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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12월 11일 목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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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


끼리끼리의 한계, 글로벌 생존의 조건

- 윤영무의 기후칼럼

지금까지 세계 경제는 나라 간 물건이 오고 가는 시대였다. 우리나라도 물건을 내다 팔아서 큰 성공을 거뒀다. 국가 간의 교역은 경제의 뿌리였고, 수출입 실적은 성장을 가늠하는 척도였다. 그러나 앞으로 양상이 달라질 것 같다. 물건이 아닌 투자와 사람이 오고 가는, 곧 자본과 인재의 이동이 국가 경쟁력을 나타내는 결정적인 지표가 되는 시대가 될 것이다.

 

이미 미국은 자국에 투자하기로 한 우리나라 기업들이 은퇴할 만한 나이의 사람을 보내기보다 억대 연봉을 받을 수 있는 젊은 인재들을 보내 실력을 발휘해 주기를 바라고 있다. 그런 젊은 인재들이 얼마나 되는지 잘 모르겠으되 그걸 미국이 우리의 젊은 인재를 빼앗아 간다고 비난만 할 수 없는 게 현실이 됐다. 정말 뛰어난 인재라면 억대 연봉에 자녀 교육을 보장하는 미국행을 거절할 이유가 없으니까 말이다.

 

이 점을 일찍부터 간파한 사람은 삼성의 고 이건희 회장이었다. 그는 수십 년 전, 유능한 인재를 미국, 인도, 브라질 등 해외로 보내 1년 동안 일 안 해도 좋으니 그 사회를 배워 글로벌 문화를 익히기를 바랐다. 그래서 지역 전문가가 여러 명 나왔었고, 그 사람들이 삼성이 성공하는 데 이바지한 바가 많았다.

 

그런데 그 사람들이 해당 지역의 지식을 가져와 마케팅에 도움이 됐을지언정, 그들이 와서 삼성의 문화를 바꾸지는 못했다. 삼성의 문화는 그대로 관리의 삼성에 머물렀다. 아마 이 회장은 그걸 통해 지역 지식을 높이고 삼성을 열린 글로벌 문화로 완전히 바꾸려고 했을 터였다. 하지만 하나도 바뀌지 않았다.

 

삼성이 대만의 TSMC출신의 반도체 융합기술 전문가를 임원으로 영입했지만 그는 견디지 못하고 3년 있다가 나갔다. 삼성의 기업문화가 근본적으로 열리지 못하면서 글로벌 삼성은 여전히 한국적 틀 속에 갇혀 국제적 인재를 포용하지 못했다. LG도 마찬가지였다. 남용 부회장이 엘지 전자 부회장으로 오면서 CEO 5명을 외국인으로 교체했으나 그들 모두 3년 있다가 나갔다.

 

그나마 성공한 회사가 현대차와 기아자동차다. 2006년 기아자동차는 피터 슈라이어 독일 출신의 자동차 디자이너를 불러 세계 시장에서 성공을 거뒀다.

 

문제의 뿌리는 간단했다. 해외에 유학을 가도 한국 학생들은 대개 미국인이나 유럽인과 친구로 사귀지 않는다. 파티에 가면 어색하기만 하다. 여전히 한국인끼리 모여 끼리끼리 울타리에 갇혀 지낸다. 결국 그들이 배우고 돌아오는 것도 국제적 경험이 아니라 한국식 경험의 연장선이다.

 

반면 핀란드, 네덜란드 같은 나라들은 초등학교 때부터 장사 교육을 한다. 시장에서 물건을 팔고 이익을 남기는 경험을 어린 나이에 체득하도록 하는 것이다. 아이들에게 사회에서 살아남으려면 돈을 벌어야 한다는 사실과 상대와 교류하며 신뢰를 쌓아야 거래가 가능하다는 점을 가르친다. 단순한 경제 이론 교육이 아니라 글로벌 경험의 기본기를 훈련하는 셈이다.

 

그렇지만 우리나라는 어떤가? 인천공항을 보자. 여행자들은 국내에서 돈을 쓰지 않고 저축했다가 해외에서 쓰기 위해 연휴가 되면 모여든다. 더욱이 사람들은 대개 해외에서 돈을 써도 그저 돈을 쓰는 소비자에 그칠 뿐, 언감생심 해외여행을 통해 돈을 버는 창업가로 성장하길 바랄 처지가 아니다. 글로벌 경험의 기본 훈련을 받지 않았기 때문이다. 인천공항이 일본이나 유럽의 공항과 다른 점은 저들의 공항엔 자국민이 없고 거의 외국 여행자들인 데 비해 우리나라 사람들로만 가득 차 있다는 것이다.

 

세계의 질서는 지금 정치적으로도 그렇지만 경제적으로 약탈경제라고 해도 좋을 만큼 초강대국이 쥐락펴락하고 있다. 우리 또한 협상력과 힘을 키우지 못하면 주권조차 빼앗길 수 있는 일촉즉발의 위기다.

 

세상이 바뀌어 공장에서 물건을 찍어내는 능력만으로는 안 된다. 외국인 친구를 사귀고 외국인을 모으고 투자를 끌어내는 힘이 진짜 경쟁력이요 능력이 되었다. 젊은 세대에게 협상, 토론, 협업, 창업 같은 실전형 경험을 학교에서 체득하게 하고 해외 유학은 그 나라 사람들과 밥을 먹고 팀을 꾸리고 우정을 쌓는 기회가 되도록 해 주자.

 

그래서 수년 뒤 인천공항이 해외에서 단지 돈을 쓰기 위해 사람들이 모이는 곳이 아니라, 외국에서 돈을 벌고 외국 친구를 만나러 가기 위해 모이는 곳이 되게 하자. 그 것이 끼리끼리를 벗어나 다음 시대 대한민국의 글로벌 생존권을 확보하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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