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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비합리적 행동’…금융의 새 트렌드 이끈다

- 행동경제학 개념 활용 금융 상품 등장
- 거스름돈 모아 펀드 투자 서비스 등
- ‘목적’ 설정한 계좌 개설도 가능해져
- 세대에 맞춘 서비스 제공할 필요도 있어


[M이코노미 문장원 기자] 인간은 합리적으로 행동하는가. 전통경제학은 이 명제를 전제로 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아주 많이, 자주 이성보다 감정이나 개인적인 기억 등에 의존해 행동한다. 행동경제학은 이런 전통경제학의 인간 합리성을 비판하며 상황에 따라 감정, 기억, 절차 등에 의존한 비합리적 선택을 해 비효율적인 시장이 형성되고 있다고 주장한다. 우리가 소비와 금융상품과 서비스를 선택할 때도 비합리적인 행동이 자주 발생한다. 최근 유행처럼 번졌던 ‘욜로’(YOLO)가 대표적인 경우다. ‘인생은 한 번뿐이다’는 뜻의 ‘You Only Live Once’의 앞글자를 딴 욜로는 현재 자신의 행복을 가장 중시해 소비하는 태도를 의미한다. 미래 또는 남을 위해 희생하지 않고 현재의 행복을 위해 소비하는 라이프스타일이다. 쉽게 말하면 내일을 생각하지 않고 오늘을 산다는 뜻이다.

 

비합리적 행동으로 돈을 번다

 

행동경제학은 지난 2002년 심리학자 대니얼 카너먼이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하며 세상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으며, 자유주의적 개입주의를 주장해온 경제학자 리처드 탈러가 2017년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하며 사람들의 관심이 더욱 커졌다. 행동경제학은 인간은 합리적 사고를 해 자신에게 가장 이득이 되는 결정을 할 것이라는 전통경제학 가정을 비판하는 데서 출발한다.

 

실제 우리는 완벽한 계산을 바탕으로 한 비용 편익 분석을 통한 의사결정보다는 현상을 유지하려 하거나 집단행동에 동조되고, 정보 제시 방법에 따라 다른 선택을 하는 등 경제적인 합리성으로 설명될 수 없는 불합리한 결정이 다수 발생한다는 것이다.

 

금융상품과 서비스를 선택하는 과정에서도 행동경제학이 말하는 비합리적인 결정은 수없이 발생한다. 개인투자자의 경우 펀드 및 주식을 살 때 본인의 과거 단기 수익률만을 생각해 더 좋은 상품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해당 상품을 고수한다. 또 잘 알지 못하더라도 동료 집단이 많이 사는 투자상에 투자하는 것도 비합리적인 금융 거래의 예다.

 

미국은 노후 대비를 위한 퇴직연금을 사람들이 단순히 귀찮다는 이유로 가입을 하지 않자, 자동으로 퇴직연금에 가입되도록 방법을 바꿔 가입률을 높여야 했다. 더욱이 모바일을 통한 다양한 형태의 금융 거래가 이뤄지고 동시에 금융 상품도 복잡해지면서 실제 소비자의 행동이 비합리적인 결정으로 이뤄지는 경우가 많아 금융사 입장에서 행동경제학 관점의 의사결정을 지원할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강요가 아닌 부드러운 개입으로 사람들이 더 좋은 선택을 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상황을 조성해 금융 소비자의 실수를 줄여 주고, 일상생활에서 더 나은 선택을 내릴 수 있도록 디지털 금융 상품 및 서비스 설계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거스름돈 모아 펀드 투자한다

 

이미 선진국 금융 스타트업들과 챌린저뱅크들은 인간의 비합리적인 심리 특성이 나타나는 요인들을 파악해 금융 소비자의 행동 변화를 유도하는 금융 서비스들을 선보이고 있다.

 

영국의 금융스타트업 ‘머니박스’(Moneybox)와 챌린저뱅크 ‘몬조’(Monzo)는 지출을 할 때마다 생기는 거스름돈을 계좌로 이체하거나, 소비할 때마다 일부 금액을 자동으로 저축해주는 서비스를 선보였다. 행동경제학의 ‘현재 편향’을 응용한 것으로, 지금 당장 특별한 이득이 주어지지 않는 이상 행동을 바꾸지 않으려는 성향 때문에 은퇴 이후의 삶을 위해 지금부터 꾸준한 저축이 필요하지만 저축 계좌 오픈을 하지 못하는 금융소비자들을 위해 만든 프로그램이다.

 

이들 상품은 카드를 쓸 때마다 총 결제 금액을 올림 해 결제 금액과의 차액만큼 예금 계좌로 이체해주는 방식인데, 예를 들어, 4.25 달러짜리 커피를 카드로 구매하면 결제 계좌에서 1달러 기준으로 올림 한 5달러로 결제된 뒤, 나머지 금액을 예금 계좌로 자동으로 이체해 소액 저축을 하는 것이다.

 

 

미국의 핀테크 업체 ‘에이콘스’(Acorns)도 카드 지출이 발생할 때마다 거스름돈에 해당하는 금액만큼 자동으로 투자해주는 프로그램을 선보였다. 결제 후 생기는 잔돈을 모아 자동으로 펀드에 투자하는 서비스로 사용자 은행 계좌를 서비스에 연동 시켜 자금 관리도 도와준다.  이는 금융 상품 개설 및 투자 등에 어려움이 있는 금융 소비자들에게 계좌 오픈 없이도 저축 뿐만 아니라 자연스럽게 소액 투자를 통한 수익률 증진에 기여한다는 장점이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카카오뱅크의 ‘저금통’ 서비스가 이와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 카카오뱅크의 ‘저금통’은 카카오뱅크의 입출금통장에서 천원과 백 원 단위의 잔돈을 최대 10만 원까지 알아서 모아준다. 백 원 이하 단위는 매일 저금통으로 모이고, 설정에 따라 매주 토요일에 1천 원에서 5,000원 이하의 금액을 저금통에 이체되는 방식이다. 10만 원까지만 저금할 수 있지만, 금리가 연 2.00%로 높은 편이다.

 

‘여행’‧‘결혼’ 등 목적 설정 계좌

 

특정 목적을 위한 이른바 ‘심리 계좌’(mental accounting)도 행동경제학을 활용한 금융서비스다. 2014년에 영국에서 설립된 디지털 모바일 전용 챌린저 뱅크인 ‘스타링뱅크’(Starling Bank)는 각각 목적이 다른 계좌를 개설할 수 있게 하는 서비스를 내놨다. ‘여행’이나 ‘결혼’, ‘이사’ 등과 같이 목적이 다른 계좌들을 만들 수 있는 것이다. 목표 금액을 설정해 계좌별 달성률(%)을 표기해주며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해당 목표를 위해 저축을 증가시킬 수 있는 사진도 올릴 수 있는 기능을 갖췄다. 또 ‘라운드 업스’(Round-ups)라는 거스름돈을 자동 저축 기능을 통해 소액 저축 기능과 아무 때나 이체가 가능하도록 해 목표에 빠르게 도달하도록 행동 유도하고 있다.

 

독일의 네오뱅크(오프라인 지점 없이 모바일이나 인터넷만으로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는 은행) ‘N26’은 같은 돈이라도 심리적으로 다른 이름을 붙여 다르게 취급하는 서브 계좌 서비스를 제공해 과소비를 줄이고 목적에 맞는 저축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러한 서비스들은 행동경제학의 ‘심리회계’에 따라 사람은 경제적 의사 결정을 할 때 나름대로 마음속으로 계좌를 설정해 소비하는 경향을 이용한 것이다. 또 가족, 친구 등 10명까지 공유 서브계좌로 초대해 여러 명이 함께 같은 목적으로 한 계좌에서 저축을 할 수 있는 서비스도 제공한다.

 

글로벌 투자은행인 JP Morgan 자산운용은 시장에서 주가가 비합리적인 수준에서 형성되는 이유를 투자자 자신에 대한 과잉 확신과 손실 혐오라는 행동경제학 심리에서 비롯된다고 보고 이를 활용한 ‘인트레피드 밸류 펀드’(Intrepid Value Fund) 상품을 개발했다.

 

개인투자자들이 지나친 자기 확신 성향 때문에 저평가된 종목을 무시하고 과거 수익률에 의존해 단기매매를 반복한다는 특성에서 착안해, 시장 적정 가격과 실제로 형성된 가격 차액을 이용해 가치주 중심으로 수익을 내는 상품이다. 개인투자자는 손실이 나는 것에 대한 강한 거부감을 느껴 손실이 나도 쉽게 매각하지 않는 성향이 있는데, 이로 인해 시장 가격의 하락 속도가 느려지고 여기서 생긴 시차에서 기회를 포착한 상품이다.

 

 

세대별 맞춤 서비스 제공 필요

 

이와 관련해 하나금융경영연구소는 최근 보고서에서 “금융사는 고객의 비합리적인 금융 행태를 파악하고 행동경제학적 관점에서 이들의 의사결정을 합리적인 방향으로 유도할 방안을 모색해 나가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금융 상품 및 서비스가 다양해지면서 금융 소비자들은 정보 및 선택 과부하로 인해 금융 관련 의사결정에서 실수할 확률이 높아지는 가운데 인간 행동 편향 특성을 이해하고 유형별로 이를 개선해 줄 수 있는 금융 서비스 제공을 통해 자연스러운 환경에서 올바른 선택을 유도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보고서는 “급속한 고령화 시대로 은퇴를 앞둔 금융 소비자의 바람직한 자산 관리 및 은퇴 준비를 돕기 위해 금융기관은 행동경제학적 관점의 다양한 심리 효과를 활용할 필요하다”라고 했다.

 

또 보고서는 행동뿐만 아니라 심리를 파악할 수 있는 데이터를 축적해 고객에 맞춘 라이프 사이클에 해당하는 최적의 자산 배분을 수행해주는 자동화 시스템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보고서는 “Z세대, 밀레니얼 세대, 베이비부머 세대 등은 금융에 대한 이해도와 자산 운용에 대한 기준이 다르므로 연령과 라이프 사이클별로 최적화된 자산 관리 서비스 제공 필요하다”라며 “투자 상품 선택 때 인간의 간섭을 최소화해 인간이 할 수 있는 실수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최적의 포트폴리오를 추천 및 운용해 주는 자동화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했다.

 

다만 “금융사의 이익을 취하기 위해 금융 소비자의 행동 편향 성향을 악용해 비합리적인 선택을 유도하는 이른바 다크 선지(Dark Nudge)가 발생하지 않는 방향으로 접근하도록 주의가 요구된다”라고 덧붙였다.

 

MeCONOMY magazine August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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