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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아직까지 고치지 못한 시계는 없습니다”

[인터뷰] 장성원 <장성원시계> 대표


 사람들의 손목에는 또 다른 세상이 펼쳐져있다. 눈에 잘 보이지도 않는 작은 부품들로 이루어진 시계 속 세상. 그 세상을 지난 40년 동안 쉬지 않고 탐험해온 사람이 있다. ‘명장’이라는 칭호를 가진 그의 손에서는 죽은 시계도 금세 새 생명을 얻는다. 대한민국 시계 명장 1호 장성원 ‘장성원시계’대표에게 시계 이야기를 들어보자. 에디터 이정훈 기자


 서울 압구정동에 위치한 ‘장성원시계’. 이곳에는 중고 명품시계를 구매하거나 매입하기 위해 찾는 사람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는다. 하지만 그보다 더 많은 사람들은 다른 이유에서 ‘장성원시계’를 찾는다. 바로 시계명장 장성원 대표에게 시계 수리를 받기 위해서다.

 시계와 장성원 대표의 첫 만남은 40여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원래 기계에 대한 호기심이 많던 초등학생 시절 장성원 대표는 짝꿍이 차고 온 시계를 기어이 뜯어보고 말았다. 당시 손목시계는 전교에 한두 명이 차고 있을 정도로 귀했던 물건.

 “17살부터 했으니 이제 40년이 넘었네요. 어려서부터 특별히 시계를 좋아했던 것은 아니에요. 작고 재밌는 것들, 시계를 떠나 기계 종류는 모두 좋아했지요. 시계는 우리 어릴 적에 그렇게 많이 만져볼 기회가 없었거든요. 당시 학교에 시계를 차고 있는 아이가 거의 없었으니까요. 그런데 제 짝꿍 아버지가 시계방을 하셨는지, 시계를 차고 다니더라고요. 그때 옆에서 시계를 볼 기회가 생겼죠. 제가 또 친구 시계를 뜯어봤다가 망가뜨렸어요(웃음). 그때가 아마 초등학교 4학년쯤이죠.”

 장성원 대표가 그때부터 시계의 매력에 빠진 것은 아니었다. 아니, 오히려 시계의 매력에 빠져 시계 외길 인생을 시작했다기보다는, 어린나이에 생활전선에 뛰어 들면서부터 시계와 인연을 맺었다. 그는 고등학교를 중퇴하고 안 해본 일이 없을 정도로 온갖 아르바이트를 전전했다. 그러다가 지인의 소개를 통해 시계 수리 인생을 시작한다.

 “친구의 시계를 통해 시계의 매력에 빠진 것은 아니고요. 시계가 그렇게 동작하는 것이 마냥 신기했었어요. 시계 일을 시작하게 된 것은 가정 형편상 학업을 중도에 관두고 생활전선에 뛰어 들면서 부터죠.”


대한민국 시계명장 1호

 우리나라에서는 장인정신이 투철하고 한 분야에서 최고수준의 기능을 가지고 20년 이상 종사하는 사람에게 명장이라는 칭호를 준다. 장성원 대표는 지난 1997년 명장으로 선정되었다. 대한민국에 처음으로 시계명장 칭호를 받은 것이다.

 “대한민국 명장이라는 것은 정부에서 한 직종에서 20년 이상 근무를 하고 그 분야에서 기술 또는 여러 가지 면에서 남보다 많이 뛰어난 사람에게 주는 칭호입니다. 여러 가지 심사를 거쳐서 주죠. 당시에 제가 국내 최초로 시계명장이 됐습니다. 운이 좋았죠(웃음). 지금은 우리나라에 시계명장들이 몇 분 더 계시고 시계명장들끼리 모이는 모임도 있습니다.” 

 명장의 눈은 날카롭다. 장성원 대표의 날카로운 눈은 이미 시계 매니아들 사이에서 유명하다. 일반인이 보기에 진품, 가품을 구분하는 것이 쉽지 않은 시계도 그에게는 문제없다. 지난 2006년 한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명품 시계 ‘빈센트 앤 코’를 기억하는가? 당시 100년 동안 유럽 왕실을 대상으로 판매된 스위스 명품 시계라는 이유로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켰고, 1억 원이라는 고가의 가격에도 연예인과 부유층 사이에서 인기를 끌었던 시계다. 당시 진품 여부가 큰 화제가 되었는데, 결국 가품을 명품으로 속여 판매한 ‘사기극’으로 판명 났다. 이 사건 당시 시계의 감정을 맡은 이가 바로 장성원 대표다. 

 “과거에는 가품이 참 명료하게 구분이 됐었습니다. 겉으로만 봐도 진품과 확연하게 구별될 정도였죠. 그런데 요즘엔 가품이 상당히 정밀하게 나와서 일반 시계 점포를 하시는 분들 중에서도 속는 분들이 있어요. 지금은 겉모습만 보고 판단하기 상당히 어렵습니다. 그런 경우 시계를 분해하여 부품 하나하나를 현미경으로 살펴보고 여러 가지 데이터를 종합해서 가품을 감정해내고 있습니다. 일반인들은 절대 혼자만의 판단으로 진품과 가품을 구별하시면 안 됩니다. 전문가에게 맡겨야 해요. 적어도 명장쯤 되는 분들에게 맡기시는 것이 좋습니다.”


명품시계, 그리고 대한민국의 시계 산업

 흔히 명품시계라고 하면 스위스 시계를 가장 먼저 떠올린다. 그리고 실제로 스위스 시계를 세계 최고의 시계로 꼽는데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없다. 스위스의 시계회사들은 언제나 누구도 상상하지 못한 기술력으로 세계를 놀라게 한다. 스위스의 시계 산업은 16세기 후반 제네바에서 시작했다. 그 역사만 자그마치 500년 가까이 된다. 또한 시계 수출은 스위스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수출 분야이기도 하다. 

 “스위스 시계는 일단 기술력에서 우수합니다. 그 기술력이 지난 500년 동안 발전해왔기 때문에 다른 나라의 기술력과는 비교를 불허하죠. 또 시계를 구성하는 부품과 여러 가지 기술들이 있는데, 하이엔드 시계를 예를 들면, ‘투어빌론(Tourbillon)이나 ‘크로노그래프(chronograph)’와 같은 특수한 기능을 가지고 있는 시계들이 있어요. 그러한 기능을 가진 시계들은 스위스가 독자적으로 계발을 해왔지요.


또한 매니아층이 두텁게 형성되면서 시계가 단순히 시간을 보는 기능에서 벗어나 기능성 시계로 관심이 전환되고 있거든요. 상당히 고가의 시계나 여러 가지 기능이 부여된 시계에 집착하는 사람이 꽤 많습니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그런 기능을 가진 시계는 스위스 시계밖에 없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 것이죠. 저는 이 두 가지가 ‘시계는 역시 스위스’라는 생각을 확산된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대한민국 명품 시계는 불가능한 것일까? 국내에 시계 브랜드들은 많지만 아직 ‘명품’이라고 불릴만한 브랜드는 없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장성원 대표는 우리나라도 충분히 세계 어디서도 뒤처지지 않을만한 명품시계를 만들 수 있을만한 능력을 지녔다고 말한다.

 “우리나라가 지금은 비록 제조를 하지는 못 하지만, 잠깐동안 제조를 했던 역사가 있어요. 지금으로부터 약 20년 전, 국산 무브먼트를 장착한 시계를 잠깐 동안 만든 적이 있었거든요. 무브먼트라는 것은 시계의 핵심 엔진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국산 무브먼트로 만든 시계가 실패했고 현재는  무브먼트를 직접 제조하는 회사가 없어요. 또 무브먼트 제작에서 가장 핵심은 헤어스프링과 메인 스프링이라는 부품인데, 그 부품은 특별한 소재의 금속이에요. 그 금속을 만드는 나라가 몇 안돼요. 그 부분만 해결 된다면 나머지는 모두 국내에서 제작 가능합니다. 못 만들 것도 없죠. 여러 가지 분야에서 기술력만큼은 세계에서 절대 뒤처지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우리한국 사람들이 워낙 손재간이 좋잖아요.” 

 장성원 대표는 시계 전문가를 양성하는 일에도 힘쓰고 있다. ‘후진 양성은 평생의 업’이라고 말하는 그의 노력이 언젠가는 ‘세계적인 한국 명품 시계’라는 타이틀로 돌아오지 않을까?

 “후진 양성은 제 평생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젊어서부터, 제가 명장이 되기 훨씬 이전부터 후배들을 양성해 왔습니다. 대학교에서 겸임 교수를 약 6년간 지내면서 후진들을 많이 양성했고, 지금도 이제 옆에 붙들어 앉혀놓고 가르치지는 않지만, 조언을 구하는 후배들이 있다면 언제나 아낌없이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명품시계는 말 그대로 명품이다. 그렇기 때문에 가격이 만만치 않다. 이런 고가의 시계를 구입하려고 해도 너무 종류도 많고, 어떤 것을 기준으로 해야 할지 잘 몰라서 망설이게 된다. 시계를 구입하기로 마음먹었다면, 장성원 대표의 이야기를 기억해 두자. 마지막으로 시계 구입 시 유의할 점을 물었다.

 “하이엔드 시계를 기준으로 말씀드리겠습니다. 일단 경제적인 면이 고려되어야 하겠죠. 그리고 시계 구입의 목적에 초점을 맞추고 자기 수익과 선호도, 취향을 고려해서 선택하는 것이 좋습니다. 처음 구매시에는 되도록 견고하고 혹시 나중에 되팔더라도 감가가 덜 되는 종류의 시계를 선택하는 것이 좋습니다. 그리고 구매 후 다음에 후회하지 않을 만큼의 충분한 시장 조사와 전문가들의 조언을 많이 얻는 것이 중요합니다.”

 

[MBC 이코노미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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