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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놈, 나쁜놈, 이상한놈. 없는 상품을 파는 ‘공매도’



<M이코노미 이홍빈 기자> 주식에 투자한 사람이라면 자신의 주식이 제1사분면으로 솟구치기를 기대한다. 하지만 주식이 언제나 호가를 누리며 상승곡선만을 그릴 수는 없다. 주가는 종종 하락한다. 한 시간 전까지만 하더라도 호기롭게 상승세를 누리던 주가가 갑자기 제4분면으로 떨어지는 그래프를 그릴 수 있다. 이처럼 주가가 떨어지면 사람들은 대개 슬퍼한다. 주가 하락 폭 만큼 금전적 손해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주식 시장에는 주가가 떨어지기를 바라는 사람들도 존재한다. 이들은 오히려 주식이 오르면 슬퍼한다. 주가 상승 폭 만큼 돈을 잃기 때문이다. 주가가 오르기보다 내리길 바라는 주식 시장의 특이한 현상, ‘공매도’에 대해 알아보자. 


싸게 사서 비싸게 팔면 돈을 번다. 이는 모든 시장에서 통용되는 돈을 벌기위한 제1의 법칙이다. 특히 현대 금융시장의 꽃이라 불리는 주식시장에서 이 법칙은 진가를 발휘한다. 신문이나 TV광고를 보면 주식 대박으로 부자가 됐다는 사람들을 소개하는 것을 자주 볼 수 있다. 이들은 수십 배에서 수백 배 많게는 수천 배에 이르는 주가 상승으로 대박을 터뜨렸다는 말을 한다. 그런 이들에게 공통점이 한 가지 있다. 주식이 올랐다는 점이다. 하지만 주식은 올라서 대박이 날 수도 있지만 떨어져서 대박을 터뜨릴 수도 있다.


주가가 떨어지면 돈이 되는 이상한 놈


주식시장에는 주가가 오르면 돈을 버는 기존의 패러다임과 상반되는 개념의 투자가 있다. 바로 공매도가 그 주인공이다. 한 백과사전에서는 공매도를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말 그대로 ‘없는 걸 판다’란 뜻으로 주식이나 채권을 가지고 있지 않은 상태에서 매도주문을 내는 것을 말한다. 이렇게 없는 주식이나 채권을 판 후 결제일이 돌아오는 3일 안에 주식이나 채권을 구해 매입자에게 돌려주면 된다. 약세장이 예상되는 경우 시세차익을 노리는 투자자가 활용하는 방식이다. 즉, 공매도란 다른 사람의 주식이나 채권을 빌려서 시장에 매매하는 형태를 말한다. 주가가 떨어지면서 생긴 시세 차익만큼 이득을 본 이후 동일한 수량의 주식을 다시 사들여 주식을 빌려준 사람에게 돌려주는 것이다.


쉬운 이해를 위해 예를 들어보자. A씨가 현재 1만원에 거래되고 있는 S주식 100주를 공매도 한다고 가정해보자. 공매도를 하겠다는 말에 공매도 거래를 하는 브로커는 S주식의 100주 가격인 100만원을 보증금으로 입금하라고 한다. A씨의 보증금 100만원이 입금 되면 브로커는 주식 증서들이 쌓여있는 창고로 들어가 S주식을 소유하고 있는 B씨의 서류철에서 S주식 100주를 빌리면서, 주식을 빌려간다는 쪽지를 남긴다. 브로커는 B씨의 주식 100주를 시장에 팔고 100만원을 금고에 넣어둔다. 그리고 얼마 뒤 분석이 맞아 떨어지면서 S주식이 8

천원까지 내려갔다고 가정해보자. 


더이상 주가 하락이 있을 것으로 예상되지 않자 A씨는 공매도 주식을 환매하겠다고 브로커에게 말한다. 그러면 브로커는 B씨의 주식 100주를 판매한 100만원을 금고에서 꺼내 S주식 100주를 다시 구매한다. 주가가 8천원까지 떨어졌으니 100주를 사려면 80만원만 있으면 된다. 브로커는 100주를 사고 남은 돈 20만원에서 자신의 수수료를 제외한 금액과 공매도를 진행할 때 묶여있던 보증금 100만원을 A씨에게 함께 돌려준다. 그리고 브로커는 재구매한 S주식 100주를 손에 쥔 채 다시 주식 증서가 쌓여있는 창고로 가서 B씨의 서류철에 100주를 다시 넣은 뒤 100주를 빌려갈 때 남겨둔 쪽지를 떼어낸다. 모든 거래는 끝났다. 


공매도를 신청한 A씨는 보증금 100만원과 시세차익을 남겼고, 브로커는 수수료를 챙겼으며, B씨는 주식을 돌려받았다. 안타깝게도 B씨의 주식가격이 떨어졌지만 A씨는 공매도를 이용해 다른 사람의 주식으로 돈을 벌었다. 그러나 주가가 하락할 것이라 예상했던 S주식이 반대로 상승했다면 상황은 달라진다. 만약 1만원이었던 S주식이 1만5천원으로 급등했다면 B씨의 주식 100주를 공매한 A씨는 50만원을 더 들여 150만원에 S주식 100주를 구매해 B씨에게 갚아야 한다. 공짜 점심은 없다는 말이다.




공매도의 종류와 특징


비싸게 팔고 싸게 사서 차익을 남기는 공매도는 크게 두 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첫째로 무차입 공매도(naked short)가 있다. 이는 공매도할 대상 주식을 빌리지 않은 상태에서 진행하는 방법으로 가장 단순한 형태의 공매도다. 실제로 주식이 이동하지 않다보니 공매도를 실행하는 사람의 신용만 가지고 거래한다는 점이 특징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2000년 공매도한 주식에 대한 결제가 이뤄지지 않는 일이 발생한 이후 무차입 공매도는 금지됐다. 세계 금융의 중심인 미국도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일부 제한적 상황을 제외하고는 무차입 공매도를
금지시켰다. 공매도 실시자의 신용만을 가지고 진행한다는 리스크 때문에 세계적으로 무차입 공매도는 강한 규제 하에서 제한적으로 시행되고 있다.


두 번째 공매도 유형은 차입 공매도(covered short)다. 무차입 공매도와 반대 개념으로 공매도 대상이 되는 주식이 실제로 존재할 때 공매도가 이뤄지는 것을 뜻한다. 그리고 우리나라에서 차입 공매도는 또 다시 두 가지로 구분된다. 대차거래(loan transaction)와 대주거래(stock loan)가 바로 그것이다. 대차거래와 대주거래의 가장 큰 차이는 거래 대상이 다르다는 점이다. 대차거래는 증권사를 대상으로 돈이나 주식을 빌려주는 것을 말한다. 기업과 기업 간의 거래이므로 기본 거래 금액이 최소 억대에서 시작한다. 자금력이 충분한 기업들이 참여하는 투자인 만큼 대차거래는 3개월에서 6개월을 기본으로 장기간동안 주식을 대여하는 경우가 많다. 반대로 대주거래의 경우 고객을 대상으로 주식을 빌려주는 공매도 유형으로 흔히 개미라 불리는 일반 투자자들도 할 수 있다. 자금력 또한 기업들이 주가 되는 대차거래와 달리 일반 투자자들로 구성되어 있어 대차거래에 비해 적고, 상환기관도 상대적으로 짧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의외로 좋은 놈, 공매도


자기 소유의 물건도 아니면서 거래를 통해 수익을 남기는 기묘한 공매도는 증권시장 판 ‘봉이 김선달’과 유사하다. 하지만 대동강 물만 팔아먹은 사기꾼(?) 김선달과 달리 공매도는 증권시장 내에서 없어서는 안될 꼭 필요한 제도이기도 하다. 우선 공매도는 주식시장의 효율성을 가져다준다. 만약 주식시장에 공매제도가 없다면 대부분의 주식은 본래 가치보다 고평가되어 거품이 될 수 있다. 주식이 지나치게 고평가 되었다거나 해당 사업전망이 나쁘다는 생각을 하는 사람들의 의견이 제대로 반영되기 힘들기 때문이다. 주식을 매도해 주식가
치를 떨어뜨리는 것이 가능한 사람은 해당 주식을 소유하고 있는 사람만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 속에서 거품으로 가득한 주식들이 당장은 주주들에게 이득처럼 보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거품이 꺼진 뒤 찾아올 커다란 충격과 오히려 거품에 투자됐던 돈이 다른 곳에 사용됐다면 더 좋은 결과를 낳았을지도 모를 경제적 막대한 기회비용이 발생한다. 반대로 주가가 떨어지는 상황에서 신규 투자가 발생하지 않아 매수세가 더 떨어지는 현상이 발생할 때도 공매도는 주가가 추가로 폭락하지 않도록 막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주가 하락 이후 공매도 투자자들은 어느 정도 이익을 본 상황으로 추가 이익을 기다리기보다는 좀 더 빨리 이익을 보려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에 최저점에서 신규매수를 기다리는 투자자들보다 조금 더 빠르게 주식을 매수한다.


공매도 투자자들의 매수로 주가는 다시 상승할 수있는 기회를 얻게 되는 것이다. 또한 공매도는 주식시장의 유동성을 높이는데 일조한다. 유동성이 높아지기 위해서는 거래가 손쉽게 발생해야 하는데 공매도가 없다면 주식을 매수하려는 사람이 매도하려는 이들에 비해 훨씬 많기에 거래가 제대로 일어나기 어려워 유동성이 낮아진다. 그러나 일반적인 거래와 달리 먼저팔고 나중에 다시 사는 공매도는 거래 성사 가능성을 높여 주식시장의 유동성에 영향을 준다. 투자의 귀재라 불리는 워렌 버핏도 ‘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하고 버블과 경기침체를 방지하는 효과가 있다’며 공매도의 긍정적인 측면에 호평 했다.




개미 울리는 나쁜 놈, 공매도


주식시장의 효율성, 유동성을 제고하는 측면에서 공매도는 분명히 좋은 제도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공매도를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공매도가 주가하락을 부추겨 주식시장을 불안하게 만드는 주범으로 자주 지목되기 때문이다. 공매도 규모가 증가하면 미래의 주가하락을 예상한 투자자들이 손해를 피하기 위해 주식을 매각하려는 경향이 짙어지고 이로 인해 주식시장의 불안이 확대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공매도에 대한 부정적 인식은 주가가 하락하는 시기에 더욱 증대된다. 


주가 약세상황에서 주식을 매수하는 사람보다 매도하는 사람이 우위일 때 타인의 주식을 빌려 매도하는 공매도 세력이 가세하면 주식매도세가 탄력을 받아 주가하락폭이 확대되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공매도세력이 시세차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미래의 주가 하락을 일으키는 투기세력으로 구성될 경우, 실제 기업의 가치와 무관하게 평가절하 되어 주가가 바닥을 찍는 부작용이 발생해 멀쩡한 기업과 개인 투자자들에게 치명적 피해를 입히기도 한다. 이를 증명하듯 2016년 1월 코스피 상장기업이었던 제일약품 주가는 공매도세력의 공매도가 급증하며 주가가 급락하는 결과가 나타났다. 공매도로 인해 주가가 폭락하자 피해를 입은 개미투자자들은 주식대차거래를 통해 공매도를 하지 않는 증권회사로 증권계좌를 옮기는 집단적 행동을 보이기도했다.


게다가 지난 10월25일 발생한 화장품·여행·호텔관련주가 8~9% 가량 동반 폭락 하게 된 원인도 공매도 투기 세력들이 원흉으로 지목됐다. 국내방문 유커가 20% 줄었다는 소식이 나오자 25일 하루에만 화장품 대장주인 아모레퍼시픽은 11만2909주가 빠지며 7%이상 급락해 389억원의 공매도가 시중에 쏟아졌다. LG생활건강도 공매도 세력의 공세에 3만266주가 빠져나가며 주가가 8.34%가량 떨어지는 상황이 벌어져 260억원이 증발했다. 관광주에서도 호텔신라가 6.94%가 빠지며 161억원, 하나투어도 공매도 공세에 속수무책으로 당하며 주가의 8.04%가 흘러내렸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권오인 경제정책팀장은 “주식시장에서도 매일 당하는 것은 힘없는 개미”라며 “공매도 대상이 개인투자자들보다는 기관이나 외국인들이 대부분이다 보니 개인에게는 제약이 많다”고 설명하면서 시급히 공매도의 형평성을 갖춰야 한다고 전했다.


공매도라는 브레이크의 적절한 사용


금융경제연구원 박해식 선임연구위원은 “공매도로 인해 주가가 하락하면 외국인투자자나 기관투자자들에 비해 개인투자자들이 더 큰 피해를 볼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외국인투자자나 기관투자자들은 공매도에 활발하게 참여하지만 개인투자자들의 공매도 참여는 매우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박해식 선임연구위원은 “공매도가 주가하락을 부추긴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공매도를 직접적으로 제한하는 물리적 규제를 도입하는 것은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우리 금융당국도 공매도에 대한 문제점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관련 규제를 갖추는 중이다. 


금융감독원 자본시장감독국함용일 팀장은 “금융감독원에서는 공매도 보고와 공시제도와 관련한 상세 예시, 세부 절차 등을 설명한 매뉴얼을 등재하고, 불공정 의심거래 등에 대해서 철저히 조사해 투명하고 효율적인 주식시장 조성을 위해 힘쓰겠다”고 알렸다. 공매도는 항상 긍정적으로 평가될 수밖에 없는 주식시장에 적절한 브레이크를 걸며 지나친 거품이 생기지 않도록 한다는 점에서 공(公)을 높이 살만하다. 하지만 투기세력에 의한 공매도는 개인투자자를 비롯한 멀쩡한 기업에 오히려 피해만 입히며 경제 성장을 저해하기도 한다.


공시제도 강화 등 공매도 투명성을 제고하는 방안을 통해 대형 투자자들로부터 개인투자자를 보호하는 시도는 바람직한 정책으로 보여진다. 하지만 공매도에 대한 과도한 물리적 규제의 도입은 오히려 주식시장의 효율성을 저해할 우려가 있다. 적절한 브레이크의 사용은 지나친 과속을 예방하고 안전운전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지만, 잘 달리던 차에 급격하게 사용되는 브레이크는 도리어 운전자를 비롯한 승객들에게 큰 충격을 주고 함께 달리던 다른 차들에게도 심각한 피해를 입힐 수 있다.



MeCONOMY magazine November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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