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비상계엄 사태로 한국 민주주의가 한밤중 벼랑 끝까지 몰린 지 1년이 지났다. 국제사회에서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한국을 다시 보게 됐다는 평가가 잇따른다.
사태 당일에는 “민주적 국가에서 상상하기 힘든 충격”이라는 우려가 앞섰지만, 국회와 사법부, 시민들의 저항으로 계엄이 6시간 만에 무효화되고 정권 교체까지 이어지면서, 외신들은 지금의 한국을 ‘K-민주주의 복원’의 상징적 사례로 조명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3일 밤 윤석열 당시 대통령이 TV 연설을 통해 기습적으로 비상계엄을 선포하자 주요 통신사들은 일제히 긴급 속보를 내보냈다. AP통신은 “야당을 ‘반국가 세력’으로 규정한 한국 대통령이 헌법 질서 수호를 명분으로 계엄령을 선포했다”며 “한국 민주주의에 중대한 시험대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로이터는 “예고 없는 심야 연설을 통해 계엄을 선포한 윤 대통령의 정치적 도박이 국내외에 거센 파장을 부르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 뒤 국회가 계엄 해제를 결의하고 군 지휘부가 이에 따르면서 사태가 급속도로 ‘실패한 시도’로 귀결되자, 다수 외신은 이를 “윤 대통령의 정치적 베팅이 결과적으로 패착이 됐다”고 평가했다.
◇12·3 비상계엄 직후 ‘충격’ 표현한 외신·싱크탱크...한국 민주주의 복원력 높이 평가
사태 발생 뒤 며칠간 외신의 초점은 ‘충격’과 ‘불확실성’에 맞춰져 있었다. 미국의 주요 언론은 한국 현대사에서 군이 정치 전면에 등장했던 과거 사례들을 소환하며, “1987년 체제 이후 더 이상 돌아가지 않을 것 같던 장면이 다시 연출됐다”고 분석했다. 이와 동시에 헌법재판소와 국회, 시민사회가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한국의 민주주의 위상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내놓았다.
정세가 바뀐 것은 국회의 계엄 해제, 촛불집회 확산, 헌재의 탄핵 인용, 정권 교체까지 일련의 과정이 진행되면서부터다.
미국 외교전문지 ‘포린 폴리시’는 사태를 정리한 기사에서 12·3 비상계엄을 “대통령에 의해 시도된 쿠데타적 권력 장악”이라고 규정하면서도, “한국의 민주주의 기관과 시민이 이를 저지했다”고 평가했다. 또한 해당 매체는 “군 통수권자의 명령이었지만, 국회와 사법부, 시민이 헌정질서를 앞세워 이를 되돌려 놓은 점에서 한국은 라틴아메리카나 동남아 일부 국가와는 전혀 다른 궤적을 보여줬다”고 지적하며 ‘셀프 쿠데타를 제도와 시민의 힘으로 막아낸 사례’로 한국을 소개했다.
주요 싱크탱크들도 비슷한 논조를 보였다. 미국 워싱턴 소재 연구기관들은 일제히 보고서를 내고, 12·3 사태를 “민주주의 후퇴의 위기이자 복원력의 시험대”로 규정했다. 카네기국제평화재단(CEIP)는 지난해 12월 11일 12·3 비상계엄을 “전례 없는 정치 위기”로 규정하면서도, 국회·시민사회의 신속한 대응이 “한국 민주주의의 강한 복원력(democratic resilience)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브루킹스연구소(Brookings Institution)도 올해 4월 28일 12·3 계엄과 탄핵, 조기 대선을 “한국 민주주의의 다음 시험(test)”으로 규정했다. 또한 두 차례 탄핵을 겪는 과정이 민주적 절차를 통해 위기를 관리한 사례이자, 이와 동시에 극단적 양극화가 민주주의를 약화시키는 요인이라고 짚으면서 “민주적 복원력(democratic resilience)”이라는 표현을 썼다.
이들은 비상계엄 선포 자체는 명백한 민주주의 훼손이지만, 그 뒤 탄핵과 수사, 재판을 통해 책임이 법적으로 규명되고, 1년 사이 정권 교체와 제도 개선 논의로 이어진 점에도 주목했다.
◇국제 언론단체 “한국의 민주주의 후퇴 상황...다른 사회에도 중요해”
언론 자유를 중시하는 국제단체들은 특히 계엄 포고령에 담겼던 ‘언론·집회 자유 제한’ 조항을 강하게 문제 삼았다.
언론자유위원회(CPJ, Committee to Protect Journalists)는 지난해 12월 5일 “계엄령이 본격 발효됐다면 언론 자유에 재앙적(disastrous) 결과”를 가져왔을 것이라고 논평하며 “한국의 기자들과 시민들이 민주주의와 언론 자유 후퇴를 막기 위해 ‘눈에 띄게(line in remarkable fashion)’ 저항했다고 평가했다. 또한 이런 대응은 “민주주의·언론 자유가 후퇴하는 다른 사회에도 중요한 교훈”이 될 수 있다고 언급했다.
국경없는기자회(RSF, Reporters Without Borders)는 계엄이 계속됐다면 “대통령이 언론을 완전히 통제할 수 있는 권한”을 갖게 되는 상황이었다고 지적하며, “국회가 신속히 계엄을 해제한 조치는 법치와 언론 자유에 대한 한국의 헌신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윤석열 정부 하에서 언론 자유가 악화됐다”면서 “이번 일을 계기로 언론 자유 후퇴를 되돌려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재명 대통령도 외신의 이런 평가를 의식한 듯, 비상계엄 1년이 흐른 12월 2일 국회 앞에서 열린 12·3 비상계엄 1년 추모·기념 행사에서 “K-민주주의가 다시 한 번 세계 앞에서 빛났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1년 전 그 밤, 헌법과 상식을 지키기 위해 거리로 나온 시민과 끝까지 원칙을 지킨 공직자들이 있었기에 오늘 우리가 여기 설 수 있다”며 “다시는 어떤 권력도 국민 위에 군림할 수 없도록 제도적 장치를 완비하겠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계엄 사태 당시 인권 침해와 부상, 경제적 피해를 입은 이들에 대한 국가 차원의 배상과 치유 지원을 약속했고, 군의 정치적 중립을 헌법과 법률에 더 명확히 못박겠다고도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