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맑음동두천 1.0℃
  • 맑음강릉 8.6℃
  • 맑음서울 3.5℃
  • 맑음대전 2.0℃
  • 구름많음대구 4.6℃
  • 구름많음울산 6.8℃
  • 맑음광주 3.5℃
  • 구름많음부산 7.1℃
  • 맑음고창 0.0℃
  • 맑음제주 7.5℃
  • 맑음강화 5.5℃
  • 맑음보은 -2.0℃
  • 구름많음금산 -1.6℃
  • 흐림강진군 2.9℃
  • 구름많음경주시 6.4℃
  • 흐림거제 7.3℃
기상청 제공

2026년 03월 20일 금요일

메뉴

경인뉴스


[칼럼] 포기하지 않아

<유현숙의 위로와 화해>

절망과 불행을 말하는 사람들에게 우리가 취해야 할 태도

10살난 아들이 최근 말했다. "다들 자기보다 잘 하는 것 같고, 많이 하는 것 같다고." 
이야기를 들어보니 학교 친구들 사이에서 요즘 공부 선행을 어디까지 하고 있나 말하는게 유행인 모양이었다. 자기는 잘 하는 것도, 잘난 것도 없는 것 같다며 실패한 인생이란다.

울적해하는 아들에게 나는 최선의 위로를 건넸다. "넌 태도가 좋고 성실한데, 그것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다고." 아들은 그 말들 모두를 하나, 하나 부정하면서 절망의 증거만 찾으려 했다. 이내 지친 나는 “엄마도 슬퍼지려고 한다”고 말했다. 그러자 아들이 말했다. “엄마, 거의 다 왔어. 여기서 포기하지 마”라고.


이런 장면은 상담실에서도 매일 벌어진다. 공부나 일을 중단해야 하나 고민하는 사람들, 관계에서 극심한 갈등을 겪고 있는 이들…. 벼랑 끝에 서서 더 못 버틸 것 같다며 포기하고 싶다고 한다. 포기하고 싶은 것이 일이나 학업, 사람과의 관계라면 차라리 낫다. 종국에는 삶 자체를 포기하고 싶다는 이들을 마주할 때면 상담자도 함께 절망과 무력감에 빠지곤 한다.

알고 보면 그 사람에겐 우리 아들처럼 장점이 꼭 하나는 있고, 가진 것이 생각보다 많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절망의 안경을 쓰고 있는 사람은 자신이 가진 강점과 자원을 하나도 보지 못하게 마련이다.


상담을 막 시작했을 때는 그들이 하는 절망의 말들을 모두 반박하려고 했다. 그들이 얼마나 많은 강점과 자원을 가지고 있는지 알려주려고 애썼다. 하지만 터널 속에 있는 사람에게 긍정과 희망의 말들은 저 멀리 밖에서 외치는 소리처럼 희미하게 들리는 듯했다. 고개를 들어 희미한 빛을 바라볼 힘이 없어서 바로 눈앞에 짙게 드리운 어둠을 더 믿는 것 같았다.


상담 경력이 조금 쌓인 지금은 더 이해하고 기다려 보려고 한다. 그들이 절망에 이르게 된 궤적을 하나, 하나 같이 되짚어 보며 현재 느끼는 절망에 깊게 공감한다. 그러다 보니 그들 나름대로 노력했지만 의지대로 되지 않았던 일들이 쌓여 결국 암담한 심정에 놓이게 됐다는 점을 이해하게 되었다. 누군가 그 과정을 판단하지 않고 깊이 이해하고 공감하며 함께 안타까워하는 것만으로도 사람은 힘을 얻게 마련이라는 점을 배웠다. 그렇게 깊은 절망을 온전히 공감받고 수용 받은 후에야 사람은 비로소 한 발짝 뗄 힘을 내는 경우가 많았다.


더 중요한 건 기다림이다. 지금 당장은 힘이 들어서 절망의 안경을 벗을 생각도 못 하지만, 잘 먹고 잘 자며 조금 시간을 보내다 보면 저절로 그 안경은 벗겨지기도 한다는 걸 알았다. 그래서 절망에 빠진 사람들에게는 식사를 제때 챙기고, 잠을 제시간에 자는 것에 더 집중하도록 돕는다. 몸이 조금 편안해지면 기운이 나고, 기운이 나면 하루를 살아갈 수 있게 된다. 무리하게 지고 있는 무거운 짐을 벗게끔 도와주기도 한다.

어쩌면 누군가를 살리는 건 그저 묵묵히 뒤에서 몸과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고, 믿으며 기다려주는 한 사람의 존재가 아닐까 점점 더 생각하게 된다. 그런 돌봄 속에서 자신을 잘 돌볼 수 있는 존재는 결국 자기 자신이 된다.
 


사진 <유현숙 임상심리전문가/인지행동치료전문가>

심각한 저출산과 인구감소 문제에 대해 누리꾼들이 우스갯소리로 “있는 사람부터 잘 지키자”라고 하는 말을 보았다. 몇 년 사이 많은 젊은이가 허망하게 목숨을 잃은 사건이 벌어졌고, 소득불균형과 양극화가 심해지면서 국민 행복도가 낮아지고 있으며, OECD 국가 중 자살률 1위라는 불명예가 이어지고 있는 우리나라 현실에서 절대 가볍지 않은 말로 다가온다. 절망과 불행을 이야기하는 사람들에게 ‘여기는 낭떠러지가 아니라’고, 떨어져도 쿠션이 있다고 말해줄 수 있는 사회가 되길 바란다.

‘한 아이를 키우는 데 온 마을이 필요하다’라는 말처럼 사람 한 명, 한 명과 눈을 맞추며 그들의 절망을 깊이 이해하고 살아갈 힘을 믿어주며 기다려주는 우리 모두가 되었으면 좋겠다. 그런 안전감과 연대감이 절망에 빠졌을 때 나 자신과 우리 아이들을 살릴 것이라고 믿는다. 

글 유현숙 임상심리전문가(인지행동치료 전문가)

배너


배너

HOT클릭 TOP7







배너

사회

더보기
카카오엔터·네이버웹툰, 불법유통 사이트 ‘아지툰’ 상대로 민사소송 승소
카카오엔터테인먼트와 네이버웹툰이 국내 최대 웹툰·웹소설 불법유통 사이트 ‘아지툰’ 운영자를 상대로 제기한 민사소송에서 승소했다. 법원은 두 회사가 각각 청구한 손해배상금 10억원을 전액 인용해 총 20억원 규모의 배상 책임을 인정했다. ‘아지툰’은 약 75만건의 웹툰과 250만건의 웹소설을 무단 유통한 국내 최대 규모의 불법 사이트로, 2024년 8월 문화체육관광부와 대전지방검찰청의 공조 수사 끝에 운영자가 검거됐다. 그 이후 진행된 형사 재판에서 징역 2년의 실형이 확정됐다. 법원은 이번 민사소송에서 불법유통 규모와 운영 기간 등을 고려해 수천억원대 피해 추정액을 인정했으며, 손해배상금 지급과 함께 지연이자 및 가집행을 명령했다. 이는 형사처벌에 이어 민사상 손해배상까지 이어진 사례로, 불법유통 대응의 전 과정을 사법적 판단으로 연결한 의미 있는 판례로 평가된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와 네이버웹툰은 웹툰불법유통대응협의체(카카오엔터테인먼트, 네이버웹툰, 리디, 키다리스튜디오, 레진엔터테인먼트, 탑툰, 투믹스)와 함께 엄벌 탄원서를 제출하는 등 적극적으로 대응해왔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이번 판결을 계기로 “앞으로도 불법유통대응 전담 조직을 중심으로 대응 체계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