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1.12 (목)

  • -동두천 -1.0℃
  • -강릉 0.5℃
  • 서울 -1.7℃
  • 흐림대전 2.2℃
  • 흐림대구 4.4℃
  • 박무울산 6.3℃
  • 흐림광주 4.3℃
  • 연무부산 7.6℃
  • -고창 4.1℃
  • 흐림제주 6.8℃
  • -강화 -0.6℃
  • -보은 1.5℃
  • -금산 2.3℃
  • -강진군 5.6℃
  • -경주시 4.6℃
  • -거제 7.3℃

<모르면 손해> 공짜 돈, ‘헬리콥터 머니’


<M이코노미 이홍빈 기자> 하늘에서 돈이 뿌려진다면 얼마나 좋을까. 실제로 지난 2014년 광주 충장로 일대에서 한 시민이 현금을 뿌렸고, 공짜 돈을 줍기 위한 인파가 몰려 거리가 한 때 마비가 되기도 했다. 팍팍한 삶 때문일까 하늘에서 돈이 떨어졌으면 하는 바람을 하루에도 수십 번씩 한다. 이번 호에서는 하늘에서 돈을 뿌린다는 개념의 헬리콥터 머니에 대해 알아보았다


경기가 좋을 때 사람들은 저축을 줄이고 소비를 늘린다. 이는 시중 통화량의 증대를 일으키고 경기과열(인플레이션)을 초래한다. 이때 중앙은행은 물가 안정을 위해 금리를 인상시킨다. 반대로 금리가 높아지면 사람들은 저축을 늘리고 소비를 줄인다. 하지만 금리가 너무 높아지면 기업이나 가계가 쓸 돈을 마련하기가 어려워져 경기침체(디플레이션)가 일어난다. 이런 식으로 경기(business)는 항상 롤러코스터처럼 오르락내리락하며 성장한다. 오르내림이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면 정부는 왜 매번 경기 대책을 세워야 한다며 골머리를 싸매고 있는 것일까?


답은 간단하다. 정부는 항상 경기를 안정화된 상태로 유지해야 할 의무가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경기라는 엔진이 너무 뜨거워져 폭발하지 않도록 식혀야 하고, 반대로 완전히 식혀서 꺼지지 않도록 잘 관리해야 한다. 이 때문에 정부는 경기 과열이 일어나거나 경기 불황이 오기 전 항상 대비책을 마련해 두고 빠르게 해당 문제에서 벗어날 대책을 실행해야만 한다.


헬리콥터 머니(Helicopter Money)의 탄생


전 세계를 강타한 2008년 금융위기는 빚으로 쌓아올린 거품 경제의 쓸쓸한 민낯을 보여주었다. 이에 전 세계 경제는 깊은 수렁으로 빠져 들어갔다. 2006년부터 2014년까지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 (FRB) 의장을 지낸 벤 버냉키(Ben Bernanke)는 당시 금융위기를 겪고 난 이후 전례 없는 규모의 통화를 시중에 공급하면서 헬리콥터 벤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헬리콥터 머니는 1969년 미국의 경제학자이자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밀턴 프리드만(Milton Friedman)이 처음 사용한 말로 자신의 한 논문에서 어느 날 갑자기 하늘을 날아가던 헬리콥터에서 1,000달러가 뿌려진다고 가정해 보자라는 데서 처음 생겨난 개념이다헬리콥터 머니는 비전통적인 통화정책 가운데 하나로써 이름 그대로 헬리콥터에서 돈을 뿌리듯 중앙은행이 경기부양을 위해 시중에 돈을 공급하는 말이다. 헬리콥터 머니로 인해 시중에 돈이 풀리게 되면 사람들의 지갑이 풍족해진 만큼 더 많은 소비와 투자가 일어나, 막혀 있던 돈이 흐르면서 경제가 활성화될 수 있다는 이론이다.



헬리콥터 머니와 양적완화

 

한때 대한민국을 뜨겁게 달구며 매일 뉴스를 통해 들려왔던 양적완화(Quantitative Easing)를 기억할 것이다. 양적완화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등장한 통화정책 가운데 하나로 중앙은행이 국채나 시중 의 민간채권을 사들인 다음, 간접적으로 자금을 풀어 경기를 상승시키는 정책이다. 양적완화는 일시적인 통화의 유통으로 경기 과열 현상이 일어나면 중앙은행은 매입했던 채권을 다시 팔아 시중의 돈을 회수할 수 있다.

 

헬리콥터 머니도 시중에 돈을 푸는 개념으로써 양적완화와 크게 다르진 않다. 하지만 헬리콥터를 타 고 하늘에서 뿌린 돈은 다시 거둬들일 수 없듯, 헬리콥터 머니는 영구적인 통화의 증대를 가져온다. 또한 직접 경제 시스템에 돈을 투입하는 일이기 때문에 금융기관 채널 등을 통해 통화를 유통시키는 것보다 자산버블의 가능성도 낮다. 이 때문에 헬리콥터 머니에 열광하는 경제학자들도 늘어나는 추세다.

 

그러나 경제의 원리가 그렇듯 하나를 얻으면 다른 하나를 내놓아야만 한다. 각국의 중앙은행들은 헬리콥터 머니의 도입을 매우 꺼린다. 자칫 잘못하면 중앙은행이 정부 재정정책의 보조 도구로 전락할 수 있기 때문이다. 통화정책을 관장하는 중앙은행은 정부로부터 독립된 기관으로 적절한 물가 상승률의 유지와 지속 가능한 경제 성장을 도모하는 일을 목표로 삼고 있다.

   

최후의 보루, 헬리콥터 머니

 

헬리콥터 벤이라는 별명을 가진 벤 버냉키는 자신이 운영하는 블로그에 중앙은행이 취할 수 있는 3 가지 정책이라는 글을 게시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각국의 중앙은행들이 너도나도 기준금리를 인하하면서 역사상 처음으로 제로 금리에 도달했다. 이론상으론 제로 이하의 금리가 있을 수 없으니 기준금리를 조절하는 역할을 맡고 있는 중앙은행 이 더 이상 통화정책을 쓸 수 없게 된 지경에 이른 것이었다. 막다른 길에 다다르면서 향후 발생할 경기 침체에 중앙은행이 대응할 수 있기 위해서는 마이너스 기준금리의 적용, 양적완화를 통한 장기금리 조작, 헬리콥터 머니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이를 증명하듯 벤 버냉키는 지난 711일 일본을 방문했다. 불황의 유령이라는 불명예를 얻은 일본은 경기 침체의 늪에서 빠져나오질 못하며, 각종 통화정책의 실험대에 올라있다. 현재 일본은 벤 버냉키가 주장한 3가지 정책 가운데 마이너스 기준금리 적용과 양적완화를 통한 장기금리 조작을 실행하고 있다. 우리가 잘 아는 아베노믹스 (Abenomics)가 바로 그 정책의 다른 이름이다. 이에 일각에서는 벤 버냉키의 일본 방문이 통화정책의 최후의 보루인 헬리콥터 머니 사용이 임박했다는 뜻이라고 해석하기도 했다.


 

헬리콥터 머니의 극명한 빛과 어둠

 

불황의 유령인 일본은 20세기 초반에도 극심한 경기 침체에 시달렸던 아픈 과거가 있다. 1914년부터 1918년까지 이어진 제1차 세계대전의 반사이익으로 특수 호황을 누렸던 일본은 1920년대에 들어서자 전쟁 특수의 감소와 함께 불황기에 접어들기 시작했다. 일본의 불황은 멈출 줄 몰랐고, 1929년 터진 세계 대공황으로 인해 일본 경기는 더욱 심각한 수준의 수렁으로 빠져 들어갔다.

 

그러자 당시 일본의 총리이자 대장상(경제부총리) 이였던 다카하시 고레키요(高橋是清)는 공황을 극복하기 위해 일본 정부의 국채를 중앙은행이 직접 매입하며 무한대 수준의 재정확대를 가능하도록 하는 정책을 펼쳤다. 당시 고레키요 총리가 사용한 국채 직매입이라는 정책은 매우 급진적이고 파격 적인 정술로, 자본주의가 태동한 이후 실제로 시행 된 헬리콥터 머니 통화정책이었다. 기존의 이론을 벗어난 이 정책은 당시 상당한 효과를 거두었고, 대공황의 늪에서 일본이 가장 빠르게 벗어날 수 있었던 원동력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강한 드라이브를 걸었던 만큼 반발도 심했다. 국채 직매입 정책은 일본의 인플레이션을 심화 시키고 군비 확대로 연결되면서 일본 군부의 정치적 영향력을 과도하게 키웠다. 이에 고레키요는 군사비를 중심으로 재정지출 통제를 실시해 과열된 경기를 안정시키고자 했다. 그러나 한껏 돈의 맛을 본 군부에서는 고레키요의 정책에 직접적으로 반기를 들며 암살을 기도했다. 이윽고 1936226 일 고레키요의 자택에 일본 육군 황도파 장교가 침입해 고레키요는 끔찍한 죽음을 맞이했다. 이후 일본의 군부는 폭주를 멈추지 못하고 제2차 세계대전을 일으키며 또다시 어두운 터널 속으로 들어갔다.


언제 터질지 알 수 없는 시한폭탄

 

과거 일본의 사례처럼 헬리콥터 머니를 도입했을 때에는 상당한 반발력이 뒤따른다. 중앙은행의 독립성 문제와 함께 하이퍼인플레이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헬리콥터 머니가 독이 든 성배 임에도 불구하고 들이켜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는 추세다. 일본 못지않게 경기 침체의 늪에서 허우적대고 있는 유럽연합도 헬리콥터 머니에 대해 진지한 고민을 하고 있다. 마리오 드라기(Mario Draghi)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는 올해 3월 헬리콥터 머니에 대해 매우 흥미로운 개념이라며 관심을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몇몇 전문가들은 아직 유럽은 일본의 경기 침체 수준에는 미치지 않았다“ECB가 선택할 수 있는 정책이 일본보다는 더 많이 남아있다고 평가했다.

 

문제는 일본이다. 2014IMF의 자료에 의하면 일본은행(BOJ)이 연간 80조원의 국채 매입을 지속할 경우, 2019년이면 일본 국채의 약 62%를 보유하게 돼, BOJ가 매입 할 수 있는 일본 국채 공급이 현저히 떨어질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IMF2017년에 서 2018년 사이에 BOJ의 양적완화 정책이 한계에 부딪힌다고 전망했다. 그러나 BOJ의 구로다 하루히코(黒田東彦) 총재는 지난 4헬리콥터 머니와 같은 극단적 부양책을 쓸 계획은 없다고 주장했다. 중앙은행의 전통적인 독립성을 위협한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아이러니하게도 구로다 총재는 2016121현 재로서는 마이너스 금리 도입을 생각하고 있지 않다고 발표 했지만, 열흘도 채 지나지 않은 129필요하다고 판단될 경우 중앙은행이 마이너스 금리를 추가로 인하할 것이라며 손바닥 뒤집듯 입장을 번복하며 마이너스 금리 도입을 천명했다중앙은행은 거짓말을 하기도 한다. 예측하지 못한 정책이 가져오는 파급효과가 예정된 정책의 효과보다 훨씬 크기 때문이다. 이를 보았을 때 구로다 총재가 어떤 효과를 기대하는지에 따라 그의 발언이 언제 뒤집어 질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땔감보다 못한 돈


인플레이션은 중앙은행이 실질 금리를 조정할 수 있도록 보장하면서 동시에 투자를 장려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반면 투자와 저축 의 욕을 저하시키고 물자 부족 현상을 발생시키며 부정적인 반응도 불러일으킨다. 만약 인플레이션의 부정적 반응을 두고 제때 손을 쓰지 않으면 하이퍼 인플레이션이 발생한다.

 

하이퍼인플레이션은 1년에 물가가 129.75배 상승했을 때 사용하는 단어로써, 전쟁이나 국가부도 혹은 자연재해와 내란 등 국가 비상사태에 주원인이 있다. 그러나 가장 큰 이유는 정부의 재정건전성이 악화되어 화폐에 대한 신뢰도가 급격히 하락했으나, 화폐 발행 규모가 유지되거나 커지는 경우에 주로 발생한다.

 

1차 세계대전에서 패한 독일은 전쟁 기간 동안 필 요한 재원의 조달을 위해 막대한 돈을 풀었고, 전쟁으로 인해 독일 내 각종 생산시설이 파괴되면서 생활에 필요한 물건의 조달이 힘들어지는 악재가 겹쳤다. 결국 공급이 부족한 물건을 사기 위해 지불해야 하는 돈의 양은 늘어날 수밖에 없었다. 당시 하이퍼인플레이션으로 인해 독일 내에서는 땔감을 사는 것보다 지폐를 땔감으로 사용하는 편이 더 알뜰했고, 벽지를 사느니 지폐로 벽을 도배하는 일이 더 나았다.




최근에 발생한 하이퍼인플레이션으로는 아프리카 짐바브웨 사례가 유명하다. 20081월부터 7월 사이 짐바브웨의 인플레이션율은 2%였다. 예를 들어 500원을 주고 사 먹는 아이스크림이 1년 뒤에는 10억원을 줘야 사 먹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한편 하이퍼인플레이션으로 세계기록을 세운 국가는 헝가리로서 1945년부터 1946년 사이 헝가리의 물가는 15시간마다 2배씩 상승하는 기염을 토했다. 이는 한달 만에 13천조 배의 물가 상승이 이뤄진 것으로 헝가리 지폐는 길거리에 굴러다니는 낙엽 수준 정도로 하찮게 여겨졌다.

 

단 한 발뿐인 헬리콥터 머니

 

최근 중앙은행의 적극적인 통화정책에도 불구하고 경기와 물가에 큰 효과를 주지 못하고 있어 비전통적 통화정책인 헬리콥터 머니가 매력적인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다. 그러나 모두가 생각하는 것처럼 헬리콥터 머니는 만병통치약이 아니라는 사실을 인지해야 한다. 헬리콥터 머니가 침체된 경기를 활성화시키는 역할을 할 수 있긴 하지만, 영구적 성격의 자금조달은 인플레이션에 대한 시장의 기대감 상승을 유발하고 이는 곧 중앙은행의 통화 통제권 상실로 이어져 하이퍼인플레이션을 유발하게 될 수 있다. 따라서 헬리콥터 머니에 대한 논의는 모든 디플레이션 회피 수단이 실패한 다음, 일회성으로 사용을 생각해 볼 수 있다.

 

  


배너


배너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