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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고야, 드라마야?’ PPL 이래도 되는 걸까?



<M이코노미 조운 기자> 한류 드라마의 인기에 힘입어 극 중에 등장한 제품과 브랜드가 큰 인기를 얻고 있다. PPL, 간접광고가 높은 매출 신장률로 이어지면서 기업들은 너도 나도 인기 드라마와 예능에 자신들 제품과 브랜드를 노출하기 위해 혈안이 됐다. 최근 가시적 효과와 함께 홍수처럼 늘어나고 있는 PPL. 하지만 지나치게 노골적인 PPL을 어쩔 수 없이 봐야만 하는 시청자들의 피로도 또한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시청자들은 궁금하다. ‘이 방송, 광고야, 드라마야?’ 과도한 PPL, 이래도 되는 걸까? 

인기 드라마와 예능에서 빼먹지 않고 등장하는 것이 바로 간접광고, 일명 PPL이다. 인기 드라마 여주인공 OO이 극 중에서 바른 립스틱은 ‘OO립스틱’으로 불리며 인터넷 쇼핑몰은 물론 매장 가판대에서도 순식간에 동이 난다. 요즘말로 ‘완판녀’가 되어 자신도 모르는 새 그 브랜드의 광고 모델이 되는 것이다. 주인공 남녀가 저녁을 먹으러 간 프랜차이즈 닭갈비집에서 주인공들 배경으로 보이는 닭갈비집의 익숙한 로고는 그야말로 ‘시선강탈’을 해 버린다. 이처럼 과거에는 어설프게나마 테이프로라도 가려야만 했던 브랜드의 이름과 상품 심지어 매장의 간판마저도 TV 드라마와 예능에서 과도하게 노출되면서 시청자들은 ‘이래도 되나?’ 싶다. 최근 정부까지 나서서 간접광고의 해외 수출 효과를 강조하면서 간접광고 시장은 계속해서 확대되고 있는 상황이다. 매일 보는 TV 속 궁금했던 PPL, 정말 이래도 되는 건지 살펴본다.

PPL 이란?

PPL이란, ‘product placement’의 줄임말로 직역하면 ‘제품 배치’이다. 영화나 TV 방송 프로그램 장면 속에 제품을 배치하여 간접적으로 제품과 브랜드를 노출해 광고하는 방식이라 할 수 있다. 따로 CF를 만들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극 속에서 제품과 브랜드 로고를 노출시킬 수 있어 시청자들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 제품과 브랜드에 친숙해진다. 이 처럼 프로그램 앞뒤에 붙는 15초짜리 광고와는 달리 PPL은 광고인 듯, 광고 같지 않은 모습으로 프로그램 내에서 등장하기 때문에 보는 이들로 하여금 거부감을 줄일 수 있어 광고주들 사이에서 선호되고 있다.


2010년 이명박 정부 때부터 PPL 합법화

우리나라는 2009년까지 방송에서 PPL의 사용을 법적으로 금지했다. 시청자들이 프로그램과 광고를 혼동할 수 있으며, PPL을 사용하지 않는 기업들에게 일종의 불공정한 경쟁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관련 법률의 개정으로 2010년 1월부터 대통령령에 의한 ‘방송법 시행령’에 따라 PPL이 합법적으로 가능하게 됐다. 그리고 현재는 2016년 5월27일 일부개정된 시행령에 따라 규제를 받고 있는 상황이다.

보기 싫어도 봐야하는 PPL, 효과는 대박

PPL 허용 이전까지의 광고는 TV 시청자들의 취사 선택이 가능했던 영역이었다. 한 프로그램이 끝나고 다음 프로그램으로 넘어가기 전에 15초 정도의 광고 수십여 개를 다 기다리는 시청자들은 거의 없었다. 대부분 광고를 건너뛰고 다른 프로그램으로 채널을 돌렸다가 시작할 시간에 맞춰 채널을 맞춘다. 하지만 PPL은 시청자들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시청하고 있는 프로그램 속에 등장해 보고 싶지 않아도 볼 수밖에 없기 때문에 시청자들은 노출된 제품과 브랜드 로고에 익숙해지고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뇌리에 박힐 수밖에 없다.

최근 시청률 대박으로 중국에서도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KBS 드라마 ‘태양의 후예’의 경우 드라마 속에 등장하는 브랜드와 제품들에 대한 PPL의 효과가 어마어마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태양의 후예’의 여 주인공인 배우 송혜교가 사용한 아모레퍼시픽의 립스틱은 드라마 노출 후 전달 대비 556% 매출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고 남 주인공인 배우 송중기가 탔던 현대 자동차의 모델은 지난해 같은달 보다 판매량이 18.5% 증가했다. 관계자에 따르면 현대차가 태양의 후예 PPL로 얻은 광고 효과는 1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실제로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코바코, 사장 광선문)가 지난해 발표한 ‘2015 소비자행태조사(MCR)보고서’에 따르면 소비자 38%가 간접광고에 대해 ‘제품/브랜드에 대해 알게 된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했다. 또 간접광고로 등장하는 제품을 사고 싶다는 생각은 25%, 추가 검색을 하고 싶어진다는 생각은 18%로 나타났다. 이 같은 효과에 힘입어 PPL시장은 꾸준히 성장하는 추세다. 코바코의 자료에 따르면 지상파 방송 3사의 PPL 광고 매출은 해마다 10~20%가량 증가했다. 2013년 336억7200만원, 2014년 413억9300만원, 지난해 453억4100만원을 기록했다. 전체 광고 매출에서 PPL이 차지하는 비율도 2013년 1.6%, 2014년 2.1%, 지난해 2.3%로 매년 상승 추세다.


▲KBS 드라마 ‘태양의 후예’ 속의 송혜교가 사용한 립스틱과(좌) 송중기가 탔던 자동차 모델(우)은 PPL 효과가 어마어마했다.

박 대통령, “간접광고로 해외 진출하자”

이런 긍정적인 효과 속에서 정부도 PPL을 장려하고 나섰다. 5월11일 ‘경제 5단체 초청 경제외교 성과 확산을 위한 토론회’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얼마 전 아시아 각국에서 큰 인기를 끈 드라마 ‘태양의 후예’의 간접 광고가 된 제품의 매출이 급신장을 했다고 한다”며 “이런 간접 광고도 잘 활용한다면 해외 진출의 한 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대통령의 언급이 있은 지 얼마 후 산업통상자원부는 한류 콘텐츠 속 간접광고 효과를 높여 제품 수출을 촉진하기 위한 전담조직을 꾸려 5월17일 발족식을 가졌다. 그리고 제작 예정인 드라마나 영화 등 간접광고 효과가 기대되는 한류 콘텐츠를 분기별로 선정해 콘텐츠 제작사와 소비재 기업을 연결시켜 간접광고가
실제 판매 효과로 이어질 수 있도록 광고비용을 지원해 주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 같은 PPL 장려로 신이 난 것은 광고주인 기업들과 방송사 및 제작사들이다. 기업들의 입장에서 PPL은 CF보다 낮은 가격으로 단기간에 높은 효과를 낼 수 있고 방송사와 제작사들은 과도하게 늘어나는 제작비를 PPL을 통해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이명박 정부 들어 허용된 PPL이 박근혜 정부에 와서는 허용범위가 더욱 확대되면서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는 상황이다.

과도하고 개연성 없는 PPL, 시청자들에 뭇매

기업들의 광고와 홍보를 돕는 PPL이 날로 확대되는 속에 시청자들은 과도한 PPL로 눈살을 찌푸리고 있다. 앞서 언급한 드라마 ‘태양의 후예’는 신선한 배경과 흥미진진한 극의 내용으로 큰 인기를 끌며 해외에서도 호평을 받았으나 극 후반부로 갈수록 지나치게 노골적인 PPL로 구설에 올라 ‘PPL의후예’라는 오명을 남기기도 했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이사장 김병호) 미디어연구센터가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시청자 중 열에 아홉은 PPL을 알아차리며 응답자 전체 58.9%가 PPL이 프로그램의 흐름을 깨고 몰입을 방해한다고 느낀다고 답했다. 특히 PPL이 법적으로 허용된 범위를 넘어 과도하게 PPL이 사용되는 것 같다고 답한 응답자가 전체 68.5%를 차지해 거부감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피곤한 PPL, 과도한 PPL 계약이 문제

방송광고는 본래 방송사가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KBS, MBC), 미디어크리에이트(SBS), 그 외 종편자체 미디어렙을 통해 방송사의 위탁을 받아 광고주에게 광고를 판매하고 있다. 이를 통해서 방송사가 광고를 얻기 위해 광고주에게 압력을 가하거나 반대로 자본가인 광고주가 광고를 빌미로 방송사에 영향을 행사하는 것을 막아줄 수 있다. 하지만 최근 간접광고의 높은 효과와 함께 간접광고 시장도 커지면서 광고주와 방송사 사이의 계약이 점점 노골적이고 과감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광고주와 방송사는 사전에 간접광고 노출 단계와 횟
수 등을 정하는 PPL 계약을 맺는데 이때 PPL 비용에 따라 드라마 급수와 노출 수위, 노출 횟수를 정할 수 있게 된다. 따라서 돈만 있다면 광고주는 황금 시간 대 미니 시리즈 드라마에 자신들의 제품을 어떤 방식으로 노출시킬지 정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PPL 대행업체 관계자에 따르면, PPL의 노출 수위는 총 3단계로 구분되는데, 배경 속 브랜드만 노출되는 1단계에서부터 출연자의 직업이나 의상으로 등장하는 2단계, 마지막으로 극 전개상 에피소드 형태로 들어가는 광고료가 가장 비싼 3단계다.

이처럼 시청자들을 피곤하게 하는 PPL은 돈 낸 만큼 보여 달라는 광고주와 돈 받은 만큼 보여줘야 한다는 제작사 사이에서 ‘돈’의 논리에 의한 과도한 PPL 계약 때문으로 분석된다. 광고업계 관계자는 “PPL 시장이 커지면서 광고주들 간 과다한 노출 경쟁과 제작사들도 제작비용을 더 받으려는 욕심 때문에 과도한 PPL이 생겨나는 듯하다”고 밝혔다.

PPL 규제, 애매한 규정으로 규제 어려워

실제로 이 같은 노골적인 PPL은 방송법에서 명시된 기준에 따라 규제돼야 하지만, ‘간접광고로 인하여 시청자의 시청흐름이 방해되지 아니하도록 할 것’ 이라는 애매한 규정은 얼마만큼의 광고를 어느 정도의 강도로 할 수 있는 것인지에 대한 판단을 내리기 매우 모호한 상태이다. 실제로 최근 지난 5월26일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노골적인 간접광고를 한 프로그램들을 무더기로 제재했는데 MBC의 ‘나 혼자 산다’, SBS funE의 ‘셰프끼리 2’ 등 다수의 예능 방송이 포함되었지만 정작 큰 화제가 됐던 ‘태양의후예’ 등 드라마에 대한 제재는 없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 한 관계자는 “PPL을 제재할 때 맥락상 흐름을 보고 적절성을 논하는데 이러한 부각의 정도는 보는 시각에 따라 다르기 때문에 시청자와 방심위의 판단이 다를 수 있다”고 밝혔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제재를 받은 MBC 예능 ‘나 혼자 산다’ 속 PPL

미워할 수만은 없는 PPL, 제작진의 고민 필요해

드라마나 예능을 보는 시청자 입장에서 과도한 PPL은 극의 몰입을 빼앗아 오히려 브랜드에 대한부정적 인식마저 생기게 만드는 역효과를 나을 수있다. 즉, 지나치게 노골적인 PPL은 긍정적 효과보다 오히려 부작용을 가져올 수도 있는 것이다. 그렇다고 PPL을 나쁘게만 볼 수는 없다. 드라마, 예능을 제작하는 입장에서 PPL은 좋은 제작비 확보의 수단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제작비가 충분히 확보되면 오히려 극의 완성도도 높아질 수 있다. 실제로 tvN 드라마 ‘미생’은 현실성 있고 적절한 PPL로 호평을 샀다. ‘미생’ 제작진은 직장인들의 이야기를 담은 드라마에서 PPL이 극에 자연스럽게 녹아들도록 했다. 따라서 드라마의 배경인 사무실에서 ‘더블에이’ A4용지가 비품실에 자리 잡아도, 회사 선·후배가 ‘맥심’의 인스턴트커피를 마셔도 전혀 위화감이 느껴지지 않았다. 이는 기획의도, 스토리 흐름에 맞게 PPL을 배치하기 위한 제작진의 세심한 노력이 있기에 가능했다. 실제로 중국에 ‘치맥’ 열풍을 몰고 온 SBS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는 시나리오 작업 때부터 광고주와 협의해 간접광고를 스토리에 녹이는 방법을 고민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에 치맥열풍을 몰고 온 SBS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

시청자의 만족도 충족 고민해야

오는 7월28일부터는 외주제작사들도 간접광고가 허용된다. 물론 외주제작사도 간접광고에 한해 방송법의 법령을 준수해야 하고 위반할 경우 제재조치를 받게 된다. 이 같은 소식에 외주제작사들은 간접광고 판매를 통해 재원을 확보하게 됐다며 환영하고 있다. 또 외주제작사가 간접광고를 직접 판매할 수 있게 되면서 극을 제작하는 당사자로서 극의 흐름에 부합하는 간접광고를 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도 높아지고 있다. PPL은 기존의 방송광고를 대신해 드라마 오락 프로그램 제작에 활력소가 되고 있다. 하지만 시청자입장에서 거부감이 드는 PPL은 오히려 부작용을 가져올 수 있다. 점점 더 개방되고 있는 간접광고, 제작사와 방송사는 PPL로 확보된 제작비로 시청자들의 만족도를 충족시켜줄 수 있도록 더 많은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

 MeCONOMY Magazine July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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