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갈등이 심화될수록 일본에 비해 한국의 GDP 손실이 상대적으로 크다는 분석이 나왔다.
24일 한국경제연구원은 ‘화이트 리스트 제외에 따른 경제적 영향’ 보고서를 통해 화학공업 제품을 중심으로 양국이 수출규제를 한다고 가정할 경우 한국의 GDP 손실이 일본의 GDP 손실보다 크고, 무역분쟁이 악화될수록 양국의 GDP 감소폭이 커질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한일갈등이 심화될 경우 양국은 상대국에거 큰 타격을 주면서 자국 기업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수출규제품목을 전략적으로 선택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예를 들어 일본이 대(對)한국 수출규제 품목을 선택할 때 ▲한국의 대(對)일본 수입 비중이 70% 이상 품목(생산차질 여부 판단기준) ▲일본의 대(對)한국 수출 비중이 30% 이사 품목(자산 산업의 피해 여부 판단기준) ▲한국의 수입 대비 수출 비중이 50% 이하(주력 산업 여부 판단기준)를 기준으로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수입 규모가 1,000만 달러 이상인 품목에 이런 기준을 적용하면 일본이 수출규제를 고려할 가능성이 높은 품목은 14개, 한국은 18개였다.
일본의 경우 수출규제 기준을 충족하는 품목은 화학공업 생산품이 10개로 가장 많고, 플라스틱과 그 제품이 2개, 광학의료 및 정밀기기, 광물성 생산품이 각각 1개씩 차지했다.
이미 수출규제를 받고 있는 3개의 품목 외에도 블랭크 마스크, 초산셀룰로우스 등 반도체와 디스플레이의 생산차질을 유발하는 품목과 티타늄 등 우주, 항공분야에 생산 차질을 유발하는 품목이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았다.
반면, 한국은 철강제품 9개, 화학공업 제품 6개, 광슬래그 등 기타 제품 3개로, 총 18개를 수출규제 품목으로 고려할 수 있으나, 일본 산업에 타격을 줄 제품은 전무하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보고서는 수출규제가 생산차질로 이어지지 않고 생산비용을 높이는 데 그친다면 한국의 GDP는 0.25~0.46% 감소하고, 일본의 GDP는 0.05~0.09% 줄어들 것이라고 추정했다.
또한 일본의 GDP 감소가 한국보다 작지만, 한국의 보복이 강화될수록 일본의 GDP 손실도 커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일본이 수출을 규제할 경우 한국의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가 속한 전기전자산업의 생산에 차질이 발생한다고 가정하면 한국의 GDP 손실은 최고 6.26%까지 증가하겠지만, 일본은 미미한 수준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경엽 한경연 선인연구위원은 “한일갈등이 심화될수록 일본에 비해 한국의 GDP 손실이 상대적으로 큰 만큼 국가 차원의 외교적 노력은 물론 민간 외교력까지 총동원해 해결할 필요성이 높다”며 “동북아 안보 및 경제질서 유지를 위해 미국이 중재에 나설 필요성을 적극 설득하는 한편, 한일무역분쟁이 외교적으로 해결될 수 있는 방안을 적극 모색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이어 “분쟁해결을 위해 개별기업은 물론 일본 재계와 주기적인 교류를 이어 온 경제단체 등의 민간외교 역할 확대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조 연구위원은 “한일 무역분쟁은 양국 모두 손실을 보는 가운데, 중국이 반사이익을 얻는 결과를 가져오기 때문에 분쟁이 악화될수록 4차 산업혁명 기술에 뒤쳐질 가능성이 높다”면서 “미래를 위한 동반자라는 인식을 양국이 공유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