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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온라인 세상 속 나쁜 기억을 지워드립니다!

디지털장의사의 세계

지난해 513일 유럽연합 사법재판소는 세계최초로 잊혀질 권리를 인정하는 판결을 내렸다. 사건의 발단은 스페인의 마리오 곤살레스 변호사가 과거 부채로 인해 자신의 주택이 경매되고 매각된 기사가 실렸으나 현재 이 모든 문제가 해결됐음에도 여전히 구글에서 검색되고 있는 데에 따른 것이다. 곤살레스 변호사는 구글을 상대로 이 내용을 삭제해달라는 소송을 제기했고, 지난해 승소 판결을 받았다

  

잊혀질 권리가 주목받는 이유

 

판결 이후 구글에는 삭제를 요청하는 건수가 급증했다. 구글 투명성 보고서에 따르면 119일 현재까지 URL 60132건이 삭제 요청되었으며, 이중 36345(60.4%)이 삭제되었다. 이처럼 잊혀질 권리가 주목 받는 이유는 온라인 환경에서는 망각이라는 개념을 적용할 수 없는 현실적 제약이 있기 때문이다. 오프라인 세상에서는 사람들의 입에서 입으로 소문이 전해지다가 어느 순간 잊혀지면 그만이다. 하지만 온라인 환경에서는 한 번 남은 기록은 영원히 지워지지 않고 디지털 세상 속을 떠다니게 된다.


물론 좋은 기록이라면 더 많은 사람들이 찾아보길 원하지만, 원치 않는 기록이 남게 되면 당장 삭제하고 싶은 욕구가 솟구친다. 과거에는 재산을 유족들에게 나눠주고 그의 소품이나 옷가지는 태우면 끝났지만, 디지털시대에는 아이디, 카카오톡, 페이스북 계정 등을 일일이 찾아내어 삭제해야만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높아진 관심만큼 커지는 사업규모

 

디지털 세상 속 잊혀질 권리를 찾아주는 업체가 디지털 장의사이다. 국내에서는 산타크루즈캐스팅컴퍼니가 처음으로 디지털 세상 속 기록을 삭제해주면서 이 서비스가 시작되었다. 산타크루즈캐스팅컴퍼니라는 회사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이 회사는 처음 모델 에이전시로 출발했다. 김호진 대표가 발굴한 연예인만 해도 송혜교, 전지현, 차승원, 명세빈, 김규리, 추상미, 조여정 등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사람들이다. 그들이 스타로 성장하기 전 광고주를 섭외하고 모델들을 광고에 캐스팅하는 단계가 산타크루즈캐스팅컴퍼니의 업무였다.


그런데 모델 에이전시를 하다가 문제가 생겼다. 회사에서 TV광고 모델로 캐스팅한 초등학교 5학년생이 또래들로부터 악성댓글에 시달리게 된 것이다. 그 학생 모친의 요청을 받고 인터넷 상의 기록들을 삭제해줬더니, 절망에 빠졌던 학생이 차츰 좋아지기 시작했다. 산타크루즈캐스팅컴퍼니는 이 사건을 계기로 과거의 디지털 기록을 삭제하고 정리하는 업무를 시작했다. 지금까지 해온 디지털 기록 삭제 작업에는 개인신상정보(40%), 사진 및 동영상 유출(25%), 구글 검색결과 삭제(15%), 탈퇴한 계정(8%), 지식IN 삭제(6%), 부정게시글 및 명예훼손 등(6%)이 있다. 최근 잊혀질 권리에 대해 사람들의 관심이 높아짐에 따라 사업도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처음엔 5명이던 회사직원도 지금은 45명으로 늘었으며, 시세확장에 따라 올해 말까지 300명으로 확충할 계획이다.

 

만만치 않지만 뿌듯한 작업


사업의 성장가능성이 큼에도 불구하고 디지털 기록 삭제는 결코 만만한 작업이 아니다. 온라인상의 고객 데이터를 뽑아내다 보면 10~100만개가 넘는 방대한 데이터를 분류해야 한다. 그러다 보니 9억여 원을 들여 서버도 구입했다. 직원들은 크게 프로그래머, 분류하는 인원, 삭제하는 인원으로 3파트로 나뉘는데, 삭제하는 업무는 한정적이다. 어느 한도 이상을 넘으면 어떤 게 좋은 글인지 비방하는 글인지 구분이 안 된다.


그 외에도 포털 등에 삭제를 요청할 경우 국내·외 법조항을 찾아내서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경우도 있으므로 자체 법무팀도 운영하고 있다. 김호진 대표에 따르면 주요 고객층은 청소년들이 많다. 아무 것도 모를 때 올렸던 동영상이나 정치적 발언, 부정적인 게시물들을 지우고 싶다는 것이다. 김호진 대표는 청소년들에 한해서 디지털 기록물 삭제를 무료로 해주고 있다. 용돈 3~5만원을 받는 학생들에게 금액을 청구하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되는 것 같아 무료봉사를 해주고 있다.

 

유익한 정보의 양산에 나설 것

 

최근 산타크루즈캐스팅컴퍼니는 디지털 메모리얼 파크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디지털 메모리얼 파크는 망자가 생전에 만든 좋은 디지털 콘텐츠들을 모아놓은 일종의 디지털 추모공원을 말한다. 이 파크를 둘러보며 망자의 자녀들은 자신의 미래도 설계할 수 있으리라는 것이 김호진 대표의 생각이다. 산타크루즈캐스팅컴퍼니는 앞으로 앱으로 제작해 해외시장의 문을 두드려볼 계획이다. 김호진 대표는 국내·외 사이트를 돌아다니며 디지털 기록을 삭제하다 보니 해외에서 혐한류의 기록들이 존재하는 것을 확인하곤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정부 차원에서 혐한류에 관한 디지털기록들을 삭제하는 결단을 한다면, 한류의 지속적인 성장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제안했다.

 

양날의 칼


현재 잊혀질 권리는 두 개의 법률로 보호받고 있다. 하나는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정보통신망법)’로 사생활 침해나 명예훼손 등 타인의 권리가 침해된 경우 해당 정보에 대한 삭제를 요청할 수 있는 항목이다. 또 하나는 정보보호법으로 개인의 존엄과 가치를 구현하기 위해 정보주체가 개인정보처리자에 대하여 자신의 개인정보 처리의 정지를 요구할 수 있는 항목이다. 하지만 잊혀질 권리에 대한 명확한 개념정리가 없어서 의견충돌 시 권리를 제대로 보호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


이에 반해 잊혀질 권리의 보호에 대해 반대입장을 펼치는 이들도 있다. 위키피디아 창업자인 지미 웨일즈는 유럽연합 사법재판소의 잊혀질 권리에 대한 인정 판결 후, 진실된 정보가 사전 검열될 수 있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또한 범죄 기록 등 특정인에게 불리한 기록이 삭제된다면 공익성을 해칠 가능성도 있다는 의견도 있다.


하지만 최근에는 잘못된 디지털정보와 기록으로 인해 상처받는 개인을 보호할 수 있는 잊혀질 권리가 보호받아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따라서 잊혀질 권리가 제대로 보호받을 수 있도록 국가적 차원에서 잊혀질 권리의 법적 개념과 근거가 명확히 제시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세계 속에서 구글 사태를 통해 잊혀질 권리가 활발히 논의되며 디지털장의사가 각광받고 있는 만큼, IT강국 한국을 알릴 수 있는 디지털장의사 산업의 해외진출을 적극 지원하는 방안도 검토되면 좋을 듯싶다.


MeCONOMY Magazine February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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