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나라는 기후 위기 대응을 위해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선언하고 2030년까지 온실가스를 2018년 대비 40% 감축할 것을 표방해 왔다. 수송부문은 우리나라에서 산업, 전환 부문에 이어 세 번째로 온실가스 배출량이 많은 영역이다.
특히, 전체 배출의 96% 이상은 도로에서 발생하며, 그중에서도 승용차의 배출량이 약 60%를 차지하고 있다. 결국 수송부문 감축의 핵심은 도로, 특히 승용차를 어떻게 전환하고 관리할 것인지에 달려 있다고 할 수 있다.
수송부문의 2030년 온실가스 감축 목표는 2018년 대비 37.8%에 달하지만, 최근 4년 간 수송부문의 온실가스 감축량은 0.3%에 불과하다. 이는 정부의 무공해차 보급 확대 정책의 실효성 부족, 내연기관 저탄소화와 수송부문의 총 주행거리 감축(수요관리)을 위한 대중교통 활성화 대책 수단이 미흡하다는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또, 수송부문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는 95.8백만 톤으로 국내 온실가스 총배출량 대비 약 14%에 달한다. 대한민국이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과감한 변화가 필요하다. 특히 수송부문은 자동차, 철도, 항공, 해운 등 모든 이동 수단이 포함돼 국민의 생활과 매우 밀접하다. 자동차 및 물류 산업과도 맞닿아 있어 국가 경제력 차원에서도 감축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는 주장들도 나오고 있다.
해외 주요국들은 선제적인 탈탄소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유럽연합은 2035년까지 내연기관 차량의 신차 판매의 전면 금지를 결정했으며, 미국 역시 전 차량의 100%를 무공해차로 전환하겠다는 중장기 계획을 수립했다. 이제 탄소중립 정책은 단순히 환경 규제를 넘어서, 산업생태계 전반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제 기후 위기 대응은 글로벌시장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국가적 전략이 됐다.
2035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의 수송부문의 감축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강력한 무공해차 전환 의지가 담긴 정책 수립이 반드시 따라야 한다.
이에 기존에 수립된 2030년 수송부문 감축목표 달성 가능성과 한계를 평가하고 바람직한 수송부문의 2035년 감축목표(NDC) 설정과 목표 달성을 위해 필요한 정책 대안을 제시하고자 지난 18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국회 기후위기 특별위원회 박지혜·서왕진·이소영 의원이 주최하고 녹색교통운동, 녹색에너지전략연구소, 플랜1.5가 공동 주관한 토론회가 열렸다.

◆전기·수소차, 전체 차량 2600만 대 중 3%에 불과
휘발유차는 증감률은 낮지만 계속 또 증가하고 있다. 실제 온실가스 연비 규제가 실효성을 발휘하고 있지 못한다는 문제가 제기됐다.
발제에 나선 김광일 녹색교통운동 사무처장은 “수송부문의 온실가스 배출을 감축 경로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향후 5년 내 무공해차 공급을 확대함과 동시에 운행 제한 제도 확대, 지역 내 대중교통에 대한 집중 투자 등을 통해 자동차 총 주행 거리를 감소시키는 정책이 반드시 요구된다”고 밝혔다.
김광일 사무처장은 “2018년 기준 수송부문 배출량은 9620만톤인데, 2022년까지 9580만톤으로 고작 0.4% 줄었다”며 “같은 기간 온실가스 전체 배출량이 7.6% 감소한 것과 비교해 매우 낮은 수준”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전기·수소차가 많이 늘어나긴 했지만, 전체 차량 2600만 대 중 3%가 채 안 된다. 그리고 현재는 경유차와 LPG 차가 계속 감소 추세”라면서 “휘발유차는 오히려 증감률은 낮지만 계속 또 증가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하이브리드 차량이 엄청나게 많이 늘어났는데 사실 이 하이브리드 차량이 경유나 LPG 수요와 승용차 수요를 모두 다 빨아들이고 있고 전기·수소차가 역할을 잘 못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또 “폐차 주기도 지금 계속 늘어나고 있다. 2020년에 평균 폐차 연도가 8년이었다. 현재는 차량을 한 번 소유하면 평균 16년을 타고 다니다 폐차한다”면서 “내연기관차의 저탄소화에서 가장 중요한 온실가스 연비 규제는 2012년부터 시행이 됐는데 실제 온실가스 연비 규제가 실효성을 지금 발휘하고 있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보조금 현황과 관련해 김 처장은 “다른 나라의 추세처럼 대당 보조금은 우리나라도 조금씩 줄여나가고 있다. 그리고 2022년 이후부터는 택시나 화물 버스에 대한 지원금이 조금씩 늘어나고 있지만 아주 일부에 불과하다. 2023~2024년에 상용차에 대해 중장기 로드맵을 수립하기로 했었는데 2030년 50만 대 보급 목표 외에 연간 얼마나 할 것인지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세부 로드맵들이 세워져 있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부연했다.
◆수송부문 전체에 대해 배출량, 제로로 만들어야
전기차의 급속한 보급 확대에 집중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문효동 녹색에너지전략연구소 부연구위원은 이어진 발제에서 “수년간 반복된 논의를 신속히 종결하고 구체적인 실행 단계로 넘어가야만 유의미한 2050년 탄소중립 달성이 가능하며 단기적 역량을 전기차의 급속한 보급 확대에 집중해 도로부문의 탈탄소 구조 전환을 반드시 이끌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효동 위원은 “결국 탄소중립은, 수송부문 전체에 대해 배출량을 제로로 만들어야 되는 건데 그렇다면 2050년까지 저희가 추가적으로 20% 정도를 더 감축해야 된다”면서 “차량의 규모가 더 커질수록 그리고 자가용이 아닌 상업용으로 이용할수록 배당 배출하는 온실가스 배출량이 더 많아, 우리가 수송 부분의 온실가스를 감축하기 위한 가장 좋은 제도는 온실가스의 배출 기준”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결국에는 내연기관차가 없어지고 온실가스 배출하지 않는 차 위주로 구성이 돼야 된다. 그 구조적인 전환이 근본적으로 배출 가스를 줄일 수 있는 가장 큰 중요한 수단이다. 결국에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에너지를 줄이는 것이다. 이동을 적게 하든지 아니면 좀 더 효율적인 교통수단, 대중교통 같은 것을 이용한다든지 수송 수요를 감축하는 수밖에 없다”라고 했다.
이어진 토론에서 윤경선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 상무는 자동차 업계의 탄소중립 및 미래차 전환을 위해 노력의 필요성의 제언했다.
윤 상무는 "국내 완성차 업체들은 2030년까지 전기차 모델을 30종 이상으로 확대할 계획”이라면서 “전기차 전용 공장 신설 및 내연기관 생산라인의 전동화 전환 등 생산 기반 전동화 전환에 수조 원 규모의 투자가 진행되고 있다. (2022~2026년 5년간 95조원) 부품업계도 전동화 대응을 위한 R&D 및 생산설비 전환에 적극 투자 중이나, 중소 협력업체는 자금 및 기술력 한계로 전환 속도에 차이가 발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현재의 보급정책 고려 시 2030 무공해차 보급 목표 달성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지적하며 “2030년까지 누적 450만대 무공해차 보급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연평균 60~70만대 이상 신규 판매가 필요하다”면서도 “2024년 전기차 판매가 약 15만 대 수준이고 현 추세 지속 시 목표 달성률 50% 이하”로 예상했다.
그러면서 “2030 수송부문 온실가스 감축목표는 유지하되, 무공해차 보급 감축비중은 축소하고 교통/물류정책 등의 감축수단 다변화가 필요하다”면서 “공급규제(CO2 규제, 판매의무제) 위주의 정책에서 수요창출 중심의 정책으로 전환이 필요하다”고 제시했다.

◆도보, 자전거, PM 등 역할 강화...자전거, 보행로 등의 확보 필요
무공해 차량의 보조금 규모가 줄며 전기·수소차 증가 속도는 기대에 못 미치고 휘발유 차량 비중이 여전히 높다는 지적도 나왔다. 또, 도보·자전거·PM 등 역할 강화의 중요성도 제시됐다.
박상준 한국교통연구원 광역·도시교통연구본부 연구위원은 이어진 토론에서 “최근에는 보조금 규모가 점차 줄어들고, 차종별 장기 전략이 미비해 실질적인 전환 가속화가 어려운 구조라는 점, 차량의 연료별 등록 현황에서도 경유차량은 전보다 감소하고 있지만 휘발유 차량 비중이 여전히 높고 전기·수소차 증가 속도는 기대에 못 미치고 있는 점 등과 같은 상황은 만약 현재 기조가 유지될 경우 2030년 무공해차 보급 목표 달성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탄소중립기본계획」에 수송부문 감축방안에는 ‘도보·자전거·PM 등 역할 강화’가 제시되어 있지만, 자전거 도로 유지관리에 소요되는 막대한 비용의 지자체 부담, 보행로와 자전거·PM 주행로와의 혼재 등 현실적으로 추진하기에는 여러 문제점들이 있다”고 지적했다.
박 연구위원은 “이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통행수요가 많은 도로에 대해서는 자동차 위주의 도로를 자전거, 보행로 등의 확보를 하는게 필요하다”면서 “최근 세계적인 도시들은 ‘생태적’으로도 살기 좋은 도시를 만들기 위해 도시계획에서 다양한 요소들을 포함하고 있다. 런던의 ULEZ 및 파리의 ‘15분 도시’는 그 좋은 사례”라고 소개했다.
팡테옹 소르본 대학교의 카를로스 모레노 교수가 발표한 '15분 도시'는 도보 또는 자전거로 15분 이내에 집, 직장, 학교, 시장, 병원, 공원 및 여가 시설이 위치한 도시을 일컷는다. 이는 지속 가능하고 인간 중심적인 도시 모델로, 미래의 도시로 주목받고 있다. 그 핵심은 자동차를 줄이고 도보와 자전거같이 인간 중심적이고 친환경적인 이동 수단을 도입하는 것이다.
그러면서 박 연구위원은 우리나라도 주요 도시들이 ‘15분 도시’ 등과 같은 요소들을 도시계획에 반영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러한 생태도시의 주요 수송수단은 대중교통과 보행·자전거와 같은 녹색교통수단이 근간이 돼야 한다”면서 “교통수요관리와 함께 삶의 질 향상을 위한 도시로서의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자가용의 이용을 억제하는 ULEZ와 함께 대중교통수단과 녹색교통수단이 어우러지는 도시계획적 요소가 포함되어 탄소중립 달성의 주요 수단으로서 ‘탄소중립도시’로 추진되고 있는 사업들에 포함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플랜1.5의 권경락 정책활동가는 “2030 NDC 달성이 사실상 어려운 만큼, 초과 배출의 문제점을 2035 NDC에 어떻게 반영할 수 있을지에 대한 논의가 시급하다”며 “내연기관 판매금지, 조기 폐차 유도 등 강력한 정책 수단을 도입하는 동시에 기존 환경부가 운영 중인 자동차 온실가스 배출기준의 강화 정책도 반드시 뒤따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동차 산업, 막대한 온실가스 배출하며 성장...상응하는 기후 책임져야
자동차 제조사의 책임이 막중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홍혜란 그린피스 캠페이너는 “전 세계 자동차 산업은 전환 경쟁이 본격화되고 있다. 중국의 BYD와 같은 전기차 브랜드는 세계 시장 점유율을 공격적으로 확대하고 있고, 미국과 유럽의 자동차 제조사들도 배터리 전기차(BEV) 전략을 중심으로 체질을 바꾸고 있다”면서 “심화되는 경쟁에서 뒤쳐지지 않으려면 한국의 자동차 산업 역시 시장 선도자 관점에서의 선제적 전략 수립이 필요하다”고 꼬집었다.
이어 홍혜란 캠페이너는 “수송부문 온실가스 배출은 대부분이 자동차 운행에서 발생한다. 이 배출 구조는 소비자의 선택보다는 자동차 제조사의 공급 결정에 의해 크게 좌우된다. 그만큼 제조사의 책임이 막중하다는 의미”라면서 “‘오염자 부담 원칙’은 오염을 유발한 주체가 그 피해와 해결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는 명확한 원칙”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자동차 산업은 오랜 기간 막대한 온실가스를 배출하며 성장했고, 이제는 그에 상응하는 기후 책임을 져야 한다”면서 “이는 도덕적인 호소를 넘어, 국제사회의 지속 가능한 산업 규범으로 정착된 기준”이라고 강한 어조로 말했다.
홍 캠페이너는 “올해 영국에서는 자동차 산업계가 정부에 전기차 전환을 위한 구체적인 제도 개선을 촉구한 바 있다. 영국 정부가 신규 차량의 무공해차 의무 판매 비율을 28%로 설정했고, 위반 시 차량 한 대당 약 2천7백만 원의 벌금이 부과된다”며 “이에 대해 영국자동차제조업협회(SMMT)는 전기차 전환을 위한 지원이 시급하다며 전기차 수요가 늘어날 수 있도록 세금 인하, 충전요금 감면, 인프라 구축 등 실질적 지원책 마련을 정부에 요청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Ford, BMW 등 주요 제조사들도 이에 동참해 정책 목표는 지지하되, 정부의 지원 없이는 지속가능하지 않다는 위기의식을 함께 전달했다. 이는 산업계가 단순한 정책 수용자가 아닌 전환의 조건을 명확히 요구하며, 정부와 함께 공동 책임을 나누는 주체로 나선 사례”라면서 “국내 역시 내연기관차 퇴출에 대한 명확한 방향 제시와 이를 선도할 자동차 제조사의 실질적 리더십이 절실한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끝으로 박정준 대통령직속 2050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 사무처 기후정책국 감축관리과장은 "친환경차 보급 확대 외에도 운행 거리 감소, 대중 교통 확대, 내연차 수요 절감, 자전거 보행환경 개선과 같은 수요 관리 정책을 펼쳐야 한다"며, "또한 연비 개선 등 다양한 정책 수단이 균형 있게 설계해, 중장기적 공급 관리 정책과 더불어 중단기적인 수요 관리 정책을 포괄하는 전략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