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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여중사 성추행사건, 말로는 안 된다

- 외부 조사단 중심으로 전면 조사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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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중사 성추행 사건의 핵심은 사건을 무마하려는 은폐, 회유, 2차 가해에 있다고 본다. 성추행이 일어난 날이 3월 2일, 주검으로 발견된 날짜가 5월 22일, 그 사이 80일간 피해자는 고독감 속에서 혼자서 고통을 감내해야 했다.

 

성추행을 당한 여중사로 하여금 스스로 목숨을 끊을 만큼 절망을 준 것이 무엇이겠는가를 곰곰이 생각해보면 충분히 추론해볼 수 있다. 성추행의 수치스러움도 억울하고 분한데, 이마저도 묵살하려하고 늑장수사를 보일 때 당사자는 얼마나 고통스러웠을 것인가.

 

사람이 자신의 목숨을 끊어 억울함을 호소한다는 것은 하늘을 진노케 하고도 남는다. 공군총장의 사표 수리로는 한 깃털의 죄도 감할 수는 없을 것이다. 가해자는 물론이거니와 무마, 은폐, 2차 가해, 늑장 수사, 보고 누락, 세이프 라인(safe line) 부작동 등의 문제를 철저히 가려내어 모두 엄중 처벌 받아야 한다. 군내 성추행 사건이 끊이지 않는데도 왜 계속 반복적으로 일어나고 있는지 차제에 근원적인 의식 문화가 어디에 문제가 있는지 밝혀내어 재발방지를 위한 제도 속에 녹여내야 한다.

 

문 대통령이 언급한 바대로 병영문화에 그런 요인이 있다면 군 내부 기관의 수사로는 턱없이 미흡하다. 외부의 수사요원뿐만 아니라 심리학자, 조직문화 전문가 중심으로 조사단을 꾸려야 한다. 미 국방부는 군내 성범죄 실태와 진전 상황을 의회에 연례보고서를 제출하도록 하고 있다.

 

미군 보고서는 10여 년 전부터 여군들을 대상으로 포커스 그룹 인터뷰와 익명 조사 등을 실시해 의회보고와 함께 언론에 공개하고 있다. 한국군도 도입을 고려해보기 바란다. 한국군의 병영 폐습을 고치려면 내부 군인으로는 안 되고 외부인이 필요하다고 본다.

 

한국군은 광복 후 미군의 도움으로 군대가 창설됐지만 그 인적 구성에서 일본군 출신들이 상층부를 차지했다. 그런 영향으로 일본제국군대의 잔재가 오늘날엔 많이 사라졌지만 여성 비하, 폐쇄주의 및 소통 부재, 비합리적 획일 문화의 형태로 남아 있는 것은 아닌지 진단할 필요가 있다. 그런 진단 결과가 나온다면 단번에 고쳐지지는 않을 터이므로 장기적인 교육과 피드백으로 점진적 접근법이 유효하리라 본다.

 

군은 이제 ‘조직’을 보호한다는 명분으로 한 사람의 생명과 인권을 경시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 그런 군대는 절대로 강군이 될 수 없다. 제2차 세계대전에서 일본천황에게 옥쇄로 충성하던 군대가 왜 미군에게 패배했는가. 식민지 조선의 순박한 처녀를 꼬여내어 위안부로 데려다가 일본군의 성적 노리개를 삼은 군대가 일본군이다.

 

그러나 미국은 영화 ‘라이언 일병 구하기’에서 보듯이 한 어머니의 자식을 구하기 위해 전 부대원들이 목숨을 바치는 나라다. 미군도 성 피해 문제가 증가하고 있다는 보고가 있으나 제도를 통해 점진적인 개선이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미군의 사례는 참조할 가치가 충분하다.

 

가해자에 대한 엄한 처벌과 장기적 제도 개혁과는 별도로 당장 취할 수 있는 조치는 즉각 실행에 옮겨야 한다. 중대한 성적 범죄와 관련해서는 최고 지휘관에게 직보할 뿐만 아니라 동시에 청와대, 인권위, 여가부 등에 즉각 보고되는 체제를 갖추기를 바란다. 그리고 보고가 실시간으로 이뤄지는지 주기적으로 점검하여 보고가 늦었다면 왜 늦어졌는지 상시 조사하는 체계를 정립한다.

 

앞으로 한국군의 선진화 및 정예화에 따라 우수한 여성들의 군 근무가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옛날 군대 문화에 젖어 있는 기존 군 간부들이 어설픈 성 문화 인식으로 문제를 다룰 경우 근본적인 해결책을 마련하지 못하고 임시방편적 처방에 그칠까 우려된다. 그러므로 문 대통령이 병영 폐습을 일소하겠다는 다짐을 한 만큼 이번 조사부터 외부 기관과 전문가 중심으로 조사단을 꾸릴 것을 재차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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