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중동 전쟁 장기화에 따른 국내 경제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커내든 26조2000억원의 추가경정예산안이 오는 10일 국회에서 처리될 전망이다. 국채 발행 없이 초과세수와 기금 여유재원으로 재원을 마련한 ‘빚 없는 추경’이라는 점을 전면에 내세웠다.
시장에서는 이번 추경의 효과는 신속한 집행이 정책의 성패를 가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에 막대한 규모의 예산이 국민 경제 세부에 어떻게 적용되는지 추경의 세부안을 꼼꼼히 살펴봤다.
◇ 어디에 어떻게 쓰이나?
추경안은 크게 △국민의 고유가 부담 완화 10조1000억원 △민생 안정 지원 2조8000억원 △산업 피해 최소화 및 공급망 안정 2조6000억원 △지방재정 보강 등 9조7000억원 △국채상환 1조원 등으로 구성됐다. 재원은 증시 및 반도체 경기 호황에 따른 초과세수 25조2000억원과 기금 여유재원 1조원으로 충당한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2일 국회 시정연설에서 “중동 전쟁이 시작된 지 오늘로 34일째로, 최악의 에너지 안보 위협으로 평가받는 이번 사태는 글로벌 경제에 충격을 주고 있고 언제 끝날지 알 수 없는 불확실성은 경제에 큰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세계 경제가 침체 국면에 접어들면서 우리 또한 어렵사리 되살린 경제 성장의 불씨가 사그라들지는 않을까 걱정된다”며 “꼭 필요한 곳에 과감하게 투자하면서도 그 부담이 우리 국민과 경제에 전가되지 않도록 설계했다”고 강조했다.
특히 “이번 추경안은 국채를 발행하지 않는 ‘빚 없는 추경’”이라며 “위기 극복의 성패는 속도에 달려 있다”고 국회의 신속한 협조를 요청했다.
◇ 고유가 부담 완화 10.1조…전 국민 70%에 최대 60만원
이번 추경의 핵심은 고유가·고물가 대응이다. 정부는 고유가 부담 완화 3대 패키지에 10조1000억원을 투입한다. 가장 눈길을 끄는 대목은 ‘고유가 피해지원금’이다. 정부는 소득 하위 70% 국민에게 1인당 10만~60만원을 지급하기 위해 총 4조8252억원을 편성했다.
지원은 지역과 계층에 따라 차등 지급된다. 수도권 거주자는 10만원, 비수도권은 15만원, 인구감소 우대지역 49곳은 20만원, 인구감소 특별지역 40곳은 25만원을 받는다. 정부는 약 3256만명이 혜택을 볼 것으로 추산했다.
취약계층 지원은 더 두텁다. 한부모가족·차상위계층 약 36만명에게는 45만원이 지급되며, 비수도권·인구감소 우대·특별지역 거주자는 5만원이 추가된다.
기초생활수급자 285만명 가운데 수도권 거주자는 55만원을 받는다. 비수도권·인구감소 우대·특별지역 거주자는 5만원이 추가돼 최대 60만원까지 지원받는다. 이번 지원금은 지역화폐 형태로 지급된다. 사용처도 지역화폐 가맹점과 동일하게 설정해 지역 상권 활성화 효과를 노렸다.
지급은 1·2차로 나눠 순차 진행된다. 구체적인 지급 대상과 시기 등은 관계부처 태스크포스(TF) 논의를 거쳐 확정될 예정이다. 교통·에너지 비용 부담 완화책도 포함됐다. 정부는 K-패스 환급률을 한시적으로 최대 30%포인트 확대하고, 저소득 기후민감계층 중 등유·LPG를 사용하는 20만 가구에는 에너지바우처 5만원을 추가 지급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석유 최고가격제 추진, 나프타 수급 위기 대응, 유류비·외화 예산 부족 대응 등에 5조원을 투입한다.
◇ 민생 안정 2.8조…긴급복지·돌봄·전세사기 지원 확대
민생 안정 분야에는 총 2조8000억원이 배정됐다. 세부적으로는 △취약계층 일상 회복 8000억원 △청년 창업·일자리 지원 1조9000억원 △고물가 부담 경감 1000억원 등이다.
정부는 우선 저소득층·소상공인·취약 노동자 보호에 방점을 찍었다. 기본 먹거리와 생필품을 제공하는 ‘그냥드림센터’는 전국으로 확대된다. 운영 규모는 현재 150개소에서 300개소로 2배 늘어난다. 긴급복지 지원도 확대된다. 지원 건수는 현행 37만5000건에서 39만1000건으로 늘어난다. 돌봄서비스는 2만8000가구를 추가 지원한다. 복지시설 냉·난방 설비 지원도 750개소까지 확대된다.
전세사기 피해자 지원도 새로 담겼다. 정부는 피해자의 주거 안정을 위해 보증금 최소 3분의 1을 보장하는 사업을 279억원 규모로 신규 추진한다.
◇ 산업 피해 최소화 2.6조…수출·관광·에너지 전환 지원
산업 피해 최소화와 공급망 안정에는 2조6000억원이 투입된다. 정부는 우선 피해 기업 지원에 1조1000억원을 배정했다. 수출기업 물류 애로 해소를 위해 수출바우처 지원 규모를 기존 7000개에서 1만4000개로 2배 확대하고, 이에 1000억원을 투입한다. 중동 현지 공동물류센터도 380개 기업에 추가 지원한다.
정책금융 공급도 확대한다.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3500억원(대출), 신용보증기금 2조5000억원(보증), 기술보증기금 1조2000억원(보증), 한국무역보험공사 3조원(보증) 등을 통해 총 7조1000억원 규모의 수출 정책금융을 공급할 계획이다. 중동 수출 차질에 대응한 대체시장 진출 지원도 담겼다. 정부는 해외 인증 획득 확대에 100억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관광업계 지원도 포함됐다. 중동 전쟁 직격탄을 맞은 관광업계에 저금리 정책자금 3000억원을 공급하고, 신규 외래관광객 유치를 위한 상품 개발·홍보에 306억원을 지원한다. 에너지 전환과 신산업 대응에도 8000억원이 투입된다. 이 가운데 5000억원은 에너지 전환에 배정됐다.
재생에너지 확산을 위해 발전설비 지원 규모를 2000억원 늘려 총 1조1000억원으로 확대한다. 햇빛소득마을은 기존 150개소에서 700개소로 늘리고, 이를 위해 4000억원 규모의 추가 금융을 지원한다.
아파트 베란다 소규모 태양광 보급에는 250억원, 건물·주택과 국립대·부설학교 태양광 설비 설치에는 504억원이 각각 투입된다.
◇ 중기부 1.9조 추가 편성…소상공인·청년·지역 제조업 방어
정부는 이번 추경을 통해 전쟁 여파로 확대될 수 있는 내수 위축과 경영 불안, 고용 충격에 선제 대응하겠다는 방침이다. 단기 유동성 지원을 넘어 민생 안정과 산업 대응력을 동시에 끌어올리는 데 초점을 맞췄다.
특히 취약계층인 소상공인과 중소기업, 청년, 지역 제조원체를 담당하는 중소기업벤처기업부의 역할도 주목받고 있다. 중기는 총 1조9000억원 규모의 추경예산한을 평성해 이들을 지원한다.
예산은 소상공인 경영 안정, 청년 일자리 지원, 지역 제조업 경쟁력 강화 등에 투입된다. 정부는 우선 경기 민감도가 높은 취약 부문 방어에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전쟁 여파로 소비 심리 위축과 원가 부담 확대가 예상되면서 소상공인과 영세 사업자의 자금 사정 악화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청년층 지원도 추경의 한 축이다. 경기 둔화 국면에서 고용 충격이 청년층으로 먼저 전이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청년 일자리와 창업, 고용 기반 유지 지원책을 포함했다. 지역 제조업 지원도 눈에 띈다. 정부는 제조업의 인공지능(AI) 전환 등을 지원해 지역 산업 현장의 생산성과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계획이다. 단기 위기 대응을 넘어 산업 체질 개선까지 염두에 둔 편성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정부는 이와 함께 전쟁 피해 기업에 대한 세정지원 강화, 해운업계 대응 논의 등도 병행하고 있다. 재정과 세제, 산업 대응을 묶어 복합 충격에 대응하겠다는 구상이다.
시장에서는 이번 추경이 전쟁발 충격 완화의 신호탄이 될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다만 실제 경기 방어 효과는 예산 집행 속도와 현장 체감도에 달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정부는 향후 전쟁 상황과 국내외 금융·실물경제 여건을 점검하면서 추가 대응 여부도 검토할 방침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