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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탄소중립 실천, 우리가 잘못하는 자전거 정책 10가지(제1편)

자전거 타는 미래 인류, 호모 - 사이클로쿠스(Homo-Cyclocus)

 『제1편』  지구를 구하는 이름 없는 영웅들

 

“어, 어, 어, 부딪치겠어!” 자전거를 타고 도로가를 달리던 나는 집채만 한 리무진 관광버스가 아슬아슬하게 스치며 지나갈 때 소스라치게 놀랐다. 비명소리조차 목구멍에 걸려 나오지 않았다. 온 몸에 소름이 돋고 죽을 수 있다는 공포감으로 머리털이 솟았다. 옆으로 비켜갈 공간은 없었고 버스 바퀴에 빨려 들어갈 것 같았다.

 

버스가 지나가자마자 입에서 욕이 나왔다. “야~, 이 나쁜 **야~” 자전거를 세우고 오른쪽 손바닥을 겨드랑이까지 쭉 끌어 올리면서 “*이나 먹어라!”고 버스를 향해 저주를 퍼부었다.

 

서울 강서구 변두리 왕복 4차선 도로였다. 자전거 도로가 없었으므로 나는 2차선 가장자리로부터 3분의 1을 차지하며 천천히 페달을 밟고 있었다. 그런 내가 무슨 잘못을 했더란 말인가? 버스 기사가 내게 위협을 주려고 한 짓이 분명했다.

 

그때였다. 후사경으로 내가 욕을 하는 모습을 본 모양이었다. 전방 20m쯤에서 버스를 멈추더니 운전기사가 내게 슬금슬금 다가와 “이 **아, 너 지금 욕한 거야?” 주먹을 치켜 올렸고 나도 악다구니를 쓰며 대들었다. “그래 **야, 쳐봐라, 쳐봐야 **” 그가 멈칫했다. 판세가 내 쪽으로 기울었음을 감지한 순간, 그에게 쏘아붙였다.

 

“자전거도 당연히 일반 도로를 다닐 수 있어 **야, 넌 미필적 살인자야”

 

미필적 살인자. 앞서 가는 자전거를 밀어붙이면 자전거 탄 사람이 죽을 수도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랬으니 그는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자였다.

 

 

그 순간은 지금도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가 되어 때때로 나를 괴롭히고 있다. 최근 어느 유명한 외과 의사가 자전거를 타고 퇴근 중 대형 트럭에 치여 즉사했다는 뉴스를 들었을 때 사고 경위가 어찌됐든 그의 죽음이 슬펐고 저급한 우리나라의 운전 문화가 원망스러웠다.

 

우리나라는 자전거사고로 해마다 100명 이상의 목숨을 잃는다. 이는 인구 10만 명 당 4명꼴로 OECD 국가 중 사망률 1위이고 가장 낮은 덴마크의 7배나 된다. 그렇다면 도대체 우리나라 도로에서 무슨 일이 있기에 이처럼 자전거 사망률이 높은 것일까?

 

“운전자들이 다 그렇다는 건 아니지만 자전거 타는 사람을 치기(稚氣) 어린 놀이기구를 끌고 나온 철없는 아이들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일 것 같다”고 20년째 자전거 생활화를 실천하고 있는 자전거정책연합회의 유재영 회장이 말했다.

 

그는 “세금, 보험료, 연료비 등 매달 수십만 원을 길에다 뿌리는 자동차에 비해 자전거는 도로이용료가 거의 공짜라는 심리적 편견이 일부 운전사들의 잠재의식에 자리 잡고 있다”면서 “자전거는 운전자의 길에 무단으로 끼어들며 교통흐름을 방해하는 성가신 존재로 인식한다”는 것이었다. 이 때문에 도로에서 자전거를 만나면 일부 운전자들은 무의식적으로 욕이 나오고, 고함치며, 자전거를 위협적으로 추월해야겠다는, 말하자면 은어(銀魚)의 자기영역 지키기가 시작된다.

 

은어(銀魚)는 자신의 영역으로 들어오는 다른 은어를 공격해 쫓아내는데 운전자 역시 도로로 들어오는 자전거를 괴롭히고 못되게 굴어 쫓아내려고 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자전거 교통사고 대부분이 자동차와 충돌로 일어나는 것은 이런 심리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자동차가 늘어나기 시작한 때는 1980년대 중반부터였다. 그 전에는 자전거와 자동차가 도로에서 공존했고, 자전거도 훌륭한 교통수단의 하나였다. 그런데 소득이 늘어나면서 각자가 자동차를 살 수 있게 되자, 자전거는 교통의 흐름을 방해하는 애물단지로 간주되었다. 이 때문에 친환경 라이프 스타일의 교통수단으로 인정해야 하는 시대가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수용할 시민의식이 조성될 수 없었던 것이다.

 

“도로는 자동차가 점령했지요. 그러니 자전거가 도로로 들어서면 외딴 섬에 나 홀려 버려진 느낌입니다. 미래에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이 많아서 도로 한 차선을 차지할 정도가 되면 모를까. 그 때는 자전거를 탄 다고 무시당하지 않을 겁니다.”

 

자전거동호인 모임 중 가장 큰 조직인 ‘자전거로 출퇴근하는 사람들(이하 자출사, 회원수 약 80만 명)’에서 4년 전부터 자전거가계부-자계부를 운영하는 이규섭씨가 지난해 자계부에 참여한 회원이 544명, 이들이 절약한 교통비가 4789만 원, 탄소 절감이 248만 9천g인 모니터 화면을 보여주면서 말했다.

 

여행사를 본업으로 하면서 자출사 자계부를 운영하는 그는 “자전거로 출퇴근하면서 운전자로부터 모욕을 당하고, 고함치는 소리를 안 들은 분이 있겠느냐?”며 “자전거 타는 사람들이야말로 자동차시대에 도로의 약자(弱子)에 불과하다”고 했다.

 

그는 “선진국은 자동차를 버리고 자전거를 사고, 후진국은 자전거를 버리고 자동차를 산다는 말이 있다,”면서 “자동차를 버리고 자전거를 선택한 자출사 회원들이야말로 기후위기를 구할 이름 없는 진정한 영웅”이라고 했다.

 

 

오죽하면 어떤 블로거는 ‘북유럽은 자동차보다 자전거가 더 많았고 자전거가 사람이나 자동차보다 더 우위에 있는 존재였다’며 자전거 세상의 그들을 부러워하는 글까지 올렸다.

 

이 블로거는 ‘우리나라에서 자동차는 도로의 대 마왕(魔王)이고 무법자인데 북유럽에서는 비싼 기름을 먹어 대고 온실 가스나 내 뿜는 쇠 덩어리 취급을 당하며, 자전거를 공손히 모시고 피해 다녀야 하는 소심한 존재일 뿐’이라고 했다.

 

대전세종연구원 선임연구원이자 한국자전거 정책연합의 이재영 이사는 “도로교통의 탄소배출량은 전 세계 탄소배출량의 11.9%이상을 차지한다,”면서 “전기자동차도 km당 96.5g의 탄소배출을 하고 있으므로 우리나라가 2025년까지 탄소배출 제로(0)로 만들려면 자전거의 교통 분담률을 크게 높이지 않으면 안 된다”고 했다. 탄소배출 제로인 자전거가 유일한 대안이라는 말이다.

 

우리나라도 2016년 파리협정에 따라 205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제로로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세계 꼴찌 수준의 자전거 교통 분담률(1.5%)을 크게 높이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러기 위해서 기존 도로의 차선 중 거의 절반을 자전거와 보행자를 위해 내 줄 각오까지 하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네덜란드 국토부(MIWM)가 '자전거 타는 사람들을 위한 전용 고속도로'(cyclist freeway) 15개 노선을 개발하겠다고 한 뉴스를 보면, 절대 허황된 이야기가 아니다.

 

이제 더 이상 자전거 행정과 예산이 지자체로 이관됐다는 핑계만 대지 말고, 당장 탄소중립을 실천할 현실적 정책 대안을 찾아야 한다. 아울러 기왕에 만들어 놓은 자전거 도로도 제대로 관리해서 자유롭고 편안하게, 사고 위험 없이 마음 놓고, 자전거를 타는 미래 인류, 호모-사이클로쿠스(Homo-cyclocus)시대를 열어야 한다.

 

 

※ 본 기획물은 정부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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