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감원, 증권범죄 지능화·고도화 대응 위해 ‘인지수사’ 가능토록 규칙 변경
- 공소청법, 검사에 특사경 수사지휘 권한 부여 안해
- 전문가 “실질적 통제 유지 필요” vs “특사경 전담 조직 신설해야”
금융감독원 산하 특별사법경찰(특사경)이 신속 수사를 위해 ‘인지수사’를 진행할 수 있게 된다. 15일 금융위원회 정례회의에서 이 같은 방안을 담은 ‘자본시장 특사경 집무규칙 일부 개정훈령안’을 의결할 예정이다. 문제는 특사경 지휘감독을 어디서 할지다. 오는 10월 시행하는 공소청법은 공소청 검사에게 특사경에 대한 수사지휘권을 부여하지 않도록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현행 제도에서는 특사경이 사건 수사에 착수하기까지 금감원 조사 → 자본시장조사심의원회와 증권선물위원회의 고발 → 검찰 배정 등 여러 단계를 거쳐야한다. 특사경의 수사 착수까지 약 3개월 가량이 소요돼왔다.
개정안은 특사경에 인지수사권을 부여해 금융감독원 조사 부서를 거친 사건에 대해서는 수사심의위원회 의결만 거치면 증권선물위원회와 검찰의 지시 없이도 곧바로 수사 착수 가능하도록 했다. 이에 대해 금융당국은 증권범죄의 지능화·고도화에 대응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불공정거래, 시세조종, 미공개정보 이용 등 사건 대응 속도를 높이겠다는 취지다.
◇ 금융당국, 새로 체계 만들어야 해 시간 필요
시장에서는 기대와 우려가 엇갈린다. 범죄 억지력 강화라는 긍정적 평가와 함께 감독 당국 권한 집중에 따른 시장 위축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러한 우려를 막기 위해서는 특사경을 감독할 장치가 반드시 필요하다. 기존대로라면 검찰이 수사지휘권을 갖지만 검찰개혁에 따라 검찰청이 폐지돼 사실상 통제 시스템이 사라지게 된다. 게다가 오는 10월 시행하는 공소청법은 검사에게 특사경에 대한 수사지휘권을 부여하지 않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특사경을 통제할 새로운 방안 마련에 고심 중이다. 금융감독원은 형사소송법 등 관련 법규의 개정 내용에 따라 수사 관련 사건처리 절차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좀 더 검토할 시간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금융권 일각에서는 “사법 체계가 크게 바뀐 만큼 여러 관계 법령을 검토해야 하고 새로 체계를 정비하는 데에도 시간이 필요하다”며 “금융당국으로서는 고민해봐야 할 지점들이 상당히 많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난 8일에는 이러한 문제들을 학계와 함께 논의하기 위한 ‘새로운 형사사법체계의 안정적 정착 방안 토론회’가 열렸다. 이번 행사는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과 검찰개혁추진단이 주최하고 광화문 변호사회관 10층 조영래홀에서 열렸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향후 ‘공소청법·중대범죄수사청법 체제에서 공소청 검사에게 직접 보완수사권을 부여할 것인지, 특사경에 대한 수사지휘권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를 두고 법학자·법조인 등 전문가들이 논쟁을 벌였다.
특사경 수사지휘권 문제에 대해서는 검사의 통제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박용철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우선 근로감독관·식약처·지자체 공무원 등 특사경은 행정 전문가일 뿐 형사 수사에는 비전문가라는 점을 지적했다.
박 교수는 “외부 감시자가 부족한 특사경 사건은 공무원 조직 특유의 잦은 인사이동과 수사력 부족이 겹쳐 사건이 흐지부지 묻힐 위험이 높기 때문에 검사의 통제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박재평 충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공소청법에서 특사경 지휘권이 ‘협력’으로 바뀌었더라도 단순 자문에 그쳐서는 안 된다”며 “수사가 공판 가능한 수준으로 완성되도록 검사의 보완수사요구권은 물론 직접 보완수사권까지 적극 인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지휘권 부활 대신 구조 개혁이 필요하다는 입장도 제기됐다. 이국운 한동대 법학과 교수는 “특사경을 운영하는 중앙행정기관‧지자체가 직제 개편을 통해 스스로 적법성 통제 시스템을 구축해야 하며, 수사 과정의 실질적 기준을 법률로 규정하는 ‘수사절차법’을 조속히 제정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유승익 명지대 법학과 교수는 이미 공소청법에서 수사지휘권이 배제된 상황에서 이를 억지로 부활시키려면 폐지될 구법에 기대야 하는 법체계상 엇박자가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유 교수는 “특사경이 수사에 서툰 진짜 이유는 검사 지휘의 부재가 아니라 행정 업무와 수사 병행, 순환보직으로 인한 전문성 부재에 있다”며, “특사경 전담 조직 신설과 장기 근속 보장, 특사경 업무의 자치경찰 이관 등 대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특사경 수사인력 비 전문성 보완은 숙제
전문가들과 법조계 의견을 종합하면, 가장 큰 문제는 특사경 수사 인력의 비 전문성이다. 특사경 조직은 대부분 행정부 산하 기관이나 공공기관 소속 인력으로 구성돼 있다. 이 때문에 전문가 지적처럼 공무원 순환보직 등 잦은 인사이동으로 전문성을 확보하기 어려운 구조다.
이에 따른 특사경의 수사 결과에 대한 불명확성 문제도 제기된다. 법률 전문가의 통제가 없고 게다가 보완수사권도 없다면 수사 결과에 대한 신뢰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인지수사로 인해 특사경이 맡은 사건 수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인력 증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금감원은 이를 대비해 30명 이상 증원해 2개국 정도로 운영하는 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개혁안의 시행까지는 약 5개월 정도가 남아있다. 그 안에 새로운 지휘 구조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 현재로선 이 체계에 대한 구체적인 설계 자체가 없어 제도 시행 이후에도 상당 기간 혼선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가 나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