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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일상의 경제학〕 천정 비닐에 모여든 돼지농장의 쥐떼 소동

돼지 농장에서 생긴 일(3)

돼지우리 콘크리트 바닥에 연탄보일러 온돌을 설치하고 천장에 온수가 자동으로 나와 돼지들을 목욕시킬 스프링클러를 단, 그의 아이디어는 적중한 듯했다. 돼지 새끼들이 추위로 얼어 죽는 일은 없었으며 우리의 환경이 아늑하고 좋았던지 다른 우리의 돼지보다 보름 정도 빨리 성장했다. 토실토실 살이 찐 돼지의 때깔도 좋았고 털에서 반짝반짝 윤기가 흘렀다.

 

 

“돼지가 신이 나면 저런가?” 그는 자기가 만든 우리에서 그만큼 잘 커 주는 돼지를 흐뭇하고 자랑스러운 눈으로 지켜보면서 만족한 표정을 지었다.

 

“그래, 이제 돼지우리 전체 공사를 따낼 수 있겠어,”

 

그러나 완벽하다고 생각한 그의 돼지우리는 생각지 못했던 일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온돌에 불을 넣고, 따뜻한 물로 돼지 샤워를 시키면 시킬수록 우리 안의 수분이 외부 기온으로 차가워진 천장에 붙어 이슬처럼 물방울이 천장에 맺히기 시작했다. 환풍기를 가동했으나 수분을 빨아들이지는 못했다.

 

결로현상이 생기면 나중에 곰팡이가 피고, 돼지의 호흡에 좋을 리가 없었다. 천장에서 물방울이 맺혀 뚝뚝 떨어지는 걸 본 그는 코앞에서 승리를 놓친 기분이었다.

 

“할 수 없어, 천장에 습기가 스며들지 못하게 해야지,”

 

그는 임시방편으로 환기통을 제외한 천장 전체를 외부에서 사 온 비닐로 막았다. 그런데 이게 사달이었다. 갑자기 돼지 농장 외부의 기온이 떨어지자 농장과 주변에서 사는 거의 모든 쥐가 추위를 피하려고 온돌과 온수로 따뜻해진 돼지우리와 주변으로 몰려들기 시작한 거였다. 이들은 환기통을 타고 돼지우리 안으로 들어오다가 바다로 뛰어드는 펭귄처럼 천정에 쳐 놓은 비닐 위로 다이빙하듯 찍찍거리며 떨어졌다.

 

쥐들이 네 발 모두 비닐에 미끄러져 우왕좌왕하는 사이 천장 비닐은 그들의 무게로 공중그네처럼 흔들거리다가 출렁거리기를 반복했다. 어느 동물보다 지진이나 소리에 민감한 짝수 발톱을 가진 돼지들이 자기 영역을 침범한 쥐들을 모를 리가 없었다. 일제히 꿀꿀대기 시작해 숙직 직원 한 명을 우리로 불러드렸는데 손전등을 비춰 천장 비닐 속에 쥐들이 우글대는 것을 본 직원은 그만 입이 딱 벌어지고 말았다.

 

쥐떼 소동이 불러온 돼지농장의 반전(反轉)

 

다음 날 아침 천장에서 일어난 쥐 떼 소동은 사장에게 그대로 보고됐다. 사장은 쥐 떼가 우리 천장에 출몰한 원인이 우리 공사를 맡은 그가 비닐을 설치했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알고 당장 그를 불렀다.

 

“도대체 이게 어떻게 된 거야? 우리 농장에 쥐가 있으면 어떻게 되는 줄이나 아나? 당신이 공사를 잘못해서 쥐가 들어온 거야 뭐야? ”

“사장님, 죄송합니다. 사실은 공사가 잘못되어 그런 건 아니구요.”

“그럼 뭐야, 없던 쥐가 왜 돼지우리로 모이냐고?”

“그게, 사실은....돼지우리 천장에 습기가 차서, 그걸 막아보려고 제가 비닐을 쳐 놓았더니 쥐들이 밖이 추우니까 환풍기 구멍을 타고 안으로 들어오다가 쳐 놓은 비닐 안으로 들어가 오도 가도 못했던 것 같습니다.”

“그럼 비닐 안에 들어간 쥐들이 우리 농장에서 사는 쥐들이란 말인가?”

“그럴 겁니다.”

“그걸 당신이 어떻게 알아?”

“예, 제가 시골 초가에서 살았거든요. 그때 우리 집 천장에서 쥐들이 어찌나 설쳐 대는지, 밤에 잠을 못 잘 정도였습니다. 우당 탕탕 자기들끼리 싸우는 건지 뭔지, 그래서 제가 비닐 비료 포대를 천장 입구에 대고 천장에 있는 쥐를 한 번에 몰아 잡아 우리 집에서 사는 쥐를 일망타진한 적이 있었거든요. 그런 뒤로 우리 집에서 쥐란 놈은 보지 못했으니까요. 돼지 농장 쥐들이 아니라면 그렇게 모일 수가 없지요.”

“공사가 잘못돼 쥐들이 들어온 게 아니라, 원래 우리 농장에 사는 쥐들이란 말이지?”

“아마 그럴 겁니다.”

 

사장은 쥐가 출몰한 원인을 그가 공사를 제대로 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해 그를 혼을 내주겠다는 심사였는데 어제저녁에 우리에 모인 쥐들이 자기 농장에 사는 쥐라는 그의 설명을 듣고 나서 자신의 의도를 바꾸지 않을 수가 없었다. 왜냐하면, 돼지의 질병을 막기 위해서는 백신 접종, 소득 못지않게 쥐를 잡아 없애는 구서(驅鼠) 대책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사장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그렇지만 설마 자기 농장에 그렇게 많은 쥐가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었다.

 

사장의 머릿속으로 쥐가 자기 농장 사료를 상당히 축내고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스쳐 갔다. 그리고 농장 시설물을 훼손하고 누전을 일으키며, 각종 병원체를 옮기는 사악한 존재로서 야행성인 데다가 은밀히 서식하면서 수명이 1년~3년밖에 안 되는 암수가 1년에 460마리의 새끼를 낳을 수 있고, 그 새끼는 석 달 후면 임신이 가능해 무서운 번식력을 가지고 있으니 박멸하기 어렵다는 사실, 그래서 누군가가 자기에게 ‘대낮에 쥐 한 마리를 보았다면 거기에 1,000마리가 살고 있다고 추산하면 된다,’고 한 말을 떠올렸다.

 

바이러스성 전염병인 돼지 구제역(口蹄疫)을 막기 위해 자신이 아는 어느 농장 사장이 농장에서 숙식하면서 담배, 라이터까지 소독하였으나 결국은 구제역을 방어하는 데 실패했던 건 어쩌면 그놈의 쥐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는 생각마저 들었다. 사장은 “그게 다 우리 농장에 사는 쥐란 말이지”라고 혼자 말을 몇 번 반복하다가, 직원들을 나무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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