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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부정부패 척결. ‘김영란법’은 과연 누구를 위한 법인가?


〈M이코노미 김선재 기자〉 마포구 상암동의 한 식당. 거래처 관계자들과 식사를 한 것으로 보이는 무리들이 식사 후 각자내기(더치페이)를 위해 돈을 모으고 있는 모습이 눈에 띠었다. 이들 중 한 명은 “아니, 대통령도 안 지키는 ‘김영란법’을 지킨다고 왜 우리가 이렇게 불편해야 돼?”라며 불만 섞인 말투로 불편함을 토로했다. 지난 9월28일 입법 필요성이 제기된 지 4년 넘는 시간이 흘러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일명 ‘김영란법’이 많은 기대와 우려 속에 시행됐다. ‘김영란법’은 우리 사회에서 정당하지 못한 청탁이나 뇌물 수수 등으로 부정이 저질러지는 것을 막자는 취지로 시행됐지만, 최근 들어서는 법 자체에 대한 회의론도 나오는 상황이다.

   

시행 두 달이 지났지만 ‘김영란법’에 대한 논란 과 혼란은 여전하다. ‘직무관련성’은 국민권 익위원회에서 조차 아직까지 개념을 정립하지 못해 사회 통념상 용납될 수 있는 부분까지도 법 위반으로 처벌을 받는 경우가 발생했고, 식사 3만원, 선물 5만원, 경조사비 10만원 이하라는 금액 상한 역시 현 사회수준과 맞지 않다는 지적이 계속된다. 또한 국회 논의 과정에서 당초 공직자들만을 대상으로 했던 법 적용대상이 언론사과 사립학교 교원, 유치원 임직원 및 그들의 가족들까지 포함하는 등 사실 상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하면서 공직자들의 부정부패를 잡으려던 법 취지와 달리 변질돼버렸다.


여기에 최근 ‘최순실 게이트’ 사태까지 터지면서 그동안 부정부패를 저질러 사회를 어지럽게 하고 망친 것은 부패한 공직자들인데 왜 애꿎은 서민들만 피해를 보게 하느냐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2011년 ‘벤츠 여검사 사건’
…‘김영란법’의 태동


우리 사회로부터 많은 기대와 우려를 동시에 받는 ‘김영란법’의 필요성이 제기된 계기는 2011년 전 국민을 분노하게 했던 ‘벤츠 여검사 사건’이다. ‘벤츠 여검사 사건’은 2010년 변호사 최 모 씨가 당시 현직 검사였던 이 모 씨에게 자신의 사건 수사를 재촉해 달라는 청탁을 하고 그 대가로 벤츠 승용차와 신용 카드, 샤넬 가방 등 총 5,591만원의 금품을 제공했 다는 혐의로 2011년 관련자들이 구속된 사건이다.


수사 결과 부산지법 현직 부장판사 A씨는 최 변호사에게 170만원 가량의 금품과 향응을 제공받았다. 2007년부터 부적절한 관계가 이어진 최 변호사와 이 검사는 2008년 2월부터 매달 벤츠 승용차 리스비용 475만원과 법인카드, 샤넬 핸드백 등을 주고받은 것이 확인됐다. 다만, 특검팀은 평소 친분관계로 식사와 와인을 마신 것뿐이라는 A씨와 최 변 호사의 주장을 반영해 이들을 형사입건하지 않았다. 국민들은 검사와 변호사 등이 자신의 특권을 이용해 금품과 향응을 주고받았는데도 형사입건되지 않았다는데 분노했고, 법원의 판단에 다시 한 번 분노할 수밖에 없었다.


‘대가성이 없다’는 이유로 법원이 이들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기 때문이다. 1심 법원은 청탁 시점 이전에 받은 금품도 알선 행위의 대가로 볼 수 있다며 이 검사에 대해 징역 3년을 선고 했지만, 2심 법원은 이들의 내연관계를 인정하고 이들 사이에 오간 금품을 경제적 지원의 일환으로 판단, 무죄를 선고했다. 최종심인 대법원의 판단도 고소 사건을 청탁받은 시점은 2010년 9월이고, 벤츠 승용차를 받은 시점은 이보다 2년 7개월 전이라는 점을 들어 “대가성이 있었다고 인정되지 않는다”며 무죄 판결을 내렸다.


공직자, 이 중에서도 소위 ‘특권층’들의 부정부패가 알려지면서 세간은 ‘대가성이 있든 없든 공직자가 금품이나 향응을 제공받는 등 부정한 행위를 저질 렀을 때 처벌할 수 있는 법안이 필요하다’는 여론으로 들끓었고, 2011년 6월 김영란 당시 권익위원장이 국무회의에서 보고한 ‘공정사회 구현, 국민과 함께 하는 청렴 확산 방안’은 ‘김영란법’의 기초가 됐다. 권익위는 2012년 8월 16일 공직자가 100만원 이상의 금품이나 향응을 받으면 대가성에 관계없이 형사처벌을 받도록 하는 ‘부정청탁 및 금풍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국회 제출 929일 만에 통과
…법 시행까지 4년 1개월


‘공직사회를 비롯한 사회 전체를 ‘청렴사회’로 만들 자‘는 취지로 제정된 ‘김영란법’은 그러나 국회에 제출된 이후 통과에만 무려 929일, 거의 3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법 시행까지 포함하면 4년 1개월이다.


‘김영란법’은 크게 ▲부정청탁 금지, ▲금품 등 수수 금지, ▲외부강의 수수료 제한 등 3가지로 구성된 다. 법 적용대상은 공직자 외 언론사, 사립학교·유치 원 임직원, 사학재단 이사진 등 총 4만919개 기관, 400만명 가량이다. ‘부정청탁 금지’는 부정한 청탁을 받고도 신고하지 않거나 직무 관련성·대가성에 관계없이 100만원 이상의 금품이나 향응을 제공받으면 형사처벌하는 것이 골자이다.


금품이나 향응을 받은 사람뿐만 아니라 이를 제공한 사람도 형사 처벌의 대상이 되고, 공직자는 배우자가 금품을 받은 사실을 인지하면 즉시 신고해야 한다. 법은 부정 청탁의 유형을 총 14가지로 구분했고, ▲법령·기준 에서 정하는 절차·방법에 따른 특정 행위 요구 ▲공직자 등에 대한 공개적인 특정 행위 요구 ▲직무 또는 법률관계에 관한 확인·증명신청·요구 등 7가지에 대해서는 예외를 인정했다.


‘금품 등 수수 금지’는 같은 사람으로부터 한 번에 100만원 이상의 금품을 받거나 1년에 300만원 이 상 금품을 받으면 형사처벌 대상이다. 수수한 금품이 1회 100만원 이하, 1년 300만원 이하인 경우에는 직무 관련성이 없을 경우 처벌받지 않지만, 관련 성이 있다면 처벌을 받게 된다.


이 부분 역시 ▲위로·격려·포상 등의 목적으로 하급 공직자 등에게 제공하는 금품, ▲원활한 직무수행·사교·의례·부조 목적으로 제공하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가액 점위 안의 금품, ▲친족이 제공하는 금품, ▲직무관련 공식 행사 주최자가 통상적인 범위에서 일률적으로 제공하는 교통·숙박·음식물 등 8가지를 예외로 했다.


‘외부 강의 수수료’와 관련해서는 장관급 이상의 경우 시간당 50만원, 차관급 및 공직유관단체 기관장 은 40만원, 4급 이상 공무원·공직유관단체 임원 30 만원, 5급 이하·공직유관단체 직원은 20만원으로 수수료 상한을 제한했다. 사립학교 교직원과 학교 법인 임직원, 언론사 임직원은 시간당 100만원 이상을 받을 수 없고, 사례금의 총액은 강의 시간과 관계없이 1시간 상한액의 150%를 넘을 수 없다.


법 시행과 관련해 각 계각층에서는 기대감과 우려가 동시에 쏟아졌다. 특히, ‘김영란법’으로 인한 큰 피해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 소상공인들의 반발이 컸다. 소상공인연합회, 직능경제인단체총연합회, 외식업중앙회 등 전국자영업자총연대는 부정 부패 척결이라는 취지에는 공감한다면서도 “그동안 생계를 뒤로하고 현장에서 ‘김영란법’의 경제적 부작용과 부정적 파장에 대해 열심히 설명했던 소상공인업계는 벌써부터 막막함이 엄습한다”고 토로했다.


끊이지 않는 논란
…직무관련성·‘3만·5만·10만원’ 적절성 등


‘김영란법’은 시행 두 달이 넘었지만, 시행 이전부터 제기된 논란에서 여전히 자유롭지 못하다. 법안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공직자가 자신에게 주어진 권한을 이용해 사익을 추구하지 못하도록 하고 이에 해당될 경우 직무에서 배제하는 ‘이해충돌방지’ 조항이 국회 논의 과정에서 삭제됐고, 공직자만을 대상으로 했던 것도 언론사, 사립학교 교원 등 민간 부문으로 확대돼 ‘반쪽 법안’, ‘누더기 법’, ‘과잉입법’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또한 대한변호사협회와 한국기자협회, 인터넷언론사, 사립학교·유치원 임직원들이 헌법소원을 제기해 ‘위헌 논란’에 시달리기도 했다. 헌법재판소는 7월28일 제기된 4건의 헌법소원에 대해 합헌결정을 내렸다. 총 9명의 재판관 중 합헌 7 명, 위헌 2명이었다.


먼저 법 적용대상에 공직자 외 언론인과 사립학교 교원을 포함시킨 점에 대해서는 “교육과 언론이 국가나 사회 전체에 미치는 영향력이 크고 이들 분야의 부패는 그 파급효과가 커 피해가 광범위하고 장기적이며 원상회복은 불가능하거나 매우 어렵다”면서 “사립학교 관계자와 언론인을 법 적용대상에 포함한 것은 정당하다”고 판결했다.


배우자가 법에서 금지한 금품을 받은 경우 법 적용대상자의 신고여부는 “배우자가 수수 금지 금 품 등을 받거나 그 제공의 약속 또는 의사표시를 받았다는 사실에 대한 고지 의무를 부과하는 것” 이라고 밝혔고, ‘부정청탁’이나 ‘사회상규’ 등의 개념과 규제 행위가 명확하지 못하다는 쟁점에 대해서는 “부정청탁이라는 용어는 형법 등 여러 법령에서 사용되고 많은 판례를 축적하고 있으며 입법 과정에서 직접 개념을 정의하는 대신 14개 분야의 행위 유형을 구체적으로 열거하는 등 구성요건을 상세히 규정하고 있다”며 명확성 원칙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봤다.


금품 수수의 기준을 대통령령이 정하도록 위임한 문제 역시 “일률적으로 법률에서 규정하기 곤란한 측면이 있기 때문에 사회통념을 반영하고 현실 변화에 대응해 유연하게 규율할 수 있도록 행정입법에 위임할 필요성이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위헌성에 대한 논란은 진화됐지만, 논란은 끊이지 않는다.


가장 많이 제기되는 논란은 법 위반 여부 판단의 핵심인 ‘직무관련성 여부’이다. 권익위는 해설집에서 ‘직무관련성’에 대해 “공직자 등이 그 지위에 수반해 취급하는 일체의 사무를 의미하고, 직무수행의 공정성을 의심받게 하는 금품 등의 수수를 금지하는 입법 취지에 비춰 ‘형법’상 뇌물죄의 직무관련성과 같은 의미”라면서도 “향후 개별적 사안에 대한 판례의 형성·축적을 통해 구체화돼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례에 따라서 직무관련성 여부가 달라질 것이라는 말로, 판단을 법원에 미룬 것 이다. 이 와중에 권익위는 ‘직무관련성’을 자의적으로 해석해 혼란을 부추긴다는 지적을 받는다. 권익 위는 예산편성기간 각 부처의 예산 담당자가 기획 재정부의 예산 담당자에게 식사 등을 대접할 수 없다면서도 예산편성기간이 아닐 때는 3만원 이하의 식사 대접이 가능하다고 했다.


그렇다면 교사의 경우 성적평가기간 외에는 식사 대접이나 선물 등을 받을 수 있어야 하지만, 권익위는 이를 원천 금지했다. 유치원이나 어린이집 교사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이다. 교원들에게 지나치게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는 것이다. 이같은 지적은 국정감사에서도 나왔다. 김종석 새누리당 의원(국회 정무위원회)은 권익위의 유권해 석을 ‘오락가락·불공정·제멋대로·탁상공론 유권해석’이라고 비판했다.


하지만 권익위의 ‘직무관련성’ 에 대한 해석은 변함이 없다. 지난달 18일 ‘관계부 처합동 청탁금지법 해석 지원 TF(태스크포스)’는 4차 회의에서 직무관련성 개념 해석을 내놨지만, 기존 해석과 다를 것이 없었다. 또한 TF는 “대학생이 교수에게 캔커피를 줬다”는 이른바 ‘캔커피 사건’에 대해 “가액 기준 내 음식물·선물·경조사비라고 해도 ‘목적 요건(원활한 직무수행, 사교·의례, 부조)’에 해당하지 않으면 청탁금지법 위반”이라는 해석을 내놓으면서도 “확정된 내용은 아니다”고 말해 혼란만 키웠다.


이런 혼란은 권익위에 제때 인력 보강이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법률 시행·준비를 위해 권익위는 정부에 73명의 인력을 요청했지만, 정부는 겨우 5명 만 늘러준 것이다. 최운열 더불어민주당 의원(국회 정무위원회)과 언론보도에 따르면 권익위는 행정 자치부에 5개 과(課) 73명으로 구성된 ‘청탁방지국’ 신설을 요청했지만, 행자부는 2018년까지 1개 과 9명이 업무를 맡도록 하고 올해 5명 증원을 결정했다.


2015년 3월 3일 국회통과 이후 법 시행까지 1년 6개월 정도의 유예기간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권익위가 법 조항에 대해 제대로 된 해석을 내놓지 못했던 이유가 결국은 ‘인력’ 문제였던 것이다. 권익위는 급한 대로 다른 부처나 부서에서 가용한 인원을 지원받아 관련 민원을 처리했지만, 수천 건에 이르는 민원을 해결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올해 5월 시행령 제정안 발표부터 법 시행 전까지 권익위에 접수된 문의나 민원은 약 7,000건에 달했고, 이를 처리하는 인원은 고작 9명에 불과했다.


‘직무관련성 여부’와 함께 또 다른 논란은 ‘식사 3만 원, 선물 5만원, 경조사비 10만원 이하’로 설정된 금액 상한이다. 금액 상한이 우리나라 경제현실에 맞지 않게 너무 낮게 설정돼 내수 위축이 우려된다는 지적이 법 시행 전부터 계속 제기됐지만, 현행 공무 원 행동강령에서 정하고 있는 수준으로 정한 원안 대로 통과됐다. 현행 공무원 행동강령은 13년 전인 2003년 5월 시행됐다.


한국경제연구원은 ‘김영란법’ 시행으로 예상되는 경제적 손실 규모가 연간 약 11조6,000억원에 달 할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다. 한경연은 “특히, 음식업, 골프업, 소비재·유통업(선물) 등에 직접적인 타격이 예상된다”며 “음식업 8조5,000억원, 골프장 1조1,000억원, 선물 관련 산업 약 2조원 등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이어 “금액 상한을 5만원으로 일괄 적용하면 총 7조7,500억원, 7만원이면 3조9,600 억원, 10만원이면 2조7,300억원 규모의 경제 손실이 발생할 것”이라며 “관련 산업의 피해 경감대책 을 포함한 보완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외식중앙회 한국외식산업연구원은 ‘외식업 영향 조사’에서 식사 금액 상한을 3만원으로 할 경우 외식업계 연간 매출이 약 5%, 4조1,500억원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고, 백화점 업계에서는 5만원 이상의 선물이 법으로 금지되면 명절 선물세트 매출이 20% 정도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농축산업계도 예외가 아니다. 업계에서는 축산업 19조원, 과일산 업 4조원가량 위축될 것으로 보고 있다. 비즈니스 고객 위주의 스포츠레저업도 골프 관련 산업 15조 원 등 상당한 수준의 매출 타격이 예상됐다. 실제로 법 시행 이후 이들 업종의 매출하락이 관찰됐다. 신한카드가 ‘김영란법’ 시행 전 평일 10일(9월 5~9일, 19~23일)과 시행 후 평일 14일(10월 4~21일)의 일평균 법인카드 이용을 분석한 결과 요식업 4.4%, 유흥 5.7%, 골프 6.4%, 화원 3.4%의 이용액 감소가 나타났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김영란법’ 시행 전·후 한우 전문식당의 매출액은 22.1% 감소했고, 인삼제품은 7.8%, 화훼는 10월 첫 째 주에만 전년동기대비 경매물량 20%, 거래액 30%가 줄어들었다. 법 시행 초기이고 어떤 부분이 법 위반 인지에 대한 명확한 유권해석이 아직 나오지 않아 대부분의 사람들이 몸을 사리는 경향이 큰 때문도 있지만, 법 적용대상이 민간으로 확대돼 사회 통념상 허용될 수 있는 부분까지도 엄격하게 통제되는 점이 더 큰 원인이라고 할 수 있겠다. 공직자들의 부정부패를 잡기 위한 법이 애꿎은 서민들의 고통만 더 크게 만들어버린 셈이다.


전삼현 숭실대학교 법학과 교수(바른사회 사무총장)는 한경연 칼럼을 통해 “이 법이 누구를 위한 법인지 불분명하다”며 “공직자 등이 금품을 받지 않고 청탁만 받지 않았다면 직무와 관련해 사익을 추구하거나 친인척 등 특수관계인들을 위해 차별적 혜택을 준다하더라도 아무런 법적인 책임을 묻기 어렵게 됐다”고 지적했다.


전 교수는 “공직자 등과 아무런 연고가 없는 일반인들은 ‘김영란법’으로 인해 의사결정권자와 소통할 수 있는 길이 사전에 차단된 것”이라면서 “혈연과 학연, 지연 등으로 광 범위하게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있는 기득권층에게 는 더욱 견고한 유리천장을 만들어준 결과를 가져 왔다”고 강조했다. 결국, 기득권층의 부패를 방지한 다는 목적으로 도입된 법이 역설적이게도 서민들의 삶을 고달프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이해충돌방지’ 조항 부활, 법 적용대상 축소해야


 이에 따라 국회 논의과정에서 삭제됐던 ‘이해충돌 방지’ 조항을 부활시키고 400만명에 이르는 법 적용대상을 ‘공직자’로 한정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법 조항을 단순화할 필요성도 제기된다. 사례별 법 조항을 일일이 해석할 수 없을 정도로 법 적용범 위가 너무 넓고 복잡하며, 개별 사안에 대한 판례의 형성·축적을 통한 구체화까지는 적어도 2~3년 혹은 그 이상의 시간이 소요돼 혼란이 계속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김영란법’ 개정안은 아직 처리되지 않고 관련 상임위에 계류된 상태이다.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김영란법’ 개정안과 관련해 정무위원회에 계류돼 있는 법안은 총 8건이 다. 계류된 법안들은 ▲‘이해충돌방지’ 조항 마련, ▲법 적용대상에서 언론사·사립학교 교원 등 제외, ▲인터넷뉴스서비스사업 관계자 법 적용, ▲농축수 산물 및 가공품 법 대상품목 제외 등을 골자로 한다. 김태흠·강석호 의원은 “직무관련성 해석이 모호하고, 도덕적 행동까지 규제할 정도로 법 적용대상이 지나치게 포괄적”이라고 지적했고, 강효상·박대출 의원은 언론사·사립학교 교원 등을 법 적용대상 에서 제외하는 한편, 뉴스 소비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인터넷 뉴스사업자가 법 적용을 받도록 하는 내용의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개호·이완영·강석 호·김종태 의원은 “농축수산물과 그 가공품 생산의 40%는 명절선물세트이고 정부의 1차 산업 고급화 전략에 따라 선물세트 대부분이 5만원 이상인 상황에서 ‘김영란법’으로 인한 연간 손실액이 10조 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면서 허용가액범위 내에서 생산이 가능하도록 3년의 유예기간을 주는 방안과 농축수산물 및 가공품을 법 적용품목에서 제외하는 내용 등을 개정안에 담았다.


유일하게 ‘이해충돌방지’ 조항 부활시키는 개정안을 발의한 안철수 국민의당 전 대표는 “부정청탁 및 금품 수 수 행위를 직무관련성 또는 대가성이 없는 경우에도 제재가 가능하도록 근거가 마련됐지만, ‘이해충 돌방지’ 조항이 빠져 반쪽짜리 법안이라는 지적이 있어왔다”면서 “이에 공직자의 사적 이해관계 직무 수행금지 등 ‘이해충돌방지’ 근거를 마련해 공직자의 공정한 직무수행환경을 보장하고 청렴한 공직 문화를 조성해야 한다”고 밝혔다.


전 교수는 “원안대로 ‘김영란법’이 입법됐다면 공직자가 개인적으로 맺고 있는 연고관계 및 사적이익을 추구하는 행위 즉, ‘이해충돌’을 방지하는 법률로 순기능을 할 수 있었을 것으로 판단된다”며 “공직자의 부패는 방지 하면서도 서민들의 행동을 과도하게 통제하거나 내수경기를 심각하게 위축시키는 우려는 상당히 감소시키는 긍정적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법 조항 단순화와 관련해서 양채영 전남대 교수(한 국재무학회장)는 “법 규정이 복잡할수록 법규 순응도 어렵고 법집행자의 자의성 때문에 법의 실효성을 상실하므로, 법 규정은 누구나 알 수 있게 단순 명확할 필요가 있다”며 “‘직무관련성 여부’에 상관없이 적은 금액은 처벌하지 말고 일정금액 이상이면 무조건 불법으로 간주하는 조항만을 유지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영란법 시행 2개월,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법 적용대상이 너무 포괄적 이어서 희소한 법집행 자원이 핵심적인 부분에 선택·집중되지 못할 것에 대해 우려를 나타냈다. 아울러 부패소지가 많고 권한이 강한 고위 공직분야에 먼저 법집행 자원 투자의 선택적 집중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공정한 사회를 구현하고 국민과 함께 하는 청렴확산을 위한다는 ‘김영란법’의 근본적 취지는 좋으나, 경제 활성화의 발목을 잡는다는 부정적 시각을 없애려면 현재의 운영과정에서 나타난 문제 파악과 대안모색이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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