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침체된 부동산 시장에서 요즘 가장 상한가를 치고 있는 종목은 빌딩이다. 특히 퇴직이 빨라지고 1차 베이비부머 세대의 은퇴와 맞물려 매월 월급처럼 고정수익을 낼 수 있는 10억~50억 원 규모의 소형 빌딩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요즘 재테크 핫 트렌드로 떠오르고 있는 빌딩 시장의 현황과 소액으로 구입가능한 알짜 투자처 그리고 투자 체크포인트까지 빌딩 투자의 모든 것을 집중 취재했다. 도움말 고신(ERA코리아 고신상무), 윤재호(메트로건설팅 대표)
몇 년간 지속된 경기 침체가 시장을 짓누르면서 최근 부동산 시장이 전체적으로 가라앉아 있는 상황이다. 아파트·토지 등 대부분의 부동산 시장이 가격 하락과 거래 실종의 이중고를 겪고 있는 가운데 빌딩 매매 시장만은 꾸준하게 거래가 이뤄지고 있고 가격도 떨어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ERA코리아가 서울 및 분당지역에 소재한 빌딩 8,150동을 대상으로 지난해 하반기 거래동향을 조사한 결과 거래된 빌딩의 3.3㎡당 평균 매매가격은 1,547만 원으로 지난해 상반기 1,482만 원에 비해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거래 건수 또한 지난해 상반기 대비 20% 가량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이렇게 빌딩이 투자 상품으로 인기를 모으는 것은 빌딩이 대표적인 안전자산으로 자리매김한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예컨대 국제통화기금 IMF 관리체제 때와 2008년 리먼 브러더스 사태가 있었던 때를 한번 되돌아보자. 부동산 시장은 하루가 다르게 폭락했고 급매물이 시장에 하나둘씩 쌓이고 모두가 방향성을 잃고 어쩔 줄 모르고 낙담했었다. 그러나 이 시기를 투자의 적기로 파악하고 빌딩 시장에 뛰어든 사람 또한 적지 않았다. 한국의 알짜 빌딩을 산 외국 기업이나 금전적 여유가 있는 부자들은 결국 헐값에 빌딩을 사들여 더욱 부를 쌓는 상황이 연출됐다.
이처럼 외환위기와 글로벌 금융위기 등 몇 차례 큰 고비를 넘기는 과정에서 긴 호흡으로 볼 때 빌딩은 가격이 절대 하락하지 않는다는 인식이 투자자들 사이에 확고하게 자리를 잡으면서 빌딩 투자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게 됐다. 이에 따라 기관투자자나 거대 자산을 보유한 개인투자자들이 가장 선호하는 투자종목으로 빌딩을 1순위로 꼽게 되었다.
여기에 퇴직 시기가 점점 빨라지고 있는데다 58년 개띠로 대변되는 1차 베이비 부머(55~63년생) 세대 712만 명이 은퇴를 시작하면서 몇 백억씩 하는 대형 빌딩뿐 아니라 월 몇 백만원씩 매월 임대수익을 챙길수 있는 소형 빌딩투자까지 늘어나면서 지금 대한민국은 가히 빌딩재테크 열풍이라고 할 수 있다. 이 같은 분위기에 힘입어 빌딩 거래 시장의 상승세는 앞으로 상당 기간 지속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빌딩시장의 3대 블루칩권 임대시장 현황은...
부동산 교과서는 첫째도 입지, 둘째도 입지, 셋째도 입지라고 가르친다. 그만큼 부동산은 입지가 모든 것을 결정한다. 그렇다면 현재 빌딩 시장에서 최고의 입지는 어디인가. 업계에서는 통상 강남, 도심, 여의도 세 지역을 빌딩 시장의 블루칩으로 꼽는다. 그렇다면 이들 지역의 세부시장에 대한 각론으로 들어가 보자. 결론부터 말하면 이들 지역 안에서도 심각한 차별화 및 분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빌딩 투자자들은 이 같은 차별화 및 세분화 흐름을 숙고하면서 투자 방향을 결정해야 투자성공 확률을 높일 수 있을 것이다.
ERA코리아는 지난해 4/4분기 빌딩 임대시장 현황을 조사한 결과, 오피스빌딩 시장의 3대권역인 강남·도심·여의도가 공실률과 임대료 측면에서 각기 전혀 다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과거 이들 세 지역이 일정 정도 동조화 현상을 보였던 데 비해 이 같은 현상은 극히 이례적인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먼저 강남지역은 공실률이 지난 분기 12.6%에서 무려 3.9%P 줄어든 8.7%로 집계됐다. 3.3㎡당 평균 월임대료는 지난 분기 5만 6,570원 대비 0.6% 상승한 5만 6,890원으로 조사됐다. 프라임빌딩을 포함한 대형빌딩뿐 아니라 중소형 빌딩 모두 공실이 속속 채워지면서 공실률이 큰 폭으로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0년 상반기 이후 1년여에 걸쳐 하락세를 이어온 강남지역 임대시장 상황이 크게 개선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반면 광화문, 종로 등 강북 도심은 정반대의 현상을 나타냈다. 공실률이 13.2%로 IMF사태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으며 3.3㎡당 임대료 또한 소폭(-0.8%) 하락해 6만6284원을 나타냈다. 도심재생사업을 통한 빌딩 공급폭탄이 투하되고 있는 데 따른 현상으로 풀이된다. 한편 여의도권역은 공실률이 5.1%로 집계돼 다른 지역에 비해 상당히 안정적인 흐름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빌딩정보업체 관계자는 “»여의도권 임대시장은 다른 지역에 비해 수요가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고 대형 공실이 거의 없는 상황”»이라며 “»중·소형 공실의 경우도 후속 임차 협상기간이 매우 짧아 마찰 공실 기간이 1~2개월 미만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빌딩 시장 투자 전략은...
빌딩시장이 커지고 있지만 위험요인도 다수 존재한다. 우선 임대 시장의 침체국면이 심상치 않다는 점이다. 지난해 하반기 이후 공실률 상승과 임대료 하락이 기조적 현상으로 굳어지고 있어서 빌딩 투자수익률에 적신호가 켜지고 있다. 현재 빌딩 투자수익률은 5~6% 수준이다. 또 오피스빌딩 공급이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점도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빌딩정보업체 관계자는 “»서울 주요지역 오피스빌딩의 공실률이 점차 높아짐에 따라 임대료 인하 움직임이 가시화하고 있다”»며 “»특히 노후된 일부 중소형 빌딩의 경우 공실율 증가 및 임대료 하락 현상이 가속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노후된 빌딩의 공실률은 10%에 이른다. 빌딩 가격이 IMF 관리체제 때처럼 V자형 회복은 힘든 상황이란 점도 유념해야 한다. 가격이 너무 많이 올랐기 때문이다. IMF 사태 극복 이후 2008년 상반기까지 근 10년 동안 빌딩 가격이 지속적인 오름세를 보여 왔기 때문에 상승여력이 크지 않다. 앞으로는 가격이 오르더라도 L자형과 U자형을 합친 형태의 완만한, 그것도 아주 지루한 상승곡선을 그릴 가능성이 크다. 이에 따라 빌딩 시장에 참가하려는 투자자는 ‘보수적’전략으로 임해야 한다.
수익이 난다는 확신이 들 때까지는 방어적 투자전략이 바람직하다. 추가 하락에 대한 리스크를 피하기 위해선 매입가격을 최대한 낮춰야 한다. 시세 대비 약 10~20%까지 싸게 나오는 급매물, 확실한 재료가 있는 매물 등 이런 매물이 아니고선 선택하지 말라는 것이다. 지금 빌딩 투자의 최대 키포인트는 매입가격을 낮추는 것이다. 그리고 대출 비중을 낮추고 여유자금에 기반한 투자를 해야 한다. 차입금에 의한 투자는 상당한 리스크를 수반하게 된다. 또한 경기변동이나 수요 예측, 지역별 수급구조 등 시장변수에 대한 종합적인 사전점검이 필수적인 절차라고 할 수 있다. 예를 들면 수요가 한정적이고 임차인의 자금력이 높지 못한 도심권 외곽지역은 리스크가 상대적으로 높다. 특히 향후 차별화 내지 양극화 가능성을 감안할 때, 투자지역과 투자대상의 절대적 압축, 선택 전략이 필요한 시기라 하겠다.
15억~50억 원으로 구입할 수 있는 알짜 빌딩테크 투자처 <강남 지역 역세권 이면 주거지역을 노려라>
강남지역의 경우 빌딩의 메카라고 할 있는 테헤란로와 강남역의 오피스 빌딩 규모는 100억원 이상의 규모이다. 하지만 틈새가 없는 것은 아니다. 강남에서 우선 주목해야 할 투자 대상은 그동안 저평가 돼 왔던 지역이다.
신사역, 강남구청역, 양재역, 논현역 등 역세권 이면 주거지역이 알짜로 꼽힌다. 이들 지역은 역세권 이면서도 그 뒤편 이면지역은 주거지역으로 지정되어 있어서 의외로 40억~50억 원 정도 규모로 가능하다. 주거나 오피스 이용 고정인구는 물론 유동인구도 두텁다.
ERA코리아 고신상무는 “강남에서는 분당선 학여울역에서 영동대교 남단으로 이어지는 영동대로 구간이 상대적으로 저평가된 곳으로 향후 성장 잠재력이 클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서초역에서 예술의전당까지 이어지는 구간을 투자 유망지로 꼽았다. 이 구간은 아직 개발이 덜 된 지역으로 롯데타운 건설, 남부터미널 부지 개발 등 대형 호재가 예정돼 있어 향후 테헤란로 업무지구가 이곳까지 확장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이 지역 이면에는 저층의 노후화된 건물이 산재해 있는데, 이 가운데는 법정 상한 용적률조차 채우지 못한 ‘비효율적인’ 건물이 더러 있다. 이런 건물을 매입해 리모델링이나 재건축하면 예상외의 수익을 얻을 수 있다. 강남역 삼성타운 인근도 투자 적지로 꼽을 만하다. 삼성그룹 연관 업체의 임차 수요 기반이 탄탄해 주변 이면의 중소형 빌딩이 꾸준한 인기를 모으고 있다.
강남지역의 경우 수익률은 4.5~5% 정도로 낮지만 일정기간 보유 후 매각했을 때 물가상승률 이상의 시세차익을 기대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특히 강남의 경우 자기자본이 60~70% 정도 있을 경우는 건물을 신축 후 매각 또는 보유 하면 원하는 수익률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란 분석을 내놨다. 신축건물의 공실률은 3%대로 매우 낮다.
<강북지역은 임대수익을 목적으로>
강북의 경우는 시세차익보다는 꾸준한 임대수익을 기대하는 투자자에게 적합하다. 강북의 임대수익은 5~6%대. 하지만 강북 도심권인 광화문, 종로, 여의도 등의 경우는 토지매입가격이 평당 1억~2억원 대로 높아 소액 투자자들이 접근하기는 쉽지 않지만 임대수익을 목적으로 할 경우는 월계동, 성수동, 왕십리 등 지역의 임대수익이 6%로 꾸준하다. 이 지역은 10억~30억원 정도로 규모의 소액빌딩 구입도 가능하다. 또 충무로역 이면 지역도 공략할만하다. 토지가격이 3.3㎡당 3000만~3500만 원으로 50억원 규모로 빌딩 매입이 가능하다. 다만 강북 도심권의 경우 토지 측량을 필수적으로 해야 한다. 강남권과 달리 구획도로 정리가 되어 있지 않아 토지 자체가 적은 단위로 쪼개져 있어 빌딩을 신축하기 어려울 수 있기 때문이다.
빌딩 투자 시 이것만은 체크하자! <입지의 성장잠재력을 보라>
입지와 더불어 그지역의 성장잠재력 분석이다. 역세권 여부, 관청이나 대형건물 밀집지역 여부, 인근에 랜드마크빌딩 포진 여부 등 기본적인 입지분석은 필수다. 빌딩은 업무용부동산으로서 임차인들의 출·퇴근이 편리한 지역이 1순위이다. 이런 지역 빌딩은 교통 편의성 제공과 함께 입주사들의 홍보효과를 높이는 데도 안성맞춤이다. 또한 빌딩 밀집지역이나 랜드마크건물이 소재한 지역을 선택하면 안전하다. 개략적인 입지분석이 끝나면 개별 빌딩에 대한 세부적인 분석을 꼼꼼히 진행해야 한다. 해당 빌딩의 공실률과 임차인 현황 분석은 기본이며 주변 건물들의 공실 상태도 점검해야 한다. 만약 공실률이 20%를 넘어서면 투자대상에서 제외해야 할 것이다. 외국기업이나 금융사 같은 우량 임차인들이 많이 입주해 있을수록 좋은 물건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건물의 상태를 따져라>
건물의 물리적 분석도 필수. 건물의 하자상태를 점검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물리적 분석은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이 좋다. 이러한 기술적 분석을 제대로 하지 않으면 향후 보수비용이 많이 들어가 배보다 배꼽이 큰 경우가 생길 수 있다. 특히 준공된 지 10년이 넘은 건물은 현미경으로 건물상태를 들여다봐야 한다. 예를 들면 외관상태, 정화조시설, 전기안전, 가스안전, 방화관리, 미화관리, 승강기, 환경관련시설 등 시설과 구조와 관련된 부분을 중점적으로 체크해야 한다.
특히 최근에 따져봐야 할 것은 주차의 편리성 문제이다. 전문가들 은 주차장이 넓고 주차가 편리한 건물일 수록 공실률이 낮기 때문에 가능하면 준공된지 5년 이내의 건물을 구입할 것을 권하고 있다. 또 노후된 빌딩을 구입할 경우는 주차장, 화장실, 로비 등을 리모델링해 편리성과 시각적 이미지를 높여야 빌딩 수요자들을 끌어들일 수 있다고 조언한다.
<수익률을 꼼꼼히 체크>
수익률분석이 필요하다. 빌딩 투자 시 기대할 수 있는 수익은 자본이득과 임대수익이다. 자본이득을 미리 예상하는 것은 쉽지 않다. 가격상승요인에는 경기동향, 수급, 금리 등 수많은 변수가 작용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시장상황을 고려할 때 자본이득 부분은 보수적으로 계산하는 게 위험을 줄이는 방법일 것이다. 한편 임대수익률은 비교적 정확하게 따져볼 수 있다. 단, 임대차계약서에만 의존해서 수익률을 산출하면 낭패를 볼 수 있다. 우선 매입시점의 공실 현황을 점검하고 향후 예상공실을 분석해야 한다. 또 최근에는 임차인들에 게 각종 옵션이 서비스로 제공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계약서와 실제 계약내용이 다를 수 있다는 점도 유의해야 한다.
<건물 감가상각도 고려하자>
건물의 감가상각도 고려해야 한다. 빌딩은 감가상각이 되기 때문에 일정 기간이 지나면 투자한 자본의 가치가 감소된다. 빌딩은 자연적인 마모와 훼손에 따른 물리적 감가상각 외에도 기능적 감가상각이나 경제적 감가상각의 대상이 된다. 기능적 감가상각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트렌드에 뒤진다거나 스타일이 시대감각에 맞지 않는 등 가치 하락 요인이 발생하는 것을 의미한다. 경제적 감가상각은 상대적 위치의 변동이나 외부적인 조건에 의해 가치 하락 요인이 발생하는 것이 의미한다. 투자 대상이 감가상각된다는 것은 그만큼 위험을 가중시키는 요인이 된다. 따라서 노후된 건물보다는 신축건물을 구입하는 것이 좋고 10년 이상 노후된 건물의 경우는 리모델링을 통해 수요자를 끌어들일 필요가 있다.
<MBC 이코노미 매거진 4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