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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어린아이가 되고 싶은 남자 배우 설민영



[M이코노미 이홍빈 기자] 오전 시간 모두들 일터에 나가 서류와 싸우는 동안 한 남자는 체육관에서 현란한 스텝을 밟으며 주먹을 날리고 있다. 비 오듯 흐르는 땀을 닦고 또 몸을 움직인다. 군살 없는 단단한 몸매에 날렵한 눈매를 가진 그의 주변 바닥은 온통 땀으로 흠뻑 젖어있다. 그렇게 2시간 동안 땀을 쏟아내고 나서야 그와 이야기 할 수 있었다. 운동 삼매경에 빠져있는 그는 영화 특별수사본부를 시작으로 스크린에 데뷔한 배우 설민영이다. 물 한 모금을 마시고 호흡을 가다듬은 뒤 그는 말을 시작했다.

Q. 온몸이 땀에 젖을 정도로 운동을 하는데 매일 이렇게 고강도 트레이닝을 하나?

운동은 꾸준히 해 오고 있다. 특수본 촬영 전에는 특공무술을 배웠다. 작년 11월부터 복싱과 크로스 핏을 병행하고 있다. 운동하면서 몸에 변화가 많이 생겼다. 지난달까지는 저녁시간에 검도도 같이 했다. 오전에 고강도 트레이닝을 하고 저녁시간에 검도 도장을 가면 팔에 힘이 없어 검을 쥘 때마다 팔이 덜덜 떨려왔다. 아침에 다른 운동을 하는지 몰랐던 검도관장님은 “젊은 놈이 왜 이리 피곤해 하냐”며 더 가혹하게 가르치셨다. 지금은 저녁 시간에 다른 스케줄이 있어 검도는 잠시 쉬고 있다.

Q. 바쁘게 하루를 보내는 것 같다. 어떻게 하루를 보내나?

오전 8시30분에 잠을 깬다. 학교에서 교편을 잡고 계시는 아버지는 이미 출근한 뒤다. 방문을 열고 이불을 치우는 어머니의 외침이 모닝콜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하루를 시작한 다음 눈을 뜨고 식탁에 앉아 아침을 먹는다. 식사를 하면서 뻐근한 몸을 이리저리 움직이고 다시 체육관에 갈 준비를 한다. 오전10시쯤 체육관에 도착해 부지런히 몸을 움직이고 땀으로 속옷까지 다 젖을 때 까지 운동을 한다. 2시간 정도 운동으로 몸을 깨우고 나면 점심 식사를 하는데 아침은 운동 전이라 많이 먹지 않지만 점심은 왕창 먹는다. 소모 칼로리가 더 많은지 살이 찌지 않아 행복하다. 점심식사를 마치면 바리스타 학원에 간다. 커피를 좋아해 2시30분부터 5시30분까지 3시간 동안은 배우가 아니라 바리스타가 된다. 학원을 가지 않는 날에는 영화 대본을 보거나 소리를 내지르는 발성연습을 한다. 가끔 소리를 지르다보면 “내가 미쳐가고 있나?”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웃음).

얼마 전 까지 저녁시간은 사당 근처에서 연기 스터디를 했다. 대학로에서 연기를 하고 있는 친구의 동생과 몇몇 배우들이 함께 했다. 혼자서 독백 연기를 하는 것도 좋지만 연기를 업으로 하는 사람들을 만나 표정과 목소리 몸짓을 스케치 하는 일은 색다른 재미가 있다. 요 근래에는 영화촬영이 있어 대본 공부를 하느라 스터디에 나가질 못했다. 영화 촬영이 끝나는 6월부터 다시 연기 스터디를 시작할 예정이다. 스터디가 끝나고 나면 집으로 돌아와 영화나 드라마, 각종 예능 프로그램을 보면서 하루를 마감한다. 다만 남들처럼 마냥 웃고 즐기지만은 못한다. 직업이 배우인지라 사람들의 감정표현, 동작 등을 하나씩 집어본다. 그렇게 휴식인 듯 휴식 아닌 휴식시간을 보내고 나면 새벽3시가 되고 침대위에 몸을뉘면 다시 어머니의 잔소리가 들린다.



Q. 얼마 전 독립영화 촬영을 한 것으로 알고 있다. 어떤 영화이며 무슨 역을 맡았나?

연극·연출로 유명한 김노경 감독님의 4번째 영화 ‘오더(Order)’에서 신문기자 역할을 맡았다. 전체적인 스토리는 정계 진출을 앞둔 어느 기업총수의 할아버지가 친일을 했다는 행적이 어느 잡지기자에 의해 드러나게 되면서 이를 두고 사건을 묻으려는 자와 파헤치려는 자의 치열한 갈등을 그린 영화다. 이번 영화에서는 능글맞고 돈의 노예로 표현되는 일간지 기자로서 기업총수의 정계 진출을 돕는 역할을 맡았다.

Q. 공대생 출신으로 알고 있는데 왜 취업 잘되는 공대를 버리고 힘든 배우의 길을 걷고자 결정했나?

대학교 3학년 한창 취업 공부에 머리를 싸매고 있을 때 아는 형이 스트레스나 풀고 오라며 연극 워크숍을 소개해줬다. 연기에 대한 관심도 있었고 호기심이 많은 성격이라 워크숍에 참여해 보았다. 워크숍을 다녀온 뒤로 스스로에게 ‘내가 제대로 된 길을 가고 있는 것일까’라는 질문을 계속했다. 그렇게 진로에 대한 깊은 고민에 빠졌고 3~4개월이 흘렀다. 그리고 부모님께 연기를 하겠다는 이야기를 꺼냈다. 부모님의 반대를 무릅쓴다는 각오로 말씀드렸는데 오히려 응원을 해 주셨다. 

중학교와 고등학교를 다닐 때 춤이 좋아 4년이 넘도록 비보잉을 했었다. 당시 학교에서 학생주임을 맡고 계시던 아버지와 많은 갈등이 있었다. 아버지는 “20살이 되어 대학교에 가면 무슨 일을 하든지 상관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하셨고, 아버지의 파격적인 제안에 다시 펜을 들고 공부를 했다. 그렇게 대학에 들어갔고 남들처럼 취업에 고민하는 청년이 됐다. 대학에 들어가서도 부모님과 다투는 일이 있었다. 특히 엄하신아버지와는 각을 세우기도 했다. 하지만 연기를 시작하고 난 이후 아버지와 다투는 일이 줄었고 오히려 친구처럼 편안해 졌다. 연기를 하려면 감정을 표현해야 하고 그러려면 타인의 감정을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어야 한다. 배우가 되기 전에는 아버지를 이해하지 못했는데 조금씩 아버지를 이해하고 알아가게 됐다. 이제는 힘이 빠질 때면 오히려 부모님이 옆에서 더 해보라고 응원해 주신다. 아직 팬클럽은 없지만 공식 팬 1호는 부모님께 드리기 위해 영구 결번으로 남겨 둘 것이다(웃음).

Q. 늦깎이 배우 설민영, 배우로서 어디에 중점을 두고 연기를 하나?

연기하는 모든 사람들이 다 같을 것이다. 상황에 몰입해서 녹아 들어가는 무아지경의 경지라고 할까? 하지만 가끔 연기를 하다보면 집중이 안 될 경우가 있다. 내가 연기를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다고 연기를 중간에 멈출 수는 없기에 마지막 대사를 뱉고 난 다음에는 진실된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는 생각에 기분이 유쾌하지 못하다. 상황에 녹아들지 못하면 의식적으로 스스로를 확인하려고 한다. 또 주변의 시선이 느껴지기 시작하고 안 보이던 카메라도 눈에 들어온다. 그러면 동작과 목소리가 움츠려들게 된다.

아직은 갈 길이 멀다. 같이 연기 하는 선배들도 “아직 더 배워야해 연기는 끝이없어”라고 말한다. 그래서인지 촬영할 때마다 스스로 많이 부족하다고 느끼고 있다. 5월에 촬영한 ‘오더(Order)’라는 작품에서는 돈 좋아하고 능글맞은 신문기자를 연기했는데 어떻게 하면 기자처럼 보일까하고 많은 고민을 했다. 영화를 찍기 전에 뉴스와 신문은 기본이고 기자가 나오는 영화는 거의 다 챙겨 봤다. 최선을 다해 촬영했지만 그래도 아쉬움이 남는 것은 어쩔 수 없다.


Q. 설민영 씨와 이야기를 하고 있으니 “항상 연기를 할 때마다 아쉽고, 스승의 가르침에 못 미쳐 죄송하다”는 배우 최민식 씨의 눈물 흘리는 영상이 오버랩 된다.

최민식 선배님은 내가 가장 존경하고 좋아하는 배우다. 배우의 길을 걷고자 하는데 가장 많은 영향을 끼친 영화가 바로 최민식 선배님의 영화 ‘올드보이’이다. 또 최민식, 이병헌 선배님 두 분이 함께 촬영한 ‘악마를 보았다’는 가장 좋아하는 영화 중 하나다. 최민식 선배님의 연기를 보고 있으면 에너지가 넘실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눈빛, 목소리, 동작 어느 하나 빠짐없이 역동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또 곧 폭발할 것 같은 에너지와 심지 굳고 의지 넘치는 연기를 보고 있으면 나도 모르게 온 몸에 소름이 돋고 희열을 느낀다.

Q. 자신이 촬영한 작품에서 희열을 느낀 연기가 있나? 그리고 촬영을 하면서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나?

열 손가락 깨물어 안 아픈 손가락 없듯 모든 연기가 머릿속에 남아있다. 첫 영화 촬영이었던 특수본, 그리고 첫 연극인 레미제라블의 현장기억은 잊을 수 없다. 또 2012년 MBC에서 촬영한 드라마 ‘마의’에서 “예 알겠습니다”라는 대사를 위해 몇 날 며칠을 고민한지 모르겠다.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로는 영화 역린을 촬영할 때 있었던 일이다. 개인적으로 고소공포증이 있는데 촬영 당시 궁궐 기와 위에 매복해 있는 암살자 역할을 했다. 추운 겨울 저녁이었고 거기다 살수차로 비 까지 뿌리고 있는 상황이었다. 설상가상으로 젖은 기와가 얼어버리는 바람에 자칫 잘못하면 떨어질 수 있었다. 당시 궁궐 위의 높이가 웬만한 건물 3층 높이 이상이라 심장이 떨렸다. 떨리는 심장만큼 물에 젖은 옷을 파고드는 냉기에 온몸이 흔들렸다. 그리고 전날 비슷한 촬영을 하면서 다른 배우 한명이 떨어졌기에 정말로 겁이 났다. 온몸을 떨리게 하는 추위와 추락에 대한 걱정 때문에 연기에 집중 못하고 있을 때 반대편 궁궐 위 여자 배우가 같은 상황에서 아무렇지 않게 연기하는 모습을 봤다. 여자배우의 의연한 모습을 보고 정신이 들었고 다시 촬영에 열중할 수 있었다.

Q. 휴식인 듯 휴식 아닌 휴식을 취하는 저녁시간, 다양한 영상을 보는데 좋아하는 프로그램이 있나?

개인적으로 오디션 프로그램을 좋아한다. 영화나 연극 속 배우들의 감정을 그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실제 우리 주위에서 볼 수 있는 일반인들의 감정표현이나 표정을 연구하는 일도 많은 도움이 된다. 오디션 프로그램 속의 사람들을 보면서 간절함과 열정을 느낄 때가 많다. 나이가 많고 적음을 떠나 그 일에 대한 도전정신, 열정, 간절함을 보면서 자극을 많이 느끼고 있다.

Q. 출연한 작품을 보면 액션이 필요한 장면이 많은 것 같은데 촬영 중 부상을 당한 경험이 있나?

다행히도 아직까지 연기를 하면서 몸을 다친 경우는 없다. 내가 손 쓸 수 없는 상황에서 다치는 경우는 모르겠지만, 그런 상황이 아니라면 다칠 일은 거의 없다. 평소에 꾸준히 운동을 하는 이유도 이런 점 때문이다. 배우에게 몸은 생명과도 같다. 몸을 쓰지 못한다는 일은 배우에게 엄청난 페널티로 작용하기 때문에 다치지 않기 위해 지금보다 더 열심히 운동할 것이다.



Q. 촬영한 작품의 배역과 좋아하는 작품이 공통적으로 어둡다. 평소 성격도 어두운 편인가?

어두운 성격은 아니다. 사람들과 함께 웃고 즐길 때는 밝게 지내지만 가끔 혼자 있을 때 어두운 독백 연기를 즐기곤 한다. 환경에 따라 기분이 조금씩 변하는 것 같다. 대부분의 사람이 그렇듯 나도 비슷하다. 다만 남들보다 감성이 조금 더 예민할 뿐이다. 배우는 밝거나 혹은 어두운 한가지의 성격을 가지고 있는 것보다 오르락내리락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는 아이들의 감정을 표현하기위해 애쓰고 있다. 어린아이들이 말하고 행동하는 모습은 여과되지 않은 순수한 감정의 결정체다. 사회에 물든 어른은 절대 따라할 수 없는 인간 그대로의 감정 표현을 아이들은 하고 있다. 걸러지지 않은 자연그대로 인간의 모습을 표현하고 싶다. 그래서때 묻지 않은 어린아이처럼 사는 것이 소원이다.

Q. 배우 설민영의 인생 계획을 들려줄 수 있나?

다양한 연기를 소화할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다. 하지만 아직 한참 멀었다. 연기에 더 녹아들어가야 사람들을 움직이게 할 수 있다. 배우가 되기 위해 맨 밑바닥부터 시작하는 사람들이 많다. 연기를 배우고 자신만의 방법으로 만들어 가는데 정말 엄청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또 연기를 오래 해왔더라도 생각만큼 잘 풀리지 않아 중도 하차하는 사람도 있다. 연기는 10년 차부터 진짜 시작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최민식 선배님이 연기했던 이순신 장군 역할을 꼭 해 보고 싶다. 그 날이 올 때까지 계속해서 정진해 나갈 것이다. 나에 대해 이야기 하는데 최민식 선배님을 너무 많이 거론했다. 그만큼 최민식 선배님을 존경하고 닮고 싶다.

7전 8기 도전, 몸으로 실천하는 배우

날카로운 눈매와 탄탄한 몸매를 자랑하지만 마음 만큼은 때 묻지 않은 어린아이가 되고 싶다는 배우 설민영. 남들보다 늦게 연기를 시작했지만 그 집념과 열정은 그 누구와 비교해도 손색없어 보였다. 7전 8기의 도전정신을 몸으로 실천하는 배우, 그도 언젠가 TV오디션 프로그램의 우승자처럼 스크린을 통해 아이와 같이 환하게 웃는 모습을 보여줄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

MeCONOMY Magazine June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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