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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신고리 5·6호기에 드러난 대한민국의 추한 민낯



<M 이코노미 이홍빈 기자> 6월23일 신고리 5·6호기 건설이 제57차 원자력안전위원회 회의에서 최종 허가됐다. 신고리 5·6호기는 지난 2011년 12월 건설허가가 난 신한울 1·2호기에 이어 5년6개월만의 신규 허가다. 이로써 국내 원자력 발전소는 건설 중인 원전을 포함해 모두 30기로 늘어나게 됐다. 하지만 신고리 5·6호기의 건설 허가와 관련해 적지않은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양극을 향해 치닫고 있는 팽팽한 현장 속으로 들여다보았다. 

신고리 5·6호기 원전 건설허가를 두고 양 측의 입장이 극명하게 갈라진다. 원전 건설을 찬성하는 입장인 정부와 한국수력원자력측은 “연 400만 명이 공사에 투입되고 지방세 납부 등 건설에서부터 운영까지 약3조9천억원의 지역 경제 유발효과가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또 “온실가스 감축과 미세먼지 감소에도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여러 환경단체와 시민단체들은 거세게 반발했다. 그린피스는 “신고리 5·6호기는 부산과 울산에 걸쳐서 위치한 9번째, 10번째 원전이다”며 “세계 최악의 원자력발전소 사고 위험을 떠안게 되었다”면
서 미친 짓이라고 비난했다.

경험에 의한 판단 ‘자율유치’

2014년 1월 신고리 원자력발전소 5·6호기를 유치하기위해 울산시 울주군이 정부에 자율유치 신청서를 제출했다. 자율유치를 하기까지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과 서생면 주민들은 그간 적지 않은 갈등을 겪어왔으나 원한한 대화로 자율유치를 이끌어냈다는 평을 받고 있다. 이에 울주군은 자율 유치의 인센티브로 지원금 770억원과 가산금380억원을 받게 됐고, 한수원으로 부터의 1천500억원 규모의 주민지원사업도 약속받았다.

반면 울산환경운동연합 김형근 국장은 “원전을 울산에 유치하려면 울산시 전체 의견을 물어야 하는데 한수원은 원전 시설이 지어지는 울주군의 의견만 묻고 사업을 강행했다”며 이런 일은 더 이상 있어서는 안 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기장군 길천마을 이창호 이장도 “우리 마을은 신고리 5·6호기에 대해 조건 없이 반대 한다”면서 더 이상 부산·울산지역에 원전이 들어와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실제 신고리 5·6호기를 자율유치에 협의한 울산 울주군 서생면 주민들의 입장은 조금 달랐다. 울주군지역사회보장협의회 손복락 서생면위원장은 “아무리 반대해도 국책사업은 어쩔수 없다는 사실을 주민들이 여러번의 경험을 통해 잘 알고 있다”고 운을 뗐다. 손복락 위원장은 “국가 정책 사업은 아무리 반대해도 결국 하더라. 이를 겪어보지 않는 사람들은 순수하게 반대 목소리를 낼 수 있다”며 이왕에 들어서게 될 원전에 찬성표라도 던져 조금이라도 보상금을 더 받아 주민들에게 나눠주면 더낫지 않겠느냐라고 설명했다. 손 위원장은 또 “과거에는 발전소 관계자들과 주민들 간에 교류도 있었는데, 이제는 원전 관계자들과 만나서 밥 한끼 먹는
일도 힘들다. 발전소 관계자들은 외부와 접촉을 최대한 줄이고 최대한 긁어 부스럼을 만들고 싶지 않아하는 것 같다”며 발전소의 폐쇄적인 운영을 지적했다.

이어 다수호기 안전성과 관련한 문제에 대해 “다수호기 안전성은 2기 이상이면 다수호기라고 보아야 하는 것 아니냐”며 “새로 건설하는 최첨단 발전소 대신에 70~80년대 건설한 발전소의 가동 중단을 외치는 것이 더 중요하지 않겠느냐”고 주장했다. 손 위원장은 또 “정책을 만드는 사람들도 문제가 있다”며 “무조건적인 반대나 찬성을 외치기 이전에 대안적 요소를 함께 제시하면서 자신의 의견을 주장해야지 무작정 머리띠만 둘러메고 덤벼드는 일은 안된다”고 일렀다.

신뢰가 깨져버린 원자력 발전소

‘체르노빌과 비견되는 역사상 최악의 원자력 발전소 사고’, ‘자연재해로 시작해서 인재로 끝난 사고’라는 혹평을 듣는 사고는 바로 2011년 3월11일 일본 후쿠시마에서 일어난 원자력 사고다. 후쿠시마 원전사고는 지진과 해일이라는 복합재난으로 인해 외부 전원과 내부 발전소의 정전으로 원자로 냉각재 상실사고(LOCA: Loss of Coolant Accident)가 일어난 뒤 원자로가 폭팔하면서 생긴 세계 최악의 원자력 사고로 기록됐다. 이후 일본 국회사고조사위원회는 후쿠시마 원전사고를 “천재지변이 아니라 인간이 만들어낸 재해”라고 결론을 내렸다. 



한편 우리나라에도 심각한 사고로 커질 수 있었던 원전사고가 있었다. 2012년에 있었던 ‘고리원전 사고은폐 사건이다’. 2월9일 19시30분께 고리원전 1호기에서는 연료봉 교체와 발전기 보호계전기 시험이 진행되고 있었다. 그러던 중 20시34분께 고리 1호기로 전력을 공급하던 외부전원 3개 회선 가운데 1, 2 번 회선이 정비 중인 상태에서 남아있던 3번회선이 끊어지며 외부전원이 모두 차단됐다. 하지만 항시 비상전력을 공급하기 위해 준비되어 있어야 할 비상디젤발전기마저 한 대는 정비 중에 있었고 나머지 한 대는 자동 기동이 실패하면서 발전소전원이 12분 동안이나 전원 완전 상실(black out)된 사고가 발생했다. 전원 상실 12분 후 정비 중이던 1번 외부전원 회선을 긴급복구하면서 원자로가 녹아내리는 상황은 막을 수 있었다. 하지만 12분 동안 전원공급이 상실되면서 원자로 잔열제거 계통 가동이 중단됐고 냉각수 온도가 36.9°C에서 58.3°C로 올랐다. 만약 전원공급이 지연되었을 경우 원자로가 녹아내리는 LOCA상황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었다.

하지만 당시 고리 1호기 발전소장은 이날 사고에 대해 비상발령을 내리지 않고 사건기록을 누락하면서 은폐를 시도했다. 그리고 한 달 뒤인 3월8일 부산시 한 시의원의 첩보에 의해 은폐사건이 밝혀졌다. 이 은폐사건은 이후 국제원자력기구(IAEA, International Atomic Energy Agency)에 원자력 사고 레벨 2등급을 받았다. 발전소 밖으로의 방사능 유출이나 작업자들의 인체에 유해할 정도의 피폭이 아니었기에 심각하게 염려할 수준은 아니었지만, 전 세계적으로 2등급 원전 사고가 발생할 확률이 1년에 한 번 발생할까 말까 하기에 그저 지나칠 수만은 없는 사고였다. 은폐사실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자 부산 시민들은 충격에 빠졌고 “간담이 서늘했다. 수백만의 생명과직결된 원자력 발전소가 사고를 은폐했다니 분통이 터진다”며 고리 1호기에 대한 국제적 안전점검을 요구했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발생한지 1년도 되지 않아 발생한 사고였기에 사람들에게는 공포로 다가올 수밖에 없었다.

원전을 감시하는 사람들

원전 근처에는 원전민간환경감시기구가 있다. 원전민간환경감시기구는 원자력발전소 건설 및 가동으로 인한 주변지역의 환경영향에 대한 대책과 안전에 대한 지역주민들의 요구에 의해 만들어졌다. 감시기구에서는 방사능 관련 자료를 수집해 측정 및 분석하고, 원자력발전소 건설과 운영에 대한 안전을 감시한다. 또 원전감시위원회의 심의·의결 사항 등을 처리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를 직접 확인해야 하는 감시기구의 소장들은 신고리 5·6호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고리원전 1~4호기와 신고리원전 1, 2호기 감시를 담당하고 있는 최선수 소장은 “원자력 발전사업은 사양산업이다”며 전 세계적으로도 줄어들고 있는 추세라고 꼬집었다. 이어 “부산과 울산 지역에 10기라는 다수호기가 몰리게 되어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최 소장은 발전시설이 한 곳에 밀집되어 있으면 적의 주요 타겟이 되어 안보상으로도 문제가 있으며, 혹시나 발생할 수 있는 각종 재난에 의해 한 번에 여러 발전소가 피해를 입어 대한민국 전력 수급에 어려움이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한국이 에너지사업에서 홀로 반대로 걷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면서 인류의 먼 후손에게까지 피해를 입히는 원전 대신에 하루라도 빨리 신재생에너지에 많은 투자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신고리 감시기구 최영훈 소장도 최선수 소장의 의견에 힘을 실었다. 그러나 최영훈 소장은 “여러 문제가 있지만 그 중에서도 원자력 발전소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무너진 점이 가장 큰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발전소에서 사고가 터지면 해당 발전소에서 해결하려고 하기보다 본부로 모든 책임을 이양해버리고 해당 사업소는 모든 채널을 닫아버린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각종 이슈에 대한 상벌 체계도 손 볼 필요가 있다”며 이슈가 발생했을 때 책임자에게 모든 책임을 묻기 보다는 그 사건이 매뉴얼에도 없는 새로운 사고면 이에 얼마나 잘 대처했는지를 따져 상벌을 줘야지 무조건 문제가 발생하면 처벌만 하려고 하니 발전소 측에서는 모든 사건을 축소하고 은폐하려는 경향이 커지는 것 아니겠냐고 강조했다.



원전은 민심이야

고리원전과 신고리 원전이 들어서 있는 부산 기장군과 울산 울주군을 매일 버스를 운행하며 지나치는 민주철(가명, 36세)씨는 원전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고 말했다. 그는 “부산 시내 근처에 거주하다보니 원전 근처 소식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한다”며 “개인적으로 원전은 좋아하지 않는다. 일본의 후쿠시마 사고 같은 사건이 벌어지지 않기만을 바랄 뿐이다”며 그래도 지어져 있는 발전소를 운영 하려면 안전하게 잘 운영해서 피해보는 사람이 없어야 한다고 전했다.

신고리 감시기구 최영훈 소장은 “독일은 원전 사업을 진행하면서 기술적 문제가 발생하면 이와 관련된 모든 사람들의 협의를 얻을 때까지 사업을 중단다. 한치의 오차도 용납하지 않는 기술과 안전에 투표라는 말이 있을 수가 없다. 그리고 독일의 원전 정책은 25세기 인류도 이해하고 동의할 수 있을 정도의 수준으로 만든다”며 기술과 안전에 있어 국민의 동의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했다. 서울대학교 공과대학 원자핵공학과 서균렬 교수도 “원전은 민심에 달려있다”며 국민의 목소리가 담기지 않은 원전은 미래가 없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신고리 5·6호기를 통해 나타난 정부의 움직임은 민심과는 반대 방향으로 나가고 있는 듯하다. 국책사업이라는 이유로 국민의 의견은 묵살한 채 불도저처럼 밀어붙이는 사업은 과거 경제 성장만을 위해 미친 듯이 달려올 때 사용하던 구태의연한 방식이다. 이제는 바뀌어야 한다. 각종 트러블이 올라와 보기 흉한 얼굴이라면 화장을 하거나 가면을 써서 가리려고만 할 것이 아니라, 시간이 오래 걸릴지라도 트러블의 원인은 무엇인지 어떻게 가라앉힐 수 있을지를 고민하고 깨끗하게 세안하는 습관을 길러 맑은 피부로 가꾸는 일이 중요하다. 우리 사회도 이와 똑같다. 가리고 덮으려고만 할 것이 아니라 문제의 원인을 파악하고 오래 걸리더라도 모든 사람의 의견을 담아낸 정책과 사업을 시행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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