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분양 성수기에 접어들었지만 시장 분위기는 좀처럼 살아나지 않고 있다. 예정 물량은 지난해보다 늘어날 전만이지만, 대출 규제에 따른 수요 위축과 고분양가 부담, 여기에 중동발 지정학적 불안까지 겹치며 분양시장을 둘러싼 우려가 커지는 모습이다.
부동산플랫폼 직방에 따르면 3월 전국 아파트 분양예정 물량은 총 3만1012세대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동월 실적(2025년 3월 8646세대) 대비 약 259% 증가한 규모다. 일반분양 물량도 1만9286세대로 전년 동월(7585세대)보다 약 154% 늘었다.
직방은 이 같은 증가세에 대해 지난해 3월의 낮은 공급 실적에 따른 기저효과가 일부 반영된 결과라고 분석했다. 지난해 3월은 정치적 이슈로 분양 일정이 위축됐고, 올해는 연초 조정됐던 일정이 3월로 몰리면서 예정 물량이 크게 늘었다는 설명이다. 부동산R114 역시 6월 3일 지방선거를 앞두고 3~4월 사이 공급 일정을 서둘러 소화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고 봤다.
◇ 대출 규제·전쟁 등 여파로 수요 심리 위축
다만 사업자들이 바라보는 분양시장 전망은 여전히 밝지 않다. 주택산업연구원이 주택사업자(조합·시행사·건설사 등)를 대상으로 조사한 3월 아파트 분양전망지수는 전국 평균 96.3으로 전월 대비 1.8포인트 하락했다. 수도권은 2.2포인트, 비수도권은 1.6포인트 각각 하락했다.
수도권에서는 서울의 하락폭이 두드러졌다. 서울 분양전망지수는 111.9에서 105.4로 6.5포인트 떨어졌다. 주택산업연구원은 5월 9일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 종료가 확정되면서 강남 3구를 중심으로 다주택자 매물이 늘고, 매수자 관망세가 이어진 영향으로 해석했다.
반면 경기도는 소폭 상승했다. 다주택자와 고가주택에 대한 세제 강화 움직임, 15억원 이상 대출 규제 강화 속에서 상대적으로 15억원 이하 주택 비중이 높은 경기 지역으로 수요가 이동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후 분양 시장도 크게 나아지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무엇보다 수요 심리 위축을 가장 큰 변수로 꼽힌다. 부동산 시장이 전반적으로 침체한 상황에서 건설사와 시행사·조합은 분양 시기와 분양가 책정을 두고 고심을 이어가는 분위기다. 청약 수요가 몰리는 서울과 일부 수도권 핵심지 외에는 흥행을 장담하기 어려워지면서 분양시장 양극화가 한층 심화할 가능성이 커졌다는 평가다.
실제 최근 수도권 분양시장에서는 역세권 입지와 낮은 분양가가 성패를 가를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분양가 상승과 대출 규제 강화로 자금 부담이 커지면서 수요자들이 입지와 가격 경쟁력을 동시에 갖춘 단지로 몰리는 흐름이 뚜렷해지고 있다.
중동 정세 불안도 변수다. 미국과 이란 간 충돌이 장기화할 경우 환율과 원자재 가격, 건자재 가격이 다시 오를 수 있어 공급 일정과 분양가 산정에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정세 불안이 환율과 건자재 가격 인상 가능성을 키우고 있어 건설사들이 분양 일정과 공급 시기를 결정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이 같은 공사비 상승은 고스란히 고분양가 문제로 이어진다. 함 랩장은 “고분양가 부담 속에서도 역세권과 브랜드 가치가 높은 단지로 수요가 집중되는 양극화와 서울 쏠림 현상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 올 1월 평당 분양가 전년 19.5% 증가...추가 상승 가능성
분양가를 둘러싼 건설사와 시행사 간 셈법 차이도 더 커질 전망이다. 서울처럼 대기 수요가 있는 지역에서는 시행사나 조합이 분양가를 쉽게 낮추려 하지 않는 반면, 건설사는 실제 분양 성적과 미계약 위험을 고려해 보다 현실적인 가격 조정을 요구할 수 있어서다. 업계에서는 이런 줄다리기가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김유찬 주택산업연구원 연구원도 “국제 정세 변화가 분양가에 미칠 영향을 주시해야 한다”면서 “미국과 이란 간 갈등이 장기화할 경우 유가와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분양가격이 다시 오를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분양가 오름세는 이미 수치로 확인된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따르면 올해 1월 기준 서울 민간 아파트의 3.3㎡당 평균 분양가는 5264만원으로, 1년 전 4405만원보다 19.5% 상승했다. 토지비와 원자잿값, 인건비, 금융비용이 동시에 오르며 공사비가 급등한 점이 분양가 상승의 주요 배경으로 꼽힌다.
현장에서도 고분양가 부담은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청약홈에 따르면 경기 성남시 ‘더샵분당센트로’ 전용 84㎡ 분양가는 최고 21억8000만원으로 주변 시세보다 6억원 이상 높게 책정됐다. 용인 ‘수지자이 에디션’ 역시 고분양가 부담 속에 당첨자 이탈이 이어지며 최근 2차 무순위 청약까지 진행하는 등 미계약 사태가 발생하고 있다.
◇ 건설사들 분양 일정은 내놨지만 흥행 확신은 부족
이 같은 여건에도 주요 건설사들은 올해 분양 일정을 속속 내놓고 있다. 지난해 1만8834가구를 공급하면서 건설사 주택공급 1위에 오른 대우건설은 올해도 2만 가구 이상을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4월에는 서울 흑석11구역 재개발, 장위10구역 재개발 분양이 예정돼 있다. 6월에는 신길10구역 재건축, 김포한강시네폴리스 주상복합 아파트 등을 분양할 계획이다. 충청도와 경상도 지역에 총 8개 분양 계획을 잡았다.
현대건설의 연간 분양 계획을 살펴보면 서울의 경우 8월과 11월에 총 5007세대를 분양하는 반포1·2·4주구 재건축 사업인 ‘디에이치 클래스트’ 분양 일정이 주목할만 하다. 수도권에서는 4월과 6월 사이 1000세대 이상 분양계획이 잡힌 단지들이 세 곳 있다. 복정역세권 복합시설용지3(오피스텔) 1380세대, 평택고덕 A31·34·35BL 1082세대, 인천 산곡6구역 1028세대 등이다.
삼성물산의 경우, 최근 1순위 청약을 마감한 래미안 엘라비네 외에는 예정이 없는 상황이다. 청약홈에 따르면, 래미안 엘라비네는 총 137가구 모집에 3855명이 몰렸다. 분양가는 81㎡(24.5평) 14억2900만원이다.
건설업계에서는 공급 계획은 이어가되 실적 기대치는 낮추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한 업계 관계자는 “부동산 시장이 위축되고 대출 여건도 녹록지 않은 데다 전쟁 여파로 분양가까지 높아지는 추세”라며 “분양 일정을 잡고는 있지만 목표 달성에 대한 기대감은 크지 않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