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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고발M


산지생태축산에 가장 적합한 축종 ‘염소’, 8년째 수입 중단 왜?


(M이코노미 김소영 기자) 산지를 최대로 활용해 부가창출을 만들어 내자는 산지생태축산은 친환경․ 동물복지를 토대로 관광․ 체험 등을 접목하는 정부의 6차 산업이다. 국내 축산업이 규모․ 전업화 되는 등 생산성 위주의 양적 성장이 필요하다는 배경을 가지고 출발한 이 사업은 조심스러운 성과에 머물고 있다. 더구나 우리나라 산지에 가장 적합한 축종이라 알려진 염소는 여전히 발걸음조차 떼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8년 째 수입이 중단된 염소류(흑염소․ 염소․ 유산양)가 안고 있는 문제를 짚어봤다.


국제 곡물가 불안과 생산(사료)비가 40~60%로 높고 배합사료 원료의 95%이상이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현실에서 축산 농가들의 경영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이러한 현실을 이겨내고자 정부는 지난 2010년 산지생태축산을 통한 친환경 동물복지를 토대로 관광과 체험을 접목하는 6차 산업을 발표했다. 당시 농림부는 국내 축산업의 위기극복과 지속가능한 친환경 축산업의 구현을 위한 질적 성장체제로의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한 상황이
라며, 산지를 활용하여 자급률 제고와 친환경, 동물복지, 관광, 힐링 수입증대 등을 도모하는 산지생태축산이야 말로 국민에게 행복을 주는 친환경 축산업이라고 밝혔다.


산지생태축산이야 말로 환경과 사람, 그리고 가축, 농가소득을 동시에 고려한 행복한 축산업이며 이를 발전시켜 축산 농가들에게 희망을 준다는 설명이었다. 이 발표가 있고 난 후 농림부는 국내여건에 맞는 산지축산활성화 방안마련을 위한 산지축산 팀을 구성했다. 또 2013년 3월부터는 본격적인 운영에 돌입해 산림청, 농진청, 농협, 협회 및 대학 등이 참여한 팀 회의를 수차례 열었다. 이 외에도 현지를 방문하여 의견을 수렴하는 정책조정협의회를 개최하는 등 산지활용 농장을 방목·초지·체험·관광형으로 세분화하여 분석하고 다각적인 조사도 진행됐다.


지난해(10월29부터 30일까지)에는 강원도 평창에 있는 알펜시아리조트 그랜드볼륨 포레스트 홀에 서 농림축산부, 농촌진흥청, 산림청, 각 시·도군 관계자, 산지생태축산 자문단, 농협중앙회, 산지생태축산 시범농장 대표 등 200여 명이 모여 워크숍도 개최했다. 이날 워크숍에서는 친환경 동물복지를 고려한 산지생태축산에 대한 인식제고와 생태축산 우수사례를 공유하는 등 사업의 저변확산과 활성화방안도 모색했다. 또 산지생태축산 추진성과와 방향, 한국형 산지초지조성 및 이용기술에 대해서도 중점적으로 다루며, 자연방목으로 생산한 산양우유로 경쟁력을 확보하고 대관령의 넓은 고원산지를 활용하여 한우와 젖소를 방목한 사례와 흑염소 산지생태축산 노하우전수 등의 사례발표 시간도 가졌다.


9년째 수입중단, 불만 높은 염소협회


정부의 이러한 움직임에도 농가들은 불만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기자가 지난해 12월 충북 옥천군에 위치한 이담 산양목장을 찾았는데 김승민 대표는 산지생태축산이 우리나라에서 맞긴 한데 염소류의 경우 수입이 중단되어 있다 보니 어려움이 많다고 털어 놓았다. 염소 류에는 산양, 염소, 흑염소 등이 있는데 우리나라는 9년째 수입이 중단되어 있는 상태이다. 김승민 대표는 현재 산양 800여 마리를 기르고 있다고 했는데 젖을 짜내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고 했다. 김 대표는 “산양우유에 대한 소비가 늘면서 여러 차례 관계부처에 염소류 수입을 허용해줄 것을 요청했으나 지금까지도 풀리지 않고 있다”면서 부가창출을 하려고 해도 할 수가 없는 현실의 어려움을 호소했다.


나주시 다도면에 위치한 ‘청밀원’ 이용희 대표는 “산양은 아침저녁으로 젖을 짜야 하기 때문에 하루 10시간이라도 부족하다”고 말했다. 다른 동물은 한번만 젖을 짜지만 산양은 착유 시간이 늦어지면 유량이 감소하고 스트레스를 받다 보니 목장주 입장에서도 손해를 볼 수 있어 부지런히 움직여야 한다는 것이다. 대신 다른 동물에 비해 이익 창출은 큰 편이라고 말한 이 대표는 “FTA가 아시아권, 남미, 유럽과 체결되고 나면 한우나 젖소보다 경쟁력에서 젖 산양이 최적의 동물이 될 것이 확실하다”고 말했다.


8년 동안 엄청난 시련을 겪어왔다는 이 대표는 현재 유가공까지 사업을 확장하면서 시장을 확대해 가고 있는 중이라고 했다. 직접 제품을 만들어 생태 유아 공동체(어린이 협동조합)에 납품한다는 그는, 전남, 광주, 경남 부산, 울산 등지를 비롯하여 나주로컬 푸드 매장에도 납품하고 있었다. 이 대표는 이렇게 부가수입이 좋은 젖 산양이 수입이 막혀 있는 부분에 대해서는 안타깝다고 말했다. 소나 양돈은 종국장이 있어서 체계가 잡히는데 젖 산양이나 흑염소는 아직 종축계량이 안 되다 보니 정작 농가들에겐 힘든 부분이 많다는 설명이다.


“뉴질랜드에서는 산양 한 마리가 하루에 3.5리터에서 5리터까지 젖을 생산합니다. 그런데 우리는 7년, 8년 이렇게 기르다 보니까 젖이 적게 나와서 수익성이 상당히 떨어지고 있습니다. 근친교배가 이뤄지다 보니 유량이 감소하는 겁니다.” 이 대표는 “일본만 해도 인공수정을 하고 있다”면서 “우리도 수입을 금지하려면 일본이나 필리핀처럼 수정교배를 해야 하는 거 아니냐”고 불편한 심기를 내비췄다.


지난해 약 4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는 그는, 은퇴자들이 산양을 키우고 싶다면 자신이 경험했던 것들을 조언해 주고 싶다고도 말했다. 가족중심으로 운영되는 ‘가족축’인 청밀원의 제품들은 생협과 같은 곳에서 제품을 넣어달라고 요청이 쇄도하지만 산양 젖인 원유가 없어서 현재는 공급을 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한다. “원유가 있어야 제품을 만드는데 부족하다 보니 만들 수가 없습니다. 소비자들이 이제는 질 좋은 제품을 선호하잖아요. 농림부가 빨리 개선해서 수입 문을 활짝 열어줬으면 좋겠습니다.”


지난해 공청회가 있다고 해서 전라도 대표로 참석하려고 했는데 취소됐다고 해서 안타까웠다는 그는, 염소협회와 관계없이 산양만이라도 수입을 허용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안타깝고 답답한 일


한국산양유협회 회장을 맡고 있는 김천호 강원대학교 수의과대학 수의학부 교수는 (염소류)수입이 안 되고 있는 부분에 대해 “농가들로 봐서는 빨리 수입이 되어야 하는데 상당히 안타깝고 답답한 일”이라며 “수입이 안 되서 가장 큰 문제는 근친교배가 일어나다 보니 원래 종이 가지고 있던 것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는데 그것이 유량감소”라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산양의 수유 량이 줄었다는 것은 해당 농가로서는 소득증대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며 “현재 산양으로 창업을 해보려는 은퇴자들의 문의가 많은데도 어떻게 해볼 수가 없어 안타깝다”고 덧붙였다.


우리사회가 안고 있는 고령화라든가 농촌의 공동화 이런 것들을 같이 풀어나는데 산양을 활용하면 상당히 큰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말한 김 교수는 “현재 우리나라 산양의 유량수준은 세계의 3분의 1밖에 되지 않는데 이는 근친교배로 인해 유량감소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학교에 재직 중이라 회원 농가들의 컨설팅만 해주고 있다는 김 교수는, 농가들이 부가창출을 가져오기 위해서는 중지된 수입이 허용되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동안 수도 없이 수입허용 요청을 해왔다는 김 교수는 “9년째 진전이 없고 그대로다 보니 속이 타 들어가고 있다”며 “지금과 같은 어려운 시기에 산지생태축산은 은퇴자들에게도 새로운 희망이 될 수 있는데도 정부의 뒷짐 정책에 현장에서는 한숨 밖에 나오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국염소협회 김윤혁 회장은 “수입을 허용해준다고 해서 이미 동의서를 농림부에다 넣었는데도 아직까지 아무런 소식이 없다”며 첫 마디부터 불만의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해 10월 농림부 검역정책과 담당들과 염소류(산양·염소·흑염소)협회 회장들이 모여서 회의를 했고 그 자리에서 모두가 수입을 허용하자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졌다고 한다. 이후 농림부 담당자가 협회에 등록되지 않고 있는 사람들의 의견도 무시할 수 없으니 3군데 협회장들이 염소류 수입에 찬성한다는 찬성공문을 만들어서 각각의 도장을 찍어서 보내달라고 했다는 것이다. 김 회장은 “당시 농림부담당자가 요청한 자료를 (지난해) 10월28일에 보냈는데 우리가 공문을 넣은 것을 알고 반대하는 사람들이 농림부에 찾아가 항의를 했다고 들었다”며 “그때 빨리 처리를 했더라면 그런 일이 없었을 텐데 머뭇거리다가 시기를 놓친 것”이 아니겠냐고 불편
한 심기를 드러냈다. 그러면서 정부가 원하는 대로 공문을 넣었는데도 일부반대의견을 낸 사람들 때문에 처리를 못하는 것은 공무원들의 직무유기라고 볼 수밖에 없다고 답답함을 호소했다.


호주가 반대해 수입 가로 막혀


이에 대해 농림부 검역정책과 관계자는 “현재 한국산양유협회, 한국흑염소협회, 한국염소협회 등에서는 수입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는 건 사실”이라며 그런데도 9년째 수입이 중단되어 있는 부분에 대해 난감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수입이 허용되지 못하고 있는 것은 호주에서 수출을 안 해주고 있기 때문이라는 얘기다. 이 관계자는 “동물과 축산물은 수입이 허용되는 나라들이 지정되어 있는데 염소 류의 경우 호주와 뉴질랜드에서만 허용되고 있다”며 “현재 수입이 안 되고 있는 이유는 과거에 호주산 소가 국내로 들어와서 문제가 있었는데 그 부분 때문에 호주에서 살아있는 동물을 수출하는 걸 꺼린다”고 설명했다.


살아 있는 동물을 수입할 때는 위생조건이라는 게 정해져 있는데 이 과정에서 소, 돼지, 염소 등이 한꺼번에 묶여있다 보니 난감한 것은 담당자 역시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이러한 부분에 대해 서로 의견을 교환하면서 염소 류만 빼내서 위생조건을 만들자고 호주에 제안했지만 그 부분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염소 류의 경우 3개 협회 외에 기존염소를 키우고 있는 단체가 강하게 수입을 반대하는 등 실제로 수입이 필요하기는 하지만 찬반의견이 갈리는 점에 대해 어려움이 있다고 담당자로서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공청회 열기로 했으나 무기한 연기


지난 연말 농림부는 ‘염소산업발전대책 공청회’를 열 계획이었다. 그러나 여러 가지 여건이 맞지 않자 무기한 연기에 들어간 상황이다. 농림부 해당부서 관계자는 “공청회를 열어서 수입을 하자는 입장과 안 된다는 입장을 내놓고 각자 토론해보자는 의미에서 공청회를 기획했었다”며 열리지 못하고 있는 점에 대해 아쉬움이 많다고 말했다. 염소발전 대책에 대해 전반적인 의견을 듣고자 애초 지난해 12월 열기로 했던 공청회는 연말이라 참석하기로 한 의원들과 전문가들의 일정이 맞지 않아 1월로 연기된 바 있다. 이후 1월로 예정된 공정회는 갑자기 발생한 구제역으로 인해 현재는 무기한 연기에 들어간 상태다.


기자는 이 공청회에서 좌장을 맡기로 했던 고려대학교 생명과학대학 생명공학부 손용석 교수를 찾아가 ‘염소산업’의 전망과 현재의 문제점 등에 대한 전반적인 의견을 들었다.


Q. 교수님께서 염소산업발전대책 공청회 좌장을 맡기로 했었다고 들었습니다. 언제 어떤 계기로 염소에 관심을 갖게 되신 건가요?


A. 저는 외국에서 공부를 하다가 1983년 초에 국내에 들어왔습니다. 원래 소를 전공했습니다만, 당시에 염소에 많은 관심을 갖기 시작했죠. 그러면서 국내 최초로 국제심포지엄에도 여러 번 참석했습니다. 사실 제가 염소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당시 1년 간 호주를 오가게 되면서 부터입니다. 지난번 염소산업발전대책 공청회에서 좌장을 맡아 달라고 한 것도 이러한 것을 알고 편향되지 않은 중립적인 시각으로 말해 줄 거라고 믿었던 것 같고요.


Q. 산지생태축산업에 대한 교수님의 견해를 듣고 싶습니다.


A. 우리나라는 전체의 2/3가 산지입니다. 원래는 생태축산을 고려할 때 초지를 생각했다가 맞지 않다는 걸 알고 산지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고 해요. 그 부분은 잘 했다고 봅니다. 산지생태축산을 할 때 저는 염소 류가 현실적으로 가장 적합한 축종이라고 봅니다. 몸집이 작고 환경오염을 덜 시키는 동물이기도 하지만 풀을 뜯을 때 혀로 감아서 뽑아 먹기 때문에 그다지 많이 먹지도 못합니다. 또 비탈진 곳을 잘 타기 때문에 방목을 하게 되면 사료비가 적게 들어 경제적이기도 하고요.


한 심포지엄에서 ‘이제는 염소시대’라는 주제발표를 한 적이 있습니다. 한국의 산지생태축산에서 염소가 가장 경쟁력 있고 요즘 시대에 맞다고 봤던 겁니다. 저는 염소 중에서도 산양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산양은 우리가 요구하는 측면에서 가장 잘 맞고 비용은 적게 들면서 생산물인 고기, 젖 할 것 없이 다 먹을 수 있는 동물입니다. 산양에서 짜내는 산양유는 일반 소에서 짜낸 우유에 비해 영양이 훨씬 더 우수합니다. 이런 점을 정부가 정책적으로 강력하게 밀어줘야하는데 현재로선 그 부분이 안 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우리가 축산이란 측면을 볼 때 소·돼지·닭 중심으로 가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까 염소는 특수가축으로 분리되어 있는 상황입니다. 축산 전문가들도 오로지 소·돼지·닭에만 몰려있어요. 염소라든가 산양이 어떻게 가야 하는지에 대한 대안을 내놓지 못하는 이유입니다. 저는 지난 30년 동안 염소나 산양이 사각지대에 있다는 점을 꾸준히 지적해 왔습니다. 과거에 비해 많이 나아지고 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현실적이지 못한 규제에 걸려 있는데 하루 빨리 이런 매듭을 정부가 풀어야 한다고 봅니다.


Q. 산양의 경우 소비자는 느는데 생산량이 줄어서 4년째 시장이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고 합니다. 농가들은 유량감소 때문이라고 하는데 방법은 없을까요?


A. 산양은 다양한 종류가 있습니다만, 그중에서 젖이 가장 많이 나오는 종은 스위스 자아넨종(Saanen)이라는 흰색 산양입니다. 그동안 한국에는 자아넨종 외에 들어온 게 없기 때문에 현재 국내에 있는 산양은 모두 자아넨종이라 할 수 있는데요. 현재 국내에서는 약 6천 여 마리의 산양(산업화측면에서는 2천여 두)이 있다고 보면 됩니다. 문제는 이 산양들의 근친교배입니다. 새로운 산양이 수입이 돼서 들어와 줘야 하는데 그게 이뤄지지 않다 보니까 근친교배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된 것이죠. 이렇게 자체 내에서 번식을 하다보면 열성형질이 자꾸 나오게 되
어 문제점이 생기는 겁니다.


외국에선 계획 교배를 하다보니까 젖 생산량이 좋아지고 있지만 우리는 있는 숫자에서 근친교배가 이뤄지기 때문에 점점유량이 줄어드는 겁니다. 염소 류 중에서도 흑염소나 염소는 통계상으로 25만 마리 정도가 있습니다만, 산양은 상대적으로 너무 숫자가 적습니다. 방법은 수입을 허용하는 겁니다. 이것이 지금으로선 시급하다고 봅니다.


Q. 그럼에도 9년째 수입이 풀리지 않고 있는 이유가 있을 텐데요.


A. 산양을 키우는 입장에서는 너무나 억울할 텐데요. 염소수입이 금지되다 보니까 같이 묶인 겁니다. 그렇다고 산양은 되고 염소는 안 된다고 할 수는 없잖아요. 이런 상황에서 같은 염소농가들끼리 찢어져서 싸우니까 한심한 것이죠. 우리나라는 1992년 양돈과 산란계를 시작으로 현재 총38개 품목에서 자조금 제도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정부는 생산자단체가 주체가 되어 품목별로 발생하는 산업문제를 주도적으로 해결하고 발전을 도모하도록 자조금 제도를 채택했습니다. 자율적으로 자조금을 조성할 경우 일정율의 자금을 지원도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염소류는 이런 자조금이 제도에서 빠져 있습니다. 각 농가들이 돈을 모아오면 정부에서 매칭해 주겠다는데도 할 수가 없어요. 영세한 농가들에게 염소 한 마리 팔 때마다 얼마 씩 내라는 건 쉽지 않거든요. 정책적으로도 여러가지로 아쉬운 게 많습니다. 그러나 정부차원에서 염소가 의미 있고 잠재력이 풍부한 동물이니까 정책적으로 지원할 필요는 있다고 봅니다. 그럴 만한 가치가 있는 축종이니까요. 기왕 밀려면 힘 있게 밀어줬으면 합니다. 현재 일부 농가들에서 강력하게 수입을 반대하는 것으로 아는데 일차적인 합의는 정부가 나서서 주도해야 된다고 봅니다.


지난번 공청회를 열기로 한 것은 그나마 일보진전이라고 생각합니다. 염소농가들의 경우 다른 양축 농가에 비해 지식도 부족하고 전문성도 떨어집니다. 낙농이나 한우처럼 큰 자본이 필요한 게 아니라 몇 백 만원이면 몇 십 마리 사다가 키우면 되니까 영세한 분들이 많거든요. 현재 염소 수입을 반대하고 나선 분들은 기회주의적인 생각에서 아무 것도 모르는 농가들을 호도해 반대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좋은 씨 염소를 갖고 있다고 하면서 비싼 가격으로 팔아 재미를 보고, 염소 수입이 허용되면 마치 가격이 폭락하는 것처럼 말이죠. 그러나 수입을 허용해야 모든 농가들이 이익을 봅니다. 지금 한 마리 당 가격이 엄청나다고 해요. 숫자가 적다 보니까 그
런 일이 생기는 겁니다. 이런 부분을 정부가 나서서 알리고 풀어가야 한다고 봅니다.


Q. 반대하는 농가들의 의견도 무시할 수만은 없을 것 같은데요. 합리적인 방법은 뭐라고 보십니까?


A. 정부입장에서는 수입을 막을 게 아니라 염소 장려정책을 써야 합니다. 염소고기 생산도 소득이고 씨 염소도 길렀을 때 소득을 보장해 주고요. 다만, 기존 흑염소를 다 없애버리는 게 아니라 정부기관에서 반드시 그 혈통을 가져가야 한다고 봅니다. 현재 혈통을 가지고 있는 씨 염소는 우리나라에 겨우 50~60마리가 남아 있는 상태입니다. 이 정도로는 안 됩니다. 적어도 500마리는 가져야 혈통보존이 가능합니다. 지금은 유전인자가 돈입니다. 쭉정이 같이 생겼어도 이것이 갖고 있는 힘이 어마어마합니다.


우리가 농산물에 대해 재래 씨앗을 갖다가 종자은행에 보관해 보존하듯이 동물도 마찬가지로 혈통을 보전해야 합니다. 다시 말하지만 육종의 개념은 품종으로부터 시작합니다. 수많은 종이 나름대로 개성이 있거든요. 그와 같은 특징을 갖고서 출발을 했는데도 우리는 전문가적인 관리가 안 되고 있습니다. 안타까운 일입니다. 이 부분 역시 정부가 주도해야 한다고 봅니다. 물론 소·돼지·닭도 벅찬데 특수가축까지 그렇게 관리 하느냐고 불만이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농림부 전체에서 축산이 35%를 차지합니다. 전체 합쳐서 46조원이 넘어요. 그 중에서 16~17조원이 축산입니다. 그런데도 관련 공무원 숫자가 턱없이 작습니다. 축산물은 일 년에 172kg을 소비합니다. 쌀은 65kg소비가 안 돼요. 그런데도 여전히 식량은 쌀이라고 생각하는 시대착오적인 생각에서 벗어나야 할 것이라고 봅니다.


Q. 외국의 상황은 어떤가요?


A. 제가 2004년경 독일 베를린에 갔더니 젖소, 토종닭 같은 걸 전시해놨는데 정말로 깜짝 놀랐습니다. 과거에 홀스타인이 어떻게 생겼는지 그걸 그대로 유지하고 있었어요. 그만큼 혈통보존을 중요시 합니다. 물론 정부가 주도하는 겁니다. 또 전문가들의 말을 경청해서 혈통보존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입니다. 말(horse)만 해도 수 백 종에 이릅니다. 그런데 우리는 제주도 조랑말 하나 밖에 없어요. 그 많던 재래 가축들은 다 어디 갔냐는 겁니다. 육종 전문가들이 역사 앞에 지탄을 받아야 합니다. 그걸 지켰어야 해요. 일본은 한국을 침략했을 때 좋은 것을 다 가져가 자기들 것으로 모두 개량했습니다. 이제부터라도 토종을 보존하는 일에 우리 모두가 관심을 기울여야 합니다.


Q. 토종을 강조하셨는데요. 애초 관리가 안 된 이유는 뭐라고 보십니까?


A. 그동안은 법적으로 문제만 안 되면 수입을 허용했습니다. 그러다 보니까 생축용으로도 많이 들여 오게 된 것이죠. 거기서부터 혼혈이 생긴 겁니다. 염소는 원래 남아공이 원산집니다. 그런데 호주에서 고기용으로 개량을 하다 보니까 송아지만한 것도 있습니다. 한국 흑염소의 경우 쌍태율(쌍둥이)이 1.7 정도인데 외국산은 세쌍둥이까지 나올 수 있다고 해요. 이 정도니까 수입업자들이 자꾸 욕심을 내는 거죠. 현재 염소종축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연륜이 있는 염소농가들인데 종축은 고기를 팔기 위한 게 아니라 씨를 팔기 위해 갖고 있는 겁니다.
씨암탉이 병아리를 까기 위한 것처럼 말이죠.


종축은 일반 생산 축에 비해 가격이 비쌉니다. 문제는 이것이 종축이 아니라 혼혈이라는 점이죠. 원래 가지
고 있던 재래가축도 외부에서 개량한 개량가축이 들어오면서 혼혈이 됩니다. 멘델의 법칙에 의해서 몇 대만 거치면 혼혈이 되는 것이니까요. 혼혈이 됐다는 것은 혈통이 없어진다는 걸 의미합니다. 그런 혼혈염소를 가지고 현재 종축장사를 하고 있는 겁니다. 종축은 검증을 해서 혈통을 봐야 해요. 선천적인 유전자형인지 환경인자의 영향을 받는지에 대해 실제로 검정을 해봐야 합니다. 그런 다음에 보증을 해서 혈통등록을 하도록 해야죠.


종축이라면 값도 제대로 쳐주고요. 이걸 정부가 나서서 해야 합니다. 가축 중에서도 ‘말’은 몇 분에 몇 km를 주파하느냐가 기록입니다. 어떤 어미가 새끼를 낳았는데 정말로 잘 뛰더라, 그러면 그 어미의 유전인자는 상당히 우수한 거거든요. 그 말을 별도지정해서 값을 더 받게 하는 겁니다. 종축이라는 것이 바로 이러한 성격을 갖고 있는 겁니다. 그런 종축의 성격을 우리가 확고하게 알고 종축으로서의 기능을 하도록 해야 하는데 그런 부분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다 보니 혼란이 오는 겁니다.


현재 가장 바람직한 건 정부 주도하에 육종하는 겁니다. 그게 힘들다면 돼지나 닭처럼 민간사업으로 가야합니다. 민간은 육종회사들이 있어서 다 육종을 합니다. 아주 큰 기업도 있습니다. 그런 곳에서 자체 종축을 갖고 계획성 있게 해서 교배시키고, 기록해서 유지를 해 나가야 합니다. 소위 능력검정을 하는 것이죠. 실제로 교배를 시켜서 새끼를 키워보는 겁니다. 그런 다음에 이전보다 크더라 하면 그 수컷이 유전적으로 괜찮다는 보증이 되는 겁니다. 이런 데이터가 소위 검정이라 부릅니다. 굉장히 중요한 용어죠. 현재 양돈이냐 한우, 양계 등은 이런 시스템을 하고 있는데 기타가축은 하지 않고 있다 보니 염소가 문제가 되고 있는 겁니다.


Q. 전문가들의 역할도 중요해 보이는데요.


A. 저는 30년 전부터 자문위원으로 회의 때 참석해 수차례에 걸쳐 강조했지만 아무리 떠들어도 소용이 없었습니다. 지리멸렬(支離滅裂)입니다. 지난번 열리기로 했던 공청회에도 좌장을 맡기로 했지만 큰 기대를 안 했습니다. 왜냐면 정부에서는 큰 관심이 없고 담당자들은 잘 모릅니다. 그럼 협회가 해야 하는데 이 또한 힘들고요. 우루과이 라운드가 시작되면서 ‘한국적인 것이 가장 경쟁력 있는 것’이 됐고 이것이 불변입니다. 우리 고유의 것을 우습게 알면 안 됩니다. 지켜야죠. 우리는 돈이 된다면 거기에 몰려서 한 쪽에만 집중하는 것이 문젭니다.


정부 관계자들도 보면 전문가들과 상의도 하지않고 물어보지도 않습니다. 그렇다고 자기들이 아냐면 그것도 아닙니다. 아무런 영혼 없이 일을 처리하는 겁니다. 육종번식이 중요하다고 보는 것은 암컷을 위주로 하는 ‘씨암컷’입니다. 씨암컷과 씨수컷의 일정 수를 확보하여 시험장이면 시험장, 지역이면 지역, 섬이면 섬에 한정을 시켜서 밖으로 못 나가게 해야 보존이 됩니다. 진돗개가 그동안 잘 지켜오다가 여기 저기 풀어버리는 바람에 순도를 잃어버렸잖습니까?


제가 1990년경 ‘잃어버린 토종을 찾아서’라는 프로그램을 위해 당시 건국대 교수를 포함한 전문가 여러 명과 전국을 돌아다녔습니다. 그때 우리나라 토종돼지하고 비슷한 돼지 4마리를 추자도에서 발견했습니다. 강원도 진부령에서는 토종닭한 쌍이 발견됐고요. 그거 외엔 찾아낸 게 하나도 없습니다. 토종이라는 말을 쓸 수 없는 상황입니다.


Q. 우리 토종과 혼혈을 구분하는 방법이 있습니까?


A. 염소든 면양이든 양 종류에 해당하는 토종동물들은 ‘요마비’라는 병에 안 걸립니다. 이 질병은 여름에 모기가 피를 빨면서 옮기는 질병인데 여름이나 가을 중에 생기게 되죠. 제가 실험용으로 키우는 면양에다 실험을 했는데 혼혈면양은 예방주사를 놓지 않으면 금방 이 병에 걸립니다. 이 질병에 걸리면 척추디스크 걸린 것처럼 허리가 마비가 돼서 뒷다리를 못 쓰고 질질 끌다가 죽게 됩니다. 외국산 염소하고 혼혈돼서 요마비에 걸리는 거죠. 요마비주사액을 개발 했었는데 그걸 놓지 않으면 죽어 버립니다. 그런 것 때문에라도 토종이 중요하다는 겁니다. 무조건 잘 크고 살이 찌는 그런 게 중요한 게 아니라 튼튼한 형질의 순수혈통을 지켜야 합니다.


제가 실험하느라 면양을 길렀었습니다. 그런데 어떤 놈은 뿔이 나왔습니다. 숨어있는 인자가 나왔던 거죠. 그런 걸 조심해야 합니다. 양적 형질은 눈에 보여도 질적 형질은 눈에 보이지 않는 겁니다. 질적 형질은 질병저항성이나 더워도 잘 견디는 것 등인데 한우가 그렇습니다. 한우는 아무리 추워도 잘 견디거든요. 지금은 토종한우가 아니라서 잘 모르겠는데 예전에는 그랬어요. 아무튼 질적인 형질이 중요해서 순종을 계속 길러야 한다
는 겁니다.


수입허용과 육종보존 강조


손용석 교수는 인터뷰 내내 정부가 주도하든 민간이 주도하든 염소를 어떻게 끌고 갈 것인가가 산지생태축산에 있어서 아주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또 수입이 하루 빨리 이뤄져야 할 것이라면서, 염소의 혈통보존에 대해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설 것을 당부했다. 손 교수는 이를 정부가 할 수 없다면 종축개량협회에다 염소를 담당하도록 해야 한다며, 민간주도의 육종농가는 정부의 보조 없이는 절대로 성립될 수 없는 만큼 정부의 체계적인 지원이 뒷바침 되어야 한다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살펴본 바와 같이 산지생태축산은 현재 가장 적합한 축종인 염소 수입이 중단됨으로 인해 농가들에서는 불만의 목소리가 높았다. 전문가는 수입 허용과 함께 염소산업 장려정책을 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가 농가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현장중심의 참신한 정책이 필요해 보였다.


MeCONOMY Magazine March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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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의대 정원 확대는 불변”... 의협 차기회장 “대정부 강경투쟁”
대한의사협회가 임현택 차기 협회장을 중심으로 대정부 강경 투쟁에 나설 전망인 가운데 정부는 의대 정원 확대가 의료 정상화의 필요조건이라는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27일 ‘의사 집단행동 대응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27년 만의 의대 정원 확대는 의료 정상화를 시작하는 필요조건”이라며 “의대 정원을 늘려서 절대적으로 부족한 의사 수를 확충해야한다" 고 강조했다. 이 장관은 "의사들은 갈등을 멈추고 대화의 장으로 나와 의료 정상화 방안을 발전시키는데 함께 해달라"고 말하며 "의대 교수들은 전공의들이 하루빨리 복귀하도록 설득해주고 정부와 대화에 적극 나서달라"고 촉구했다. 전공의에 이어 의대 교수들마저 사직서 제출이 이어지면서 의료 공백이 심화할 것으로 보인데. 그런 가운데 정부는 공중보건의사(공보의)와 군의관 200명이 현장에 추가로 투입할 예정이다. 한편, 임현택 의협 차기 회장 당선인은 "전공의 등이 한 명이라도 다치면 총파업을 하겠다"며 강경대응 입장을 굽히지 않아 의정 간 갈등이 쉽게 끝나지 않을 전망이다. 26일 결선투표에서 당선된 임현택 회장의 임기는 오는 5월 1일부터지만, 의대 입학정원 증원에 반발해 꾸려진 의협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