낼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시행착오를 통해 얻은 교훈


초기에만 해도 농자단에서는 운용사들의 처분만 바라봐야 하는 입장이었다. 처음 시작한 펀드이기도 하지만 농업을 통해 단기간에 수익을 창출한다는 게 어려웠기 때문이다.


어쩔 수 없이 자유경제시장논리에 맡길 수밖에 없었다. 다행히 이러한 방임은 수익으로 이어졌고 이제는 농자단이 정말로 필요한 곳에다 자금을 투입하자고 나서고 있다. 선순환구조에서 만큼은 성공한 것이다.
농자단 관계자는 “초창기에는 그런 선순환구조를 만들어 나가기가 어려웠다”며 “농업에 있어 가장 큰 문제는 후진양성이 없다는 것인데 이 부분을 어떻게 만들어 나갈 건지를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상이 줄어들 바에는 엘리트들이 있어야 하는데 이 또한 쉽지 않아 자금을 투입하려고 해도 어려움이 많다는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 농업경제는 침체기에 들어선지 오래다. 거기에 쌀시장 개방이니 FTA니 이런 것들이 농민들의 한숨을 더 깊게 만든다. 이런 가운데 농자단이 고심 끝에 내놓은 펀드의 선순환구조가 우리 농업발전에 큰 디딤돌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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