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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신냉전 시대, 한국 위기대처 능력 키워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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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래에 본 영화 중 시리아 내전의 참상을 생생하게 다룬 ‘사마에게’라는 실화가 뇌리에 잊히지 않는다. 반군파 도시 알레포에서 주인공 가족이 목격하고 경험했던 바를 보노라면 그들에 대한 동정심과 함께 약소국의 우리 처지를 떠올리게 해준다.

 

시리아는 소수의 시아파 정부가 다수의 수니파를 지배하는 나라다. 다수의 수니파들이 중동의 민주화 바람을 타고 서방의 도움을 기대하며 반정부 활동을 맹렬히 폈다. 그러나 전쟁이란 다수가 반드시 이기는 게 아니다. 같은 시아파 국가인 이란이 정부군을 적극 도와주고 중동에서 세력을 심으려는 러시아가 군사적 지원을 아끼지 않아 결국 반정부 군사 활동이 꺾여버렸다.

 

강대국이란 자기들이 싸우고 싶을 때 싸우고 이제 그만 다투고 휴전하고 화해하자고 할 때 ‘갑자기’ 언제 싸웠는가 싶게 변신한다. 국가지도자도 인간인지라 조석으로 마음이 바뀐다. 국민감정도 국가 이익 앞에선 금방 바뀌고 불매 운동이란 것도 그리 오래가지 못한다.

 

제2차 세계대전 후 냉전이 격화되자 미국은 중국과 소련을 봉쇄하는 전략을 폈다. 그러던 중 중소 국경분쟁으로 위협을 느낀 중국 마오쩌둥이 미국에 화해의 손을 내밀어 1971년 키신저의 핑퐁외교가 시작됐다. 미국과 중국 간 10년 가까이 교류를 확대하는 화해의 시간을 거친 뒤 1979년 미·중 간 수교가 이뤄졌다. 이에 비해 한국과 중국 간 수교는 1992년에서야 이뤄졌는데 직전의 긴장 완화 기간도 굉장히 짧았다. 중국은 수교 조건으로 미국과 한국에게 대만과의 관계 청산을 내걸었다. 대만 입장에서 보면 미국과 한국에 배신당한 셈이다. 기자가 얘기하고 싶은 핵심은 강대국들은 한 마디로 하고 싶은 대로 한다. 그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현재 불가피한 대결로 보이는 미·중 간 신냉전 관계도 언제 확 바뀔지 모른다. 우선 중국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군사적으로나 경제적으로나 고립되고 있음을 실감하고 있을 것이다. 일대일로는 이미 효과를 상실해버린 것 같다. 남지나해 분쟁은 스스로 벌려놓은 일이기 때문에 수습하려고 해도 상당기간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EU에 접근함으로써 미국과 영국, 일본, 호주, 캐나다의 봉쇄망을 뚫어보고자 하나, 효과는 기대난이다. EU 자체가 동일한 대오가 아닐뿐더러 EU의 영향력이 예전만 같지 못하기 때문이다.

 

미국은 중국의 지도부가 누그러지는 실용적 자세를 보이거나 신지도부로 교체되면 즉각 유화적인 제스처를 취할 것이다. 이럴 경우 가장 곤란한 지경에 처해지는 나라가 일찌감치 미국 편에 섰던 일본일 것이다. 중·일 간 섬 분쟁은 후순위로 밀리고 일본의 중국시장 접근은 미국보다 한참 뒤늦은 시기가 될 수밖에 없다. 요약컨대 한국 같은 나라가 서둘러 어느 한쪽 편에 줄설 필요가 없다. 난 오히려 양쪽 눈치 보고 안절부절 하는 표정을 짓지 말고 당당히 현상 유지 편에 서라고 말하고 싶다. 미국이 미군철수를 위협하면 핵무기 개발로 대응한다.

 

이 모든 전제는 우리의 힘을 키워야 한다. 정치적으로는 분열 정치는 그만하고 단합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구한말 때처럼 친중파니 친일파니 친미파, 친러파 하고 싸워서는 안 된다. 21세기에 사회주의라니 이미 유럽과 중남미에서 검증 끝난 걸 들고 나온다는 건 안 된다. 보수도 마찬가지다. 순수하게 시장만 믿고 무작정 시간을 기다려 달라는 건 요령부득한 주리론자 같다. 약소국은 그 어떤 시대건 ‘실용주의’가 최상의 선택이다. 또 내부의 단합된 모습 자체가 분쟁 당사자가 되는 걸 방지하게 해준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미국의 대중국 압박은 두 가지 방향일 것이다. 첫째, 첨단 기술 유출 제재와 미국 시장 접근 제한이다. 둘째, 소규모 분쟁이다. 첨단기술과 시장 통제는 한 묶음이다. 미국은 반도체와 전기차용 배터리를 외교 수단으로 삼을 것이다. 문제는 소규모 분쟁이다. 우리나라가 소규모 분쟁의 당사자가 되는 건 한사코 피해야 한다. 한반도는 북한이란 예측불허의 변수가 있어서 소규모 분쟁으로는 안 갈 것으로 보이나 군사적 충돌은 얼마든지 가능하다. 대만은 피아가 분명해 한반도보다는 분쟁 가능성이 높아 보이나 중국이 쉽게 덤벼들지는 못할 것이다. 미국의 카드는 널려 있다. 인도 카드도 있고 위구르 카드도 있다. 티벳, 남지나해, 중일 간 무인섬 등 골라 쓰면 된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도 정치적 위기를 외부 분쟁으로 모면하려는 모습을 슬슬 보이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의 단호한 외교 노선이 국제 관계를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 미국이 아프가니스탄에서 막을 발을 뺀 시점이기 때문에 소규모 분쟁으로 강대국들이 의사를 표현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한국은 그 어떤 경우에도 군사적 분쟁의 당사자가 돼서는 안 된다. 집권 행정부의 현명한 위기대처 능력이 요구되는 시기다. 여야는 지혜와 총력을 모아 외교 분야에서만큼은 상호 협력하는 모습을 보여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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